본 연구는 세계화가 빚어내고 있는 다양한 현상의 하나로서 문화적인 영역에서의 지역 블록화를 그 연구 대상으로 삼아 유럽과 라틴아메리카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한다. 나아가 이러한 비교 연구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현 상황에 부합 ...
본 연구는 세계화가 빚어내고 있는 다양한 현상의 하나로서 문화적인 영역에서의 지역 블록화를 그 연구 대상으로 삼아 유럽과 라틴아메리카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한다. 나아가 이러한 비교 연구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현 상황에 부합하는 새로운 전망을 이끌어내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한다.
1) 세계화, 문화, 지역 블록화 오늘날 세계화에 대한 논의는 세계화의 영향들이 보다 직접적이고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정치, 경제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좀 더 긴 안목에서 보면 문화 분야에서의 세계화 현상이야말로 개인의 의식과 공동체의 정신적 기반에 깊고 폭넓은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의제이다. 문화 세계화에 대한 국제적 차원의 최초의 공식적 반응인 유네스코의 2001년 ‘문화 다양성 선언’과 2005년 ‘문화 다양성 협약’은 세계화와 문화가 빚어내고 있는 갈등에 대한 최초의 진단이자 대응책이었다. 그러나 문화적 획일주의와 정체성의 상실에 대한 우려를 담은 이러한 선언이나 논의들의 경우, 미국의 패권에 반대하는 유럽의 몇몇 핵심 국가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경향이 강하여, 문화 다양성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세계 각 지역의 다양한 관점과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더구나 유럽의 경우 유럽연합이라는 새로운 지역 공동체의 형성은 어떤 면에서는 ‘문화 다양성’의 원칙과는 모순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지역화와 블록화는 세계화의 필연적 결과이다. 단위 국가들은 미국의 문화상품에 대해서는 되도록 보호주의적 정책을 채택하려 하고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와 ‘다자간 투자협정’ 당시 가장 치열하게 공방이 벌어졌던 것이 문화와 관련해서였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것이다. 그러나 지역의 국가들끼리는 보호주의를 버리고 국가적 장벽을 넘어 서로 연대함으로써 블록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 블록 역시도 작은 세계화 단위로서 그 속에서도 패권과 종속의 불평등과 국가간 경쟁이 존재한다. 한국과 동아시아의 상황 역시 세계화와 블록화의 이 대립적 경향들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국은 한편으로는 스크린 쿼터라는 보호주의를 채택하여 미국의 패권으로부터 한국영화를 지켜 내려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동아시아라는 작은 세계화 단위 속에서 문화 상품의 생산과 판매의 중심자로 자리 매김하려는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욕망을 표출하고 있다.
2) 문화 블록화의 양상과 전망 현 시점에서 문화 블록은 이중적인 역할과 양상을 드러낸다. 첫 번째로 문화 블록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패권주의 국가들로부터 자국 또는 자국을 포함한 근접 국가들로 이루어진 블록 내의 문화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실천적 대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 블록화는 때로는 정치-경제적 세계화의 축소판 같은 모습을 띠기도 한다. 즉, 그 내부에서는 문화적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들이 재현되기도 하고, 문화적 패권을 차지하려는 몇몇 강대국들의 상호 경쟁과 갈등이 드러나기도 한다. 우리는 이러한 문화 블록의 모순적인 복합성을 함께 염두에 두면서 이러한 블록화의 가능성과 조건들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3) 문화 블록화 연구의 이론적, 실천적 함의 첫째, 세계화의 현 국면에서 매우 뚜렷한 대세를 형성하고 있는 움직임이다. 민족국가를 넘어서는 국가들 간의 연대와 이를 통한 블록의 형성은 사실상 세계화 시대의 매우 중요한 문화 현상으로, 세계화(globalization)와 동시에 진행되는 지역화(localization)의 움직임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다. 둘째, 문화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문화 블록은 현실적으로 매우 유력한 전략적 단위가 되고 있다. 오늘날 문화 생산물은 더 많은 자본과 더 큰 시장을 요구하며 기존의 국가단위의 시장은 지나치게 협소하다. 몇몇 국가들이 공통의 문화 시장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이러한 필요성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
4) 연구의 궁극적 지향 : 한국과 동아시아의 블록화에 대한 대안 모색 우리는 일차적으로 주요 지역들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지역 블록화의 필요성과 그 구상에 대한 이론적 논의들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러한 검토로 시작하여 우리는 지역의 문화 블록이 형성되고 실천되고 있는 구체적 실례들로 우리의 연구를 진척시켜 담론 차원의 논의들과 실제 문화 현상들과의 관계를 검토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한국이 속해 있는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에 놓고 각 지역의 연구를 통해 얻어진 성과를 비교 분석하는 가운데 새로운 문화 블록의 대안을 모색해 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기대효과
본 연구는 문화 블록화 현상이라는 매우 현재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본 연구팀의 연구 성과는 현실적으로 많은 쓰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한류를 기회로 삼아 동아시아 문화 시장의 패권을 노리고 있는 우리로서는 다른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
본 연구는 문화 블록화 현상이라는 매우 현재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본 연구팀의 연구 성과는 현실적으로 많은 쓰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한류를 기회로 삼아 동아시아 문화 시장의 패권을 노리고 있는 우리로서는 다른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문화 블록화 현상에 대해 심층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역의 특성에 따라 문화블록의 양상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현재 문화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느슨하게 묶여있는 동아시아 권역은 문화적 블록화 현상이 더욱 공고화될 것이 틀림없고 이럴 경우 유럽이나 라틴 아메리카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양상들을 미래에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유럽이나 라틴 아메리카에서 시도되고 있는 통합 TV 네트웍은 가까운 미래에 동아시아에서도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과 라틴아메리카의 문화블록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화의 역학 관계들을 검토하게 될 본 연구팀의 연구 성과는 한류와 관련된 문화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요긴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일정규모의 이상의 큰 시장을 요구하는 세계화 시대의 문화논리 속에서 동아시아권을 공통의 문화시장으로 엮어내기 위한 논의에 있어서도 유럽과 라틴 아메리카의 문화시장통합 정책들은 유익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EU의 문화상품에 대해 특혜를 주는 EU의 정책들이나 라틴 아메리카 문화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초국가적으로 협력하는 라틴 아메리카 지역의 문화전략들은 장차 동아시아권의 문화 전략에 요긴한 참조가 될 것이다. 본 연구팀의 특징이자 강점은 다양한 지역의 문화를 전공한 연구자들이 모여 비교분석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관행에 따라 각 연구원들이 자신의 연구 성과를 해당 전문 학술지에 논문형식으로 발표하면 독자의 입장에선 본 연구팀의 연구주제를 다른 지역의 연구 성과와 비교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된다. 이와 같은 문제를 극복하고자 본 연구팀은 연구 성과를 단행본 연구서로 출판하고자 한다. 연구서는 모두 3부로 나뉘게 될 것이다. 연구서의 1부에서는 각 지역에서 연대의 문제, 또는 문화 블록화의 문제를 말하고 있는 대표적인 지성들의 논의들을 분석, 정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왕후이(중국), 천광싱(타이완), 백낙청(한국), 요시모토(일본), 하버마스(독일), 까가르리쯔끼(러시아), 데리다(프랑스), 깡끌리니(멕시코) 등 각 지역 지성들의 문화 연대 논의가 정리되어 수록될 것인바, 이 연구서는 ‘동아시아 담론’, ‘유럽담론’, ‘라틴아메리카 담론’의 현주소를 보여주게 될 것이다. 2부에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분석하는 것으로서 현재 유럽과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문화적 지역연대 또는 블록화의 사례들을 수록하고 그 의미를 분석한다. 각 영역의 다양한 사례들이 자세하게 분석될 것이다. “유럽의 문화적 통합 논리와 유럽의 공용 TV 실험”, “라틴아메리카 영화시장의 통합 논리와 그 실천” 등이 그 예가 될 것이다. 3부에서는 유럽과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지역 문화블록화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의 향방을 전망한다. 이를 위해 각 지역의 경우와 비교하여 동아시아 연대의 특징과 성격을 검토하고 또한 각 지역의 앞선 실험들을 동아시아의 경우에 대입시켜 그 적용 가능성을 전망해 보고자 한다. 예로써 “동아시아 공동 TV 채널 개설의 전망과 문화 연대적 의의”, “동아시아 대중문화시장 통합과 이를 통한 폐쇄적 국가주의의 극복전망”, 등의 연구를 들 수 있다.
연구요약
첫 번째 중점 연구영역은 지역 블록화의 양상들이 문화 분야에서 어떻게 구체화되어 실천되고 있는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두 번째 중점 연구영역은 유럽과 라틴아메리카 지역 연구를 통해 얻어진 연구 성과를 현재 우리의 경우에 대입시켜보고 동아시아 문화 지역화의 ...
첫 번째 중점 연구영역은 지역 블록화의 양상들이 문화 분야에서 어떻게 구체화되어 실천되고 있는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두 번째 중점 연구영역은 유럽과 라틴아메리카 지역 연구를 통해 얻어진 연구 성과를 현재 우리의 경우에 대입시켜보고 동아시아 문화 지역화의 미래를 전망해 보는 것이다.
1) 유럽 유럽 내의 문화적 블록화를 둘러싼 담론에 대한 연구는 크게 세 개의 지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연구 지형은 바로 유럽연합(EU)를 통해 생산되고 있는 공식적인 담론이다. 유럽연합의 공식담론은 1993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128조와 이를 부분적으로 개정한 1997년 암스테르담 조약의 151조를 통해 구체화된다. ‘문화협력’, ‘공동의 문화유산’과 ‘문화 다양성’이라는 세 가지 용어로 집약될 수 있는 이 조항은 한 편으로는 유럽의 정체성을 수립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며 다른 한 편으로는 세계화의 부정적 영향인 문화적 획일화에 맞서 각 국가, 또는 지역의 문화 다양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의 표현이다. 두 번째 연구 지형은 유럽연합의 공식 담론에 대한 개별 회원국가내에서의 반론들이다. 이러한 반론은 유럽인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역사와 체험, 상징과 신화의 부재, 수세기에 걸쳐 국민국가가 위로부터 주입해온 개별 국가단위의 민족의식과 국가의식의 강한 영향, 마지막으로 동유럽 국가들과 터키로 이어지는 유럽연합의 확장으로 인한 이질성의 증가 등, 유럽 정체성의 형성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많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마지막 지형은 문화 세계화를 둘러싼 유럽 지식인들의 성찰과 전망이다. 2003년 “유럽의 대외 정책을 위한 변론”이라는 글을 공동의 이름으로 발표한 데리다와 하버마스, 유럽 차원의 정체성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만 유럽시민사회에 대한 기대를 공유하고 있는 울리히 벡, 문화 세계화의 갈등을 ‘상업화되고 상품화된 문화 산물’과 ‘보편성을 수호하는 문화작품들’과의 갈등으로 보고 있으며 상품화된 문화를 통해 이득을 취하는 상업 권력에 맞서 탈국가적인 예술 창조자들의 인터내셔널을 주장하는 부르디외 의 입장들을 검토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담론에 대응하는 구체적 실천으로서 본 연구팀이 연구할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유럽연합의 통합적인 문화 프로그램들이다. 유럽은 유럽 내의 문화 발전과 문화 소통을 위하여, 보다 구체적으로는 문화유산의 보존, 예술과 문화 창작의 활성화, 서적과 독서 및 번역 지원 등을 위하여 ‘라파엘로’, ‘칼레이도스코프’, ‘아리안’ 등의 사업을 진행해왔고 현재는 ‘문화 2000’ 프로그램을 제안하여 문화종사자와 기관들 간의 협력을 증진시키고자 광범위한 지원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두 번째는 영상과 방송 분야를 들 수 있다. 영상 분야에서는 유럽 차원의 영상 지원제도인 ‘미디어’ 프로그램을, 방송 분야에서는 ‘국경 없는 텔레비전’을 유럽 차원에서의 문화 연대 사례로 볼 수 있다. 예컨대 문화 방송으로서의 ARTE, 정보 방송인 유로뉴스, 스포츠 방송인 유로스포츠와 가장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향후의 통합 TV에 대한 유럽에서의 논의와 전망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는 유럽에서의 교육 문제를 들 수 있다. 실상 유럽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있어 교육은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소크라테스’와 같은 교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유럽연합 내의 통합 교육정책과 교육 교류와 관련된 프로그램들을 연구한다.
2) 라틴아메리카 라틴 아메리카팀의 연구에서 우선적으로 중점이 주어지는 분야는 문화적 영역 중에서 현재 라틴 아메리카 대륙을 묶어주는 가장 뚜렷한 연결고리가 되고 있는 TV 미디어 분야이다. 미디어 영역에서 보자면 사람들은 문화적으로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관습이 있기 때문에 언어적인 동질성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인구를 문화적으로 묶는 데 결정적인 힘이 된다. 이러한 조건을 등에 업고서 멕시코의 Televisa 와 브라질의 TV Globo는 라틴 세계를 묶는 거대한 TV 네트워크로 등장하고 있다. 보통 국영방송으로 시작한 세계 다른 지역의 경우와 달리 대부분의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TV 방송은 처음부터 사적인 사업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국가적인 장벽을 허물기에 매우 유리한 상황에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라틴 아메리카 대륙 내부에서 세계화가 진전되고 기술적으로도 위성을 사용하게 되면서 실제적인 통합의 움직임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TV 프로그램 면에서 라틴 아메리카를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연속극인 텔레노벨라(Telenovela)의 역할이 크다. 멕시코의 Televisa와 함께 베네수엘라의 Venevisión, 브라질의 TV Globo는 텔레노벨라의 생산에 있어 본거지가 되고 있다.
한글키워드
문화 블록,세계화,지역화,유럽,동아시아,한류,문화 산업,라틴 아메리카,문화연구,문화 다양성,문화 정체성
영문키워드
Latin America,Cultural Industries,Globalization,East Asia,EU,Cultural Studies,Cultural Diversity,Cultural Identity,Localization,Korean Wave,Cultural Bloc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국문
본 연구는 세계화가 문화의 영역에서 빚어내는 현상의 하나로서 지역적 블록화를 연구 대상으로 삼아 세계 주요 지역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비교 분석하여 동아시아의 현 상황에 부합하는 새로운 전망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세계화의 경향이 강화됨에 따라 오 ...
본 연구는 세계화가 문화의 영역에서 빚어내는 현상의 하나로서 지역적 블록화를 연구 대상으로 삼아 세계 주요 지역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비교 분석하여 동아시아의 현 상황에 부합하는 새로운 전망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세계화의 경향이 강화됨에 따라 오히려 세계의 각 지역들에서는 블록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일견 모순적으로 보이지만, 실상 세계화라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세계화의 이데올로기적 기반이 신자유주의라고 할 때, 신자유주의의 구현이 개방적인 세계화라는 일관된 형태로만 나타나지 않고, 이해관계에 따라 지역적 블록화라는 새로운 저항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블록화의 경향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지역은 바로 유럽이다. 유럽은 경제공동체의 구성을 기반으로 하여 이제는 법과 사회적 제도와 기구들을 갖춘 유럽연합이라는 초국가적 형태의 새로운 지역 블록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나 2005년 유럽연합 헌법이 네덜란드에 이어 유럽연합을 추동하고 있는 핵심 국가인 프랑스에서 조차 국민투표를 통해 부결되면서 유럽연합의 건설은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이처럼 유럽인들 사이에는 여전히 강한 이질성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에 가입을 원하는 터키의 경우, 유럽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흔히 유럽의 정체성은 역사적으로 그리스 아테네로 대변되는 사유 방식, 로마의 법, 군대정신, 그리고 예루살렘의 유대, 기독교적 전통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터키라는 이질적 존재의 유럽연합 가입은 이러한 유럽 정체성의 전통적 기반을 흔드는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유럽 내에서는 새로운 유럽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이론적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유럽을 이슬람을 포함한 공동의 역사와 문화 전통 위에 세우려는 입장, 민주주의와 법 체제, 그리고 유럽인들의 연대의식 위에 유럽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입장, 상이한 문화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가운데 유럽을 형성해야 한다는 다문화주의, 또는 문화 동거주의의 입장을 들 수 있다. 새로운 문화적 블록의 형성에 있어서 정체성의 문제는 세계화의 거대한 중심인 미국과 인접해 있는 중남미에서도 마찬가지로 가장 큰 논란거리이다. 이를테면 특히 텍사스 지역이 미국과 병합되면서 이 지역의 라틴 정착민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을 그린 빠레데스의 작품은 중남미 지역의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중남미 지역은 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하고 새로운 공동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영상 분야에서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IBERMEDIA 프로그램과 같은 공동의 영상 정책을 통해, 다른 한편으로는 페르난도 솔라나스 감독의 <여행>이나 최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와 같은 영화를 통해 이 지역의 문화 정체성을 담아내려는 시도로 구체화되고 있다. 또한 문화적 블록화에 관한한 중앙아시아 지역도 예외가 아닌데, 소위 이슬람 부흥을 통해 이슬람문화공동체를 지향하는 이 지역에서는 인종적, 종교적 동일성이라는 공통의 토대에도 불구하고 단일한 문화권 내에서 또 다른 지배와 종속을 낳는 상호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동아시아의 경우 지역적 정체성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이 적지만, 문화를 매개로 한 노력들은 점차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뚜웨이밍은 문화중국(文化中國)이라는 공동의 조상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화인(華人)공동체를 형성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최근 동아시아에서 한류의 영향은 그것의 역사적 성격이 동아시아 근대성이라는 지역적인 맥락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한국 드라마인 대장금이 동아시아인들에게 동일한 정서적 일체감을 낳고 있는 것은 향후 동아시아에서 문화공동체의 가능성을 미리 보여주는 일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본 연구는 세계화 속에서 주요 지역의 문화 블록이 형성되는 양상을 구체적으로 연구하였으며, 그 결과 한국이 속해 있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새로운 문화 블록의 가능성과 경로를 전망해 볼 수 있었다.
영문
This project will investigate the cultural responses of several major regions of the world to the current stage of globalization. More specifically, it will focus on the emerging formation of regional cultural blocs in Europe and Latin America. Throug ...
This project will investigate the cultural responses of several major regions of the world to the current stage of globalization. More specifically, it will focus on the emerging formation of regional cultural blocs in Europe and Latin America. Through several in depth comparative case studies, we will analyze the complex dynamics involved in the formation of cultural blocs and develop a better understanding of the future prospects for the East Asian cultural region. With the rapid rise of globalization, certain regions have erected new barriers to globalization through the formation of regional blocs. Although this may seem contradictory, it is in fact simply another side of the coin of globalization. That is, instead of the triumph of a world-wide free market as promised by the neo-liberal ideology underlying the main thrust of the contemporary globalization movement, several areas of the world have begun to resist globalization through the formation of regional blocs. The place where the thrust towards the formation of a regional bloc has been the strongest is Europe. Europe is constructing a new transnational regional bloc called the European Union which has been based on the formation of an economic community and now is increasingly equipped with a social and legal framework. However, even the European Union faced a crisis with the 2005 veto of the European Union’s Constitution by the citizens of Netherlands and France, a nation which had previously been a leading power behind the formation of the Union. A look into the reasons behind the rejection of the European Union’s constitution reveals that the peoples of Europe are still quite heterogeneous. Inside Europe there is an active discussion about how to create an identity for a new Europe. The representative position is one of multiculturalism or cultural pluralism in which the European Union would be built on a shared history and cultural tradition which includes the Islam. It would be based on the principles of democracy and regulated by a legal system. It would establish a sense of European identity based on Europeans’ sense of unity. Furthermore, it would insist that the autonomy of different cultures be guaranteed. The issue of how to formulate a collective cultural identity is not only a problem for Europe. The unfolding of a similarly complex dynamic can be seen in Central and South America. The cultural identity confusion that comes from Central and South America’s geographical positioning next to the United States, the center of globalization, has been an impediment to the formation of a Central and South American Cultural Bloc. As seen in the work of Americo Paredes, the cultural identity confusion experienced by Latino residents/settlers in Texas when Texas was annexed by the United States is symbolically representative of similar difficulties experienced in other Central and South American states. There have been many efforts made in the audiovisual field to overcome the difficulties of constructing a Central and South American collective regional identity. Joint audio visual polices like the IBERMEDIA program are one such attempt to establish a regional collective cultural identity. Asia is closely related to common historical characteristics of modernity in the East Asian region. In particular, the fact that the Korean drama Dae Jang Geum ("Jewel in the Palace") has succeeded in appealing to common feelings among East Asians shows palpable possibilities for the formation of an East Asian cultural collective in the future.
연구결과보고서
초록
본 연구는 세계화라는 현재의 국면에서 세계 주요 지역에서 문화를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는 대응 방식 중 특히 지역 블록화를 그 연구 대상으로 삼아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보고 각 지역들 간의 비교 연구를 통해 동아시아의 현 상황에 부합하는 새로운 전망을 이끌어내 ...
본 연구는 세계화라는 현재의 국면에서 세계 주요 지역에서 문화를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는 대응 방식 중 특히 지역 블록화를 그 연구 대상으로 삼아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보고 각 지역들 간의 비교 연구를 통해 동아시아의 현 상황에 부합하는 새로운 전망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세계화의 경향이 강화되면서 모순되게도 세계의 각 지역들은 블록화를 통해 울타리를 치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모순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세계화가 지닌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세계화의 이데올로기적 기반이 신자유주의라고 할 때 신자유주의의 구현이 개방적인 세계화라는 일관된 형태로 나타나지 않고 이해에 따라 지역 블록화라는 저항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블록화의 경향이 가장 강력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유럽이다. 유럽은 경제공동체의 구성을 기반으로 하여 이제는 법과 사회적 제도와 기구들을 갖춘 유럽연합이라는 초국가적 형태의 새로운 지역 블록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나 2005년 유럽연합 헌법이 네덜란드에 이어 유럽연합을 추동하고 있는 핵심 국가인 프랑스에서 조차 국민투표를 통해 부결되면서 유럽연합의 건설은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헌법이 부결된 원인을 살펴보면 유럽인들에게 여전히 강한 이질성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현재 유럽연합에 가입을 원하는 터키의 경우 유럽인들에게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흔히 유럽의 정체성은 역사적으로 그리스 아테네로 대변되는 사유 방식, 로마의 법, 군대정신, 그리고 예루살렘의 유대, 기독교적 전통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터키라는 이질적 존재의 유럽 가입은 이러한 유럽 정체성의 전통의 기반을 흔드는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이로부터 유럽 내에서는 새로운 유럽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이론적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유럽을 이슬람을 포함한 공동의 역사와 문화 전통 위에 세우려는 입장, 민주주의와 법 체제, 그리고 유럽인들의 연대의식 위에 유럽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입장, 상이한 문화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가운데 유럽을 형성해야 한다는 다문화주의, 또는 문화 동거주의의 입장을 들 수 있다. 문화 정체성의 문제는 단지 유럽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남미에서도 동일한 현상들이 목격된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세계화의 중심과 맞닿아있는 이 지역의 경우 문화 정체성의 혼란은 중남미 지역이 하나의 문화 블록을 형성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텍사스 지역이 미국과 병합되면서 이 지역의 라틴 정착민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을 그린 빠레데스의 작품은 중남이 지역의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중남미 지역은 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하고 새로운 공동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영상 분야에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IBERMEDIA 프로그램과 같은 공동의 영상 정책을 통해, 다른 한편으로는 페르난도 솔라나스 감독의 <여행>이나 최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와 같은 영화를 통해 이 지역의 문화 정체성을 담아내려는 시도로 구체화되고 있다. 동아시아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공동의 정체성을 끌어내려는 움직임이 적다. 그러나 맹아적인 차원이나마 문화를 매개로 한 새로운 노력들이 시작되고 있다. 예를 들어 뚜웨이밍은 ‘文化中國’이라는 공동의 조상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華人’공동체를 형성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최근 동아시아에서 ‘한류’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한류의 역사적 성격이 동아시아 근대성이라는 지역적인 맥락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특히 한국 드라마인 <대장금>이 동아시아인들에게 동일한 정서적 일치감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향후 동아시아에서의 문화 공동체 형성의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단초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각 지역의 문화 블록이 정체성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과정과 그 문제점들을 연구하였으며 그 결과 한국이 속해 있는 동아시아 지역에 있어 새로운 문화 블록의 가능성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연구결과 > 1> 본 연구는 세계의 대표적인 문화권들에서 지역화가 노정하고 있는 다양한 양상과 모순적인 성격들을 차이와 통합, 다양성의 보장과 정체성의 확보라는 관점에서 살펴봄으로써 새로운 문화적 지역화의 가능성을 추적하였다. 2> 현재 각 지역에서 진행되 ...
< 연구결과 > 1> 본 연구는 세계의 대표적인 문화권들에서 지역화가 노정하고 있는 다양한 양상과 모순적인 성격들을 차이와 통합, 다양성의 보장과 정체성의 확보라는 관점에서 살펴봄으로써 새로운 문화적 지역화의 가능성을 추적하였다. 2> 현재 각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체적인 지역화의 사례들을 문학, 미디어, TV, 영화, 대중음악, 시민운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살펴보았다. 3> 세계의 다양한 지역 연구를 통해 얻어진 연구 성과를 현재 우리의 경우에 대입시켜 동아시아 문화 지역화의 미래를 전망해 보았다. 4> 유럽은 유럽 내의 문화 발전과 문화 소통을 위하여, 보다 구체적으로는 문화유산의 보존, 예술과 문화 창작의 활성화, 서적과 독서 및 번역 지원 등을 위하여 ‘라파엘로’, ‘칼레이도스코프’, ‘아리안’ 등의 사업을 진행해왔고 현재는 ‘문화 2000’ 프로그램을 제안하여 문화종사자와 기관들 간의 협력을 증진시키고자 광범위한 지원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5> 영상 분야에서는 유럽 차원의 영상 지원제도인 ‘미디어’ 프로그램을, 방송 분야에서는 ‘국경 없는 텔레비전’을 유럽 차원에서의 문화 연대 사례로 볼 수 있다. 예컨대 문화 방송으로서의 ARTE, 정보 방송인 유로뉴스, 스포츠 방송인 유로스포츠와 가장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향후의 통합 TV에 대한 유럽에서의 논의와 전망을 살펴보았다. 6> 유럽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있어 교육은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소크라테스’와 같은 교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유럽연합 내의 통합 교육정책과 교육 교류와 관련된 프로그램들을 연구하였다. 유럽과 라틴아메리카 그리고 이슬람 세계의 문화 블록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화의 역학 관계들을 검토하게 될 본 연구팀의 연구성과는 한류와 관련된 문화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요긴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일정규모의 이상의 큰 시장을 요구하는 세계화 시대의 문화논리 속에서 동아시아권을 공통의 문화시장으로 엮어내기 위한 논의에 있어서도 유럽과 라틴 아메리카의 문화시장통합 정책들은 유익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EU의 문화상품에 대해 특혜를 주는 EU의 정책들이나 라틴 아메리카 문화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초국가적으로 협력하는 라틴 아메리카 지역의 문화전략들은 장차 동아시아권의 문화 전략에 요긴한 참조가 될 것이다. 본 연구팀은 이번 연구 성과를 단행본 연구서로 출판하고자 한다. 연구서는 모두 3부로 나뉘게 될 것이다. 연구서의 1부에서는 각 지역에서 연대의 문제를 말하고 있는 대표적인 지성들의 논의들을 분석, 정리하는 것이다. 각 지역 지성들의 문화 연대 논의가 정리되어 수록될 것인 바, 이 연구서는 ‘동아시아 담론’, ‘유럽담론’, ‘라틴아메리카 담론’, ‘이슬람 담론’의 현주소를 보여주게 될 것이다. 2부에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분석하는 것으로서 현재 유럽과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문화적 지역연대의 사례들을 수록하고 그 의미를 분석한다. 각 영역의 다양한 사례들이 자세하게 분석될 것이다. "유럽의 문화적 통합 논리와 유럽의 공용 TV 실험", "라틴아메리카 영화시장의 통합 논리와 그 실천" 등이 그 예가 될 것이다. 3부에서는 유럽과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동아시아와 이슬람 지역 문화블록화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의 향방을 전망한다. 이를 위해 각 지역의 경우와 비교하여 동아시아 연대의 특징과 성격을 검토하고 또한 각 지역의 앞선 실험들을 동아시아와 이슬람의 경우에 대입시켜 그 적용 가능성을 전망해 보고자 한다. 예로써 "동아시아 공동 TV 채널 개설의 전망과 문화 연대적 의의", "동아시아 대중문화시장 통합과 이를 통한 폐쇄적 국가주의의 극복전망", "이슬람 지역의 문화통합 양상" 등의 연구를 들 수 있다.
색인어
문화 블록화, 동아시아, 세계화, 지역 블록화,신자유주의, 유럽 경제공동체,
유럽연합, 초국가, 다문화주의, 문화 세계화, 유네스코, ‘문화 다양성 선언’, ‘문화 다양성 협약’, 문화적 획일주의, 지역 연대, 라틴아메리카, 보호와 통제, 세계화의 양면성, ‘우루과이 라운드’, ‘다자간 투자협정’, 스크린 쿼터, 보호주의적 정책, ‘한류’, 문화제국주의, 문화 산업, 미시지역화 경향, 전통적 분리주의, 문화적 국수주의, ‘文化中國’, ‘華人’공동체, 동아시아 근대성, 대장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