홉킨스의 Of One Blood는 시공간을 초월하고, 개인의 의식과 (서구 백인)역사의 한계를 벗어나, 인종의 의미를 범아프리카적으로 확장하면서 흑인민족성의 의미를 새롭게 모색하고 있다. 본 연구는단절된 과거/기억 속에서 잊혀져 온 흑인정체성의 회복의 문제에 먼저 그 ...
홉킨스의 Of One Blood는 시공간을 초월하고, 개인의 의식과 (서구 백인)역사의 한계를 벗어나, 인종의 의미를 범아프리카적으로 확장하면서 흑인민족성의 의미를 새롭게 모색하고 있다. 본 연구는단절된 과거/기억 속에서 잊혀져 온 흑인정체성의 회복의 문제에 먼저 그 초점을 맞춘다. 작품에서 단절된 과거는 “하나의 혈통”이라는 의미체계 속에서 모두 연결되고 있는데, 주인공들의 기억 상실 내지는 억압상태가 어떻게 그들의 흑인정체성과 연결되어 있는지 면밀히 탐색될 것이다.
홉킨스는 작품에서 패싱현상을 흑인중심적 입장에서 새롭게 투시하면서, 인종성(흑인성과 백인성)의 차이는 개인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정의한다. 여기서 인종정체성은 숨겨진 자아에 의해서만 보존되어진, 잊혀져 온 기억/과거와 직결되고 있다. 때문에 작가가 주장하는 “숨겨진 자아”의 의미가 오염되지 않은 아프리카 흑인유산(순수 혈통)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이 20세기를 들어서고 있는 흑백 모두에게 내면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자아(“hidden self”)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는 것인지 탐색되어야 한다.
홉킨스는 노예역사 속에서 아프리카 흑인혈통이 백인들의 강간행위에 의해 치명적으로 오염되어 왔으며, 그것은 흑인혈통 체계를 혼돈 그 자체로 만들었음을 역설한다. 그 결과 근친상간이라는 비극적 유산을 노예제도가 남기고 있음을 통렬히 비판하면서, 흑인여성의 입장에서 역사를 재구성하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낸다. 여기서 패싱이나 혼혈행위 그 자체는 근친상간 행위와 직결되고 있는 것이다. 작품은, Livingston가문과 세 남녀주인공을 통해, 남부 백인 상류층의 혼혈과 근친상간 문화는 노예제도 하에서 암묵적으로 억압되고 숨겨져 온 남부사회의 비밀스런 치부, 즉 미국인 내면에 숨겨진 또 다른 자화상(“hidden self”)으로서 과거를 재고할 필요성을 독자에게 절박하게 문제제기하고 있다 하겠다.
물론 작품은 주인공 Reuel을 통해 19세기 흑인문학(노예서사)에서 등장하고 있는 남성상을 벗어나, 20세기적인(하버드대 학벌과 의사로서 장래유망한) “새로운 흑인”(New Negro)의 한 유형을 창조한다. 하지만 동시에 작품은 그 유형이 안고 있는 치명적인 한계, 즉 주인공의 패싱으로 인한 또 다른 비극적 차원을 보여준다. 작품의 세주인공들, Reuel, Dianthe, Aubrey는 모두 같은 부모의 피를 나눈 형제들로 백인으로 패싱하고 있으며, 그들의 인종성은 근친상간의 비극적 역사로부터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당시 미국 남부사회에서 담론화되어 온 근친상간의 의미체계, 그 역사적․문화적 배경연구도 철저히 요구된다. 3대를 걸쳐 계속되고 있는 근친상간의 비극 속에서, 홉킨스의 주인공들이 자신들의 “숨겨진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발견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들 삶의 혼돈 그 자체, 즉 이중삼중의 근친상간, 두 오빠와의 중혼, 살해, 그리고 자살이란 비극적 운명들인 것이다. 그것은 곧 미국의 현실 속에서는 그들이 “숨겨진” 자신의 진실된 인종 정체성을 찾는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함을 강조하는 작가의 상당히 회의적인 인종관을 엿볼 수 있다. 때문에 홉킨스는 살아남은 Reuel이 진정한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그를 고대 아프리카로 시공간을 이동시켜야 했다.
미국노예사의 과거가 20세기를 들어서는 미국흑인들의 인종정체성에 남기고 있는 정신적 외상과 육체적 상흔들이 작품에서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지를 면밀히 탐색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때문에 본 과제는 근친상간이 기억과 흑인정체성의 의미화과정 뿐만 아니라 흑인여성의 몸과도 어떻게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도 추적할 것이다. 작품에서 흑인여성의 몸은 아프리카 흑인혈통의 정통성을 보존한다는 논지와 맞물려 생각할 때, 바로 그 구심점에 자리잡고 있는 의미체계이다. 하지만 정작 여주인공 Dianthe의 여성성은 수동적인 여성이미지의 전형으로, 남성들의 욕망의 대상 즉 성적으로 대상화되고 있는 몸일 뿐만 아니라, 그녀의 여성적 ‘주체’는 남성에 의해 재창조되고 그녀의 몸은 남성에 의해 전유당하는 몸인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Mira)와 할머니(Aunt Hannah)는 Dianthe와는 다른 전복적인 여성공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기존의 흑인(남성)작가들의 글쓰기와는 상당히 차별적으로, 인종문제(패싱, 흑인 인종성, 근친상간)를 새롭게 의미화하면서 흑인 여성공간을 접근하고 있는 홉킨스가 어떻게 흑인여성적 글쓰기의 전통에 그 초석을 깔고 있는 지를 탐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