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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과제 상세정보

14-16 세기 지중해에서의 향신료 무역
  • 연구자가 한국연구재단 연구지원시스템에 직접 입력한 정보입니다.
사업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연구과제번호 2007-327-A00104
선정년도 2007 년
연구기간 2 년 (2007년 12월 01일 ~ 2009년 11월 30일)
연구책임자 남종국
연구수행기관 동국대학교
과제진행현황 종료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역사발전의 주체는 인간이다. 그렇지만 때론 상품, 기술 등과 같은 요소들도 역사 발전의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예를 들어 향신료는 중세 말과 근대 초 유럽 역사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대표적인 상품이었다. 1498년 5월 20일 인도의 캘리컷에 도착한 포르투갈의 탐험가 바스코 다가마가 “향신료와 기독교인”을 찾아서 왔다고 한 말에서 잘 드러나듯이 유럽이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섰던 중요 이유 중의 하나가 향신료였던 것이다. 유럽인들의 향신료에 대한 욕구는 고대부터 있었고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강해졌다. 주로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된 향신료는 중동을 거쳐 지중해를 통해 유럽 세계로 수입되었다. 지중해를 통한 향신료 무역은 유럽인들에게 매우 수지맞는 장사였기에 이를 둘러싼 유럽 상인간의 경쟁은 매우 치열했었다. 이에 더해 향신료의 원산지로부터 지중해까지의 중간 교역로를 장악하기 위해서 여러 세력들이 경쟁했다.
    본 연구는 향신료라는 상품을 통해서 중세 말에서 근대 초까지 유럽의 경제발전을 조망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르네상스와 유럽의 지리적 팽창은 지중해에서의 향신료 무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부르크하르트가 르네상스를 대표할 도시로 꼽았던 베네치아와 피렌체가 고전문화의 부활과 새로운 문화 창조를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지중해 무역을 통해 벌어들인 부 덕분이었다. 게다가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기반으로서 뿐만 아니라 11세기 이후 유럽 경제를 활성화시킨 것도 지중해를 통한 향신료 무역이었다. 11세기 이후 전 유럽에 활기를 불러 넣은 것은 대규모의 국제적인 상업의 부활이었고, 그 핵심적인 내용은 원격지 무역인 지중해 무역의 활성화였다.
    이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중해를 통한 향신료 무역이 유럽 경제 발전에 얼마큼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베네치아의 성공사례와 16세기 유럽 경제의 무게중심 이동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이를 고찰할 것이다. 중세 말 베네치아가 유럽 제일의 경제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지중해에서의 향신료 무역이라는 기본 전제에서 출발해서 향신료 무역이 베네치아의 상업적 성공에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가늠할 것이다. 향신료 무역의 상대적 중요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전체 무역에서 향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을 상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16세기 유럽 경제의 무게중심이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옮겨갔다는 해석은 지중해 향신료 무역이 쇠퇴했다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그래서 본 연구는 인도항로 발견 이후 지중해 향신료 무역의 흥망을 분석함으로써 16세기 유럽 경제의 무게중심이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옮겨갔다는 역사해석을 비판적으로 고찰할 것이다. 이를 통해 향신료가 유럽 경제 발전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많은 연구자들이 이 문제에 관한 답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논란이 남아 있다. 페르낭 브로델이 자신의 저서 『필립 2세와 지중해 세계』에서 제기한 문제는 지중해 세계의 쇠퇴 원인이 무엇이고 쇠퇴 시점이 언제인가 하는 문제였다. 길 마르틴은 유럽 경제 공동체에서 지중해의 중요성이 감소한 현상을 선박과 해전에서의 기술적인 변화를 통해서 설명하고자 했다. 기본적으로 16세기 들어서 지중해의 중요성이 감소했다 또는 무게중심이 대서양으로 완전히 이동했다는 해석은 바스코 다가마의 인도 항로 발견으로 인해 지중해를 통한 향신료 무역이 쇠퇴했다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다.
    본 연구의 또 다른 목표는 향신료를 둘러싼 많은 과장과 억측을 제거하는 것이다. “향신료는 고가의 사치품”, “향신료는 부와 지위의 상징” 등과 같은 이야기는 모든 시대에 통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200가지가 넘는 다양한 향신료가 있었고, 향신료별 가격 차이도 상당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향신료는 무조건 비쌌다는 주장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향신료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연구 경향을 비판하고 좀 더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해석을 시도할 것이다. 사실 향신료가 유럽 경제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지나치게 과장하는 경향이 있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중세 지중해 무역에 대한 대표적인 개설서를 저술한 독일사가 하이드(Heyd)와 유대인 역사가 애쉬터(Ashtor)는 향신료 무역이 지중해 무역의 동력원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의 연구들은 향신료 이외에 지중해에서 거래되었던 다양한 상품들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기존의 연구가 지중해 무역에서 향신료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너무 지나치게 과장했었다는 새로운 해석을 제기한다. 본 연구는 기존의 해석과 최근의 연구 성과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더 나아가 구체적인 사료 연구를 통해 종합적인 결론을 도출할 것이다.
  • 기대효과
  • 본 연구는 서양사에서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공백으로 남아 있었던 분야를 소개한다는 점에서 일차적인 의미가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향신료에 관한 기본 개설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서양사 전반을 다루는 개설서에서도 중세 말과 근대 초 향신료 무역에 대한 설명은 매우 단편적이고 짧다. 즉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는 참조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본 연구는 국내 학계에 잘못 알려졌거나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은 역사 해석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향신료에 관해서 최근에 번역된 책들이나 국내에서 저술된 책들은 전문 역사가의 저술이 아니며 주로 음식 문화와 관련된다. 더욱 중요한 문제점은 이러한 책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매우 피상적이거나 종종 잘못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본 연구는 국내 서양사학계에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는 것 이외에 학제간의 공동 연구를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향신료 무역은 기본적으로 동서무역이다. 즉 향신료의 원산지는 주로 인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였고, 그런 연유로 향신료 무역은 동서양이 접촉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상품이기도 했다.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된 향신료는 이슬람 세계를 통해 유럽으로 수출되었다. 본 연구는 이러한 향신료 무역의 전체 흐름 중에서 이슬람 세계에서 서유럽으로 유통되는 과정만을 다루겠지만 앞으로 인도양에서의 향신료 무역을 함께 연구한다면 향신료 무역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연구요약
  • 본 연구는 2년 과제로 3편의 논문을 작성할 것이다. 중세 말과 근대 초 사이 지중해에서의 향신료 무역을 하나의 논문에 담아내기는 많은 점에서 무리가 있다. 우선 향신료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통용되는 스파이스(spices)는 중세 유럽인들의 그것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향신료는 음식의 맛과 향을 돋우기 위한 양념류를 뜻하지만 중세 유럽인들에게 스파이스는 좀 더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 종류 또한 다양했다. 게다가 용도와 소비 형태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러한 사정을 감안해 본 연구의 1단계 과제는 중세 말 유럽에서의 향신료에 관한 연구이다. 여기에서는 향신료의 종류 및 그 용도에 관해서 자세하게 알아볼 것이다.
    둘째로 중세 말과 대항해 시대의 향신료 무역은 구조적인 변화를 겪었고, 시대별 논쟁점 또한 상이하기 때문에 이를 한 논문에서 다루기가 어렵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고 1단계 연구를 통해 얻은 향신료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를 심화시켜 2단계와 3단계 연구에서는 시대별로 향신료 무역이 어떻게 변화 발전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2단계 과제는 중세 말 지중해에서의 향신료 무역이다. 중세 말 지중해 향신료 무역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베네치아 상인들이 향신료 무역을 독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베네치아 상인들은 제노바 상인들, 카탈로니아 상인들, 피렌체 상인들, 그리고 남불 상인들을 제치고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했다. 14세기 후반 베네치아 정부가 향신료 수송을 전담하기 위해 도입한 갤리 상선단 제도는 향신료 무역에서 베네치아의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최종적으로 향신료 무역은 베네치아의 국부의 근간이 되었고 베네치아가 중세 말 유럽 제일의 경제 중심지로 성장하는 원동력이었다.
    베네치아가 향신료 무역을 독점한 것을 설명하기 위해 동방의 향신료 시장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시리아의 베이루트, 콘스탄티노플과 로도스가 중세 말 유럽 상인들이 향신료를 구입하는 주요 시장들이었다. 각각의 시장의 규모, 판매되는 향신료의 종류와 특징 등에 대한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 최종적으로는 각각의 시장에서 유럽 상인들의 향신료 거래 규모를 구체적으로 알아볼 것이다. 개별 상인들의 향신료 구입을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지만 현지에서 활동한 상인들의 규모를 통해서 상대적인 비중을 평가할 것이다.
    3단계 과제는 대항해 시대 이후 즉 16세기 지중해에서의 향신료 무역이다. 바스코 다가마의 항해로 개척된 인도 항로는 지중해 향신료 무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런 점에서 이 사건은 향신료 무역에서 중요한 분수령 역할을 한 것이다. 그래서 3단계 연구에서는 인도 항로의 발견이 지중해 향신료 무역에 미친 영향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또한 16세기는 유럽 경제의 무게 중심이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넘어간 시기로 인정받고 있다. 16세기 지중해에서의 향신료 무역의 쇠퇴가 이러한 움직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도 항로의 발견 이후 지중해 향신료 무역의 흥망은 이후의 유럽 경제 발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반 해석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즉 16세기 지중해 무역은 여전히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고, 최종적인 무게 중심 이동은 17세기에 가서야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3단계 연구는 유럽 경제의 무게중심 이동이라는 거시적인 문제인식과 연관된다. 그렇기 때문에 16세기 지중해에서의 향신료 무역이 성장했느냐 아니면 새로운 항로의 개척으로 인해 몰락했느냐 하는 문제는 위의 거시적인 해석에 대한 하나의 답으로서도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 한글키워드
  • 베네치아,바르셀로나,제노바,포르투갈,지중해,생강,후추,향신료,대항해시대,중세말,코카선,갤리선,이탈리아 상인,레반트 무역,인도항로,향신료 교역로,베네치아 상인
  • 영문키워드
  • Galleys,Later Middle Ages,Levant trade,Indian routes,Merchants of Venice,Italian merchants,Portugal,Barcelona,Venice,Mediterranean,Ginger,Pepper,Spices,Genoa,Spices trade routes,Age of discovery,Coques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 국문
  • 본 연구는 14-6세기 지중해에서의 향신료 무역을 다루며 3가지 논문으로 구성될 것이다. 2009년 연구 성과 중 일부를 하나의 논문으로 발표했다. 논문의 제목은 중세 말 유럽에서의 향신료이다. 다음은 논문의 요약문이다.

    본 논문은 중세 유럽인들이 왜 그토록 향신료를 갈구했는지를 밝히는 논문이다. 이를 위해서 우선 중세 말 유럽에서 향신료가 어떤 의미와 용도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분석해야만 할 것이다. 그래서 본 논문에서는 향신료에 관한 여러 가지 측면들을 상세하게 분석할 것이다.
    우선 향신료를 뜻하는 스파이스라는 영어 단어의 어원이었던 라틴어 스페키에스의 의미를 명확히 했다. 원래 스페키에스는 땅에서 생산되는 모든 산물을 뜻하는 용어였는데 후에 후추, 생강, 육계, 정향과 같은 근대적 의미의 향신료만을 지칭하게 되었다. 본 논문에서는 중세 가장 일반적인 향신료는 후추, 생강과 육계였음을 보여주었다.
    그 다음 본 논문은 향신료의 용도를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용도는 약재와 음식 재료였다. 중세 말 많은 요리책들은 향신료가 중세 요리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재료였음을 증명한다. 향신료는 거의 모든 요리에 사용되었다. 또한 향신료는 약재로 간주되었다. 의학에서 향신료의 중요성은 신체의 체액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이었다. 중세 의학 이론에 따르면 건강과 체질은 4가지 체액의 균형에 좌우되었다.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체액의 불균형을 막는 것이었다. 향신료는 따듯하고 건조한 성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차고 습기가 있는 고기와 생선을 중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논문은 향신료에 관한 중세인들의 환상을 분석했다. 동방 구체적으로 인도는 유럽인들에게 값비싼 것들로 가득한 환상의 땅이었다. 가장 환상적인 믿음 중의 하나는 향신료가 인도 동쪽 끝에 위치한 지상낙원으로부터 발원하는 4개의 강을 따라 지상 세계로 흘러나온다는 이야기였다. 아시아에 위치한 가장 환상적인 꿈의 나라는 요한 왕국이었고 요한 왕국에는 향신료가 풍부했다. 이러한 유럽인들의 믿음 덕분에 동방산 향신료는 특별한 효능과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결국 향신료의 용도뿐만 아니라 향신료에 대한 환상이 유럽인들로 향신료 향신료의 생산지인 인도를 찾아 모험여행을 떠나게 만들었던 것이다.

  • 영문
  • Spices in Europe in the Later Middle Ages

    This article aims to answer the question why Europeans craved for the oriental spices with passion during the Middle Ages, which would drive them to the edges of the world in their pursuit. It investigates in detail several aspects concerning the spices.
    First, it clarifies the meaning of the medieval latin word, species, from which the modern spices derived. The species had designated almost everything produced in the soil and came to signify only modern common spices such as pepper, ginger, cinnamon, cloves etc. This article shows that the major oriental spices in common use were pepper, ginger and cinnamon.
    Then it explores for what purposes Europeans used spices. Their two main usages were culinary and pharmaceutic. Many cookbooks of the Later Middle Ages testify that spices were essential ingredients for most of medieval recipes. Spices were everywhere in medieval gastronomy. Spices also were considered drugs. The importance of spices in the medicine was their role in harmonizing the body's primary fluids, or humors. According to theories of health in the Middle Age, health as well as personality were governed by four bodily fluids, the four humors: blood, yellow bile, black bile and phlegm. To have healthy living was to prevent humoral imbalance. Spices were mostly hot and dry and therefore effective at counteracting the moist or cold properties of many kinds of meat and fish.
    Finally, it investigates marvellous and fantastic imageries of spices. The Orient or more specifically the India represented a marvellous land full of valuables gems, aromatic plants, strange humans and animals for Europeans. One of the most fantastic beliefs was that spices were brought down by the rivers of the earthly Paradise or found in the regions of the India, specially near the Paradise. The most famous of dreamlands in Asia was the kingdom of Prester John where spices were produced near the fountain of Youth deriving from the Paradise. For those reasons, oriental spices had mysterious effects.
    In summary, not only practical usages of spices but also mystification of spices have driven Europeans to search for the kingdom of Christians and spices in the Later Middle Ages.

연구결과보고서
  • 초록
  • 역사발전의 주체는 인간이다. 그렇지만 때론 상품, 기술 등과 같은 요소들도 역사 발전의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예를 들어 향신료는 중세 말과 근대 초 유럽 역사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대표적인 상품이었다. 1498년 5월 20일 인도의 캘리컷에 도착한 포르투갈의 탐험가 바스코 다가마가 “향신료와 기독교인”을 찾아서 왔다고 한 말에서 잘 드러나듯이 유럽이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섰던 중요 이유 중의 하나가 향신료였던 것이다. 유럽인들의 향신료에 대한 욕구는 고대부터 있었고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강해졌다. 주로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된 향신료는 중동을 거쳐 지중해를 통해 유럽 세계로 수입되었다. 지중해를 통한 향신료 무역은 유럽인들에게 매우 수지맞는 장사였기에 이를 둘러싼 유럽 상인간의 경쟁은 매우 치열했었다. 이에 더해 향신료의 원산지로부터 지중해까지의 중간 교역로를 장악하기 위해서 여러 세력들이 경쟁했다.
    본 연구는 향신료라는 상품을 통해서 중세 말에서 근대 초까지 유럽의 경제발전을 조망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르네상스와 유럽의 지리적 팽창은 지중해에서의 향신료 무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부르크하르트가 르네상스를 대표할 도시로 꼽았던 베네치아와 피렌체가 고전문화의 부활과 새로운 문화 창조를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지중해 무역을 통해 벌어들인 부 덕분이었다. 게다가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기반으로서 뿐만 아니라 11세기 이후 유럽 경제를 활성화시킨 것도 지중해를 통한 향신료 무역이었다. 11세기 이후 전 유럽에 활기를 불러 넣은 것은 대규모의 국제적인 상업의 부활이었고, 그 핵심적인 내용은 원격지 무역인 지중해 무역의 활성화였다. 당시 지중해 무역에서 핵심 거래 품목은 후추, 생강, 육두구와 같은 향신료였다.
    왜 14-16세기인가? 14-6세기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려는 일차 이유는 이 시기가 향신료 무역에서 중요한 전환점이기 때문에 향신료 무역이 유럽 경제와 물질생활에 가져온 변화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에서 향신료 소비에 큰 변화가 있었던 시기는 중세 말 즉 14-5세기였다. 고대부터 이미 유럽 세계에 향신료는 알려져 있었지만 그 수입이 제한되어 매우 비싸게 거래되었다. 중세 말 이전까지 향신료는 여전히 비싼 사치품으로서 그 소비가 일부 계층에 한정되어 있었다. 중세 말 향신료의 수입이 늘어나면서 대표적인 향신료였던 후추와 생강은 점점 더 많은 계층이 소비할 수 있는 상품으로 변해갔다. 16세기는 바스코 다가마에 의한 인도 항로 발견으로 지중해를 통한 기존의 향신료 무역이 시련을 겪으면서 새로운 노선을 제치고 살아남느냐 아니면 보조적인 역할로 추락하거나 최종적으로 몰락하느냐라는 위기의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중해를 통한 향신료 무역이 유럽 경제 발전에 얼마큼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베네치아의 성공사례와 16세기 유럽 경제의 무게중심 이동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이를 고찰할 것이다. 중세 말 베네치아가 유럽 제일의 경제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지중해에서의 향신료 무역이라는 기본 전제에서 출발해서 향신료 무역이 베네치아의 상업적 성공에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가늠할 것이다. 향신료 무역의 상대적 중요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전체 무역에서 향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을 상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연구계획서에서 언급했던 기대효과 및 활용방안은 다음과 같다. 2년간 본 연구에 관련된 문헌들을 수집했으며 2009년 여름 한 달 동안 이탈리아 문서고와 파리의 국립도서관에서 2차 문헌과 사료들을 추가로 확보했다. 그리고 이러한 자료를 분석해 계획했던 3개의 논문 중의 하나를 이미 출판했다.

    본 연구는 서양사에서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공백으로 남아 있었던 분야를 소개한다는 점에서 일차적인 의미가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향신료에 관한 기본 개설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서양사 전반을 다루는 개설서에서도 중세 말과 근대 초 향신료 무역에 대한 설명은 매우 단편적이고 짧다. 즉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는 참조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본 연구는 국내 학계에 잘못 알려졌거나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은 역사 해석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향신료에 관해서 최근에 번역된 책들이나 국내에서 저술된 책들은 전문 역사가의 저술이 아니며 주로 음식 문화와 관련된다. 더욱 중요한 문제점은 이러한 책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매우 피상적이거나 종종 잘못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본 연구는 국내 서양사학계에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는 것 이외에 학제간의 공동 연구를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향신료 무역은 기본적으로 동서무역이다. 즉 향신료의 원산지는 주로 인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였고, 그런 연유로 향신료 무역은 동서양이 접촉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상품이기도 했다.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된 향신료는 이슬람 세계를 통해 유럽으로 수출되었다. 본 연구는 이러한 향신료 무역의 전체 흐름 중에서 이슬람 세계에서 서유럽으로 유통되는 과정만을 다루겠지만 앞으로 인도양에서의 향신료 무역을 함께 연구한다면 향신료 무역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색인어
  • 향신료(spices), 스페키에스(species), 후추(pepper), 생강(ginger), 육계(cinnamon), 지상 낙원(paradise), 체액설(theory of humors)
  • 연구성과물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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