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1949.8-1954.3, 통권21호)는 단정수립 후부터 한국전쟁 직후까지 발행된 순문예지이다. 전쟁으로 말미암아 12호부터는 휴간과 속간을 거듭해 월간지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지만, 이 시기가 전시상황이었고 또 문학의 발표매체가 '육군종군작가단'에서 ...
<문예>(1949.8-1954.3, 통권21호)는 단정수립 후부터 한국전쟁 직후까지 발행된 순문예지이다. 전쟁으로 말미암아 12호부터는 휴간과 속간을 거듭해 월간지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지만, 이 시기가 전시상황이었고 또 문학의 발표매체가 '육군종군작가단'에서 발행한 <전선문학>(1952.4-1953.12, 통권7호)과 국방부 기관지였던 <승리일보> 정도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문예>는 그 존재 자체로 의미있는 것이었다. 더욱이 <문예>가 단정수립을 계기로 좌우 이념 대립에 편승한 문단의 대결구도가 완전 종식되고, 우익 문예진영이 주도권을 장악한 가운데 순수문학이 한국 현대문학의 주류 미학으로 자리 잡아가는 1949-1953년 문단의 중심 매체였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주목을 끈다. 이는 역으로 <문예>의 성격과 위상에 대한 규명이 이 시기 문학지형을 조감하는데 나아가 해방 후 한국문단의 형성과 주류 미학으로 군림해온 순수문학의 시원을 밝히는데 매우 긴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문예>에 대한 연구는 매우 소략하다, 대체로 문단사의 관점에서 우익 문예조직의 대표적인 발표매체였다는 정도로 수렴된다. 본 연구는 그동안 <현대문학>의 신화에 가려 그 전신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되어온 <문예>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에 일차적인 목표가 있다. 필자가 보기에 <문예>의 문학사적 의의는 단정수립을 계기로 새롭게 조성된 문화상황에서 순수문학론의 제도화를 확립하는 매체적 거점이었다는데 있다. 해방 후 좌익문학과의 대타성을 통해 자기동일성을 획득해왔던 우익문학은 단정수립을 계기로 그 존재조건을 상실하게 되고 따라서 문학 장의 새로운 재편이 요구되는 상황이 초래된다. 그것은 문학조직의 건설과 독자적인 매체 확보를 통해 가능한 것이었는데, <문예>는 바로 이런 의도된 기획의 일환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조정 국면에서 등장한 <문예>는 다양한 전략을 통해 순수문학 담론을 생산, 유포하고 규범화하는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순수문학이라는 한국 현대문학의 전범적 모델제시와 함께 추천제라는 등단제도를 구축함으로써 <문예 >는 명실상부한 당대 순수문학의 요람이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한국전쟁이라는 돌발 상횡이 발생하면서 더욱 전폭적으로, 효과적으로 진행된다. 본 연구는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개의 하위 과제를 설정하고 그 각각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다. 첫째, 단정수립 후 문학상황을 종합적으로 고찰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단정수립 후 극우반공체제가 성립되면서 반공이데올로기 이외의 어떠한 사상 조류도 공론의 장에서 배제되는 이데올로기와 담론 지형에 대한 고찰, 국가권력에 의해 검열이 한층 강화되면서 문화통제가 과엄하게 이루어지는 맥락, 이념대립에 기초한 문학구도가 깨지면서 초래된 문단의 현황과 대응양상, 출판문화 환경과 독서현상의 변화를 출판자본과 독서시장 및 독서대중의 취향과의 상관성 속에서 고찰, 매체의 세력분포가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분석, 문학의 안정적인 재생산구조를 창출하기 위해 모색된 방안들에 대한 검토 등을 각각 당대 자료를 근거로 규명할 것이며, 나아가 위의 각각의 세부가 어떻게 상호 교직하면서 단정수립 후 독특한 문화지형을 만들어내는가를 거시적으로 조망할 것이다.
둘째, <문예> 자체에 주목하여 잡지가 탄생하는 맥락. 잡지주체들의 지향과 욕망, 잡지가 표방한 목표와 원칙, 안정적인 재생산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잡지가 구사한 전략 등을 하나하나 고찰해 <문예>의 전모를 밝힐 것이다. 아마도 <문예>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인 접근이 될 것이다. 셋째, <문예>의 가장 핵심적인 전략이었던 추천제를 연구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해방 후 등단재도 전반을 개관하여 <문예>의 등단제도가 갖는 문학사적 의미망을 고찰한 뒤, 추천제의 현황, 즉 운용 시스템, 종목, 고선자, 당선자, 당선작의 경향 등을 정리해 추천제의 전모를 재구성할 것이다. 넷째, 이를 바탕으로 <문예>의 추천제가 어떻게 문학권력화 되었는지, 그 문학권력이 어떻게 행사되었는지, 그 효과가 과연 당대 문학 장의 재편과 어떤 관련을 지니는지를 고찰할 것이다.
이 세부 항목에 대한 검토를 종합적으로 체계화해 앞서 언급한 <문예>의 문학사적 의의, 즉 한국 현대문학의 주류로 군림해온 순수문학의 제도화 문제를 규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