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식민지 근대의 디아스포라에 대한 연구의 일환으로, 만주 지역의 디아스포라에 집중된 기존 연구의 범위를 보다 확장하여 국제도시로서의 특수성을 지닌 상해의 조선인 디아스포라에 초점을 맞춰 만주문학과는 차별화되는 특징적 양상을 고찰하고자 한다. 만주 ...
본 연구는 식민지 근대의 디아스포라에 대한 연구의 일환으로, 만주 지역의 디아스포라에 집중된 기존 연구의 범위를 보다 확장하여 국제도시로서의 특수성을 지닌 상해의 조선인 디아스포라에 초점을 맞춰 만주문학과는 차별화되는 특징적 양상을 고찰하고자 한다. 만주 인식 패러다임이 주로 개척, 생산의 이주 목적과 결부됨으로써 국책문학과 관련된 친일문제로 환원되는 경향이 있다면, 상해를 배경으로 하는 문학은 그 공간적 차별성으로 인해 ‘모더니티’의 문제와 더욱 긴밀하게 결부되는 측면이 있다. 더불어 이 연구는 최근 한국의 인문학 영역에서 상해가 새로운 연구의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는 문맥과도 관련이 있다. 이는 동아시아학의 성장과 더불어 문화연구 분야의 관심이 반영된 결과로서, 탈식민주의와 더불어 디아스포라에 대한 관심의 증대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상해가 처한 역사적, 지정학적, 혹은 문화적 위치가 이 모든 분야의 학문적 관심을 수용할 만큼 복합성을 지닌다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다. 근대의 디아스포라가 대부분 제국주의적 침략에서 야기된 식민지적 상황과 직결되어 있듯이, 식민지 조선인에게 상해는 식민지배의 예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자유의 공간이면서, 여전히 제국주의 열강이 각축하는 헤게모니 투쟁의 축도이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상해가 갖는 중층적 의미는 약소국인 식민지 조선인에게는 더욱 각별하다. 이런 관점에서 이 연구는 상해를 배경으로 하는 문학 가운데 가장 의미있는 성과를 산출했다고 판단되는 1930년대의 김광주 문학을 검토할 것이다.
기대효과
이 연구는 상해를 배경으로 하는 조선 작가의 디아스포라 문학을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만주에 집중된 식민지 디아스포라 연구의 범위를 확장하는 데 일차적인 의의를 찾고자 한다. 더불어 잘 연구되지 않은 김광주의 식민지 시기 문학활동을 정리하고 규명하는 작업 또한 ...
이 연구는 상해를 배경으로 하는 조선 작가의 디아스포라 문학을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만주에 집중된 식민지 디아스포라 연구의 범위를 확장하는 데 일차적인 의의를 찾고자 한다. 더불어 잘 연구되지 않은 김광주의 식민지 시기 문학활동을 정리하고 규명하는 작업 또한 문학사의 주변부에 위치한 작가와 작품의 조명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이 연구는 김광주 개인의 정치적 행적과는 별개로 그의 문학에서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나 당파적 행동주의에 대한 회의와 불신을 표출하고 있음을 밝힘으로써, 김광주 문학을 특정의 이념 지향과 관련하여 해명하는 기존 시각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는 김광주 문학을 통해 상해를 읽는 것이자 동시에, 상해 표상을 통해 김광주 문학의 내면을 읽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코스모폴리탄적’ 거물로 급성장한 상해의 ‘진정한’ 모더니티를 가장 함축적으로 표상하는 중요한 풍경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며, 자본주의적 근대성이 공간성의 영역에서 인간을 물화시켜 나가는 전형적인 장면 또한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요약
상해의 근대성은 동경, 혹은 서울과 같은 다른 아시아 국가의 전통 공간이 근대적이고 서구화된 공간으로 변모하는 양상과는 또 다른 차원의 혼종성을 담지하고 있다. 김광주 문학은 상해라는 특수한 공간의 자장 안에서 이주자로 살았던 조선인 군상들의 열악한 삶을 특 ...
상해의 근대성은 동경, 혹은 서울과 같은 다른 아시아 국가의 전통 공간이 근대적이고 서구화된 공간으로 변모하는 양상과는 또 다른 차원의 혼종성을 담지하고 있다. 김광주 문학은 상해라는 특수한 공간의 자장 안에서 이주자로 살았던 조선인 군상들의 열악한 삶을 특정한 이념적 선입견 없이 투명하게 포착하고 있다. 그는 상해라는 도시의 혼종성을 ‘혁명가와 아편’이라는 대비를 통해 극명하게 재현하고 있다. 조선인에게 1930년대의 상해는 혁명가들의 정치적 공간이라는 대표적 표상이 존재하였고, 더불어 자본주의적 근대성이 만개한 국제도시로서의 면모 또한 전면에 부각하였다. 김광주는 혁명이 부재하는 공간에서 헤게모니 투쟁을 벌이는 사이비 혁명가들에 대한 환멸을 전면에 부각시키는데, 특히 ‘정의와 도덕’을 명분으로 하는 이면에 아편밀수라는 부정적 삶의 방식이 존재하고 있음을 폭로하고 있다. 더불어 성의 상품화에 종속된 조선인 여성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근대적 도시의 남성중심성과 일상의 자본화, 물신화의 처참한 양상을 소묘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성적 무경비지대’에서 상품성으로서의 자신의 육체를 자기 규율 아래 관리하는 여성상을 그려낸 점은 문제적이다. 한편 상해의 조선인 디아스포라의 내면을 ‘향수에 젖은 코스모폴리탄’으로 재현하고 있는 것은 국제도시로서의 상해의 특수성을 함축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침략의 역사를 지닌 채 조계지로서 출발하여 국제상업도시로 성장했던 ‘모던 상하이’는, 결코 균질의 어떤 것으로 환원될 수 없는 혼종성을 지니고 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상해를 배경으로 하는 김광주의 문학적 글쓰기는 특정의 이념이나 예술적 방법으로 설명할 수 없는 소박함과 투명함을 그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특징은 환경으로서의 상해라는 공간을 가장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형상화 방식이 되기도 했다. 김광주의 소설에서 개성적이고 인상적인 인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소설에서 그런 인물의 성격화를 가능하게 했던 환경으로서의 상해가 선명하게 각인되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상해를 배경으로 하는 1930년대의 김광주 문학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상해라는 공간, 그 자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