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괴테 J. W. Goethe의 자연과학에 관한 글과 문학작품을 신학적 시각에서 재조명하고, 그의 사유방식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괴테의 사유방식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렇다. 첫째, 모든 형태의 존재론적 근원자를 해체하려는 후기구조주의의 시도는 ‘실체’, ...
본 연구의 목적은 괴테 J. W. Goethe의 자연과학에 관한 글과 문학작품을 신학적 시각에서 재조명하고, 그의 사유방식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괴테의 사유방식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렇다. 첫째, 모든 형태의 존재론적 근원자를 해체하려는 후기구조주의의 시도는 ‘실체’, ‘진리’ 혹은 ‘동일성’을 이해하는 전통적 서양 형이상학의 방식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출발한다. 본 연구는 이러한 후기구조주의적 입장을 극복할 수 있는 예를 괴테가 자연과 진리를 이해하는 방식, 인간과 생물체의 형성을 이해하는 방식 등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되어감’ 자체를 중시하는 괴테의 사유방식을 오늘날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복잡계 komplexe Systeme’ 이론의 한 부분인 자생적 조직화 Selbstorganisation 이론에 근거하여 재구성하면, 위에서 언급한 괴테의 개념들이 지닌 특성과 시의성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실체와 동일성에 대한 전통적 서양 형이상학의 이해방식과도 구분되고, 동시에 이에 대한 비판인 후기구조주의의 해론적 사유방식과도 구분되는 괴테의 실체 혹은 동일성 개념이 바로 신앙을 현실의 한 차원으로 이해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신학적 특성을 지닌다는 사실이다. 특히 자연과 세계에 대한 괴테의 이해방식의 중심에 놓여있는 “하느님-자연 Gott-Natur”이라는 개념은 괴테의 사유방식의 토대를 이루는 틀이 바로 기독교적 신학과 밀접히 연관됨을 말해준다. 괴테는 “하느님은 자연 속에서, 그리고 자연은 하느님 안에서 [...] 창조하고 작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느님-자연’이라는 개념은, 괴테가 바라보는 세계가 단지 (신앙의 대상인) ‘하느님’만도 아니며, 단지 (자연과학적 분석 대상인) ‘자연’만도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 개념은 ‘하느님’과 ‘자연’이 불가분리하게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곧 괴테의 ‘자연’ 이해는 항상 그리고 동시에 ‘하느님’ 이해를 전제하며, 그의 ‘하느님’ 이해는 또한 ‘자연’ 이해를 전제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초월’과 ‘내재’의 역설적 관계에 관한 괴테의 구상을 고려하면, 그가 객관적인 관찰과 분석의 대상인 세계 ‘내재적’인 요소(자연)를 이해하기 위해 ‘초월자’(하느님)의 현존을 요청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동시에 ‘초월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계 ‘내재적’ 존재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가 밝혀질 것이다. 그의 ‘하느님-자연’이라는 구상은 다음과 같은 바울의 고백과 매우 유사한 것임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 세상 창조 때로부터,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속성, 곧 그분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은, 사람이 그 지으신 만물을 보고서 깨닫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핑계를 댈 수가 없습니다”(표준새번역 롬 1:20).
본 연구는 괴테의 이러한 사유방식을 그의 신학적 구상으로 체계화하기 위해 폴킹혼 J. Polkinghorne의 유신론적 자연신학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폴킹혼은 자연을 분석하는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하느님 이해를 추구하는 신학 역시도 객관적 탐구의 대상이 되는 실재에 근거해야 한다고 보고, 이를 위해 ‘아래로부터 bottom-up’의 경험을 강조한다. 폴킹혼의 이러한 실재주의적 신학방법은 괴테의 사유체계가 매우 신학적임을 밝히는 데에 매우 효과적인 도움이 될 것인데, 바로 이 점이 본 연구의 목적을 보다 분명히 드러내 줄 것이다. 즉 본 연구의 목적은 괴테의 자연과학적인 글과 문학 작품을 꿰뚫는 하나의 축을 찾아내고, 그 축이 ‘신학적임’을 밝히려 한다. 괴테가 말하는 초월과 내재의 역설적 관계, 즉 하느님과 자연의 역설적 관계에 주목함으로써, 그의 자연과학적 하느님 이해 또는 신학적 자연 이해를 규명하려는 것이다. 괴테의 ‘고유한 신학적 사유틀’을 찾아내려는 본 연구의 이러한 목적에, 폴킹혼의 비판적 실재주의, ‘아래로부터의 사유’와 ‘위로부터의 인과율’에 관한 신학적 구상이 중요한 이론적 틀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