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구배경과 목적
본 연구는 일본의 근세희곡 중 주로 지카마쓰 몬자에몬의 조루리를 대상으로 하여, 작품 속에 그려진 역사인식과 서술법, 그리고 시국성에 대해 검토하는 것이다. 1710년대에 들어 지카마쓰가 고대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이후 천황극과 시국 ...
1. 연구배경과 목적
본 연구는 일본의 근세희곡 중 주로 지카마쓰 몬자에몬의 조루리를 대상으로 하여, 작품 속에 그려진 역사인식과 서술법, 그리고 시국성에 대해 검토하는 것이다. 1710년대에 들어 지카마쓰가 고대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이후 천황극과 시국성을 띤 작품들이 잇달아 쓰여진다고 하는 점에서 주목하여, 지카마쓰가 사용한 역사서가 作劇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그리고 활용방법이 일률적이지 않은 부분을 규명하여 그 作劇法의 一端을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1년차는 시대배경을 신대부터, 야마토시대, 나라시대, 그리고 헤이안시대까지로 설정한 작품들을 대상으로 이들 작품에 나타난 천황관, 국가기원, 신기(神器), 어령신앙, 그리고 중국과 한반도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도 아울러 검토했다. 2년차 연구대상은 헤이안 말기의 源平의 전투를 시작으로 豊臣秀吉에 의한 천하통일과 임진왜란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검토하여, 지카마쓰와 동시대 작각들의 역사의식을 검토하려 했다. 또한, 3년차에는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대상으로 근세희곡의 시국성과 당대(當代)인식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었다.
지카마쓰의 조루리 작품에는 신대, 고대, 중세에서 당대인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일본이라는 국가의 기원과 신기(神器)에 대해, 천황과 호족, 천황과 귀족, 천황과 장군의 관계, 그리고 조정과 막부의 구도, 나아가 정도(政道)와 막부비판 등이 담겨있다. 『가나데혼추신구라(仮名手本忠臣蔵)』속의 역사가 기정사실의 역사로 인식되는 것처럼 현대의 일본인에게도 영향이 막대하며, 역사를 극화한 작품들은 어느 역사서보다 일반서민에 대한 파급효과가 크다. 이에 지카마쓰의 조루리와 그 영향을 받은 이후 작가의 작품을 역사의 표상으로서 검토함으로써 일본인의 역사인식에 관해 살펴보고자 하며, 지카마쓰의 후기 작품들과 그 이후의 작가들에 의한 작품 속에 나타난 막부에 대한 비판적 자세가 막부말기의 존황, 근황 정신에 어떻게 이어져 가는지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2. 중단된 현재까지의 연구진행 내용 및 결과
1년차 연구로는 신대(神代)로부터 헤이안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고찰 대상으로 하고 있다. 지카마쓰가 참고했을 것으로 보이는 역사서로는 『일본왕대일람(日本王代一覽)』『본조통감(本朝通鑑)』『일본서기(日本書紀)』『미즈카가미(水鏡)』등이 있는데, 이 중 번각이 안된『일본왕대일람(日本王代一覽)』을, 역대 왕별로 정리하고, 다른 역사서와의 기술의 차이 등에 대해 분석했다. 또한, 1710년을 경계로 하여 이 시기부터 지카마쓰는 당대의 사건, 정치에 관한 내용을 작품 내에 담아내는 일이 많아지는 특징이 있는데, 지카마쓰가 주로 후기 조루리작품을 통하여 막정(幕政)에 관한 비판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고찰하였다.(‘지카마쓰의 조루리에 나타난 막부비판’(『일본연구』(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연구소,2010년 6월30일)
2년차에는 지카마쓰의 작품들과 근세신도와의 관계에 대해 고찰하는 중이다.신대(神代)를 배경으로 한 작품인 『니혼후리소데노하지메(日本振袖始)』에는 스사노오노미코토를 등장시키며 삼종(三種)의 신기(神器)에 대해 설명하는 등 일본의 기원과 관련된 내용을 극중에 담고 있다. 여기서 주목했던 것은 중세신도가의 스사노오인식과 근세에 들어와서의 신도가들의 스사노오인식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중세신도는 근세에 들어와 차이를 나타나게 되는 데, 그 중 가장 그 점이 드러나는 것이 ‘스사노오’에 관한 서술이라 할 수 있다. 스사노오는 가장 모순이 많은 다면적(반역의 신이면서, 지상에 질서와 안정을 가져다주는 신)이며, 흥미로운 신격이기 때문에, 신도가들에게 해석에 차이가 나타나게 된다고 보여진다.
삼종의 신기에 대한 기술은 야마토정권을 배경으로 한『니혼야마노다케노미코토(日本武尊吾妻鑑)』에도 다시 등장한다. 이렇듯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신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 또한, 삼종의 신기 등, 천황이라든지 일본의 기원적인 사항에 대한 묘사가 많아지는 데에는 막부와 조정 간의 권력관계가 한 요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카마쓰는 희곡작가가 되기 이전에 스이카신도(垂加神道) 포교에 힘쓴 오기마치 긴미치(正親町近通)밑에서 勤仕한 적이 있었다. 주지하듯 스이카신도는 山崎闇斎가 주자학의 이론으로 통합한 것으로, 天照에 대한 신앙과 그 자손인 천황이 통치하는 길을 신도라고 하며, 천황숭배, 황실의 절대화를 강조. 무사로부터 서민까지 폭넓은 층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이후, 水戶學, 國學, 尊皇攘夷사상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배경이 지카마쓰의 작품속에 투영되어 있을 것으로 보고 검토, 분석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