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순은 <사상계>의 신인문학상(1964), <한국일보>와 <경향신문>의 신춘문예(1966), <세대>의 신인문학상(1966)에 당선되는가 하면, 1966년에 <정든 땅 언덕 위>, <푸른 하늘>, <서울의 방>과 같은 수작을 쏟아내는 등 김현이 4.19세대의 문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
박태순은 <사상계>의 신인문학상(1964), <한국일보>와 <경향신문>의 신춘문예(1966), <세대>의 신인문학상(1966)에 당선되는가 하면, 1966년에 <정든 땅 언덕 위>, <푸른 하늘>, <서울의 방>과 같은 수작을 쏟아내는 등 김현이 4.19세대의 문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60년대 중반이라고 할 때, 김승옥, 이청준과 더불어 그 한축을 담당했던 대표적인 4.19세대 작가이다. 또한 1970년대 초에 4.19세대 작가로서는 유독 본격적인 전신(轉身)을 시도하여 서울의 빈민촌을 대상으로 한 외촌동 연작을 대거 발표하는가 하면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주도하는 등 리얼리스트, 실천적 문학인의 대명사로 자리 잡는다. 문학적 성패를 떠나서 박태순의 전신은 6,70년대 문학에서 하나의 문학사적 사건이었던 만큼 당대 평론계의 논란의 대상이 되었고, 6,70년대 문학사의 연속성을 규명하는 데서 반드시 규명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의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승옥, 이청준 등과 비교할 때 그간 박태순의 문학은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1960년대 작품의 경우 소시민의식, <산문시대> 동인들의 작품세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며, 주목의 대상이 되어왔던 70년대의 외촌동 연작의 경우도 <문학과지성> 계열의 비평가들은 물론, 전신의 시도를 환영하였던 <창작과비평가> 계열의 비평가들 역시도 정작 작품의 성패에 대한 평가와 관련하여서는 대체로 부정적이라는 점, 긍정적이라 할지라도 최소한 ‘미흡하다’는 조건을 단 긍정이라는 점에서 일치한다.
이 연구는 그간의 평가에 반대하는 입장에 서 있으며 이를 증명하기 위하여 1960년대의 작품, 즉 <공앙알당>(1964)으로부터 <낮에 나온 반달>(1970)까지의 작품을 ‘대도시의 글쓰기’라는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하였다. 박태순의 전신 혹은 그의 문학의 본질은 그 동안 간과되어왔던 박태순의 초기 작품 세계를 규명함으로써 해명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며, 초기이건 후기이건 그의 작품 세계는 애초부터 <산문시대> 동인들과 구별되는,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글쓰기로 오롯이 규정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 연구는 크게 다음 세 가지 사실을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첫째는 대도시 서울로 상경하여 대도시 체험을 묘사하면서도 그 바탕에는 지방 소도시의 감각을 근원으로 할 수 밖에 없었던 김승옥, 이청준과는 달리 박태순만이 유일하게 대도시 서울에서 유년시절과 청년시절을 보냈고, 대도시의 거리 체험이 그의 글쓰기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대도시의 거리 체험, 행인/방랑자로서의 체험이야말로 현대인의 원형이며 대도시의 무정부주의적 에너지를 구현하는 도시문학의 전형을 이루는데, 박태순의 60년대 문학은 이에 대한 매혹과 거부의 양가감정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박태순 소설의 주인공들이 대도시 거리를 돌아다니는 행위 및 동기는 크게 세 가지, 즉 대도시 거리에서 연애하기, 니체주의적 의미에서 탈지성주의적 개성 찾기, 대도시 군중에서 대도시의 정치적 활력을 포착하기로 요약되는바, 이에 대한 구체적 규명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 연구는 박태순의 1960년대 소설이 대도시 체험에 토대를 둔 글쓰기의 결과라는 점, 애초부터의 <산문시대> 동인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자기 세계를 갖고 있었다는 점, 대도시 체험에 비롯되는 미학적, 정치적 활력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규명하고 나아가 박태순의 70년대 이후의 문학 역시 60년대 작품의 대도시체험과 글쓰기의 연장선상에서 규명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밝히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