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5·16 이후 군사정부가 지배하던 1960년대를 돌아보고, 그 시대의 사회·문화적 관계망 속에 한국영화가 어떻게 당대를 의미화했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구체적인 대상으로는 스릴러를 선택했다. 스릴러는 60년대 한국영화에서 눈에 띄는 장르 중의 하나이었지만, ...
이 글은 5·16 이후 군사정부가 지배하던 1960년대를 돌아보고, 그 시대의 사회·문화적 관계망 속에 한국영화가 어떻게 당대를 의미화했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구체적인 대상으로는 스릴러를 선택했다. 스릴러는 60년대 한국영화에서 눈에 띄는 장르 중의 하나이었지만, 당대에도 스릴러는 주된 비평적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으며 지금까지의 영화사적 연구에서도 본격적인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은 듯하다. 스릴러는 서구모방적 장르로 보일 여지가 많았고, 또 당시에 제작된 스릴러 영화가 사회를 반영하는 일은 현저히 드물었다는 것이 무관심의 한 이유였다고 짐작된다. 본래 스릴러는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오발탄>이나 <잉여인간>(유현목, 1964)과 같은 리얼리즘 영화와는 거리가 먼, 감정이나 정서 효과가 중시되는 일종의 오락물이라는 기본 성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사회상의 일면에 말을 건다 해도 추상적으로나 은밀하게 접근할 뿐이다. 현실과의 이러한 거리감이나 추상성은 60년대 스릴러를 본격적인 논의의 장으로 끌어내지 못하게 만든 요인일 수 있었다. 대사회적 발언을 우선시하는 영화비평계의 풍토를 고려해볼 때 스릴러에 대한 비평적 무관심은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추상성이나 비현실성 자체가 스릴러의 영화사적 비중이나 위상을 폄하시킬 요소가 될 수는 없다. 시대에 따라 이러한 현실반영 불가능성이 어쩌면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놓았을지도 모르며, 스릴러 장르가 더 깊고 복잡한 당대적 의미망을 획득하게 만드는 힘일 수도 있는 것이다. 60년대 한국사회임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그들이 보여주던 추상성이나 은밀함 때문에 스릴러 장르의 의미망은 더 깊고 복잡해질 수 있기도 하다. 본고는 스릴러 영화를 역사적으로 맥락화 하고, 이를 통해 서구와는 유다른 한국적 스릴러가 구현되던 방식을 살펴보려 한다. 스릴러 영화 속에 포획되는 양상에 대해 고찰하는 것, 또한 그런 맥락 속에서 한국영화의 60년대적 특수성과 현대성에 대해 성찰해 보는 것 등이, 이 글을 통해 얻고자 하는 대답의 세목을 이룬다.
기대효과
이 논문의 일차적인 관심의 대상은 한국 장르영화의 위상이다. 장르연구의 이점 중의 하나는, 영화를 텍스트적이면서 사회적인 맥락 안에 위치지우고 텍스트의 제작과 독해가 갖는 사회적 본성을 강조하는 데에 놓여 있다. 장르영화의 틀 안에서 새로운 리얼리티를 재구성 ...
이 논문의 일차적인 관심의 대상은 한국 장르영화의 위상이다. 장르연구의 이점 중의 하나는, 영화를 텍스트적이면서 사회적인 맥락 안에 위치지우고 텍스트의 제작과 독해가 갖는 사회적 본성을 강조하는 데에 놓여 있다. 장르영화의 틀 안에서 새로운 리얼리티를 재구성하려는 연구는 영화적 담론의 의미있는 가능성이다. 영화를 비롯한 대중문화야말로 세계 경제와 정치적 동향, 사회적 향방, 역사적 흔적과 정체성과 같은 사안들이 은밀하고도 복합적으로 얽혀서 부단히 힘겨루기를 하는 문제적 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영상미디어는 그 어느 다른 분야보다도 일반 대중들의 심리와 의식 변화가 보다 생생하게 포착되는 영역이며, 문자언어에서는 누락되거나 표현되기 어려운 다양한 시선과 집단무의식, 세상을 바라보는 미묘한 태도와 가치들이 그 흔적을 남기는 흥미로운 장이기도 하다. 이 논문이 성찰하고 있는 또 하나의 사안은 장르의 보편성과 지역성에 관한 문제이다. 서구영화이론에서 장르이론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새삼스럽게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커서, 비평에서는 물론 학술적 담론에서도 장르영화에 관한 논의는 영화매체의 존재방식에 접근하는 중요한 논리의 거점 노릇을 해왔다. 그러나 한국영화연구에 있어서는 논의의 초기 단계여서겠지만 아직은 장르영화에 내장된 풍부한 가능성이 적극적으로 논의되지 못한 감이 있다. 이 글이 한국영화 논의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한국영화사에서 장르의 위상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적 전략과 시선에 대해 고민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이라는 변방에서 만들어진 장르영화들이 의미론적 ․ 형식론적 층위에서 할리우드의 장르영화들과 구분될 만한 특성들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그것들은 어떤 중요성과 가능성을 지니는가? 할리우드의 장르가 갖는 신화적 기능을 한국의 장르영화는 동일하게 수행하는가? 암암리에 ‘보편성’을 함유하는 장르라는 용어와, 어떤 특정 시대의 한국이라는 특수성과 지역성이 조우하여 만들어진 개별적인 존재인 ‘한국 장르영화’를 어떻게 고찰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고민과 탐구가 이 논문에 담겨 있다. 확실히 ‘한국영화적 경험’이라는 말은 공식화하기 어려운 모호함이 있다. 한국영화는 비독창성과 동시에, 할리우드 장르의 자기동일성에 포섭되지 않는 비동질성 내지 이질성을 적잖이 포함한다. 할리우드의 장르적 동일성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다고도 할 수 없지만, 동일성 내부로 포섭하기엔 너무 많은 모순과 균열을 보이면서, 이질적인 요소들이 어지러이 섞여 있는 것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목격한다. 그러나 논객들을 어렵게 만드는 그 혼란스러움이 곧 우리영화의 존재 방식일 수 있다. 바로 우리가 느끼는 그 어려움이 지금, 이 자리에서, 한국의 장르영화의 역사적 존재성에 대한 근원적이고도 현실적인 사유를 절실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영화의 풍경화는, 그동안 보편적 모델로 기능하던 서구 중심의 영화이론에서 벗어나 자국의 문화 혹은 자국영화의 위상을 적극적으로 읽어내려는 반성적 탐색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는 중심을 모방하면서 또한 저항하는, 간혹 흡수되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언어로 발전시키기도 하는, 한국 장르영화의 생존 방식이 포함된다. 이 논문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좀더 한국영화의 실상과 부합되는 세밀한 지형도를 작성하여 원론의 추상성을 극복하려는 최소한의 선행 작업이 되고자 했다. 아주 미세하고 지엽적이며 주변적인 장르성에서 출발할 때 비로소 한국영화 안에 살아 있는 무수하고 이질적인 장르적 존재방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장르영화라는 개념은 매우 유동적이고 복합적인 체계, 혹은 체계라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모순을 내재한 경험의 공간이다. 정태적이고 배타적인 장르개념에서 자유로운, 탈중심화된 국지적인 장르적 실천을 구체적으로 이론화하는 작업은 바로 우리 영화이론과 비평계가 짊어진 과제 중의 하나이다. 그것은 좁게는 식민지적 근대성에 대한 반성의 사고를 보존하는 데에, 넓게는 한국영화의 정당성의 논리를 강화하는 데에 필수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이 논문이 그러한 진전에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연구요약
5·16 이후 군사정부가 지배하던 1960년대를 돌아보고, 그 시대의 사회·문화적 관계망 속에 한국영화가 어떻게 당대를 의미화하였는지를 살펴본 글이다. 구체적인 논의대상으로 선택한 스릴러는 60년대 한국영화에서 눈에 띄는 장르 중의 하나이었지만, 당대에도 스릴러는 ...
5·16 이후 군사정부가 지배하던 1960년대를 돌아보고, 그 시대의 사회·문화적 관계망 속에 한국영화가 어떻게 당대를 의미화하였는지를 살펴본 글이다. 구체적인 논의대상으로 선택한 스릴러는 60년대 한국영화에서 눈에 띄는 장르 중의 하나이었지만, 당대에도 스릴러는 주된 비평적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으며 지금까지의 영화사적 연구에서도 본격적인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아 왔다. 본고는 스릴러 영화를 역사적으로 맥락화 하고, 이를 통해 서구와는 유다른 한국적 스릴러가 구현되던 방식을 살펴보았다. 스릴러 영화 속에 포획되는 양상에 대해 고찰함과 동시에, 그런 맥락 속에서 한국영화의 60년대적 특수성과 현대성에 대해 성찰해 보는 것이 구체적인 내용을 이룬다. 논의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 스릴러는 본디 도시적 장르이자만, 60년대 한국의 스릴러가 단지 현대화 혹은 산업화와 도시문화의 반영이라는 선에 그치지만은 않는 무언가를 노정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60년대 스릴러는 도시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50년대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보이고 그 의미를 밝힌다. 50년대 영화에서 도시는 한편에선 전후의 빈곤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활기찬 일상으로 포착되긴 했지만, 이러한 이중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대체로는 새 시대와 민주주의의 감각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표현되곤 했다. 그러나 60년대 스릴러 영화에 재현되는 도시는 전시대와는 차별되는, 그렇기에 유의미한 태도와 분위기를 표출한다. 둘째, 60년대 스릴러 장르가 보여주는 정신병리적 현상에 주목한다. 서구의 스릴러 발전사와는 다르게 스릴러 장르의 본격적인 시작은 심리스릴러이었다는 특수성을 갖는다. 특히 이들 영화에 등장하여 노골적으로 자신의 증상을 드러내는 무수한 병리적 주인공들에 초점을 맞추고 이들이 보여주는 비정상성과 병리적 특성, 추상성이 어디서 연원하였으며 어떤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지를 탐구한다. 또한 60년대 스릴러에 즐겨 등장하여, 모든 인간적, 윤리적 가치가 무화되는 지경에까지 가보는, 위악으로 가득 찬 수많은 일탈자, 패덕자들의 사회문화적 맥락과 장르적 위치를 밝힌다. 세째, 인과적으로 탄탄한 내러티브를 자랑하는 대개의 서구적 스릴러에서는 보기 힘든, 한국식 스릴러의 내적인 구조를 탐색한다. 60년대의 일련의 심리 스릴러 영화들은 이전 시대의 영화들과는 다르게 독백이나 대화의 단절과 같은 내면 지향적 장치의 즐겨 사용하는데, 어쩌면 영화문법에 대한 무지나 미숙함으로 치부될 수도 있는 이러한 과잉된 장치가 50년대 영화보다도 더 자주 60년대 스릴러에 모습을 드러내는 이유를 고찰한다. 스릴러는 60년대 한국영화에서 가장 비중이 큰 장르는 아니었지만 이 장르가 당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다는 것만큼은 부인하기 힘들 것 같다. 5·16을 통해 등장한 군부 세력이 ‘조국 근대화’를 기치로 내걸고 적극적인 외자 도입을 바탕으로 공업화·산업화를 향해 치닫기 시작했지만, 서구에서는 수백 년에 걸쳐 이뤄진 이 과정을 단시일에 집약적으로 강도 높게 체험하는 상황에서는 부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경제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실정에 맞는 산업화 윤리가 부재한 상태에서 강도 높은 경제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은 다양한 문제를 노정했던 듯하다. 이러한 사회 현상에 대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진 장르가 스릴러인 셈이다. 절망 속에 좌절하는 젊은이의 허무의식을 추적하고, 독백의 형식으로 진행되는 일련의 소통불가능성에 대해 탐구하고, 시대가 안고 있는 불안과 불구의 현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당대에 대해 도전하는 모습들이 그러하다. 60년대 스릴러의 제 형식들은 그 모순의 시대에 영화가 존재하는 한 방식을 엿보게 해준다. 60년대의 스릴러는 도덕이나 규율로부터의 자유를 주장하는 가운데 기성 질서 속에서는 충족이 불가능한 억압된 욕망에 출구를 열어준다. 비록 대안적 삶을 창출하지 못하고 타락이나 파멸로 치닫기는 하지만 범죄자 개인과 사회의 이러한 극단적인 불화가 당대로서는 일말의 진정성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60년대 스릴러는 낡은 신화가 무너지고 그 자리를 채울 새로운 신화가 없는 혼란기의 생생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한글키워드
정신병리,악인,독백,스릴러,5.16 군사혁명,1960년대
영문키워드
villain,psychopath,thriller,1960s,monologue
,the military coup on 16 May 1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