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후속 연구 파생효과
한국 사회학에서의 베버 연구는 그 역사가 깊을 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연구 결과물들이 많이 존재한다.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만 보더라도 사회학사와 일반 이론(김광기, 2007; 김덕영, 2004), 문화사회학(박성환, 1992), 역사사회학(전성우, ...
(1) 후속 연구 파생효과
한국 사회학에서의 베버 연구는 그 역사가 깊을 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연구 결과물들이 많이 존재한다.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만 보더라도 사회학사와 일반 이론(김광기, 2007; 김덕영, 2004), 문화사회학(박성환, 1992), 역사사회학(전성우, 1996), 동양사회론(송두율, 1988; 유석춘, 1992), 근대성 이론(차성환, 1997) 등 여러 부문에서 베버 연구서들이 나와 있다. 그러나 이 연구들은 대부분 베버의 방법론, 종교사회학, 문화사회학, 근대성 이론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현대 정치학과 정치사회학에 하나의 굵직한 패러다임을 제공한 베버의 정치사회학 이론이 한국 사회학계에서 그토록 주목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 연구는 한국 사회학계에서의 기존 베버 연구들이 갖고 있었던 이러한 공백을 조금이나마 메움으로써, 한국에서의 베버 연구와 또한 정치사회학적 이론화가 더욱 풍부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작은 일점을 더하고자 한다.
나아가 현대 정치와 국가의 폭력성, 합법성, 정당성을 다루는 이 연구는 베버 연구의 영역을 넘어서는 학문적 파생효과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본 연구계획서에서 이미 서술한 바와 같이, 현대 정치에서 물리적 폭력의 의미, 그리고 그러한 폭력이 현대 민주주의 법치국가의 법적․제도적 질서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라는 문제는 많은 사회학자들과 정치학자, 역사학자들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어왔다. 특히 본 연구는 그 문제를 정당성의 다이내믹과 연관시킴으로써, 국가폭력과 민주주의가 단지 법과 제도, 일부 권력집단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정체(polity)를 구성하고 있는 인민들 자신의 정치문화와 시민사회의 질에 깊에 연루되어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 이 점에서 본 연구는 국가폭력, 민주주의, 시민사회 등에 관한 정치사회학적 후속 연구들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2) 교육적, 정책적 환류 효과
본 연구의 문제의식은 순수하게 학문적이고 이론적인 관심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 현대 정치, 특히 한국 정치와 시민사회가 봉착해 있는 위기와 딜레마 상황에 대한 관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 핵심은 에이젠슈타트(Eisenstadt)가 ‘민주주의의 딜레마’(paradoxes of democracy)라고 개념화한 문제다. 즉 현대 민주주의는 한편으로 자유주의적 법치주의 이데올로기의 전통 하에 있는 ‘헌정 민주주의’(constitutonal democracy)의 민주주의 관념과, 다른 한편으로는 공화주의와 급진 민주주의의 전통 하에 있는 ‘참여 민주주의’(participatory democracy)의 민주주의 관념 사이에 존재하는 영구한 긴장 관계로 구성되어 있다. 전자는 만인의 평등한 자유를 보장하는 형식적 법규범과 제도화된 게임의 규칙의 중요시하는 반면, 후자는 정치와 통치 행위의 실질적 정의(justice)를 우선시하여 주권자인 국민들 모두의 실제적인 사회경제적 평등과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추구한다.
법치주의의 원리를 극단까지 몰고 가면 법집행의 주체인 국가권력의 일방적인 권위주의적 통치로 가게 되고, 반대로 참여민주주의의 원리를 극단까지 몰고 가면 벌린(Berlin)이 경고한 바와 같이 적극적 자유를 행사하는 특정 집단에 의한 지배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므로 국가권력의 질서유지 능력, 권력에 대한 법적․제도적 규제, 그리고 국민들의 실질적인 주권 행사 능력이라는 세 차원이 현대정치에서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 것인가라는 이 연구의 주제는 교육적, 정치적 측면에서도 매우 중차대한 함의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