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하 한국인이 유학할 당시 미국의 대학은 개인중심주의와 실용주의에 기초한 자유주의적 학풍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유학생들은 자본주의 세계관과 사회관을 공유하면서도 한국의 경제현실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둘러싸고는 경제 ... 
          
          
            일제하 한국인이 유학할 당시 미국의 대학은 개인중심주의와 실용주의에 기초한 자유주의적 학풍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유학생들은 자본주의 세계관과 사회관을 공유하면서도 한국의 경제현실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둘러싸고는 경제자립의 방향을 달리하는 두가지 입장을 보이고 있었다. 이 시기 미국 경제학계 내에서는 신고전파 자유주의 경제학과 제도주의학파의 사회개혁적 경제학이 각축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과 관련하여 유학생들 사이에서도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해 모든 기업활동의 보호와 장려를 주장하는 김도연, 이긍종, 김우평 등의 경제적 자유주의, 그리고 반독점의 견지에서 중소자본과 소농의 보호 육성을 중시하는 이대위, 한승인, 이훈구, 조병옥 등의 경제적 민주주의가 입장을 달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낙후된 한국경제의 생산력을 제고하는 것이 자립경제 건설의 기초라는 데는 이들 모두가 동의하고 있었다. 이들은 그 방안으로 특히 공업육성에 주안점을 두고 과학기술 교육을 통한 기술력의 확보, 자본의 집중을 통한 대자본의 육성, 과학적 경영을 통한 생산능률의 증대 등을 제시하였다. 자본주의 경제체제하의 부의 불평등 문제에 대해서는 그것을 필요악으로 바라보는 경제적 자유주의 계열과 노자협조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경제적 민주주의 계열의 입장이 대비되었다. 이와 더불어 대공황 이후 뉴딜정책의 경험은 시장경제의 자율성 보장과 정부의 적극적 개입 가운데 어느 것이 경제발전에 더 유용한지를 판단하도록 요구하는 새로운 문제로 제기되었다. 일제하 미국 유학생들의 상당수는 안창호의 흥사단․동우회 계열과 이승만의 동지회․흥업구락부 계열로 분류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특히 콜롬비아대학을 비롯한 미국 동부지역의 여러 대학에서 경제학 혹은 교육학 등을 수학한 이들이 이후 한국 사회․경제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였다. 본 연구에서 주로 검토할 인물은 김도연(1926년 콜롬비아대학 문학사, 1931년 아메리칸대학 경제학박사, 초대 재무부장관), 김현철(1930년 런티버러대학 학사, 1932년 콜롬비아대학 석사, 1933년 아메리칸대학 박사, 재무부장관), 최순주(뉴욕대 상학박사, 조선은행 총재, 재무부장관) 등 생산 중심의 자본주의 경제자립을 지지하는 입장과 한승인(1929년 미주리주립대학 문학사, 1931년 콜롬비아대학 상학사), 이대위(예일대학, 콜롬비아대학 교육학 석사, 미군정기 노동부장), 이훈구(1927년 캔사스주립대학 학사․석사, 1929년 위스콘신대학 농학박사, 미군정기 농무부장), 조병옥(1923년 콜롬비아대학 문학사, 1925년 박사과정 수료, 내무부장관) 등 분배 중심의 자본주의 경제자립을 주장했던 이들이다. 본 연구에서는 이들을 크게 경제적 자유주의 그룹과 경제적 민주주의 그룹으로 구분하여 그들의 노동관을 고찰하고 아울러 그 인식이 이후 한국사회의 노동문제를 해결 혹은 재생산해 나가는 과정을 탐색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목차를 구성한다. 1. 서언 2. 대공황 전후 미국사회의 노동문제 인식 3. 경제적 자유주의 그룹의 노동관 4. 경제적 민주주의 그룹의 노동관 5. 결어 2장에서는 우선 대공황 전후 미국 사회의 노동문제와 그에 대한 미국학계의 인식, 미국사회의 정책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유학생들의 노동문제 인식의 배경을 고찰한다. 유학생들이 당시 목도한 미국사회의 경제현실과 노동현실, 그리고 그에 대한 국가의 정책시행 과정은 이들이 이후 정책 실행자의 위치에 놓였을 때 자신의 경험으로 되새길 수 있는 중요한 모델이 되었다. 유학생들의 노동관은 앞에서 설명했듯이 크게 두 개의 시각으로 나뉘는데, 3장에서는 그 중 생산 중심의 자본주의 경제자립론을 주장했던 경제적 자유주의 그룹의 노동관에 대해 살펴본다. 이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자유로운 발전을 옹호하고 시장기구를 주로 탐구하는 신고전파 주류경제학의 영향을 받았으며, 부의 불평등 문제에 대해서는 필요악으로 바라보는 경향을 보였다. 여기에서는 김도연, 최순주, 김현철 등의 인식을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이에 비해 4장에서는 분배 중심의 자본주의 경제자립론을 주장했던 경제적 민주주의 그룹의 노동관에 대해 살펴본다. 이들은 정부나 제도의 사회정책적 시장통제를 통해 독점문제와 분배문제, 노사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미국 제도주의 경제학의 영향을 받았으며, 빈부문제의 대안으로 노자협조를 제시하였다. 미군정기 노동부장을 역임했던 이대위와 한승인, 이훈구, 조병옥 등이 주 서술 대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