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전통구술연행양식들인 설화, 판소리, 고전가요, 탈춤을 대상으로 하여 그들의 연행문법을 정립하는 것을 제1차적 목표로 한다. 그리고 그러한 연행문법을 우리 민족의 행동체계 내지는 예술적인 심미체계로 확장 연결하는 차원에서 민족문화학이라는 하나의 학 ...
본 연구는 전통구술연행양식들인 설화, 판소리, 고전가요, 탈춤을 대상으로 하여 그들의 연행문법을 정립하는 것을 제1차적 목표로 한다. 그리고 그러한 연행문법을 우리 민족의 행동체계 내지는 예술적인 심미체계로 확장 연결하는 차원에서 민족문화학이라는 하나의 학문영역을 우리 나름의 방법으로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민족문화학(Ethno-Culturology)이란 민족학(Ethnology)과 문화학(Culturology)을 결합한 조어로서, 아직 세계적으로 통용되거나 정립되지 않은 학문분야이지만 우리는 본 연구에서 우리 나름의 방법으로 조탁 융합하여 하나의 학문 영역을 의욕적으로 개척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구술연행양식의 구성요소들인 언술, 음악, 동작, 그리고 외부 상황적 맥락 등이 어떻게 결합되어 나타나는지를 면밀하게 추구할 것이다. 그리하여 각 양식별로 ‘언술+음악+동작’의 결합양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새로운 채록법을 시도하고 정식으로 제안할 것이다. 그리고 ‘언술+음악+동작’의 결합양상이 어떠한 외부 상황적 맥락과 만나고 있는지를 여러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비추어봄으로써 구술연행양식들의 전반적인 연행문법을 체계적으로 정립할 것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연행문법을 문화론적, 민족학적으로 응용하고 그 동력을 확장함으로써 학적 토대를 구축하는 데까지 나아가고자 한다. 우리의 전통구술연행양식에는 우리 민족의 행동체계 내지는 예술적인 심미체계가 농축되어 있을 것인 바, 그것을 민족문화학이라는 그릇으로 담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민족성이나 인종적 특징 등과 같은 편협한 국수주의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을 지양하고 각 민족의 문화예술적 성향이나 표현적 특징 등과 같은 문화보편적인 시각에서 접근함으로써 앞으로 이루어질 객관적인 비교문화적 연구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개방적인 자세를 취하고자 한다.구술연행양식에 대한 현장론적 연구는 사설, 화자, 청자, 이야기와 맥락의 관계는 물론이고, 반주되는 음악과, 화자의 동작과 표정 등 신체언어에도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의 기존 채록본들은 사설만을 기술함으로써 음악, 동작 등 비언어적 요소들과 그것들이 총체적으로 작용함으로써 나타나는 의미들을 간과하고 있다. 이야기 구연, 판소리, 가요창, 그리고 탈춤 같은 연행 현장을 연구자가 직접 찾아다니며 공연을 관찰하고 체험함으로써 언술, 음악, 동작 등이 결합되어 작동하는 연행 상황을 함께 담아 채록 채보한다. 언술은 언술 내용과 언술 형식이 결합되어 기술되어야 하고, 음악은 장단과 조, 음의 높이, 성음의 성질, 목구성 등이 함께 기술되어야 하며, 동작은 손과 발, 머리와 허리의 움직임, 소도구의 사용, 얼굴 표정 등이 함께 기술되어야 한다. 우리는 각 연행양식의 특성에 따라 채보하되, 최대한 그 상황에 개입된 모든 상황적 요소들을 지표화하고자 한다. 구술연행양식들이 어떤 연행문법 하에서 작동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컨텍스트인 외부 상황적 맥락들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구명해야 한다. 언술 내용과 언술 형식, 음악, 동작 등이 결합된 텍스트적 지표들은 그 사회와 역사, 문화, 관습 등과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관계에 놓이게 된다. 우리는 텍스트의 지표들에서부터 사회와 문화의 상황적 맥락에 이르기까지를 관통하는 연결선상에서 연행문법을 구하고자 한다. 우리의 전통구술연행양식들을 대상으로 추출한 연행문법의 의의를 높이려면 그것을 문화론적으로 응용하고 확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 추출한 연행문법에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언술적 내용과 형식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며, 어떤 음악적 자질과 동작적 상황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지가 상세하게 체계화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가지고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 구술연행양식의 연행문법이 현대의 일상 구술 상황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서로 비교할 수 있을 것이고, 현대에 행해지고 있는 구술연행장르들과의 비교를 통해서는 전통과 현대 사이의 변화와 지속성의 측면이 동시에 포착될 수 있을 것이며, 동아시아 구술연행장르들과의 비교에서는 각 민족의 언술체계와 행동체계, 음악체계에 비교문화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관련 학문분야의 방법론들을 체계적으로 접목시키고 융합하여 ‘민족문화학’이라는 하나의 융합학문을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하여 우리의 전통구술연행양식을 대상으로 하여 우리 나름의 학문적 토대를 구축함으로써 학문의 세계적인 소통에도 기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