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사상사는 곧 베다전통과 비(非)베다전통, 또는 유파(āstika)와 무파(nāstika)의 대론, 힌두교와 불교의 대론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소소하게는 육파철학 각 학파간의 대론과 비판도 있었으며, '모든 다툼에서 벗어난 이', 붓다 또한 비판의 대가였다. ...
인도사상사는 곧 베다전통과 비(非)베다전통, 또는 유파(āstika)와 무파(nāstika)의 대론, 힌두교와 불교의 대론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소소하게는 육파철학 각 학파간의 대론과 비판도 있었으며, '모든 다툼에서 벗어난 이', 붓다 또한 비판의 대가였다. 전통적으로 인도사상에서 비판은 자설(自說)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과정이었다. 심지어는 있을 수 있는 가상의 대론자(pūrvapaksin)를 설정하여 그와는 다른 자설의 특징을 드러냄으로써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비판과 대론을 통하여 인도의 사상과 문화는 다양성 속의 통일을 확립했다. 단지 죽은 듯이 고요하게 '병립'(竝立)하는 것은 '공존'(共存)이 아니다. 병립의 겉으로 드러나는 고요함은 차라리 '너는 너요 나는 나'라는 사고방식의 표현일 수 있다. 역동적인 공존은 아니라는 말이다. 인도사상사에서 비판과 대론은 여러 학파들의 역동적인 공존, 또는 다양한 공존을 가능케 한 주춧돌이었다. 본 논문의 목적은 육파철학 상호간의 비판 중에서 『슈리바쉬야』(Sribhasya)에 나타난 라마누자(Rāmānuja, 1017-1137)의 상키야 비판을 살펴봄으로써, 인도사상사에서 이원론과 궁극적실재의 양극성(兩極性, polarity)이론이 역동적으로 교차하는 내적구조를 규명하는 것이다. 비판이란 자설의 정립을 위한 필수과정이라 했을 때, 라마누자가 자설을 세우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이론은 크게 보아 샹까라(Śankara, 8세기)의 환영설(幻影說)과 상키야의 전변설(轉變說)이라 해도 무방하다. 이 두 이론은 라마누자의 전변설과 유사하면서도 또한 서로 다른 대표적인 이론들이다. 샹까라의 환영설에 대한 비판의 요점은 세계의 실재성에 대한 입장의 차이를 드러내는데 있다. 이에 비하여 상키야에 대한 비판은 전변(轉變)의 궁극적인 원인에 대한 입장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을 초점으로 한다. 물론 라마누자가 상키야에 대한 비판을 통하여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상키야의 전변설과는 다른 자설의 정체성이며 따라서 '서로 다름'이 강조되고 있지만, 본 논문에서는 이 두 이론이 지니는 유사성도 동시에 검토된다. 사실 상키야에 대한 라마누자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상키야와 라마누자의 한정불이론 사이에는 상당한 유사성이 보인다.
기대효과
1) 인도사상은 크게 유파(有派)와 무파(無派)로 나누어지며, 그 기준은 베다(Veda)의 권위를 인정하느냐의 여부이다. 베다의 권위에 의거하여 자설(自說)을 정립하는 대표적인 철학파들이 곧 육파철학(六派哲學, saddarśana)이다. 그러나 엄격한 의미에서 육파철학 가운데 베다 ...
1) 인도사상은 크게 유파(有派)와 무파(無派)로 나누어지며, 그 기준은 베다(Veda)의 권위를 인정하느냐의 여부이다. 베다의 권위에 의거하여 자설(自說)을 정립하는 대표적인 철학파들이 곧 육파철학(六派哲學, saddarśana)이다. 그러나 엄격한 의미에서 육파철학 가운데 베다와 직접적인 관련을 지니는 학파는 미망사(Mīmāmsa)와 베단따(Vedānta)뿐이며, 나머지 4학파는 그야말로 명목상 베다의 권위를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상키야나 요가(Yoga)학파는 오히려 무파의 불교나 자이나교에 가깝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2) 본 논문은 상키야에 대한 라마누자의 비판을 다루는 과정에서 차이점보다는 오히려 유사성에 초점을 둠으로써, 인도의 대표적인 이원론으로 평가되는 상키야와 베단따의 불이론(不二論)이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점에 큰 의미가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여, 라마누자의 양극성(원인적 브라흐만brahmakāranāvasthā과 결과적 브라흐만brahmakāryāvasthā)이론은 상키야의 이원론이 인도식 일원론으로 변형된 것이다. 베다 이래로 면면이 이어져온 '다자(多者)를 통한 일자(一者) 개념'은 11세기 라마누자의 한정(限定)불이론(Viśistādvaita)에서는 궁극적 실재의 양극성(polarity)이론을 통하여 절정에 이른다. 3) 앞으로 인도사상사에서 다원론 또는 이원론과 불이론의 소통이 궁극적 실재의 양극성이론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내적구조는 좀 더 포괄적이고 세밀하게 연구될 필요가 있으며, 본 논문은 이를 위한 토대가 된다. 4) 또한 본 연구에서 규명되는 궁극적실재의 양극성이론과 이원론의 소통구조는 A.N. Whitehead의 유기체적 우주론이나 원효(元曉)의 일심이문론(一心二門論)과 인도사상이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연구요약
라마누자가 상키야를 비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키야가 무신론이라는 점 때문이다. 라마누자가 타 학파에 대한 비판을 통하여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박띠(bhakti, 信愛) 종교의 철학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며, 상키야의 무신론은 박띠 종교 자체에 대한 부정이나 다름없 ...
라마누자가 상키야를 비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키야가 무신론이라는 점 때문이다. 라마누자가 타 학파에 대한 비판을 통하여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박띠(bhakti, 信愛) 종교의 철학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며, 상키야의 무신론은 박띠 종교 자체에 대한 부정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상키야는 샹까라의 환영설(幻影說) 못지않게 중요한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상키야와 관련하여 라마누자의 주요 관심사가 무신론이라 할지라도, 이에 대한 그의 비판은 오히려 이원론이 지니는 난점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것은 상키야가 지니는 난점이 결국 뿌루샤(Purusa)와 쁘라끄리띠(Prakrti)의 상위 개념으로서 이슈와라(Īśvara)를 인정할 때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다. 라마누자가 상키야를 비판하는 또 다른 하나의 목적은 자설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확립하기 위한 것이다. 상키야는 라마누자와 마찬가지로 실재론적인 입장에서 전변설을 내세우고 있는데, 그 차이를 선명하게 부각시킬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비(非)의식적인 쁘라끄리띠로부터 세계의 전개를 해명하는 상키야의 전변설을 비판하며, 이 과정을 통하여 자신의 양태(樣態, avasthā) 전변설을 세웠다. 한편 상키야에 대한 라마누자의 비판은 두 사상 사이의 차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또한 그 둘 사이의 유사성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비판을 통하여 자설을 확립한다는 점에서 볼 때, 만일 그 둘 사이에 유사성이 없다면 굳이 비판해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상키야와 라마누자의 동이(同異)를 고찰하였다. 첫째, 상키야의 뿌루샤와 쁘라끄리띠가 지니는 이원(二元) 구조는 라마누자의 궁극적 실재 속에서 종횡의 이중적 양극 구조와 유사하다. 후자는 전자의 난점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상키야의 횡적 이원 구조는 무신론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지만, 라마누자의 종횡 이중적 양극 구조는 박띠 종교의 유신론을 수용하기에 적합하다. 궁극적 실재의 이원 구조나 양극 구조는 일원론이 지니는 난점을 극복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둘째, 라마누자의 3중 실재(tattvatraya)와 상키야의 25요소의 관련을 규명하였으며, 특히 5종의 딴마뜨라(tanmātra, 5唯)에서 5종의 마하부따(mahābhūta, 5大)가 나오는 과정을 중심으로 상키야와 라마누자 또는 후기 한정불이론자들의 입장을 비교하였다. 라마누자는 세계전개 과정을 설명하면서 거의 상키야의 개념들을 차용하고 있지만 다소의 차이가 있으며, 특히 쁘라끄리띠의 3-구나(guna)를 본질적 속성으로 본다는 점에서 세 구성요소로 보는 상키야의 입장과 다르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셋째, 라마누자가 해탈된 영혼의 개별성을 인정하는 것은 상키야에서 뿌루샤의 다수성이 인정되는 것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는 '한정'이라는 조건이 붙지만 불이론이라고 불리는데 비하여 후자는 이원론으로 간주된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상키야의 이원 구조는 분리와 차이에 초점이 있는데 비하여 라마누자의 양극 구조는 연속과 유기적 통일에 주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글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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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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