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크게 다음 다섯 단계로 진행되었다.
① 한반도와 관련하여 역대로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孔子의 발언, “선생님(공자)께서 구이에 거처하고 싶어 하셨다. 누군가가 여쭈었다. ‘누추할 터인데, 이를 어찌 하시겠습니까?’ 선생님께서 답하셨다. ‘군자가 거기에 ...
본 연구는 크게 다음 다섯 단계로 진행되었다.
① 한반도와 관련하여 역대로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孔子의 발언, “선생님(공자)께서 구이에 거처하고 싶어 하셨다. 누군가가 여쭈었다. ‘누추할 터인데, 이를 어찌 하시겠습니까?’ 선생님께서 답하셨다. ‘군자가 거기에 살게 된다면/살았으니/살고 있으니, 무슨 누추함이 있겠느냐?’(子欲居九夷. 或曰, 陋, 如之何. 子曰, 君子居之, 何陋之有. <子罕>)”을, 충분한 증거를 바탕으로 재해석한 결과, ‘구이’는 한반도 일대를 지칭하고, ‘군자’는 ‘공자’나 ‘기자’가 아니라 ‘구이’ 자체를 가리킴을 입증하였다. 다시 말해, 구이가 살고 있는 한반도 자체를 군자국으로 보는 것이 공자의 인식이었음을 확인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로 중국중심주의적인 관점에서 의도적인 왜곡이 행하여져 왔음도 아울러 지적하였다.
② 공자의 인식은 개별적이고 주관적인 것이 아니라, 당시 상당히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것이었던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그의 인식이 오래전부터 널리 전래해오는 신화전설에 근거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산해경> <박물지> <외국도> <신이경> <회남자> 등에 나오는 ‘군자국’ ‘장수국’에 관한 기록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산해경>을 중심으로 하는 설화에서 가장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하는 ‘무궁화’ ‘호랑이’의 경우, 우리나라의 자료는 물론 중국 자료를 통해서도 그것이 대대로 한반도를 상징하는 사물이었음을 살펴보았다. 아울러 ‘무궁화’와 ‘호랑이’가 상징하는 한반도 형상의 문화원형적 의미를 재해석하였다.
③ <산해경>과 <한서․지리지>의 기록을 바탕으로 하여, 고대 한반도의 양상을 세 단계, 즉 ‘군자국’ → ‘기자조선’ → ‘한사군’으로 나누면, 각 단계의 특징은 ‘인성적 자율’ → ‘8조 금령’ → ‘60조 금령’으로 개괄할 수 있었다. 이는 인성적 자율이 차지하는 사회적 역할이 점점 작아지고 그만큼 제도적 규범이 강화되어 감을 의미한다. 아울러 ‘공생(共生)’의 사회에서 ‘경쟁(競爭)’의 사회로 전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세 시기를 관통하여 흐르고 있는 맥이 있는데, 그것은 사회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는 동이족의 ‘천성’이다. 물론 그것은 ‘군자’이다.
④ 고대 한반도인의 형상이 공간적으로 고대 동아시아에서 갖는 의미를 검토하기 위한 선행 작업으로, 이를 기록하였던 고대 중국인이 꿈꾸었던 이상향을 살펴보았다. 중국 사상의 근간을 이루는 도가와 유가가 제시하는 모델을 중심으로 하여, 유위(인위, 경쟁, 제도)와 무위(자연, 공생, 인성)라는 이원적 길항 관계로 보면, ‘지덕지세’ → ‘소국과민’ → ‘대동사회’ → ‘소강사회’의 순서로 정리할 수 있었다. 무위에 속하는 항목이 약화되는 반면, 유위에 속하는 항목이 증강하는 과정으로 이해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물질문명과 문물제도가 점차 ‘발달’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지만, 다른 관점, 특히 도가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는 단지 ‘퇴화(退化)’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고대 한반도 형상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군자국’은 도가의 ‘지덕지세’와 ‘소국과민’ 그리고 유가의 이상인 ‘대동사회’의 요소를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산해경>을 비롯한 일련의 중국 문헌이 묘사하고 있는 동방의 군자국은, 고대 한반도인의 이상적 삶을 형상화한 것일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인의 행복관 내지는 가치관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한반도를 위시로 하는 동아시아인의 인식에는 유위/인위/규제/경쟁보다는 무위/자연/자율/공생적인 요소가 보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일면 인류 문명의 발전을 부인하는 비현실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지만, 반면 물질보다는 정신을, 외면보다는 내면을, 경쟁보다는 공생을 중시하는 인식은 현대 사회의 제 문제를 치유하는 데 여전히 참조하여야 할 소중한 유산임이 확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