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능은 애초에 ‘물리적, 자연적 내지는 존재적, 논리적’ 불능에서 출발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당연하게도 채무자는 자신의 급부를 이행할 수 없고, 채권자는 급부이행을 요구할 수 없다. 따라서 당연하게도, 채무자는 1차적 급부의무에서 벗어나고, 채권 ...
불능은 애초에 ‘물리적, 자연적 내지는 존재적, 논리적’ 불능에서 출발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당연하게도 채무자는 자신의 급부를 이행할 수 없고, 채권자는 급부이행을 요구할 수 없다. 따라서 당연하게도, 채무자는 1차적 급부의무에서 벗어나고, 채권자도 본래의 이행을 우선해야 할 구속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불능의 이러한 효과는 절대적 불능이 아닌 사안에도 주어질 필요가 있었고, 이를 위해서 불능개념의 다양한 ‘변주’가 일어났다. 사실적 불능, 경제적 불능, 주관적 불능은 모두 이러한 예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채무자 희생의 과도성’이라는 관점에서 불능개념의 확장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는 불능이 채무자의 1차적 급부의무를 면제시키는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일어난 개념확장이다. 하지만 불능은 채무자의 1차적 급부의무를 면제시키기도 하지만, 본래의 이행을 먼저 청구해야 하는 구속으로부터 채권자를 해방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불능의 기능을 고려한다면, 다른 방향으로의 개념확장도 피할 수 없다. 즉, 채권자가 본래이행을 먼저 청구해야 할 구속에서 벗어나는 이익을 위한 개념 확장도 피할 수 없고, 이는 2005다39211에서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방식에 의한 불능개념의 확장은 불능판단의 이원화를 가져온다. 즉, 채무자가 1차적 급부의무에서 벗어나기 위한 요건으로서의 불능판단과 채권자가 즉시 계약을 해제하기 위한 요건으로서의 불능판단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는 불능의 기능이 각 법효과 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능이 각기 다르므로, 이익형량의 대상과 방법도 달라지고, 이에 따라서 불능의 판단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 채권자가 즉시 계약을 해제하거나 전보배상청구권을 행사하고자 할 경우에는 불능의 판단기준이 완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불능 판단기준을 완화한다면, ‘불능 개념의 통일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만 ‘거래관념’ 자체가 유동적인 개념인 만큼,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 달리 볼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 더 나아가 모든 개념은 획일적으로 그 내용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의 관점 내지는 입장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 이때는 그 개념이 어떠한 목적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서로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개념은 그 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개념정의’의 정확성 보다는 그 기능에 맞는 적용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2005다39211의 타당성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법학에서 개념의 통일성은 중요하다. 따라서 입법론적으로는, 불능 이외에 이익형량에 의해 즉시 해제나 전보배상청구권을 인정할 만한 사유를 법률에 따로 두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2004년의 민법개정안 제544조의 2가 참조될 수 있다. 이 개정안 제544조의 2는 최고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경우로 현행법상의 이행불능 및 정기행위에서의 이행지체 외에 “채무가 이행되지 아니할 것이 명백하게 예견되는 때”를 두고 있다. 이에는 이행거절 뿐만 아니라, 이익형량상 채권자가 채무자의 이행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최고가 필요없는 경우로, 불능․이행거절․정기행위의 지체 외에 “계약의 성질 기타 당사자 쌍방의 이익을 형량하여 즉시해제가 정당화될 만한 사정이 있는 때”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이러한 방식은 독일 민법 제323조 2항과 유사하다. 이 조항에 따르면 “당사자 양측의 이익을 형량하여 즉시의 해제를 정당화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기간설정이 필요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전보배상과 해제의 경우 불능의 고유한 기능이 채권자가 최고기간을 설정하지 않아도 된다는데 있다고 하면서, 불능법이 없다면 위 조문이 그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이러한 관점은 2005다39211에서 거래관념상 불능을 인정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따라서 이러한 개정이 이뤄진다면, 거래관념상의 불능에서 이 부분을 떼어내더라도 문제해결에 어려움이 없게 되고, 따라서 불능에 대해 ‘광협’의 두 가지 개념을 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논문은 새로운 해제요건을 둘 필요성과, 필요성이 경우 그 기준에 대하여 하나의 관점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