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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저항의 장소 - 19세기 독일어권 소도시 문학 연구
  • 연구자가 한국연구재단 연구지원시스템에 직접 입력한 정보입니다.
사업명 신진연구자지원사업(인문사회) [지원년도 신청 요강 보기 지원년도 신청요강 한글파일 지원년도 신청요강 PDF파일 ]
연구과제번호 2010-332-A00174
선정년도 2010 년
연구기간 1 년 (2010년 05월 01일 ~ 2011년 04월 30일)
연구책임자 이노은
연구수행기관 인천대학교
과제진행현황 종료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획일화된 도시 구조와 도시인의 삶에 대한 반작용으로 도시문화의 고유성, 지역성을 찾고자 하는 새로운 노력이 행해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본 연구가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은 독일의 소도시 문화가 진보와 이성화를 추구하는 천편일률적인 대도시 문화에 대한 대안적 상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영국과 프랑스가 일찍이 중앙집권화와 근대화를 성취하고 런던, 파리와 같은 대도시문화를 이루었던데 반해, 30년 전쟁 이후 정치적으로 분열된 독일은 중앙집권화 되지 못한 채 소도시라는 특별한 장소를 형성했다.
    19세기 문학작품 속에 드러나고 있는 소도시의 고유한 문화를 살피고 그 양상을 비교해 보려는 본 연구는 두 가지의 의미를 갖게 된다. 한편으로는 독일의 소도시 문화가 현대의 공간 문제에 대해 시사점을 줄 수 있는 대안적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19세기의 문학적 표현을 통해 추적해 보려는 시도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오늘날 독일의 소도시 문화의 잠재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인지에 대해 비교해 보고 성찰해 볼 수 있는 기준점을 찾아보는 것이다.
    본 연구의 첫 번째 단계에서는 대안적 공간으로서의 소도시라는 기본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독일의 소도시가 가진 독특한 지형을 재구성 해보고자 한다. 다른 국가들의 대도시와는 명확히 구분되는 독일 특유의 소도시 문화와 그 배경, 도시의 거주민들에게 미치는 상호영향력 등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독일 소도시의 풍성한 문화적 유산과 기념비들이 열거됨으로써 독일 고유의 문화지형도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본 연구의 두 번째 단계에서는 구체적으로 19세기의 대표적 문학 작품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게 된다. 중점적으로 다루어질 작품은 슈토름의 "통장이 바슈"와 라베의 "포겔장의 서류들"이다. 이 작품들은 19세기 후반에 지어진 작품으로서 당시 시민들의 가치와 규범들이 구현될 수 있었던 소도시적 문화를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는 한편, 이미 독일 전역에 불어 닥친 산업화와 근대화의 바람 속에서 움트는 위기의식과 그에 대한 저항적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이 두 작품 외에 켈러의 "젤트뷜라 사람들" 같은 경우는 19세기 초반의 소도시 문학 경향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는 작품으로서 아직은 전원문학의 영향 하에서 이상적이고 조화로운 소도시의 모습이 더 두드러진다. 따라서 두 개의 주요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시대적, 문학사적 배경으로서 19세기 전반의 문학에 나타난 소도시 문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결국 19세기라는 격변의 시기를 겪는 동안 독일어권의 소설 작품 속에 그려진 소도시들 또한 전원적이고 조화로운 장소로부터 몰락의 위기 앞에서 자신의 특성과 의미를 되새겨보는 장소로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되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기대효과
  • 1. 학문적 기대효과
    본 연구는 최근의 도시 및 도시문화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문화학적 연구로서 독문학계에서 아직 자세히 다루어지지 않은 분야를 다룬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 연구를 통해 국내 독문학 연구의 외연 확장에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제적 연구를 위한 초석을 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 후속연구
    본 연구가 제기한 문제의식을 통해 20세기 초반 반란과 부친살해의 장소로, 나치의 선전도구로 변질되었던 소도시 공간에 대한 문학사적 접근을 시도하거나, 소도시 공간에 대한 연구를 젠더, 기억 담론 등과 연결시켜 좀 더 입체적인 문화학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3. 강의 개발
    본 연구는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도시공간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음으로써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관련 전공수업 및 교양수업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고전 명작을 새로운 시각에서 읽어낼 수 있고 그 사회적·문화사적 맥락까지도 읽어내는 능력을 길러주는 데에도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 연구요약
  • - 독일의 소도시: 부드러운 저항의 장소
    소도시는 나름의 방식으로 도시적이었지만, 대도시처럼 통일적이거나 강제적인 면은 훨씬 적었다. 소도시는 필수적이면서 요란스럽지 않은 고요함과 지배적인 진보 위주의 사고에 대한 거리, 현대의 신경증적인 증상들을 바라볼 수 있는 거리를 제공했다. 그러한 거리는 성찰적인 행동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그리하여 이곳에서 모든 세계를 머릿속에서 창조하고 움직였던 19세기의 이상주의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괴테와 실러가 독일 고전주의의 꽃을 피우고 바흐가 교회의 음악감독으로 일했던 바이마르가 그러한 독일적 소도시의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본 연구의 첫 단계에서는 독일 소도시의 저항적 잠재성에 초점을 맞추어 19세기의 독일 문화 속에서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발현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도시문화이론과 독일문화사 등을 통해 살펴볼 것이다.

    - 전원적 소도시: 켈러의 "젤트뷜라 사람들"
    소도시의 삶은 대도시의 차가운 바람 속에서는 살아남지 못할 사회적 관계의 친근함을 담고 있는데, 비더마이어 시대의 소도시 목가와 19세기의 여행묘사에 나타나는 조화로운 도시들은 이러한 안락함과 평화로움, 여유로움 등을 통속화하여 과장되게 표현해냈다. 문학작품 속에 그려진 이러한 전원적 소도시의 모습은 19세기 후반의 작품들에서 드러나는 소도시의 위기의식과 대조점을 이룬다.

    - 고향도시의 희망: 슈토름의 "통장이 바슈"
    1886년에 발표된 슈토름의 노벨레 "통장이 바슈"는 소도시 수공업자의 삶을 그리며 19세기 후반의 독일 소도시의 문화를 그려내고 있는데, 자본주의적인 미국 도시의 문화와 대조를 이루며 등장하는 소도시적 인정과 소박함은 그 위기와 불안감을 감출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따뜻하고 희망이 있어 보인다. 본 연구에서는 슈토름의 "통장이 바슈" 속에 그려진 소도시 문화의 양상을 세세히 살피고 그것이 지니고 있는 조용한 저항의 측면을 재구성하고자 하며, 10여년 후에 발표된 라베의 "포겔장의 서류들"에 그려진 더 큰 위기와 위협과 비교해 보면서 소도시 공간이 갖는 대안적 함의와 그 생존 가능성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 소도시의 위기: 라베의 "포겔장의 서류들"
    1896년에 발표된 라베의 "포겔장의 서류들"에서는 자본이 지배하게 된 세상에서 전래의 가치가 무너져 가는 과정이 포겔장이라는 작은 도시의 예를 통해 묘사되고 있다.
    소도시에는 익숙함이 있고, 현대화의 과정 중에 개인이 받는 상처로부터의 보호가 제공된다. 소도시는 자신의 자리를 얻어내고자 투쟁해야 하는 자아를 위한 부드러운 저항의 장소였다. 소도시는 주관성의 기초가 마련될 수 있는 공간을 창조했다. 20세기에 접어들어 막을 길 없는 오염과 왜곡과 폄하에 내던져졌던 독일의 소도시가 19세기 말에 스스로 진단하고 있었던 위기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은 저항과 비판의 시각, 잠재적인 가능성을 읽어보고자 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표이다.
  • 한글키워드
  • 슈토름,라베,켈러,소도시,저항
  • 영문키워드
  • Kleinstadt,Widerstand,Raabe,Storm,Keller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 국문
  • 독일의 소도시는 특별한 장소로서, 이곳에서는 대도시의 익명성과도 다르고 농촌의 폐쇄성과도 다른 독특한 사회관계가 형성되었고, 이러한 우정과 친교공동체 안에서 그곳에 거주하는 이들끼리의 특수한 소통 방식이 존재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 빌헬름 제국시기는 현대적인 도시의 기본 모형이 형성되고 도시의 면적과 인구가 급격히 팽창하여 도시화의 최절정기를 이룬 때로서, 중세적 기본 구조와 삶의 방식을 유지해오던 독일 소도시들 역시 질적인 변화의 요구 앞에 놓이게 되어, 각 도시 나름의 여건과 장점을 고려한 특징을 개발함으로써 생존을 도모해야 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본 연구에서는 라베의 작품 "포겔장의 서류들"을 중심으로 하여 슈토름 등의 작품과 비교함으로써 19세기의 문학작품 속에 나타난 소도시문화의 특징을 살피고자 한다.
    라베는 "독일소도시의 서사적 전문가"로서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까지에 걸쳐 위기에 처한 독일 소도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면서도 지역적인 향토작가의 틀을 뛰어넘어 글로벌한 문제에 접근한 작가로 평가된다. 그의 문제제기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소도시의 탐구가 지니는 현대적 의미에 대해서도 답할 수 있을 것이다.
    1896년에 발표된 라베의 "포겔장의 서류들"은 화자인 고위공무원인 칼 크룸하르트가 외곽도시인 포겔장에서 보낸 어린 시절, 그리고 당시 친구들의 불행한 삶과 사랑에 대해 회고하는 형식의 소설이다. 회고하는 1인칭 서술자가 기록, 서류 등을 다루는 공무원이며, 소도시의 공동체에 대한 애정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은 라베와 슈토름의 작품 "통장이 바슈"가 갖고 있는 공통점이다. "포겔장의 서류들"의 3명의 주인공 칼, 펠텐, 헬레네가 어렸을 적에 포겔장은 ‘이웃간에 함께 살면서 서로서로 관심을 주고받는 인정’이 있고, 아직 훼손되지 않고 보존된 자연환경이 존재하는 이상적인 주거공간이었다. 서술자가 계속해서 보고하듯이 그 당시에는 시의 인구가 10만 명을 넘지 않았고 "헐린 집의 잔재물들, 공장에서 나온 재들이 버려진 길들, 하수도 시설 공사와 그 비슷한 것들"이 아직 없었다. 화자는 소규모 공동체 안에서 이웃 간의 관심과 도움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며, 시대의 변모와 함께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대도시적인 발전에 대한 거부감과 회의를 반복해서 드러내고 있다.
    슈토름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포겔장"에서도 소도시 문화와 대조적인 문화로 대도시, 특히 미국의 삶이 소개되고 있지만, 그 범위나 강도가 훨씬 더 강하고 직접적이다. 소도시의 몰락상 역시 훨씬 더 비참하게 그려지며, "통장이 바슈"의 수공업자 가족은 결말에서 제한적이나마 소도시의 안정과 소박한 행복을 부여받은 반면에 "포겔장"의 친구들은 죽음 혹은 이별을 경험한다. 또한 "포겔장"에는 속물적이고 이기적인 시대적 흐름에 대한 강력한 거부를 삶으로 표현하는 펠텐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반면, "통장이 바슈"의 소도시에서는 펠텐과 같은 인물은 살아남을 수 없다. 그 규범이 어떤 것이든지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돌아온 탕자’만이 해피 앤드를 맞는다. 똑같이 19세기 후반에 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1830년대의 소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슈토름의 작품과 산업화가 훨씬 더 진전된 시대를 배경으로 한 라베의 작품은 여러 면에서 큰 대조를 이루며 비교의 관점을 제시한다. 통장이 바슈가가 고통스럽게 지켜낸 옛 가치들은 포겔장의 친구들에게 와서는 더 이상 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러한 점들을 근거로 두 작품의 서술자들이 무엇을 위해 회상하고 있는지를 추적해 볼 수 있다. 슈토름이 시대의 위기 앞에서 불안해하면서도 소도시 공동체의 전통적 가치에 희망을 부여했다면, 라베는 좀 더 냉정하고 비관적인 시선으로 시대의 흐름을 좇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 영문
  • Die deutsche Kleinstadt stellt einen besonderen Ort dar, in dem sich ganz eigene Verhaeltnisse entwickelten im Gegensatz zur Anonymitaet der Grossstadt und zur Verschlossenheit des baeuerlichen Landes. In den Freundschaften und Freundeszirkeln der Kleinstadt wurden spezifische Arten der Kommunikation gefoerdert. Aber die Zeit des Wilhelmischen Kaiserreiches 1871 bis 1914 bildete den Hoehepunkt der Industriellen Revolution in Deutschland, verfestigten sich die Grundmuster des modernen Staedtewesens. Der Wandel der Staedte von noch mittelalterlich-laendlich gepraegten Siedlungen zu Gemeinden moderner Struktur und Organisation forderte die Kleinstaedter heraus, sich die neue Werte und Norme anzueignen und an die industrialisierte, moderne Lebensweise anzupassen. In der vorliegenden Forschungsarbeit habe ich es mir zur Aufgabe genommen, die kleinstaedtische Kultur des 19. Jahrhunderts in den Werken von Wilhelm Raabe und Theodor Storm vergleichend zu betrachten.
    In seinem Roman "Die Akten des Vogelsangs" aus dem Jahr 1896 schildert Raabe die Jugendzeit, die die 3 Freunden, Karl, Velten und Helene zusammen in der Vorstadt "Vogelsang" verbracht haben, und ihr Leben und ihre tragische Liebe. Wie in der Novelle Storms "Boetjer Basch" erinnert sich auch hier der Ich-Erzaehler, ein Beamter und Bildungsbuerger, aus seiner Perspektive.
    Zu der Zeit, als Karl Krumhardt noch mit seinen Freunden in Vogelsang war, gab es noch nicht "Bauschutt, Fabrikaschenwegen, Kanalisationsarbeiten und dergleichen" in der Vorstadt. Die nachbarschaftliche Beziehung war vorhanden, die Natur gut bewahrt, und die Stadt stellte eine ideale Lebensumgebung dar.
    Der Erzaehler zeigt immer wieder seine Skepsis und seinen Unmut dem zeitlichen Phaenomen des Kapitalismus oder Materialismus gegenueber, als dessen Folge bisherige geistige und moralische Werte verlorengegangen sind.
    Wie in Storms "Basch" tritt auch in "Vogelsang" Amerika als ein Gegebild des deutschen Provinzlebens auf, und zwar mit dem viel haerteren Ton und der viel staerkeren Intensivitaet. Der Zerfall und die Aufloesung der Kleinstadt wird auch viel klaeglicher gezeichnet: waehrend die Handwerkerfamilie in "Basch" am Ende mindestens ein bescheidenes Glueck und Sicherheit geniessen kann, muessen die Freunde in "Vogelsang" Tod oder Abschied erfahren.
    Und eine Person wie Velten Andres in "Vogelsang", der als mutige Menschen gegen die buergerliche Welt agiert, existiert nicht in der idyllen Welt von "Basch". Hier ist nur der Rueckkehr des verlorenen Sohnes willkommen, der jegliche gesellschaftliche Normen und Werte akzeptiert.
    Obwohl die beiden Werke gleich im spaeten 19. Jahrhudert geschrieben wurden, kontrastieren sie deutlich und sind daher gut vergleichbar. Storm hat seine Erinnerung in die Anfangsjahrzente des 19. Jahrhunderts plaziert und in der Darstellung einer humorvolle Idylle Hoffnungen auf ueberkommenen Werten wie menschliche Solidaritaet, Naechstenliebe, gute nachbarliche Beziehungen, Mitgefuehl, gemeinsame Unterstuetzung usw. gesetzt. Aber Raabe scheint zu diagnostizieren, dass die harmonische Zusammenfuehrung von Individuum und Gesellschaft gescheitert ist und die ehemalige Vision einer humanen buergerlichen Gesellschft aufgegeben zu haben.
연구결과보고서
  • 초록
  • 공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최근의 연구경향 속에서 주요 주제로 다루어지는 것은 주로 대도시 중심의 현대적인 공간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소도시 공간에 대한 관심은 획일화된 도시 구조와 도시적 삶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도시문화의 고유성과 지역성을 찾고 하나의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노력과 연결된다. 본 연구에서는 전통적으로 다른 문화권과 구별되는 고유하고 안정적인 소도시 문화를 형성해왔던 독일의 경우를 중점적으로 다루어보고자 한다.
    현대의 공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19세기의 독일 소도시 문학을 다시 읽어보고 재구성하고자 하는 이유는 전세계적으로 도시의 외양이 비슷해져 가고 있는 오늘날에도 오랜 전통을 가진 소도시가 고집하는 지역성은 도시가 추구하는 가치로 남아 그 도시의 독특한 이미지를 형성함으로써, 성장과 발전의 이데올로기 하에 획일화되어가는 문명의 흐름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성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쉼표와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현대적 대도시와 비교할 때 탈속도화의 경향이 관찰되는 소도시는 시대를 바라보는 주변부적 시각을 제공하고 주도적인 문화흐름과 위기 앞에서 대안적 시각과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장소인 것이다.
    19세기의 독일은 격변의 시기와 함께 산업화, 도시화의 과정을 거쳤다. 1833년 ‘독일 관세연맹’의 결성 후 독일의 산업화가 가속화되었고, 이와 함께 무역과 교통의 발달로 전반적인 도시화(Urbanisierung) 과정이 진행되며 대도시가 증가하게 된다. 특히 1871년-1914년의 빌헬름 제국시기는 현대적인 도시의 기본 모형이 형성되고 도시의 면적과 인구가 급격히 팽창하여 도시화의 최절정기를 이룬 때이다. 중세적 기본 구조와 삶의 방식을 유지해오던 독일 소도시들 역시 질적인 변화의 요구 앞에 놓이게 되어, 각 도시 나름의 여건과 장점을 고려한 특징을 개발함으로써 생존을 도모해야 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본 연구에서는 라베의 작품 "포겔장의 서류들"을 중심으로 하여 슈토름 등의 작품과 비교함으로써 19세기의 문학작품 속에 나타난 소도시문화의 특징을 살피고자 한다. 라베는 “독일소도시의 서사적 전문가”로서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까지에 걸쳐 위기에 처한 독일 소도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면서도 지역적인 향토작가의 틀을 뛰어넘어 글로벌한 문제에 접근한 작가로 평가된다. 그의 문제제기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소도시의 탐구가 지니는 현대적 의미에 대해서도 답할 수 있을 것이다.
    1896년에 발표된 라베의 "포겔장의 서류들"은 화자인 고위공무원인 칼 크룸하르트가 외곽도시인 포겔장에서 보낸 어린 시절, 그리고 당시 친구들의 불행한 삶과 사랑에 대해 회고하는 형식의 소설이다. 회고하는 1인칭 서술자가 기록, 서류 등을 다루는 공무원이며, 소도시의 공동체에 대한 애정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은 라베와 슈토름의 작품 "통장이 바슈"가 갖고 있는 공통점이다. 슈토름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포겔장"에서도 소도시 문화와 대조적인 문화로 대도시, 특히 미국의 삶이 소개되고 있지만, 그 범위나 강도가 훨씬 더 강하고 직접적이다. 소도시의 몰락상 역시 훨씬 더 비참하게 그려지며, "통장이 바슈"의 수공업자 가족은 결말에서 제한적이나마 소도시의 안정과 소박한 행복을 부여받은 반면에 "포겔장"의 친구들은 죽음 혹은 이별을 경험한다. 또한 "포겔장"에는 속물적이고 이기적인 시대적 흐름에 대한 강력한 거부를 삶으로 표현하는 펠텐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반면, "통장이 바슈"의 소도시에서는 펠텐과 같은 인물은 살아남을 수 없다. 그 규범이 어떤 것이든지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돌아온 탕자’만이 해피 앤드를 맞는다. 슈토름이 시대의 위기 앞에서 불안해하면서도 소도시 공동체의 전통적 가치에 희망을 부여했다면, 라베는 좀 더 냉정하고 비관적인 시선으로 시대의 흐름을 좇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1.1. 학문적 기대효과
    본 연구는 최근의 도시 및 도시문화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문화학적 연구로서 독문학계에서 아직 자세히 다루어지지 않은 분야를 다룬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 연구를 통해 국내 독문학 연구의 외연 확장에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역사학, 사회학, 지리학 등 다른 학문영역에서도 소도시라는 주제가 잘 다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학제적 연구를 위한 초석을 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2. 후속연구
    본 연구가 제기한 문제의식을 통해 20세기 초반 반란과 부친살해의 장소로, 나치의 선전도구로 변질되었던 소도시 공간에 대한 문학사적 접근을 시도하거나, 소도시 공간에 대한 연구를 젠더, 기억 담론 등과 연결시켜 좀 더 입체적인 문화학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21세기 통일독일의 현실을 반영하는 주제로서 동독 소도시들의 축소현상에 대해서 후속연구를 진행한다면 유의미한 시사점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1.3. 강의 개발
    본 연구는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도시공간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음으로써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관련 전공수업 및 교양수업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문학작품 속에 반영된 소도시 문화의 양상을 꼼꼼하게 살핌으로써 이러한 연구결과를 이용하여 고전 명작을 새로운 시각에서 흥미롭게 읽어낼 수 있고 그 사회적·문화사적 맥락까지도 읽어내는 능력을 길러주는 데에도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 색인어
  • 소도시, 19세기, 산업화, 도시화, 라베, 포겔장의 서류들, 슈토름, 통장이 바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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