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수는 1920-30년대 러시아 드라마투르기에 나타난 안티유토피즘의 문제를 고찰함으로써 소비에트 드라마에 대한 새로운 해석, 폭넓은 접근 방법과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기 위한 시도이다.
러시아 역사에서 1920-30년대는 사회주의 혁명, 세계대전과 내전, 신경제정 ...
본 연수는 1920-30년대 러시아 드라마투르기에 나타난 안티유토피즘의 문제를 고찰함으로써 소비에트 드라마에 대한 새로운 해석, 폭넓은 접근 방법과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기 위한 시도이다.
러시아 역사에서 1920-30년대는 사회주의 혁명, 세계대전과 내전, 신경제정책, 스탈린 독재 등으로 대단히 복잡하게 얽혀진 전대미문의 시간대이자, 러시아 극문학과 연극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시기로 평가된다.
새로운 사회건설과 정착을 위해 가장 강력한 선전선동 수단으로 연극을 채택한 혁명정부의 전폭적이며 계획적인 관리와 지원 하에 이 시기의 드라마와 연극은 문학과 예술에서 주도적인 장르로 자리매김함과 동시에 복잡하게 얽혀진 시대상황을 그대로 반영하듯 모든 가능한 장르적 실험과 다양한 형식을 발현하여, 이른바 ‘러시아 드라마와 연극의 르네상스’를 이룩한 시기로 평가된다. 따라서 한 두 경향으로 쉽사리 정리되지 않는 이 시기 드라마투르기의 폭넓은 스펙트럼과 독특한 아우라는 러시아 극문학 연구자들에 끊임없는 연구의 원천을 제공하고 있다.
오늘날까지 수많은 연구자들은 이 시기의 방대한 드라마 유산에 대한 작업을 끊임없이 지속하고 있으며, 그 결과 우리는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일련의 다양하면서도 복잡한 당대 드라마 장르들과 조우하고 있다. 대중-선동연극, 선동-세태연극, 낭만적 영웅드라마, 풍자 드라마, 클럽연극, 역사드라마, 영웅-혁명 드라마, 낙관적 비극, 전쟁드라마, 사회-심리드라마, 서정적 희극, 영웅적 희극, 사회주의 사실주의 드라마 등.
따라서 현재까지 이 시기 드라마투르기의 연구는 이러한 장르 구분에 의존하여 장르내의 특성과 진화, 장르간의 대화와 대립을 기본 축으로 삼아 개별 작가, 작품들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1920-30년대 드라마 연구 중 좌, 우파 경향의 장르간 대립과 대화에 대한 연구는 단순한 드라마 연구 영역을 넘어서서 사회문화 현상 전반을 재단하는 하나의 중요한 척도로써 그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르 구분에 기반을 두는 연구는 몇 가지 한계와 오류를 드러내고 있다. 우선 이러한 분류법들은 주로 페레스트로이카 이전의 소련 연극학자들에 의해 규정된바 일정부분 관변적인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당시 여러 가지 이유로-주로 당의 지침에 반대되는-출판되지 못하거나, 검열에 의해 심하게 수정된 수많은 희곡들을 간과하고 있어 균형 잡힌 드라마 연구에 적잖은 한계성을 내포하고 있다. 비단 이것은 드라마 장르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지만 1920-30년대 러시아 드라마투르기에 대한 연구는 보다 폭넓은 자료와 다양한 관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각으로 재정립해야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본 연수에서는 보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1920-30년대 러시아 드라마투르기를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하나의 코드로서 ‘안티유토피즘’을 제시하여 그 경향과 특징을 1920-30년대 전체 드라마투르기의 맥락에서 살펴보고, 안티유토피즘을 내포하고 있는 개별 드라마들을 분석하여 ‘안티유토피아 드라마(антиутопическая драма)’라는 새로운 장르를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나 안티유토피아는 주로 소설 장르에서 발생, 발전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그 연구 역시 산문 장르에만 국한되어 있으며 드라마 장르에서의 연구는 희박하다는 점이 본 연수의 목적과 필연성의 근본적인 토대를 형성한다.
따라서 본 연수는 1920-30년대 소비에트 드라마투르기에 나타난 안티유토피즘을 연구하여 안티유토피즘이 산문에서 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실재성을 가진다는 것을 고찰하는 것이 그 첫 번째 목적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발생한 연원과 과정을 추적하고, 그것이 개별 작가와 작품 속에서 어떤 형태로 드러나고 있는지를 분석하여 1920-30년대 드라마투르기에서 어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장르간의 단순한 대립과 화합의 양상으로 연구되어온 이 시기 드라마투르기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부여하고자 한다.
분석할 대상의 작품들은 때로는 유토피즘과 안티유토피즘의 경계에 있거나, 그 진의가 모호하여 오늘날까지도 논쟁의 대상이 되곤 한다. 따라서 이들 작품에 드러나는 안티유토피즘을 제대로 고찰하고 그 정확한 의미를 밝혀낸다면 이 시기 드라마투르기 연구에 있어 일방적으로 편향된 기존연구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기존연구들의 성과와 더불어 1920-30년대 드라마투르기를 보다 유연하게 조망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