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저서는 조선시대에 한문과 한글, 두 가지 언어를 竝用했던 양층언어현상(Diglossia)이 詩歌작품에 어떻게 드러났는지 15세기부터 20세기 직전까지 시대순에 따라 연구한다. 모든 사례를 다룰 수는 없기 때문에 대표적인 연구대상을 선정해 각 시대, 혹은 조선시대의 흐름을 ...
본 저서는 조선시대에 한문과 한글, 두 가지 언어를 竝用했던 양층언어현상(Diglossia)이 詩歌작품에 어떻게 드러났는지 15세기부터 20세기 직전까지 시대순에 따라 연구한다. 모든 사례를 다룰 수는 없기 때문에 대표적인 연구대상을 선정해 각 시대, 혹은 조선시대의 흐름을 포착할 수 있는 연구가 되게 한다. 연구대상의 선정기준은 같은 내용이나 같은 작품이 국문본과 한문본으로 모두 남아있는 경우, 내용이 달라도 같은 작가가 한시와 우리말노래를 모두 창작한 경우, 하나의 책이나 자료 내에 한문과 국문이 모두 쓰이는 경우 등이다. 글의 전체 체계는 총 3부로 구성된다. 제1부는 15세기의 경우로, 제2부는 16~17세기, 제3부는 18~19세기를 다룬다.
제1부는 15세기의 사례로서 악장문학이면서 국문본과 한문본이 모두 있되, 향유 대상이 다른 <龍飛御天歌>와 <月印千江之曲>을 비교연구한다. <용비어천가>와 <월인천강지곡>은 기존논의에서 국문가사로 된 악장문학으로 같이 분류되어 공통점에 기반해서 연구되었지만, 본고에서는 한문과 국문의 표기상황이 달라 그 차이점이 어떠한지 비교하여 대상독자층, 창작동기 및 다루는 세계관, 나아가 문체의 차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더 구체적으로 요약하자면, 첫째, <용비어천가>는 한자어에 대해 국문음을 표기하지 않았고, 한역시와 한문주해가 병기되어 있다. 반면 <월인천강지곡>은 국문앞세움 표기를 통해 한자어에 국문음 표기를 하였고 국문가사만 존재한다. 이는 대상독자층이 <용비어천가>는 왕을 비롯한 사대부남성을, <월인천강지곡>은 소헌왕후라는 여성 및 追薦儀式에서 이를 부르는 승려, 나아가 일반 백성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둘째, 두 언어표기의 차이는 다루는 내용 및 세계관과 밀접함을 발견할 수 있다. <용비어천가>는 건국의 정당성을 위한 공식적 목적에서 유교적 세계관 및 군신관계를 다루고 있는 반면, <월인천강지곡>은 개인적인 슬픔을 위로받기 위한 비공식적 목적에서 출발하여 불교적 세계관과 신앙심의 전파 등을 다루고 있다. 셋째, 두 언어표기의 차이는 통사구조 및 텍스트구조에 영향을 미쳐 문체의 차이를 가져왔다. 이를 통해 <용비어천가>는 국문의 문자언어로서의 기능이 강해 詩로서의 성향이 강하고, 상대적으로 <월인천강지곡>은 국문의 구두언어로서의 기능이 강해 노래로서의 성향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제2부인 16~17세기의 내용은 다음의 3가지 연구가 주를 이룬다. 16세기의 정철의 시조, 가사와 한시, 한역본에 나타난 양층언어현상 비교, 한문과 국문의 관계가 5가지의 표기원리로 나타나고 있는 《악장가사》를 대상으로 그에 나타난 시가작품들의 양층언어현상을 연구한 것, 그리고 17세기 후반의 대표적인 사례로서 윤선도의 한시와 시조를 비교함으로써 한문과 국문의 두 가지 언어에 따라 작품의 양상과 세계관, 나아가 시학적 원리에 어떤 차이가 나타나는지가 그 3가지이다. 《악장가사》의 경우를 좀 더 소개한다면, 《악장가사》속에 한문가요, 한시에 국어의 조사나 어미 등 虛辭가 국문으로 현토된 현토가요, 국문가요가 모두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그러나 같은 한문가요라도 그 기록된 표기방식이 때로는 한문만으로, 때로는 한문에 국문음이 倂記되기도 하는 등 같은 책내에서 통일되지 않는 것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악장가사》전체에서 발견되는 표기방식을 살펴보면, (가) 한문만으로 기록한 한문가요, (나) 한문에 국문음을 병기한 한문가요, (다) 한문에 국문음이 병기되지 않은 현토가요, (라) 한문에 국문음이 병기된 현토가요, (마) 한자어에 국문음이 병기된 국문가요, 총 다섯 가지의 표기방식을 찾을 수 있다. (가)·(나)·(다)·(라)·(마)는 후자로 갈수록 국문매체가 더 많이 쓰이고 한문매체가 약화되면서 국문위주의 기록방식이 강화된다. 또한 4가지 표기방식중 후자로 갈수록 발화의 대상이 神·君·人으로 지위가 내려오고, 발화대상에서 발화자 자신에게로 작품의 초점이 바뀌며, 발화의 대상과 발화자가 점점 일치한다. 이로써 조선의 양층언어시대에 한문과 국문, 두 기록매체가 궁중노래의 기록에서 사용된 당대 문자생활의 면모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제3부는 다음의 4가지 내용으로 요약된다. 18세기의 경우로는 권섭의 시조 한역시 <번노파가곡십오장>을 비롯한 22수를 대상으로, 또, 위백규의 한시, 시조, 가사를 대상으로 양층언어현상을 비교연구한다. 18~19세기의 사례로는 구강의 가사와 한시를 다루고, 19세기의 경우로는 이세보의 한시와 시조의 경우를 비교연구한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사례가 더 추가되거나 변경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