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여가 소비를 포함하여 소비 행위의 의미를 분석하고 있다. 특히 소비 행위에 주목한 베블런과 보드리야르, 부르디외의 이론을 중심으로 여가 소비의 의미를 살펴보고 이들 이론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여가 소비를 포함하여 ...
이 글에서는 여가 소비를 포함하여 소비 행위의 의미를 분석하고 있다. 특히 소비 행위에 주목한 베블런과 보드리야르, 부르디외의 이론을 중심으로 여가 소비의 의미를 살펴보고 이들 이론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여가 소비를 포함하여 소비가 개인들의 행동규범을 제공함으로써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기제로 작동한다고 강조한다.
베블런은 유한계급의 과시적 소비와 과시적 여가에 대한 분석을 통해 유한계급이 사회적 명성과 위세, 존경을 얻기 위해 과시적 낭비 규범에 기초하여 소비행위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의 상층계급인 유한계급의 행동규범이나 취향, 선호체계는 단순히 유한계급의 것이 아니고 사회전반의 행동규범, 취향, 선호체계로 확대되며, 하류계층 또한 유한계급의 행동패턴을 모방하게 된다고 한다. 노동을 무가치하고 혐오스러운 것으로 생각하는 유한계급의 사고가 하류계층은 물론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유한계급은 사회와 하류계층을 보수화하고, ‘적자생존’이라는 진화법칙에 의해 유한계급이 만들어짐으로써 자신들의 특징을 보유한 유한계급 제도가 지속됨을 보여주고 있다.
큰 틀에서 볼 때, 부르디외와 보드리야르는 베블런의 소비 이론을 계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보드리야르는 현대 사회를 ‘소비사회’로 규정하고 베블런보다 명시적으로 여가 소비를 포함한 소비가 기호(sign)의 의미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즉 여가 소비를 포함한 소비는 기호가치를 가지며, 타자와의 차이화를 드러내는 기호이자, 의미를 발산하는 기호라고 생각한다. 소비는 더 이상 사용가치에 대한 소비가 아니라 기호가치에 대한 소비로 전환되며, 소비대상은 단순히 사물/물건이 아니라, ‘사물-기호’, ‘교환가치/기호’로 전환된다고 강조한다. 여가 소비 또한 자신을 타인과 구별하고 사회적 차이를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뿐이다. 여가 소비 중에서도 다른 그 무엇이 자신을 타자와 구별하게 하고, 차이화의 욕망을 해소할 수 있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여가가 아닌 노동이 선호될 수 있다는 것이 보드리야르의 주장이다.
부르디외의 주장 역시 베블런의 영향을 받았고, 보드리야르와 유사한 점도 많다. 부르디외는 여가 소비 취향 혹은 여가 소비양식은 개인의 사회화 과정에서 형성되는 아비투스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아비투스는 개인의 성향, 감수성, 행동양식, 태도, 스타일 등을 규정하는 토대가 된다. 소비 취향은 아비투스의 외화, 발현으로 이해될 수 있다. 부르디외는 개인의 여가 취향과 소비 취향의 형성에 있어 경제자본 못지않게 문화자본과 사회자본의 영향 또한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부르디외에 따르면 상층계급은 고품격을 지향하고 개성화와 차별화를 추구하는 정통취향을 보여주고, 하층계급의 경우 실용지향적인 필요취향을 보여준다. 중간계급의 경우 문화적 선의와 절약, 상승취향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선호하는 의식주 소비에 있어 선호하는 취향이 상이하며, 여가 소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여가 소비양식의 차이는 단순히 여가 취향이 위계화되었다는 것을 넘어, 여가 소비양식이 곧 개인 및 계급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부르디외와 보드리야르, 베블런 등은 공히 사회구조나 문화의 힘을 무시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베블런의 경우 진화론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개인의 심리적, 생물학적 요인을 중요시하였다는 특징이 있고, 또한 베블런은 개인의 취향의 형성에 있어 금전이나 경제적 부, 즉 경제자본의 영향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그렇다고 베블런이 개인의 취향 혹은 선호체계의 형성에 있어 문화자본의 영향을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보드리야르는 여가 소비를 포함한 소비가 ‘기호’, 즉 차이표시적 기호, 지위표시적 기호임을 좀더 분명히 제시하고 있고, 인간이 타자와의 차별화 욕망을 가진 의미발산적 존재임을 보여주고 있다.
공통적으로 이들 모두는 소비활동이 자신을 타인과 분류하고 사회적 차이화를 이루는 과정이다. 베블런에게 이 과정은 ‘과시적 소비’이고, 부르디외에게는 구별짓기(distinction)이며, 보드리야르에게는 ‘기호의 소비’, ‘사회적 차이화’의 논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