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동아시아의 이주 증가 및 다문화 현실의 대두에 주목하고 다문화 공존 정책의 수립을 위한 다층적 수준에서의 비교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동아시아 정체성 형성 및 공동체 형성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동아시아 지역 내 국가들 간 ...
본 연구는 동아시아의 이주 증가 및 다문화 현실의 대두에 주목하고 다문화 공존 정책의 수립을 위한 다층적 수준에서의 비교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동아시아 정체성 형성 및 공동체 형성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동아시아 지역 내 국가들 간 정치·경제·사회‧문화 교류는 매우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역내 이주의 증가는 협력과 통합의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국내 사회 문제와 갈등, 더 나아가 국가 간 갈등의 요소로 부상할 우려도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동아시아의 한국, 중국, 일본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이주 및 다문화 공존 정책을 다층적 수준에서 분석함으로써 포괄적인 다문화 정책 수립 방안과 이에 필요한 보편적인 심의원칙을 탐구한다.
본 연구는 연차별 주제를 가지고 3단계에 걸쳐 연구를 진행하였다. 우선 1단계에서는 동아시아 지역 내 이주의 관계망과 이주 요인들을 파악하고자 했다. 구체적으로, 동아시아 각국의 이주 데이터를 수집‧분석하여 이주 유발 요인을 검토하고 이를 거시적‧중범위적‧미시적 차원 수준으로 나누어 그 영향을 준별했다. 또한 동아시아 각 국의 이주현황과 경향성, 즉 국가별 유입이민, 유출이민 상황과 이주의 특성을 분석했다. 2단계에서는 동아시아 지역 내 국가와 도시들의 다문화 정책을 비교 분석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다문화 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척도를 수립하고 이 기준에 따라 분석 대상 국가들의 다문화 정책 자료들을 취합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각국의 다문화 정책을 평가했다. 아울러 주요 도시의 다문화 정책을 비교 연구함으로써 다문화 정책의 수립 및 집행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에 주목하고 이것이 다문화 갈등의 조정 모델이 될 가능성을 검토했다. 3단계에서는 지난 2년의 연구 성과에 기초하여 동아시아 지역 내에서 이주-개발-다문화공존의 연계를 저해하는 요인들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정책 틀의 형성을 위해 필요한 조정의 원칙을 탐구하고자 했다. 이와 관련하여 시민권 이론과 글로벌 정의 논의는 다문화 상황이 초래할 수 있는 갈등을 다루는데 주요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
1단계 연구에서는 동아시아 지역의 이주의 특성 및 요인 분석을 하였다. 먼저 동아시아 국제이주와 관련된 데이터를 국가별로 조사하였고, 이를 가) 한국, 일본, 나) 중국, 대만, 홍콩, 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라)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마) 캄보디아, 라오스, 버마 등으로 나누었다. 동남아시아의 경우, 국가별 특성을 고려하여 좀 더 세분화하였다. 세부사항에 있어서는 이주노동, 결혼이주, 난민, 송금에 관한 데이터를 취합하고 조사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국제이주의 패턴과 특성에 대해 파악하였다.
동아시아 이주경향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서, 이주유발요인들을 거시적·미시적·중범위적 요인으로 나누어서 분석하였다. 노동이주와 관련해서는 이주연줄망이론과 이주체계이론을 적용하였다. 특히 이주체계이론은 이주를 구조적 수준·관계적 수준·개인적 수준에서 살펴보는데 구조적 수준에서는 정치·경제·문화적 구조를, 관계적 수준에서는 공식적 제도 형성을, 개인적 수준에서는 이주자의 자유를 다룬다. 거시구조는 정치적·제도적 요인을, 미시구조는 네트워크, 이주자의 실행 가치를, 중범위 구조는 공식적 통로, 충원업체, 브로커, 계약자, 국가관료, 인신매매 등의 중간 기제를 포함한다. 동아시아의 결혼이주에 대해서도 거시적·미시적·중범위적 차원에서의 요인 분석을 시도하였다. 거시적 차원에서는 인구학·경제·정치·문화적 요인을, 미시적 차원에서는 개인의 경제적 상황과 문화적 성향을, 중범위적 차원에서는 지방정부, 결혼중개업체 그리고 사회적 네트워크를 살펴보았다.
2단계 연구에서는 동아시아 지역 내 국가와 도시들의 다문화 정책을 비교 분석했다. 이를 위해 먼저 동아시아 이주 관련 양상을 상세히 파악하기 위해서 노동이주 현장 사례 연구와 베트남-한국의 결혼이주사례에 대한 심화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일본지방정부의 다문화 정책과 중국 상하이의 다문화 문제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일본의 다문화 정책은 지방정부주도로 형성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일본의 지방정부가 어떻게 이주자들을 관리하는 구조를 만들어 가는지를 연구하였다. 중국의 국제도시 상하이 사례연구는 상하이 외국인 거주자들이 거주지 사회와 복잡한 관계를 맺으며, 소속감을 갖게 되는 방식을 분석하였다. 그리고 동아시아 국가들의 이주 및 다문화정책이 사회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2002년과 2007년 Pew Global Attitude Project Data를 중심으로 한국, 일본, 중국의 이주 및 이주자에 대한 인식적 태도를 비교분석했다. 이 연구는 주로 ‘위협인식가설’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연구 결과 한국과 중국의 경우 세계화 변수가 이주에 대한 긍정적 태도, 그리고 이주자에 대한 부정적 태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일본 사례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3단계 연구에서는 동아시아 지역 차원에서 논의되고 적용될 수 있는 공통의 규범을 탐구하기 위해 역사적, 이론적 분석을 수행했다. 근대 민족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시민권 제도에 관한 논의와 최근 부상하고 있는 글로벌 정의론을 살펴봄으로써 이러한 논의가 동아시아 내 이주와 다문화 현상을 다루는 데 줄 수 있는 함의를 분석하고자 했다. 또한 한국의 다문화주의의 특성을 논하면서 이것이 지속가능한 다문화 공존의 모형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타진해보았다. 세계화와 민족국가의 변모라는 거시적 변화 속에서 동아시아 내 초국적 이주의 증대는 보편적 시민권 제도의 형성‧재형성의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또한 국가들 간 불평등을 매개로 전개되는 이주의 양상은 젠더의 렌즈로 분석했을 때 더욱 명확히 드러나는데, 글로벌 정의론의 관점에서 검토한 동아시아 내 이주의 여성화 현상은 빈곤과 불평등의 심화라는 구조적 불의를 반영한다. 연구 결과 동아시아 내 다문화 공존의 모델을 만드는 데 있어 글로벌 정의론은 보편적인 규범적 원리의 단초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정의와 책임의 관점이 동아시아 공통의 규범 및 국가적 규범의 조정 그리고 지역 정체성 형성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다문화주의가 동아시아 다문화 공존의 대안적 모형이 되기 위해서는 현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더 심도 깊게 다룰 필요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다문화주의의 근간을 형성한다면 정부와 시민사회의 거버넌스를 통해 구축된 한국의 다문화 정책이 역내 모범적인 다문화 공존의 모형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