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연구는 학문적으로는 역사학의 지평을 넓히고, 최근 개념화되고 있는 공학학(Engineering Studies)의 정초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는 현재 한국사회의 공학담론이 놓친 점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할 수 있게 할 것이다.
19세기에 출현한 엔지니어는 현 ...
우리의 연구는 학문적으로는 역사학의 지평을 넓히고, 최근 개념화되고 있는 공학학(Engineering Studies)의 정초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는 현재 한국사회의 공학담론이 놓친 점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할 수 있게 할 것이다.
19세기에 출현한 엔지니어는 현대사회의 존속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계층이므로, 엔지니어에 대한 이해는 현대 사회에 대한 역사적 이해에 긴요하다. 하지만, 그러한 중요성에 비해 엔지니어에 대한 역사적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고, 포괄적인 비교사적 연구는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문제 상황은 엔지니어와 공학에 대한 역사적 이해가 결여된 탓으로 볼 수 있는데, 우리의 연구는 이를 극복하는 기초 작업으로서 근현대 사회에 대한 역사적 이해를 넓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비교사적 시야에서 진행한 우리의 연구는 공학의 보편적 길 혹은 선진 공학에 이르는 ‘왕도’가 없으며 근대 엔지니어의 탄생과 성장 과정은 각국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제 조건들이 각국의 공학의 독특한 성격과 공학교육의 특수성을 형성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학과 엔지니어는 즉, 물질세계의 보편성과 필연성에 의해 구현됐다기보다는 역사적 과정을 통해서 탄생한, 역사적 실체들인 것이다. 이것은 현재 한국 공학과 공대, 그리고 현재 엔지니어들의 사회적 위상 및 역할, 나아가 자기 정체성 파악에 기여함으로써, 아직 걸음마 단계인 공학학을 굳건히 정초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엔지니어, 공학, 공과대학의 정체성에 대한 이해를 심화함으로써 현재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공학관련 사회문제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이른바 '이공계 위기' 가 문제로 부각되어 여러 대책이 제안되었지만, 불행히도 대부분 역사적 사회적 실체로서의 엔지니어와 공학에 대한 이해와 무관하였다. 우리의 연구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 ‘이공계 위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데 간접적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우리의 연구는 한국 엔지니어들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 그들이 주체적으로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는데 도움이 될 준거점을 제공할 것이다. 후발 산업국으로서 국가 차원에서 기술 인력 양성을 주도해온 프랑스, 독일의 경험은 1970-80년대 한국 엔지니어를 들여다보는 창이 될 수 있다. 선진 산업국으로서 모든 것을 최초로 이루어낸 영국 엔지니어들의 경험은 이제 막 선두주자가 되어 최초의 기술 혁신을 도모해야 하는 21세기 한국 엔지니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민간 기업 중심으로 엔지니어들의 기술 혁신 역량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미국의 역사는 정부 주도에서 민간 기업 주도로 이행한 한국 사회가 또 다른 도약을 위해 어떤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지를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정보통신과 나노, 바이오 등의 신물질 기술의 발달로 탈산업사회를 맞고 있는 현대 사회의 엔지니어들은 근대 엔지니어들의 경험에서 현재의 변화에 성공적으로 개입할 방안의 싹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기여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연구논문과 별도로, 두 권의 단행본― (가제)『근대 엔지니어의 탄생, 1750-1880』과 (가제)『근대 엔지니어의 성장, 1880-1930』 ―으로 1, 2차 연도에 걸친 연구결과를 출간할 예정이다. 이는 일부 공동 연구자들이 강의하고 있는 <기술과 사회>, <기술의 역사>, <인간과 기술문명>, <과학과 기술로 읽는 세상>, <인물로 보는 기술의 역사> 같은 공대생용 교양 수업 시간에 활용할 예정이다.
본 프로젝트 팀은 연구과정 중에 사회학, 과학기술학 전공자들과도 토론과 자문의 기회를 적극 마련했던 바, 프로젝트 연구진을 중심으로 이렇게 형성된 연구 네트워크가 한국 공학학의 토대 역할을 장차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아울러, 본 프로젝트 팀에서 개최한 국제 워크숍은 서구 공학의 역사를 전공하는 해외 전문가들과 국내 전문가들이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장을 만들었던 바, 이를 통해 형성된 관계는 국내외 공학학 연구진의 긴밀한 소통과 교류를 활성화 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이 연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일본, 스웨덴은 물론 구소련과 중국의 경험도 비교 범위에 포함시킬 필요가 제기되었다. 비록 연구의 규모와 기간 문제로 이러한 과제는 다음 기회로 미루었지만, 그러한 후속연구는 한국의 공학과 엔지니어를 이해하는 데 긴요하다고 본다. 우리의 연구가 여러 층위에서 다양한 후속연구를 낳을 것을 기대하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