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래 종래의 제국주의 연구와는 맥락을 달리하는 ‘帝國史’ 연구가 대두하면서 동아시아의 식민지사 연구도 일국사적 차원의 접근을 넘어서는 다양한 모색들이 시도되고 있다. 대체로 ① 복수의 식민지·점령지와 본국 일본의 구조적 연관의 규명 ② 종주국과 식민지의 ...
1990년대 이래 종래의 제국주의 연구와는 맥락을 달리하는 ‘帝國史’ 연구가 대두하면서 동아시아의 식민지사 연구도 일국사적 차원의 접근을 넘어서는 다양한 모색들이 시도되고 있다. 대체로 ① 복수의 식민지·점령지와 본국 일본의 구조적 연관의 규명 ② 종주국과 식민지의 영향 관계를 상호규정적인 것으로 포착(특히 식민지의 상황이 종주국에 끼친 영향에 주목) ③ (종래의 경제사적 식민지 연구에 비해) 정치사·문화사 영역의 적극적 해명 ④ 자명한 것으로 여겨지던 민족 개념의 상대화 등을 기본적인 특징으로 하는 제국사 연구는 소위 문화론적 전환(cultural turn)과 공간론적 전환(spatial turn)으로 표현되는 연구 방향의 전환을 통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제국사 연구의 하위 개념으로서 <통치양식의 遷移>와 <통치인재의 周流>가 제시되어 관련 연구가 촉발되었고, 이 문제를 둘러싸고 실증연구 차원에서의 검증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 개념들이 학문적 ‘시민권’을 얻었다고 보기에는 다소 이른 시점일 것이다. 신청자는 동아시아 식민지사 연구와 관련한 이상의 새로운 연구동향을 일정하게 수용하면서도 신청자가 진행하고 있는 한국·대만 식민지사 비교연구를 통해 만들어나가고 있는 문제의식을 결합하여 (주로 제도사적인 접근을 통해) 제국사 연구를 어떻게 평가하고 이해할 것인가의 문제를 성찰해보는 기회를 가지고자 한다. 특히 신청자는 대만·관동주(만철)·조선 등의 개별 식민지에 실행되었던 식민지 통치모델의 轉移(또는 이식) 문제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식민제국 일본의 최초의 식민지였던 대만은 일본 식민통치의 ‘실습장’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에 획득한 식민지에 적용할 통치모델의 原型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대만 통치를 위해 고안하고 실행했던 통치모델(이하 ‘대만모델’)의 핵심적인 특징을 추출하고 그 특징들이 이후의 식민지에 어떻게 전이되었는가(또는 전이되지 못했는가), 그리고 그렇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를 해명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기대효과
본 연구가 전술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면 몇 가지 점에서 학문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① 해외학계의 비교적 새로운 연구경향인 (문화론적 전환과 공간론적 전환을 포함한) 제국사 연구에 적극 개입함으로써, (국내 학계에는) 제국사 연구의 중요성 ...
본 연구가 전술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면 몇 가지 점에서 학문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① 해외학계의 비교적 새로운 연구경향인 (문화론적 전환과 공간론적 전환을 포함한) 제국사 연구에 적극 개입함으로써, (국내 학계에는) 제국사 연구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환기시킬 수 있고 (아울러 해외 학계에 대해서는) 그간의 제국사 연구가 놓치고 있던 문제의식을 제안함으로써 제국사 연구의 중간 점검을 촉구하고 아울러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제도사적·재정사적 시각에서의 접근을 강조함으로써, 문화론적 전환과 공간론적 전환을 통해 구축된 ‘일본제국사’의 다소 일면적인 시대상을 보다 입체적이고 총체적으로 구현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② 중국근대사(=대만 식민지사) 연구의 각도에서 한국 식민지사 연구가 자칫 놓치고 있는지도 모르는 비교사적 시각의 중요성을 환기함은 물론, 일본 제국 권력의 ‘완정성’ 또는 ‘통합성’(integrity)에 대한 (은연중의) 과대평가도 수정함으로써 한국 식민지사 연구의 주요 패러다임들에 대한 재고를 촉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식민지근대화론은 조선총독부의 여러 정치경제적 조치들의 (결과로서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면서 식민권력의 ‘효율성’을 전제하고 있고, 식민지수탈론은 그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긴 하지만 역시 ‘수탈’ 능력을 과도하게 평가하고 있으며, 식민지근대(성)론은 규율권력의 광범한 범위에서의 작동을 전제하고 있다.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각 패러다임이 상호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 패러다임은 바로 조선총독부(및 일본 ‘본국정부’)로 표현되는 식민지권력의 ‘강한’ 통치능력을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는 것 아닐까. 하지만 본 연구가 제시하는 바와 같이 식민지권력의 ‘힘’의 작용이 우리의 상식과 달리 (특히 대만의 사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위의 세 패러다임의 인식론적 전제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나마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각각의 패러다임이 공통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논리적 전제에 대한 의심은 한국 식민지시대사의 통합적인 이해의 방향을 모색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연구요약
대만·관동주(만철)·조선 등의 개별 식민지에 실행되었던 식민지 통치모델의 轉移(또는 이식) 문제에 주목해보고자 하는 본 연구가 가질 수 있는 함의를 살펴보면, 우선 ① 일본은 최초의 식민지 대만에서의 대대적인 ‘실험’을 통해 대만에서 실행한 통치모델의 유효성을 검증 ...
대만·관동주(만철)·조선 등의 개별 식민지에 실행되었던 식민지 통치모델의 轉移(또는 이식) 문제에 주목해보고자 하는 본 연구가 가질 수 있는 함의를 살펴보면, 우선 ① 일본은 최초의 식민지 대만에서의 대대적인 ‘실험’을 통해 대만에서 실행한 통치모델의 유효성을 검증한 후 (後藤新平이라는 제국 관료를 매개로) 대만모델을 관동주와 조선에도 적용해 보았지만, (후술하듯이) 실패(관동주)와 굴절(조선)이라는 비교적 초라한 성적표에 그쳤다. 그렇다면 영국·프랑스 등의 서양 식민제국에 비해 자본의 축적이 미약하고 재정능력 역시 상대적으로 박약하면서도 제국 유지비용이 많이 드는 직접지배 방식을 채택했던 식민제국 일본이 실제로 감당할 수 있었던 식민지 ‘팽창’의 범위는 우리의 기존의 상식과는 달리 대만 통치 단계에 국한되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전지전능한’(omnipotent) 제국을 암묵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제국사 연구의 논리적 전제는 수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② 제국사 연구로부터 제시된 두 개의 하위 개념, 즉 <통치양식의 천이>와 <통치인재의 주류>라는 개념은 개별 식민지에의 ‘汎用性’(=적용가능성)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실험적 개념이라는 점은 인정된다. 다만 본 연구에서 확인하려고 하듯이, 대만 통치를 원형으로 하는 통치모델(‘대만모델’)이 이후에 획득한 식민지에 이식·전이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형해화(관동주) 또는 굴절(조선), 그리고 그 형해화·굴절의 원인이자 결과였던 식민 모국 및 개별 식민지의 역사적·현실적 조건에 대한 섬세한 검토가 동반될 때 비로소 제국사 연구가 지향하는 유형화·모델화는 ‘遷移’ ‘周流’ 또는 ‘巡禮’ 등의 매력적인 개념 속에 그 실질을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③ 대만 통치와의 비교를 통해 드러난 조선 통치의 실상이 본 연구의 내용(후술)과 대차 없다고 한다면, 식민지권력과 각종 (규율)권력 기구(경찰·학교·병원·공장 등)가 식민지 조선사회에 작용한 영향의 범위에 대해서도 일정한 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신청자가 앞으로 진행하게 될 검토가 시사하는 바에 비추어보자면, 식민지 규율권력 작동의 전제조건이 되는 식민지권력과 각종 권력기구의 遍在性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식민지근대(성)론이 설명(해석)할 수 있는 식민지사회의 영역은 생각보다 왜소할 수도 있지 않을까. 달리 말해서 (식민지)近代性이나 (식민지)公共性이 조선사회에서 기능한 ‘힘의 크기’에 대한 (증거에 입각한) 판단이 중요해지는 시점에 도달한 것은 아닐까. 그래야만 식민지근대(성)론이 가지는 분석개념으로서의 가치와 한계를 적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글키워드
총독부체제,전이,변용,고토 심페이(후등신평),일본,조선,대만모델,관동주,식민제국
영문키워드
Kantoshu,Colonial Empire,Transfer,Government-General System,Transformation,Japan,Korea,Goto Simpei,Taiwan Model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국문
식민제국 일본의 최초의 식민지로서 대만은 근대 일본 식민통치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이 대만을 통치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중요한 특질은, 1) 총독부 체제 2) 정치적 배제와 경제적 종속 3) 철저한 구관조사를 바탕으로 한 구관온존정책 4) 각종 문명화조치에 필 ...
식민제국 일본의 최초의 식민지로서 대만은 근대 일본 식민통치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이 대만을 통치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중요한 특질은, 1) 총독부 체제 2) 정치적 배제와 경제적 종속 3) 철저한 구관조사를 바탕으로 한 구관온존정책 4) 각종 문명화조치에 필요한 방대한 재정지원 등이다. 이러한 특질을 필자는 '대만모델'이라고 부른다. 러일전쟁 후 일본은 관동주를 획득했고, 대만모델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후등신평은 이 모델을 관동주 통치에도 적용하려 했지만 대내외적 조건의 미성숙으로 인해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1910년 한일합방 이후 조선총독부 역시 대만모델을 조선에 이식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조선통치를 위해 지출되는 실제 통치경비는 대만의 그것에 훨씬 못미쳤고, 결국 조선통치의 '통치효과'는 대만통치와는 현격한 차이를 노정하게 되고, 조선사회를 장기적인 저개발상태에 처하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볼 때 조선에서의 근대성의 형성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식민지화론이나 식민지근대론의 논리적 전제는 일정하게 수정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당초 제출한 <연구계획서>에 충실하게 연구를 수행했다. 즉 - 본 연구의 수행은 기본적으로 <연구계획서>에 제시한 바 있는 연구추진계획에 맞추어 진행되었다. 우선 국내에서 구득할 수 있는 자료와 문헌을 수집하였고(2011.05 ~ 2011.06), 이후 해외출장을 통 ...
본 연구는 당초 제출한 <연구계획서>에 충실하게 연구를 수행했다. 즉 - 본 연구의 수행은 기본적으로 <연구계획서>에 제시한 바 있는 연구추진계획에 맞추어 진행되었다. 우선 국내에서 구득할 수 있는 자료와 문헌을 수집하였고(2011.05 ~ 2011.06), 이후 해외출장을 통해 부족한 자료와 문헌을 수집․정리했다(2011.07 ~ 2011.09). 이후 구득한 자료 및 연구문헌의 분석 및 정리에 종사하면서 동시에 미비한 자료의 보충을 위해 일본 출장을 한 번 더 다녀왔다(2011.10 ~ 2012.01). 이와 동시에 본문의 집필에 착수하여 대략 1월 말까지 초고를 완성한 후 2월에 전술한 바 있는 교토의 학술회의에서 한 차례 발표를 거쳐 내용을 수정․보완할 수 있었다. <연구계획서> 상으로는 요녕성 심양 지역(만철 자료)을 방문하여 자료조사를 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대만과 일본 출장에 예산이 예상을 초과하여 지출되었고 또 만철 자료는 그 성격상 일본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 많아 심양 출장은 생략하였다. 위의 연구수행의 결과, 연구자가 당초 의도한 연구결과를 도출하는 데 비교적 성공했다고 판단된다. 즉, 일본은 최초의 식민지 대만에서의 ‘실험’을 통해 대만에서 실행한 통치모델의 유효성을 확인한 후 (고토 심페이라는 제국관료를 주된 매개로 하여) 대만모델을 관동주와 조선에도 적용해보려고 애썼지만, 좌절(관동주)과 굴절(조선)이라는 비교적 초라한 성적에 그쳤다. 그렇다면 ‘전지전능하고’(omnipotent) ‘편재하는’(omnipresent), 따라서 강력한 국가능력을 보유한 국가(그것이 일본 중앙정부였든 조선총독부였든)에 의한 ‘근대’의 성립을 전제로 하는 식민지근대화론과 식민지근대(성)론의 논리적 전제는 일정하게 수정되거나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의 연구 결과는 논문 게재, 학술회의 발표, 공저의 형태 등으로 활용되고 있거나 활용될 예정이다.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1) 학술회의 발표: 2012년 2월 21일 일본 도시샤(同志社)대학 コリア硏究センタ와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HK사업단)이 일본 京都에서 공동주최한 학술회의(<植民地硏究の最前線>Ⅲ)에서 본 연구 테마를 발표하고 토론함. 2) 논문 게재: 2012년 3월 연구재단 등재지 중국근현대사연구 제5 ...
1) 학술회의 발표: 2012년 2월 21일 일본 도시샤(同志社)대학 コリア硏究センタ와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HK사업단)이 일본 京都에서 공동주최한 학술회의(<植民地硏究の最前線>Ⅲ)에서 본 연구 테마를 발표하고 토론함. 2) 논문 게재: 2012년 3월 연구재단 등재지 중국근현대사연구 제53집에 <근대 일본 식민지 통치모델 전이와 그 의미 - ‘대만모델’의 관동주,조선에의 적용 시도와 변용>이라는 제목으로 게재함. 3) 저서의 일부로 편입: 고려대학교 민족문제연구원에서 기획 중인 총서의 한 장으로서 본 연구가 편입되어 2013년 5월 발간 예정인 해당 저서에 수록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