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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탈의 변검술 - 태백산맥, 혼불, 토지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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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지원년도 신청 요강 보기 지원년도 신청요강 한글파일 지원년도 신청요강 PDF파일 ]
연구과제번호 2011-327-A00389
선정년도 2011 년
연구기간 2 년 (2011년 05월 01일 ~ 2013년 04월 30일)
연구책임자 이경
연구수행기관 한국국제대학교
과제진행현황 종료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이 연구는 우리 민족사에서 근대가 급속도로 수용되는 시기를 다룬 세 대하소설-"태백산맥", "혼불", "토지"-에 나타난 겁탈 담론을 분석함으로써 겁탈이 제도화되는 매커니즘을 밝혀내고 이러한 억압의 제도화에 맞서 여성인물들이 근대적 주체로서 자기 정체성을 확보하는 양상과 그 의미를 제시하고자 한다. ‘강간 혹은 겁탈’은 제도, 젠더, 권력 등 다양한 사회적, 구조적 관계와 의미화가 개입하는 복합적 양상을 보인다.
    이 연구는 이 점에 주목하여 겁탈이든 사랑이든, 양자는 모두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억압하는 기제를 이루는 것임을 연구의 기본테제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겁탈모티프가 다양한 형태로 서사화되어 있는 대하소설들을 대상으로 겁탈이 이루어지는 양상과 그것이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과정 그리고 그에 대한 처리행태 등으로부터 겁탈과 사랑의 연속성을 간취하고, 이런 동일성의 발견으로부터 여성 억압의 근원으로 작용하는 가부장적 권력의 작동양상들을 보다 극명하게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이 연구가 대상으로 삼는 "태백산맥", "혼불", "토지"의 세 대하소설은 이러한 겁탈의 제도화양상과 그에 대한 인물들의 대응방식을 다양하게 드러낸다. 소설에서의 겁탈모티프는 섹슈얼리티의 권력화를 가장 잘 함축한다. 소설은 남성의 성을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것으로, 여성의 성을 수동적이고 억제되어야 하는 것으로 상정한다.
    이렇게 남/녀의 섹슈얼리티가 공격/수동, 표출/억압의 분할선에 배치되는 구조 하에서 겁탈은 자연화되기 쉽다. 이 연구가 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이런 여성 억압기제로서의 겁탈모티프를 분석함으로써 남성지배적 인식의 토대, 사랑과 결혼이라는 제도와의 상관성 그리고 군사 제국주의 등과 밀접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겁탈의 발생구조를 탐색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겁탈의 발생구조에 대한 이해를 통하여 겁탈을 자연화하는 이데올로기와 권력 그리고 제도의 메커니즘을 밝혀내고자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 연구는 가부장적 질서 아래에서 이렇게 제도화되는 겁탈이 소설의 담론수준에서 어떻게 처리되는가에 주목한다. 겁탈은 고발과 처단의 대상에서부터 용서와 화해의 대상 나아가 사랑과 반려의 계기로까지 다양하게 대응된다. 겁탈을 예외적·돌출적 사건으로 간주하여 정치적 올바름을 통해 처리하는 경우에서부터, 소문과 낙인에 의해 봉쇄되는 경우, 혹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면죄부를 통해 겁탈 자체가 희석되는 경우 등으로 세분화된다.
    여기서 이 연구가 가장 중점을 두고자 하는 점은 겁탈이 자연화,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겁탈과 사랑의 상호 친연성이다. 남성중심주의의 한 극단에는 사랑이, 다른 극단에는 겁탈이 자리하며 이것이 금기와 위반의 변증법으로 구조화된 것이 가부장제이다. 여성인물들은 겁탈을 사랑으로 승인함으로써 가부장제에 복수한다. 이 과정에서 소설은, 사랑이 남성의 폭력을 보호하는 동시에 여성의 피해를 가리는 환상의 장치임을 노정하는 한편, 겁탈이라는 폭력이 기반하는 남성 지배이데올로기와 제도의 폭력성을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 기대효과
  • 1) 학술적 활용
    1. 이 연구는 연구대상인 대하소설들의 문학사적 의미와 함께 우리의 근현대사를 인문학적 견지에서 재평가함에 유용한 분석틀을 제시할 수 있다. 이 연구는 연구의 초점을 가부장적 권력이 여성들의 생활방식 가운데 침윤하는 방식을 겁탈 모티프를 통해 분석해내는데 맞춤으로써 이 소설들의 역사성이 근대성의 기획이라는 시대사의 흐름 가운데서 재규정될 수 있음을 밝혀내게 된다. 즉, 이 연구는 거시역사와 미시역사가 상호 연관될 수 있는 틀을 제시함으로써 보다 절충적인 수준에서 토지의 장르적 성격을 분석해 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2. 이 연구는 학제적 연구를 그 방법론적 준거로 삼고 있는 만큼, 문학이해의 지평을 확장한다는 의의를 가질 수 있다. 문학이론의 틀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던 지금까지의 문학연구의 방법론에 겁탈모티프를 중심으로 한 담론분석을 접목시킴으로써 보다 다양한 텍스트 이해가 가능해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방법론의 적용을 통하여 몸에 각인되는 근대적 권력의 작동방식을 분석해냄으로써 문학이해의 지평을 넓힘과 동시에 사회의 권력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회발전을 위한 인문학적 기여의 가능성을 확보해 낼 수 있게 된다.
    3. 이 점과 관련하여 특히 이 연구는 겁탈을 오로지 예외적, 일시적 일탈현상으로만 파악하는 편협한 시각에서부터 벗어나 겁탈과 사랑·결혼의 상호 친연성을 적시하고 그 속에 내재하는 가부장적 권력 혹은 이성중심주의적인 근대성의 폭력을 인문학적, 철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게 된다. 이는 한편으로 사회 내에 항존하는 억압과 폭력의 양상을 고발하고 그것을 비판하고 치유할 수 있는 계기의 마련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이 연구가 지향하는 가부장제 권력의 발현양태에 관한 분석은 여성의 삶 속에 내재화되어 있는 가부장제의 잔재들을 면밀히 비판하고 성찰해 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사회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화적 현상들을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준거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2) 실천적·교육적 활용
    1. 이 연구는 근대성의 기획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사회 내에 항존하는 각종의 권력현상 혹은 억압과 배제의 폭력을 비판하고 치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사회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화적 현상들을 그 자체로서 이해하고 포섭할 수 있는 준거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은 특히 사회과학과의 학제간의 연구라는 측면에서도 의미를 가지게 한다. 이 연구는 이런 강간-겁탈이 여성억압적인 가부장적 권력의 또 다른 발현형태임을 지적하고 그것이 작동하는 방식을 분석해 냄으로써, 겁탈 혹은 그것으로 대표되는 가부장적 폭력이 나타나는 양상과 그에 대한 대응의 방식들이 가지는 문화적 의미화체계를 도출하고 그로써 이러한 폭력구조들을 해결할 수 있는 이론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한다.
    2. 아울러 이 연구는 겁탈의 문제를 다양적인 수준에서 다루게 됨으로써 가해/피해의 문제를 넘어 여성에 대한 전반적인 억압구조를 드러낼 수 있게 한다. 이는 겁탈의 피해자인 여성에 가해지는 각종의 대한 사회적 편견을 교정하고 그 편견의 근원이 되는 가부장제적 이데올로기 자체에 대한 성찰과 비판의 준거를 제시해 줄 수 있다. 이러한 연구의 성과는 대하소설 상호간의 비교연구가 극도로 부재한 우리 학술현실에서 학문후세대를 양성함에 필요한 방법론적 모델케이스를 제기하게 된다는 점에서 교육적 효과를 가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 연구는 여성주의적 관점에 입각한 담론분석의 틀을 이용하고 있는 바, 이는 연구대상이 되는 소설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데 유용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고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획득하게 하여 그 외부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사유하는데 긴요한 최적의 준거틀을 제공해 준다.
  • 연구요약
  • 이 연구는 우리 문학사의 대표적인 대하소설인 "태백산맥", "혼불", "토지"를 대상으로 여성주의적 맥락에서 그 텍스트가 내포하고 있는 담론을 분석함으로써 겁탈이 제도화되는 메커니즘을 밝혀내고 이에 대한 인물들의 대응양상을 천착하고자 한다.
    겁탈은 섹슈얼리티가 권력화되는 가장 첨예한 방식이다. 그것이 일회성의 예외적 일탈에 그치지 않고 기존의 가부장적 권력구조를 반영하는 대표사례이거나 혹은 그러한 권력구조가 작동하는 방식 중의 하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우리 민족사에서 근대가 급속도로 수용되는 시기를 다룬 세 대하소설 속의 겁탈모티프를 대상으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억압하는 가부장적 권력의 작동방식과 그에 대한 작중인물들의 수용양식을 분석하고자 한다.

    먼저, 겁탈 모티프를 구성하는 권력과 힘의 작동방식과 그것이 소설에서 구성되는 양상을 다루고자 한다. "태백산맥"은 정신대의 참상과 미군의 무차별적 여성겁탈, 봉건지주와 경찰, 심지어 빨치산에 의한 겁탈까지 낱낱이 해부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와 피해자로 구성되는 겁탈의 서사가 남성의 시각에 의존하고 있음으로 인해 피해자인 여성은 성적 노리개로 물화되거나 피해자화될 뿐 동일한 위상의 인간으로 제시되지 않는 한계를 노정한다.
    "혼불"에서 제시되는 겁탈은 근대적 남성주체의 성장과 맞물린다. 겁탈은 남성인물이 추구하는 사랑과 신분상승을 위한 결정적 계기로 작용하며, 그 배면에는 공동체의 금기를 넘어서려는 개인주의적 각성이 깔려 있다. 사랑과 신분상승이 모두 여성 겁탈로 결과하는 것은 사랑에 내재된 젠더의 위계를 잘 드러낸다. 여성에게 오염과 피해자화라는 재앙을 덧씌우는 겁탈이 남성에게는 입사역할을 하며 이를 매개로 그는 근대적 주체로 성장해나가는 것이다.
    "토지"에서의 겁탈은 권력과 물리적 힘에 의한 겁탈과 사랑에 의한 겁탈로 이분화되는데, 힘에 의한 겁탈에는 응징이, 사랑에 의한 겁탈에는 면책이 주어진다. 특히 겁탈은 남자를 성장하게 하는 매개역할을 담당한다. 장이의 결혼시 장이를 겁탈한 장본인인 홍이가 아버지담론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은 가부장제와 겁탈의 친연성 때문이다. 입사의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겁탈은 남성인물을 주체로 완성시킨다. 겁탈을 매개로 남자는 사제, 아버지, 성숙한 남자 혹은 남편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봉건지주에게서 시작하여 일본의 정신대를 거쳐 미군, 빨치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남성주체들에게 여성들은 겁탈당하지만, 겁탈당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여성들은 죽어서 비가시화되거나 살아남았으되 죽은 존재나 다름없는 호모 사커homo sacer들로 치환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하여 "태백산맥"은 가해자의 반성과 처단에, "혼불"과 "토지"는 피해자의 상처에 각각 초점을 맞춘다.
    "태백산맥"은 겁탈에 대한 처단과 응징을 시도한다. 하지만, 남성은 반성과 처단 응징의 주체로서 여성은 피해자로서 대상화되는 남녀의 문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겁탈과 가부장제 그리고 사랑과의 친연성을 외면한 채 겁탈이라는 사건만을 예외적인 것으로 규정하여 처단하고 있다.
    겁탈을 매개로 "혼불"의 남성인물들은 근대적 주체로 성장해나가지만 여성인물들은 전락의 외길에 놓여 있다. 하지만 이 여성들의 전락은 사랑과 결혼제도 속에 숨은 겁탈과의 친연성을 드러내는 ‘징후’로 해석될 수 있다. 사랑에 의해 찢어지거나 겁탈의지 속에서 삼켜짐에도 불구하고 피해자화되지 않는 여성인물들의 태도가 이를 잘 보여준다. 사랑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자신의 권리를 중심에 둠으로써 여성인물들은 연대의 가능성을 마련한다.
    매우 빈번히 제시되는 겁탈 모티프에도 불구하고 "토지"의 여성들은 피해자화에서 재빨리 일탈한다. 여성인물들은 겁탈이라는 폭력을 통해 순결과 정절의 배면을 이루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실체를 각성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랑에 견인되는 겁탈을 통해 양자의 친연성을 드러내며 이를 통해 여성억압적 현실을 고발함으로써 근대적 주체로 나아갈 준비를 완료한다.
  • 한글키워드
  • 피해자화,담론분석,가부장제,겁탈,태백산맥,혼불,토지
  • 영문키워드
  • Rape,Patriarchalism,Victimization,Toji(the Land),Honbul(Flair of Spirit),Taebaek Mountains,Discourse Analysis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 국문
  • 이 연구는 우리 민족사에서 근대가 급속도로 수용되는 시기를 다룬 세 대하소설-󰡔태백산맥󰡕, 󰡔혼불󰡕, 󰡔토지󰡕-에 나타난 겁탈 모티프에 초점을 맞추어 겁탈이 제도화되는 경로를 드러내고 이러한 정상화의 각본에 맞서 여성인물들이 근대적 주체로서 자기 정체성을 확보하는 양상과 그 의미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된지 어언 20년이 되었지만 기실, 겁탈이 범죄로 인정받기까지는 천년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유장한 세월이 필요했다. 인권에 대한 인식이 등장한 연후에야 비로소 겁탈은 법의 영역으로 이동할 수 있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겁탈은 일탈적, 예외적 범죄로 취급되거나 피해자책임에 의거 사적 영역에 차폐됨으로써 실제로 제도적 처벌이 이른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고 할 수 있다. 겁탈의 역사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는 탄식은 이에 연유한다. 프로이트도 침묵할 정도로 겁탈은 오랫동안 공론화되지 못한 주제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인식과는 달리, 위의 세 소설들에서 겁탈은 다양하게 반복, 제시된다. 권력이 있는 곳에 겁탈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겁탈모티프가 자주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들의 연구사에는 겁탈과 연관된 시각이 일관되게 결여되어 있다. 소설이 드러낸 것을 연구사가 외면한 셈이다. 연구사의 결여는 위에서 설명한 겁탈의 통념이 아직도 현실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방증에 다름아니다. 여전히 겁탈은 구조적인 범죄가 아니라 일탈적이고 예외적인 범죄로 간주되거나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으로 치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부장 체제의 근본모순 중 하나인 성모순에 기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간폭력은 결코 사소한 예외가 아니며 제도적 처벌로써 강간폭력에 대한 대응이 완료되는 것도 아니다.
    이에, 이 연구는 급진적 페미니즘의 연속선 개념과 비가렐로의 겁탈의 계보학에 기대어 겁탈은 정상과 질서를 위태롭게 만드는 예외적이고 일탈적인 범죄가 아니라 정상과 질서를 구성하는 방식 자체에 이미 잠재되어 있는 구조적, 제도적 폭력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려 하였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성폭력, 성매매, 아름다운 성과 사랑 그리고 결혼은 모두 불평등한 남/녀 권력관계의 연속선상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위의 세 소설에서 겁탈에 대한 이와 같은 구조적, 제도적 정상화의 각본을 발견하고자 하였다. 겁탈을 예외적 악한에 의한 예외적 범죄가 아니라 제도화되고 구조화된 폭력임을 증명하려 한 것이다.
    [토지]의 분석에서 겁탈은 남성간 회계 혹은 남성동맹의 주요한 매개로 작용하고 사랑, 결혼, 아버지-되기 등과 무리없이 연동됨을 드러낼 수 있었다. 남성들은 겁탈을 통해 여성을 교환함으로써 거래를 완료하거나 동맹을 돈독히 하며 겁탈을 통해 사랑과 결혼을 실현시키기도 하는 것에서 겁탈과 제도의 연속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혼불]의 분석 역시 유사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겁탈은 남성인물이 근대의 개인주의적 주체로 재탄생하거나 신분을 타파하는 평등화된 주체로 거듭나는 과정을 매개하는 역할을 하는 것임을 드러내었다. 겁탈을 통해 남성인물은 결혼제도로 편입되는 동시에 공동체를 떠나 근대적 주체로 나아갈 뿐만 아니라 평등이라는 근대적 가치 또한 실현시키는 것이다. [태백산맥]에서는 겁탈의 예외화와 상례화의 백터를 분석함으로써 그 정당화의 각본을 드러낼 수 있었다. 겁탈은 예외적 폭력인 것처럼 제시되지만, 겁탈의 자연화와 제도화를 통해 이 예외를 상례화함으로써 결국 겁탈을 정상과 질서로 편입시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겁탈은 상식과 질서를 위반하는 일탈적, 예외적 폭력이 아니라 바로 그 일상을 주조하는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폭력으로 정의될 수 있다. 겁탈은 사회체계가 토대하는 구조와 연동되기에 사랑, 결혼, 사회적 업무와 쉽게 접속되어 쉬운 폭력으로 실현되며 나아가 남성주체화와 남성동맹의 매개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 연구는 이와 같은 발생구조 속에서 피해자화, 타자화하기 쉬운 여성의 입지를 넘어서기 위하여 새론 마커스와 깁슨 그래함의 담론전략과 기든스, 루만, 에바 일루즈의 로맨스 이데올로기를 원용하였다. 이들의 이론에 기대어 겁탈에 대한 여성인물들의 대응양식을 따라가봄으로써 여성을 침묵시키고 무력하게 만들며 수동적 존재로 고착시키는 남성지배 이데올로기를 넘어설 수 있는 능동적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겁탈의 제도화라는 측면에서는 위의 세 소설이 일치점을 보였으나, 겁탈에 대한 여성인물의 대응양식에서는 편차가 크게 드러났는데 이는 텍스트의 배면을 이루는 젠더무의식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우선, [태백산맥]의 경우 겁탈의 제도적 처벌과정이 어느 소설보다 선명하게 제시되지만 바로 그 사실로 인해 오히려 여성의 비가시화와 피해자화 그리고 남성의 젠더권력은 재강화된다는 한계를 지닌다. 피해자책임론의 위험으로부터 여성인물을 보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처벌과정은 남/녀를 계몽주체/대상, 판단주체/대상에 분할, 배치함으로써 남성의 지배권력을 확산시킨다. 제도적 처벌을 완료함으로써 이미 다 이루었다는 확신 속에서 법과 제도에 의존하는 사후처리가 갖는 한계를 간과하고 여성을 타자화하는 결락지점을 드러낸 것이다.
    [토지]와 [혼불]은 여성의 행위성을 중심으로 겁탈이 서술된다는 점에서 [태백산맥]과 구별된다. [토지]의 여성인물들은 겁탈로 인해 죽음에 이르는 고통에 처단되지만 이들의 고통은 단순히 피해만이 아닌 능동적 반담론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정조관념으로부터 일탈하여 죽음 혹은 의사죽음을 명령하는 가부장제와 협상하거나 나아가 정조를 빌미로 죽음을 명령하는 가부장제의 체계 자체를 비트는 동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겁탈 상황과 맥락을 스스로가 중심이 되어 재구성하는 행위성을 확인함으로써 취약한 내부공간으로 의미화되는 여성의 몸담론의 외부를 상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혼불]의 여성인물들은 전락의 외길에 처단되어 겁탈과 성매매를 사랑으로 수용하는 한계를 드러내지만, 이들의 사랑을 유일성과 통일성에 대한 근대적 자아기획으로 해석함으로써 여성주체의 가능성을 추론할 수 있었으며 특히 소문과 정조관념에 대한 이들의 거리두기에서 여성의 몸을 침탈공간으로 간주하는 겁탈 스크립트 자체를 균열할 수 있는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성의 몸을 오염, 타락에 취약한 닫힌 공간이 아니라 행위성의 장소로 자리매김함으로써 [혼불]과 [토지]는 여성통제 매커니즘을 넘어서는 반담론의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이다.
  • 영문
  • Rape is one of the most salient motifs in the most noted three roman-fleuves, 󰡔Toji(The Land)󰡕, 󰡔Honbul(Fire of the Soul)󰡕 and 󰡔Teabaeksanmaek(the Taebaek Mountains)󰡕, which has rarely been analysed in depth, though. This paper tries to deal with every episodes of rape described in the these roman-fleuves with focus on uncovering the partriarchal nature of rape, through which the long paths of establishment of women’s subjectivity can be traced and reconstructed to make important opportunities to overcome the patriarchal ideology and dominance.
    Rape is not stand-alone violence against women’s body. According to the radical feminism, sexual violence and offence, bisexual love, and prostitution are located at the same continuum based on power structure of the society. Rape is not an exceptional, impetuous offence which threatens normality and orderliness of the society. It is nothing but the normality and orderliness itself. It is just one of the ways for the dominant narrative system to run, on which patriarchal powers, social institutions, gender, and nation-state can be constituted and maintained. Even though the male characters in the roman would discern rape from love, they only show that these two are two sides of the same coin: at the cost of the female characters’sacrifices, they can achieve their own success and, sometimes, they can get significant opportunities for their solidarity with each other.
    This paper applies the narrative strategy against rape script set by S. Marcus and Gibson-Graham to interpretation of the reaction patterns of the female characters who accept the rapes and tries to overcome their victimized situation. The female characters refuse to remain as victims of the rapes. They disobey the solemn imperatives of sexual impurity based on the patriarchal ideology, and challenge the gender control mechanism. Some of them try to negotiate with patriarchal system, some try to negate it, and some to overcome; most of them follow the way to subjectivity. They are so positive as to inscribe their desires into the raped bodies, and to re-constitute the situation and context from their own understandings, with which they can make some cracks and holes to the male dominant system, where the males can subjectify themselves by victimizing the females.
연구결과보고서
  • 초록
  • 이 연구는 우리 민족사에서 근대가 급속도로 수용되는 시기를 다룬 세 대하소설-󰡔태백산맥󰡕, 󰡔혼불󰡕, 󰡔토지󰡕-에 나타난 겁탈 담론을 분석함으로써 겁탈이 제도화되는 매커니즘을 밝혀내고 이러한 억압의 제도화에 맞서 여성인물들이 근대적 주체로서 자기 정체성을 확보하는 양상과 그 의미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겁탈의 역사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는 탄식과는 달리, 위의 세 소설들에서 겁탈은 다양하게 반복, 제시된다. 권력이 있는 곳에 겁탈이 있다고 말할 만큼의 잦은 반복에도 불구하고 겁탈모티프에 접근한 연구는 매우 드물다. 소설이 드러낸 것을 연구사가 외면한 셈인 이와 같은 현상은 소설이 표방하는 대의에 비해 여성의 피해는 사소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라 할 수 있다. 겁탈이라는 사건이 구조적인 것이 아니라 예외화적 인물에 의한 예외적 사건으로 취급, 처리된다는 것 또한 그 원인의 일단으로 설명될 수 있겠다.
    하지만 가부장 체제의 근본모순 중 하나인 성모순에 기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간폭력은 결코 사소한 예외가 아니며 제도적 처벌로써 강간폭력에 대한 대응이 완료되는 것도 아니다.
    이에, 이 연구는 급진적 페미니즘의 연속선 개념과 비가렐로의 겁탈의 계보학에 기대어 겁탈은 정상과 질서를 위협하는 예외적이고 일탈적인 충동이 아니라 정상과 질서가 토대하는 구조, 즉 가부장 권력, 국가, 젠더, 결혼, 사랑 등의 전 담론체계와 연동된 폭력임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토지]에서 겁탈은 남성간 회계 혹은 남성동맹의 주요한 매개로 작용하고 사랑, 결혼, 아버지-되기 등과 무리없이 연동되며 [혼불]의 겁탈 역시 남성이 근대의 개인주의적 주체로 재탄생하거나 신분을 타파하는 평등화된 주체로 거듭나는 과정을 매개한 것임을 밝혔다. [태백산맥]의 경우, 겁탈은 예외적 폭력으로 제시되지만, 겁탈의 자연화와 제도화를 통해 이 예외가 상례화됨으로써 정상과 질서로 편입되는 과정을 천착하였다. 즉, 이 세 소설들에서 겁탈은 예외화된 폭력이 아니라 사회체계가 토대하는 구조를 이루기에 사랑, 결혼, 사회적 업무와 쉽게 접속되며 나아가 남성주체화와 남성동맹의 매개로 작용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이 연구는 이와 같은 발생구조 속에서 피해자화, 타자화하는 여성의 입지를 넘어서기 위하여 새론 마커스와 깁슨 그래함의 담론전략과 기든스, 루만, 에바 일루즈의 로맨스 이데올로기를 원용하였다. 이들의 이론을 통해 겁탈에 대한 여성인물들의 대응양식을 해석함으로써 여성을 수동화, 비가시화하는 남성지배 이데올로기를 넘어서는 반담론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겁탈의 제도화라는 측면에서는 위의 세 소설이 일치점을 보였으나, 겁탈에 대한 여성인물의 대응양식에서는 편차가 크게 드러났는데 이는 텍스트의 배면을 이루는 젠더무의식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우선, [태백산맥]의 경우 겁탈의 제도적 처벌과정이 어느 소설보다 선명하게 제시되지만 바로 그 사실로 인해 오히려 여성의 비가시화와 피해자화 그리고 정조이데올로기는 재강화된다는 한계를 지닌다. 이미 다 이루었다는 확신 속에서 사후적 처리가 갖는 한계를 간과하고 여성을 타자화하는 결락지점을 드러낸 것이다. [토지]와 [혼불]은 여성의 행위성이 중심이 되어 겁탈이 서술된다는 점에서 [태백산맥]과 구별된다. [토지]에서는 정조관념으로부터 일탈하여 죽음 혹은 의사죽음을 명령하는 가부장제와 협상하거나 겁탈의 상황과 맥락을 스스로 구성하는 데서 여성인물의 행위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조관념으로부터 일탈하는 이들의 궤적을 통해 취약한 내부공간으로 의미화되는 여성의 몸담론의 외부를 상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혼불]의 여성인물들은 겁탈과 성매매를 사랑으로 수용하는 한계를 드러내지만, 이들의 사랑을 유일성과 통일성에 대한 근대적 자아기획으로 해석함으로써 여성주체의 가능성을 추론할 수 있었으며 특히 소문과 정조관념에 대한 이들의 거리두기에서 여성의 몸을 침탈공간으로 간주하는 겁탈 스크립트 자체를 균열할 수 있는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성의 몸을 오염, 타락에 취약한 닫힌 공간이 아니라 행위성의 장소로 자리매김한다는 점에서 [혼불]과 [토지]는 여성통제 매커니즘을 넘어서는 반담론의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이다.
  •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1) 학술적 활용
    1. 이 연구는 연구대상인 소설들의 문학사적 의미와 함께 우리의 근현대사를 인문학적 견지에서 재평가함에 유용한 분석틀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이 연구는 가부장적 권력이 여성들의 생활방식 가운데 침윤하는 방식을 겁탈 모티프를 통해 분석해내는데 초점을 맞춤으로써 이 소설들의 역사성을 근대성의 기획이라는 시대사속에서 분석함으로써 거시역사와 미시역사가 상호 연관될 수 있는 틀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보다 절충적인 수준에서 소설의 장르적 성격을 분석해 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2. 이 연구는 문학이론의 틀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던 지금까지의 문학연구의 방법론에 겁탈모티프를 중심으로 한 담론분석을 접목시킴으로써 보다 다양한 텍스트 이해가 가능해진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방법론의 적용을 통하여 몸에 각인되는 근대적 권력의 작동방식을 분석해냄으로써 문학이해의 지평을 넓힘과 동시에 사회의 권력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회발전을 위한 인문학적 기여의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3. 이 점과 관련하여 특히 이 연구는 겁탈을 예외적, 일시적 일탈현상으로 파악하는 편협한 시각에서부터 벗어나 겁탈과 사랑·결혼의 상호 친연성을 적시하고 그 속에 내재하는 가부장적 권력 혹은 이성중심주의적인 근대성의 폭력을 인문학적, 철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2) 실천적·교육적 활용
    1. 이 연구는 근대성의 기획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사회 내에 항존하는 각종의 권력현상 혹은 억압과 배제의 폭력을 비판하고 치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사회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화적 현상들을 그 자체로서 이해하고 포섭할 수 있는 준거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연구자가 성폭력특별법 제정 20주년을 맞이하여 그동안 성폭력관련 사회단체들과 사회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성폭력에 대처하기 위한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음은 이 연구가 가지는 이런 실천성을 증명한다.
    2. 아울러 이 연구는 소설들에 나타나는 겁탈의 양상을 드러냄으로써 여성에 가해지는 각종의 사회적 편견과 가부장제적 이데올로기 자체에 대한 비판과 성찰의 준거를 제시한다. 연구의 결과는 여성주의적 관점에 입각한 담론분석의 틀과 겁탈스크립트에 나타난 담론정치를 학부과정 수준의 교재의 형태로 제작되어 향후 교육현장에서 학생들로 하여금 폭력에 대한 감수성과 분석·평가능력을 획득하게 하고 그 대항담론을 개발하는 길을 사유하는데 최적의 준거틀을 제공해 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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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간통념 남성동맹 반담론 박경리 토지 최명희 혼불 조정래 태백산맥 처벌의 제도화, 로맨스 이데올로기, 행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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