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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원법에 나타난 '산수 공간'의 미학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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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명 학문후속세대양성_시간강사(인문사회) [지원년도 신청 요강 보기 지원년도 신청요강 한글파일 지원년도 신청요강 PDF파일 ]
연구과제번호 2011-35C-A00208
선정년도 2011 년
연구기간 1 년 (2011년 09월 01일 ~ 2012년 08월 31일)
연구책임자 김재숙
연구수행기관 고려대학교
과제진행현황 종료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공간은 인물화보다 풍경화, 동양의 경우 산수화에서 주로 나타난다. 엄밀히 말하면 산수화는 산과 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산수의 공간’을 구현해낸 그림이다. 삼차원의 공간을 이차원의 평면에 그려내기 위한 것이 원근법이다. 회화 화면에 있어서 원근법이란 삼차원의 입체공간을 이차원의 평면공간으로 나타날 때 요구되는 회화적 구도법과도 관련된다. 산수화에 있어 공간에 대한 원근법은 삼원법으로 다루어진다. 동서양 풍경화의 차이를 말할 때 서양의 풍경화가 일점(一點) 투시법을 사용하여 대상 풍경의 공간을 화면에 구현하는 데 반해 동양의 산수화는 다점(多點) 투시의 삼원법을 사용하여 산수의 공간을 구현해낸다고 말해지듯 삼원법은 동양의 공간에 대한 관점을 가장 핵심적으로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일단 풍경의 공간을 화면에 입체적으로 그려내기 위한 것이라는 일차적 의미에서 보자면 삼원법은 회화적 구도를 잡는 기술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산수화의 삼원법은 단지 회화의 구도를 잡는 기술적 방법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림에서 시점(視點)의 문제나 구도의 문제는 기술적 문제이면서 그것을 넘어가는 철학적 문제에 이어지는 문제다. 더구나 예술의 공간관은 구도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 사상의 문제이다. 한편으로는 감상자로 하여금 어떻게 산수공간의 체험자가 되게 하느냐 하는 문제와 관계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 공간을 단순히 평면적인 것이 아니라 ‘무한 공간과 초월적 공간’으로 느끼게 하고, 나아가 근원적 공간으로 느끼게 하여 마음에 수양의 과정을 제공하게 하는 데 있다.
    본 연구에서는 산수화에 나타난 공간에 대한 관점이 노장 사상을 기반으로 한 동양철학일반과 밀접히 관련되어 우주의 기가 움직이고 있는 공간 의식을 살펴보고, 이것이 산수화를 그리고 감상했던 문인 계층의 ‘미학적 수양’과 관계됨을 ‘허’(虛)와 ‘담’淡)을 중심으로 하는 평담의 인격미 수양과 연계됨을 고찰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산수화가 등장하기 시작하여 활발히 성장하게 되는 북송과 남송시대의 화론과 그림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 기대효과
  • ⦁ 본 연구는 동양예술을 이해할 수 있는 주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여백의 미라는 막연한 동양예술의 특징을 보다 심도있고 재미있게 논의할 수 있게 한다. 동양예술은 철학과 밀접함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 그리하여 여백의 미에 대한 일차적 해석을 지양하고 동양예술의 심오한 특징을 깊이있게 할 수 있다.
    ⦁ 본 연구는 동양철학을 시각적 자료와 함께 논함으로써 어려운 철학적 개념을 보다 쉽게 이해시킬 수 있다. 동양 철학은 한문과 관념적 용어가 많아 학생들에게 근접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산수화라는 시각자료를 보여줌으로써 보다 흥미를 가지고 주목하게 하여 동양철학 강의에 효율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 본 연구에서 산수 공간은 수양 공간과 연계된다. 그런 만큼 현실 삶에서의 성찰적 사고를 가지게 할 수 있다. 도가적 의미에서 보자면 마음의 거울을 깨끗이 닦고, 마음을 재계함으로써 자유로운 소요유를 누리게 되는 천인 사이의 합치 속에서 진정한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세속 욕망의 추구를 멈추게 하고 인생의 진정한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성찰하게 한다. 또한편 유가적 의미에서 보자면 평담의 미 추구 속에서 평정한 마음과 중용의 마음가짐을 갖게 함으로써 현실에 대응하는 조화와 중용을 가르쳐준다.
    ⦁ 본 연구는 생태론적 교육에 활용될 수 있다.
    산수화에서 인물은 아주 작게 그려진다. 특히 북송 산수화의 경우. 이는 장자가 말했듯“우리 인간이 천지 사이에 있는 것은 작은 돌이나 나무가 큰 산에 있는 것과 같다”고 말한 것과 같다. 우주는 끝이 없고, 이 우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사람은 달팽이 뿔 위에 있는 미생물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인간은 우주의 일부분이자 부속일 뿐으로 내 몸은 나의 것이 아니라 천지가 형체를 맡겨놓은 것이다. 생명이란 나의 것이 아니라 천지가 和氣를 맡겨놓은 것이다. 그래서 우주 자연과 인간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공간이며 긴밀히 결합되어 있음을 상기시킴으로써 생태론적 사유를 유발시키고 환경문제에 대한 인간의 역할을 강조한다.

  • 연구요약
  • 회화에서 공간 재현의 문제는 이차원의 화면에 삼차원의 공간을 만들어내느냐 하는 것이다. 단순히 거리 측정의 문제가 아니라 깊이감의 입체적 공간감이 회화적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의 차원이다. 산수화는 움직이는 관점을 다원적으로 가지고 있으며, 그것도 그림 안에서 움직이는 관점이다. 산은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시점에 따라 무수한 모습을 띤다. 상이한 시점이 얽혀 마치 감상자로 하여금 그 공간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만들어야 한다. 와유의 공간 구조를 만들어 감상자가 실제 와유할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그곳에 들어와 있다는 현장감을 갖으면서 산수의 공간에서 소요유하도록 해야 한다. 일점(一點) 투시가 아니라 산점(散點) 투시이다. 서양화의 일점 투시는 풍경은 나 밖에 있는 세계에 불과하다. 그곳은 소요유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바라보는 세계일 뿐이다. 그곳에 들어가 소요유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다시점의 관점에서 그 공간이 통일되는 것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곽희의 삼원법을 자세히 살펴보면, “산에는 삼원이 있다. 산 아래에서 산꼭대기를 우러러보는 것(仰)을 고원(高遠)이라 하며, 산 앞에서 산 뒤쪽을 엿보는 것(窺)을 심원(深遠)이라 하고, 가까운 산에서 먼 산을 바라보는 것(望)을 평원(平遠)이라 한다. 후에 한졸(韓拙)은 여기에 다른 삼원을 제출하였다. 이는 남송에 맞는 새 원근법으로 망망한 공간감을 요구하는 것이 그 특징이다.
    북송 화가들은 공간감을 확립하기 위해 산의 중첩에 의지하였다. 산의 중첩에 따른 수직적 공간은 주로 그 정형성의 스케일을 증대시키고 수직적 깊이감을 암시하는 것에 기여했다. 남송의 경우 산수의 광대함은 더 이상 산의 견고한 중첩에 의해서가 아니라 여백의 특질에 의해 전달되었다. 여백의 공간은 구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된다. 빈 장소가 공간을 재현해주기 때문에 화가들은 필묵의 부재에 더 정신을 집중했다. 북송의 거대산수든 남송의 소경산수든 평원의 망망한 강과 하늘을 담은 산수든 여기에는 화면 공간을 꽉 채우지 않는다. 여기에는 빈 공간이 존재한다. 그 공간은 중립적 배경이 아니라 기가 흐르고 있는 공간이다. 산수 공간 개념은 우주 공간 개념과 연계된다. 우주에 원초적 기를 가지고 있고, 생동하는 기 덕분에 꺼지지 않는다면 이와 동일한 기가 회화를 살아움직이게 해야 한다. 기가 없다면 평범하고 단순한 풍경화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곳에서 빈 공간은 무기력한 현존이 아니고 보이는 세계를 보이지 않는 세계에 연결하는 기에 의해 전파되는 공간이다. 우주에서와 같이 회화에서도 빈 공간이 없다면 기는 순환할 수 없고, 음양도 작용할 수 없다. 그림은 필묵에서 나오는 기가 우주의 기와 조화로울 때 그 탁월성을 얻을 수 있다.
    산수의 공간은 하늘과 땅 사이의 공간을 말한다. 그 공간은 풀무와 같다. 하늘과 땅 사이는 풀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것은 고갈되지 않는다. 움직여지면 바람을 내보낼 뿐이다. 노자와 장자에서 보든 산수화의 공간은 단순히 평면적인 것이 아니라 ‘무한 공간과 초월적 공간’에 해당된다. 이는 인간이 유위의 세계에 나오기 이전 무위자연의 근원적 상태를 상기시킨다. 그 근원적 공간에서 생출되는 맑고 깨끗한 자연의 기를 품부받은 자가 인간이다. 이렇게 산수 공간은 근원적 공간으로 연계되면서 감상자로 하여금 마음에 천인합일의 수양의 과정을 제공하게 한다. 한편으로 이 공간은 역사적으로는 그 산수와 관련된 자들의 역사적 공간이기도 하다. 그 인물의 삶과 관계된 공간이면서, 그 인물의 삶에서 얻어지는 가치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 가치는 그 인물의 삶의 태도와 예술과 연계되면서 감상자의 인격에 감흥된다. 근원적 공간으로서의 미적 만족감과 정신적 고양감과 함께 그 장소와 연관된 고고한 인물의 삶과 예술은 그대로 상외지상으로 음미되는 것이다. 그 가치는 문인사대부들에게 ‘허’와 ‘담’의 미적 개념으로 나타난다. 이는 평담의 미와 통한다. 동양에서의 미학적 사유는 수양적 사유로 귀결된다.

  • 한글키워드
  • 임천고치. ,산수화,고원, 곽희,평담,여백,허, 기,평원,심원,삼원
  • 영문키워드
  • void,spirit -emptiness, san-su landscape painting,three perspectives,deep perspective,plentifulness,long perspective,high perspective, perspective,blandness ,emptiness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 국문
  • 산수화는 산수를 심미적 대상으로 바라보게 됨으로써 나타나게 되는 회화예술양식이다. ‘산수’라는 말은 인간의 미감을 자극하는 대상으로서의 자연을 이른다. 은둔의 도피장소였던 황량한 산야(山野)가 ‘산수’라는 아름다운 이미지를 부여받게 되는 데에는 중국 고대의 은사(隱士) 문화, 은일(隱逸) 문화의 발달과 깊은 관계가 있다. 산수자연에 아름다움이 있다고 하는 자각은 4세기 후반부터 5세기 전반에 걸쳐 위진남북조 시기의 노장사상의 유행과 도가적 은사문화로 인해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욱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산수공간에 은거하는 것은 자신을 성찰하고 도를 지켜나가는 인격의 수양과 함께 산수유의 노님과 즐김을 수반하는 것으로 되어갔다. 유가적 출사관에서 나온 은일처로서의 산수 의식과 도가적 은일문화에서 나온 산수의 아름다움이라는 의식이 송대 문인사대부들에 의해 종합되어 산수화라는 주요 예술장르가 나타났다.
    이때 삼차원의 공간을 이차원의 평면에 그려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원근법이다. 공간 지각방식인 원근법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북송대 곽희는 고원, 심원, 평원의 삼원법을 제출하여 산수화의 원근법을 정립시켰다. 일반적으로 서양의 풍경화에 나타난 대표적 원근법은 인간이 고정된 한 지점에서 ‘보고 있는’ 풍경장면이 화면에 구현되는 일점(一點) 투시법에 해당된다. 이에 반해 산수화에 나타난 대표적 원근법인 삼원법은 인간이 이동하면서 정면, 측면, 상표면 등등을 ‘보아 가는’ 풍경장면이 종합화되어 화면에 전체적으로 구현되는 다점(多點) 투시법에 해당되며, 화면은 움직임과 계속성을 가지게 된다. 산과 물이라는 두 개의 대표적 자연경물이 연출해내는 공간을 지각하는 대표적 인식방식이 삼원법이라 할 수 있다. 삼원법은 동양의 공간지각방식에 대한 관점을 핵심적으로 드러내면서도 산수화에 반영된 심미관을 도출해낼 수 있는 방법론적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송대 산수화론을 대표하는 곽희의 『임천고치』에서는 인간의 삶에 관계되는 공간으로 현실세속공간과 임천의 탈속공간, 두 공간을 제시하고 있다. 현실세속공간은 시끌벅적하고 고삐와 쇠사슬처럼 인간을 구속하는 진효강쇄(塵囂韁鎖)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에 이 구속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또다른 공간이 요구된다. 그 곳은 “미적 만족감에서 오는 즐거움을 주면서 마음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공간”(佳處)이다. 인간은 비록 진효강쇄의 세속공간에서 살고 있지만 아름다운 공간에 대한 근본적 향수가 있다. 산수는 사람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가장 좋은 매개체이며, 미적 즐거움을 주면서 마음을 사로잡는 공간이다.


    임천탈속공간에 대한 근원적 그리움을 만족시켜주면서도 현실에 충실할 수 있는 매개가 산수화이다. 삼차원의 산수공간을 실제로 체험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이차원의 원근법이 바로 삼원법이다.
    산은 계절, 시간, 시점 등에 따라 무수히 다양한 모습을 띤다. 상이한 시점이 얽혀 마치 감상자로 하여금 그 공간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야 한다. 그곳에 들어가 소요유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다시점의 관점에서 그 공간이 통일되는 것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삼원의 공간구성은 그곳에 들어와 있다는 현장감을 가지면서 산수의 공간에서 소요유하도록 하는 와유(臥遊)의 공간 구조를 갖게 한다. 삼원법은 또한 한정된 화면에 깊이있고 무한한 공간을 구현하기 위한 구도법이다. 그러기 위해선 화면에 산과 강을 다 드러내지 않고 중간을 이어지듯 끊어지게 그려야 한다. 그래서 여백은 반드시 필요하게 되고, 그 여백이 그냥 아무 것도 아닌 산과 강의 연속성을 말해주기 위해선 안개와 구름으로 공간을 감싸주어 산과 물의 역동적 상호관계를 표현해내야 한다. 여백은 수동적 중립지대가 아니라 보이는 세계를 보이지 않는 세계에 연결하는 능동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삼원법의 공간구성법에서는 연운의 여백이 탄생될 수밖에 없다.
    산수의 공간은 하늘과 땅 사이의 공간을 말한다. 그 공간은 『노자』에서 말하는 풀무와 같아서 움직여질수록 바람을 내보낼 뿐 고갈되지 않는다. 산수공간 개념은 우주공간 개념과 연계된다. 노자와 장자에서 보듯 산수화의 공간은 단순히 평면적인 것이 아니라 ‘무한 공간과 초월적 공간’에 해당된다. 이는 인간이 유위의 세계에 나오기 이전 무위자연의 근원적 상태를 상기시킨다. 우주의 원초적 기와 생동하는 기가 마찬가지로 화면에 구현되어야 한다. 안개와 구름으로 처리되는 빈 공간은 보이는 세계를 보이지 않는 세계에 연결하는 기(氣에) 의해 전파되는 공간이다. 우주에서와 같이 산수화에서도 빈 공간이 없다면 기는 순환할 수 없고, 음양도 작용할 수 없다.
    산 아래에서 산 위를 올려다보는 고원은 정신을 무한한 높이로 향하게 하고, 산 앞에서 산 뒤를 엿보는 심원은 무한한 깊이로 향하게 하며, 가까운 산에서 먼 산을 바라보는 평원은 광활하고 유원한 무한 공간으로 뻗어나가게 한다. 그리하여 그 속에 들어가 노닐면서 정신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이는 “미적 만족감에서 오는 즐거움을 주면서 마음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공간”(佳處)에서 노니는 즐거움으로 벼슬, 권력, 재물과는 거리가 먼 즐거움이다. 이로부터 세속으로부터의 초연함이라는 덕을 기를 수 있게 해준다. 즉 물질적 차원으로부터의 초연함, 지적 자만심으로부터의 초연함, 관료적 서열과 사회적 지위로부터의 초연함이다. 이런 초연한 평정심은 자기자신과 세상에 대한 중용의 마음을 가지게 해주며, 세상에 휘둘려지지 않고 현실생활을 조화롭게 잘 영위하게 해준다. 결국 산수화를 통해 감상자와 화가는 세속 욕망에서 벗어나 평정한 마음과 중용을 지향하는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됨으로써 다시 현실세속공간으로 향하게 된다. 산수화 속으로의 은일의 시간은 현실세속공간에서 군친지심(君親之心)을 더욱 잘 발휘하게 하는 힘이 된다는 점에서 성리학 문인사대부들에게 현실과 이상의 조화를 매개하는 수단이 되었다.
    삼원법은 단지 투시원근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화면 안에 정신적 공간을 구성하고, 이 정신적 공간을 통해 화면의 유한 공간을 벗어나 무한공간으로 진입하게 한다. 이 공간은 수양의 공간이 되어 세속의 먼지와 사심(私心)을 비우게 하며, 이어 무한의 근원공간으로 확대되면서 자신의 마음을 천지지심(天地之心)으로 확대시켜나갈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삼원법의 공간적 의미는 인격수양과 고전 학습을 거친 심미안을 통해 체득된다. 문기(文氣)를 가진 문인사대부에게 예술은 자신의 미적 즐거움을 수반하면서 오는 인격 수양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동양에서의 미학적 사유는 수양적 성찰의 심미성으로 귀결된다.
  • 영문
  • The Aesthetic Meaning of the 'Mountain-Water' Space
    expressed in 'Three Distances' of the Landscape Painting


    Guo-xi presented the 'three distances', that is high-distance, deep-distance, level-distance. And then he established the law of perspective in Shan-shui landscape painting. This study is to research the aesthetic meaning of the ‘mountain-water' space in Shan-shui landscape painting centering on 'three disctances' from Guo-xi's Lin-quan-gao-zhi(The Great Message of Forests and Streams) in nothern Song period.
    By the law of perspective, the three-dimensional space is converted into the two-dimensional plane of the picture. Unlike western perspective, three distances is composed of the moving visual-point and multiple viewpoint. It is not only the problem of the pictorial plot and technic, but also the philosophical and aesthetic subject.
    Shan-shui landscape painting is not the drawing of mountain-water(streams, rivers), but those of the space with mountain-water and forth into the space with heaven-earth. Mountain-water space is the space of unworldlyness and absence of vulgarity. The literati who lived in the worldly space sometimes longed for the space of the retirement far away the social and moral, oridinary life. They wanted the space and time of rambling about this space without destination and cultivating their nature. Shan-shui landscape painting substituted for their desires, instead of leaving the mundane society and going the mountain. The perspective suitable to these purpose is the Three Distances.
    First, mountain-water space is the space of after-experience and imaginary travel lying in the room. Second, mountain-water space is the infinite and transcendental space full of Qi-spirit from the thought of Laozi and Chuangzi. For the embodying this thought, the picture is largely composed of empty space. Third, mountain-water space is the those of cultivation. The empty space full of Qi-spirit is the space of the 'fast of the mind', that is to empty the mind, to clear out the mundane refuse. Accordingly the painters and appreciators could amplyfy and extend their mind infinitly into the mind of Heaven-Earth.
연구결과보고서
  • 초록
  • 은둔의 도피장소였던 황량한 산야(山野)가 ‘산수’라는 아름다운 이미지를 부여받게 되는 데에는 중국 고대의 은사(隱士) 문화, 은일(隱逸) 문화의 발달과 깊은 관계가 있다. 산수자연에 아름다움이 있다고 하는 자각은 위진남북조 시기의 노장사상의 유행과 도가적 은사문화로 인해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욱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산수공간에 은거하는 것은 자신을 성찰하고 도를 지켜나가는 인격의 수양과 함께 산수유의 노님과 즐김을 수반하는 것으로 되어갔다. 산수화가 출현하게 되는 배경에는 유가적 출사관에서 나온 은일처로서의 산수의식과 도가적 은일문화에 나온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산수의식이 종합되어 있으며, 이러한 종합된 산수의식이 북송대 문인사대부의 미학적 은일주의와 합쳐지면서 산수화라는 주요 예술장르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송대 산수화론을 대표하는 곽희의 『임천고치』에서는 인간의 삶에 관계되는 공간으로 현실세속공간과 임천의 탈속공간, 두 공간을 제시하고 있다. 현실세속공간은 시끌벅적하고 고삐와 쇠사슬처럼 인간을 구속하는 진효강쇄(塵囂韁鎖)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에 이 구속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또다른 공간이 요구된다. 그 곳은 “미적 만족감에서 오는 즐거움을 주면서 마음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공간”(佳處)이다. 인간은 비록 진효강쇄의 세속공간에서 살고 있지만 아름다운 공간에 대한 근본적 향수가 있다. 산수는 사람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가장 좋은 매개체이며, 미적 즐거움을 주면서 마음을 사로잡는 공간이다. 임천탈속공간에 대한 근원적 그리움을 만족시켜주면서도 현실세계에 충실할 수 있는 매개가 산수화이다. 삼차원의 산수공간을 실제로 체험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이차원의 원근법이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삼원법이다. 회화에서 시점과 구도의 문제는 기법의 문제이면서 시각인식체계와 심미의식을 반영하는 미학적 주제와 연결된다. 특히 삼원법은 기법 이상의 사상을 함축하고 있다.
    곽희는 고원, 심원, 평원의 삼원법을 제출하여 산수화의 원근법을 정립시켰다. 산은 계절, 시간, 시점 등에 따라 무수히 다양한 모습을 띤다. 상이한 시점이 얽혀 마치 감상자로 하여금 그 공간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야 한다. 그래서 삼원의 공간구성은 그곳에 들어와 있다는 현장감을 가지면서 산수의 공간에서 소요유하도록 하는 와유(臥遊)의 공간 구조를 갖게 한다. 이를 통해 인간의 물리적 시각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신체의 구속성에서 벗어나 정신의 소요유 경지를 얻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감상자는 삼원의 시각을 따라서 산수 속을 거니는 추체험을 하게 된다.
    삼원법은 또한 한정된 화면에 깊이있고 무한한 공간을 구현하기 위한 구도법이다. 그러기 위해선 화면에 산과 강을 다 드러내지 않고 중간을 이어지듯 끊어지게 그려야 한다. 그래서 여백은 반드시 필요하게 되고, 그 여백이 그냥 아무 것도 아닌, 산과 강의 연속성을 말해주기 위해선 안개와 구름으로 공간을 감싸주어 산과 물의 역동적 상호관계를 표현해내야 한다. 여백은 수동적 중립지대가 아니라 보이는 세계를 보이지 않는 세계에 연결하는 능동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삼원법의 공간구성법에서는 연운의 여백이 탄생될 수밖에 없다.
    산수의 공간은 하늘과 땅 사이의 공간을 말한다. 그 공간은 『노자』에서 말하는 풀무와 같아서 움직여질수록 바람을 내보낼 뿐 고갈되지 않는다. 산수공간 개념은 우주공간 개념과 연계된다. 노자와 장자에서 보듯 산수화의 공간은 단순히 평면적인 것이 아니라 ‘무한 공간과 초월적 공간’에 해당된다. 우주의 원초적 기(氣)와 생동하는 기가 마찬가지로 화면에 구현되어야 한다. 안개와 구름으로 처리되는 빈 공간은 보이는 세계를 보이지 않는 세계에 연결하는 氣에 의해 전파되는 공간이다. 산수공간은 근원적으로는 태허(太虛)의 기를 담지한 공간이므로 그 그려지지 않은 여백은 기로 가득찬 만백(滿白)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우주에서와 같이 산수화에서도 빈 공간이 없다면 기는 순환할 수 없고, 음양도 작용할 수 없다.
    삼원법은 화면 안에 정신적 공간을 구성하고, 이 정신적 공간을 통해 화면의 유한 공간을 벗어나 무한공간으로 진입하게 한다. 이 공간은 심재의 공간이 되어 세속의 먼지와 사심(私心)을 비우게 하며, 이어 무한의 근원공간으로 확대되면서 자신의 마음을 천지지심(天地之心)으로 확대시켜나갈 수 있게 한다. 이로부터 세속 물질 가치세계로부터의 초연함이라는 덕을 기를 수 있게 해준다. 산수화 속으로의 은일의 시간은 현실세속공간에서 군친지심(君親之心)을 더욱 잘 발휘하게 하는 힘이 된다는 점에서 성리학 문인사대부들에게 현실과 이상의 조화를 매개하는 수단이 되었다.
  •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본 연구는 동양예술을 이해할 수 있는 주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여백의 미’라는 막연한 동양예술의 특징을 보다 심도있고 재미있게 논의할 수 있게 한다. 그리하여 여백의 미에 대한 일차적 해석을 지양하고 동양예술의 심오한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다. 동양예술은 철학과 밀접함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
    ⦁산수 공간은 수양 공간과 연계된다. 그런 만큼 현실 삶에서의 성찰적 사고를 가지게 할 수 있다. 도가적 의미에서 보자면 마음의 거울을 깨끗이 닦고, 마음을 재계함으로써 자유로운 소요유를 누리게 되는 천인 사이의 합치 속에서 진정한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세속 욕망의 추구를 멈추게 하고 인생의 진정한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성찰하게 한다. 또한편 유가적 의미에서 보자면 평담의 미 추구 속에서 평정한 마음과 중용의 마음가짐을 갖게 함으로써 현실에 대응하는 조화와 중용을 가르쳐준다.
    ⦁동양철학을 시각적 자료와 함께 논함으로써 어려운 철학적 개념을 보다 쉽게 이해시킬 수 있다. 동양 철학은 한문과 관념적 용어가 많아 학생들에게 근접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산수화라는 시각자료를 보여줌으로써 보다 흥미를 가지고 주목하게 하여 동양철학 강의에 효율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생태론적 교육에 활용될 수 있다. 산수화에서 인물은 아주 작게 그려진다. 특히 북송 산수화의 경우. 이는 장자가 말했듯“우리 인간이 천지 사이에 있는 것은 작은 돌이나 나무가 큰 산에 있는 것과 같다”고 말한 것과 같다. 우주는 끝이 없고, 이 우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사람은 달팽이 뿔 위에 있는 미생물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인간은 우주의 일부분이자 부속일 뿐으로 내 몸은 나의 것이 아니라 천지가 형체를 맡겨놓은 것이다. 생명이란 나의 것이 아니라 천지가 和氣를 맡겨놓은 것이다. 그래서 우주 자연과 인간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공간이며 긴밀히 결합되어 있음을 상기시킴으로써 생태론적 사유를 유발시키고 환경문제에 대한 인간의 역할을 강조한다.
  • 색인어
  • 산수화, 산수공간, 원근법, 삼원법, 고원, 심원, 평원, 곽희, 임천고치, 와유, 여백. 은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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