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정삼문취록〉은 인륜지 대사인 사대부가 혼사담 위주의 서사이다. 〈윤하정삼문취록〉에서는 총 124건의 혼사가 이루어지고, 갈등 구조를 갖춘 38개의 혼사담이 각 권에서 출현과 퇴장을 반복하거나 사라지면서, 105권이라는 대하 장편서사를 완성해간다.
이 혼사담 ...
〈윤하정삼문취록〉은 인륜지 대사인 사대부가 혼사담 위주의 서사이다. 〈윤하정삼문취록〉에서는 총 124건의 혼사가 이루어지고, 갈등 구조를 갖춘 38개의 혼사담이 각 권에서 출현과 퇴장을 반복하거나 사라지면서, 105권이라는 대하 장편서사를 완성해간다.
이 혼사담 안에는 인간이 혼인을 통해서 형성할 수 있는 다양한 가족관계가 설정되어 있다. 또한 이처럼 다양하고 다층적인 가족관계 사이에서는 서로 살아가기 위한 여러 갈등들이 유발한다. 이 갈등들은 여러 요소의 개입에 의해 좀 더 증폭되거나 해소되는데, 특히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사대부가 특유의 유교적인 윤리 규범인 ‘예법’이 긍정적인 실천 덕목으로 기능한다. 〈윤하정삼문취록〉에서 혼인을 통해 만들어진 가족관계는 가정(가문)내에서 명령적 위치인지, 복종적 위치인지, 또는 복합적 위치인지에 따라 확연하게 각자 실현하는 예법이 다르다. 명령적 위치로는 증조부, 조부, 가문의 종장, 시부, 증조모, 조모, 모친, 친정부모, 일부다처제하의 계조모, 계모, 조선조 양자제도에 의한 양부모와 가장인 남편이 있으며, 이들에게서 유교적 ‘예’에 의한 가정생활이 나타난다. 복종적 의치는 며느리, 아내, 아들의 부자간, 모자간, 딸의 부녀간, 모녀간, 사위의 존재가 있으며, 그들 사이에서도 상호 합당한 유교적 ‘예’가 행해진다. 또한 촌수로는 대등하면서도 서열에 따라 다시 상하가 구분되는 형제, 남매. 자매, 동서간 등 복합적인 위치도 있으며, 이들 역시도 자신의 위치에 맞는 ‘예법’이 실현된다.
조선조 후기 사대부 벌열계층의 궁극적인 욕망의 지향점은 중앙 정계로의 진출이며, 권력의 유지이며, 가문원의 번성함이며, 이를 통한 벌열가문화이다. 이같은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사대부 지배 세력들은 타가문이나 타당파와의 차별화를 꾀하려 했다. 상층 사대부가에서는 더 엄격하고 철저하게 성리학적 유교이념을 가법으로 제정하여 가문 구성원들에게 주입시켰으며, 그대로 실천할 것은 강조했다. 그들은 가문내외에서 예가 아니면 보지 않고, 예가 아니면 듣지 않았으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않고, 예가 아니면 동하지 않아야 했다.
〈윤하정삼문취록〉에는 벌열 사대부가의 욕망과 의식이 서사 곳곳에 반영되어 있다. 사대부는 학문을 하는 선비나 그 학문을 바탕으로 벼슬을 하는 고위 관리이다. 그들이 하는 학문이 유학이며, 유학의 미는 ‘질서’와 ‘조화’이다. 곧 유교의 윤리는 삼강오륜으로 압축된다. 조선조 후기 성리학적인 사대부계층의 생활은 바로 이 삼강오륜을 바탕으로한 ‘예’의 실현이다. 이 ‘예’는 ‘인’으로 귀결되는데, ‘仁’이라는 글자는 ‘二’와 ‘人’의 결합으로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뜻하며, 공자사상의 묘미인 ‘조화’를 의미한다. 이 ‘仁’의 덕목은 인간성을 중시하는 것으로서 자기 개인의 도덕적인 완성과 함께, 타인에 대한 최선의 도리도 강조한다.
〈윤하정삼문취록〉에는 ‘효’와 ‘제’ 등 ‘仁’에 이르는 근본 덕목들이 각양 각층의 가족관계 속에서 작동하며, 상층 사대부가의 유교적 가정생활을 유지시킨다.
본 연구는 〈윤하정삼문취록〉을 주 텍스트로 삼아서, 혼사를 통해 형성된 사대부가의 여러 가문원들이 그들의 궁극적인 소망인 벌열촌의 완성을 이루기 위해, 그 방법론중의 하나로 채택한 유교적 가정생활을 어떠한 윤리질서로 형상화해 가는 지를 고찰하고 그 의의를 규명하고자 한다.
이 작품에서 사대부가 가문원들은 혼인을 통해 형성된 상하, 좌우, 수직적, 수평적, 또는 복합적 상대적 가족‘관계’에서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유교적 윤리 덕목인 ‘예’에 따라 상대를 대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윤하정삼문취록〉에 나타난 사대부가의 유교적 가정생활과 그 의의를 찾는 본 연구는 매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