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의 목적은 송대(宋代) 성리학의 기반을 마련한 형제 철학자인 정명도(程明道, 1032-1085)와 정이천(程伊川, 1033-1107)의 저작인 《하남정씨유서(河南程氏遺書)》,《하남정씨외서(河南程氏外書)》 및 《하남정씨수언(河南程氏粹言)》(이하 《유서(遺書)》,《외서(外書)》,《수언(粹言)》으로 약칭함) 가운데 작 ...
이 연구의 목적은 송대(宋代) 성리학의 기반을 마련한 형제 철학자인 정명도(程明道, 1032-1085)와 정이천(程伊川, 1033-1107)의 저작인 《하남정씨유서(河南程氏遺書)》,《하남정씨외서(河南程氏外書)》 및 《하남정씨수언(河南程氏粹言)》(이하 《유서(遺書)》,《외서(外書)》,《수언(粹言)》으로 약칭함) 가운데 작자불명어록, 즉 이정(二程) 중에 누구의 어록인지 표시되지 않은 어록(이하 “작자불명어록”으로 약칭함)들을 정명도의 어록(이하 明道語로 약칭)와 정이천의 어록(이하 伊川語로 약칭)으로 가려내는 것이다.
사실 이 작업은 이미 송대 신유학의 집대성자인 주희(朱熹) 및 금대(金代)의 이순보(李純甫), 원대(元代)의 왕극관(汪克寬), 명대(明代)의 진용정(陳龍正), 청대(淸代)의 손승택(孫承澤, 1592-1676) 등에 의해 시도되었었다. 현대에 들어와서도 풍우란(馮友蘭), 모종삼(牟宗三), 장덕린(張德麟), 방만리(龐萬里) 등에 의해서도 이 작업은 이어져 오고 있다.
이 작업이 철학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정명도와 정이천이 형제이기는 하지만 그 철학적 경향이 크게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후대의 철학에 미친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송명의 철학을 흔히 이학과 심학으로 분류할 때 그 기원은 바로 이들에게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정의 철학사상적 차이점에 근거하여 상이설(相異說) 및 대동소이설(大同小異說), 삼계설(三界說)이라는 서로 엇갈린 견해가 제출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정의 사상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직면하게 되는 난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정이천의 자료에 비해 정명도의 자료가 너무나 빈약하다는 것이다. 이정의 자료 가운데 어록을 제외할 경우에 정이천의 자료는 《역전》과 《경설》,《문집》(권5-권12)으로 비교적 풍부한 편이지만, 정명도의 자료는 《문집》(권1-권4)과 《경설》권5의 《명도선생개정대학(明道先生改正大學)》 뿐이다. 특히 이 가운데 사상적 내용을 담고 있는 《역전》을 제외하면,《문집》은 잡문을 수록한 것이고,《개정대학》은 《대학》 원문을 다시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결국 이정연구에 있어서 활용할 수 있는 일차자료는 어록을 편집한 《유서》와 《외서》,《수언》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서》,《외서》,《수언》에 수록된 이정어록 3,736조목 중에서 작자불명어록 1,910조목을 제외하면 정명도의 어록은 493조목으로 정이천의 어록 1,334조목의 ⅓정도에 불과하다.
이와 같이 정명도의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전체 어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작자불명어록을 누구의 말인지 가려내는 작업은, 이정의 사상을 연구하는데 지금보다 훨씬 풍부한 자료를 제공하여 그 두 사람의 사상적 동이점(同異點)을 분명히 밝힐 수 있게 하고, 이것은 더 나아가서는 송명신유학의 사상적 흐름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이 작업은 이정에 대한 연구에 있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연구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