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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시간성에 관한 연구 - 졸라의 <목로주점>과 주브의 <파울리나 1880> ―
  • 연구자가 한국연구재단 연구지원시스템에 직접 입력한 정보입니다.
사업명 학문후속세대양성_시간강사(인문사회) [지원년도 신청 요강 보기 지원년도 신청요강 한글파일 지원년도 신청요강 PDF파일 ]
연구과제번호 2011-35C-A00842
선정년도 2011 년
연구기간 1 년 (2011년 09월 01일 ~ 2012년 08월 31일)
연구책임자 윤진
연구수행기관 중앙대학교
과제진행현황 종료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서사학은 이야기의 서술 구조에 관한 이론이며, 해석학은 이야기의 의미를 풀어내는 이론이다. 서사학적 구조분석은 텍스트의 논리에 근거한 해석의 객관성을 확보하게 하며, 해석학적 설명과 이해는 텍스트 세계와 독자 세계와의 연결을 통해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 조건을 탐사한다. 이 점에서 서사학과 이야기 해석학은 상보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특히 ‘시간'과 이야기의 관계는 서사학과 해석학이 만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본 연구는 에밀 졸라(Emile Zola)의 소설 K목로주점>(1877)과 피에르 장 주브(Pierre Jean Jouve)의 소설 <파울리나 1880>(1925)을 대상으로 하여 텍스트 내에서 ‘이야기되는 시간’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관계 맺는 양상을 분석하고, 그리하여 두 소설이 독자에게 어떤 허구적 시간 경험을 투사하는지 밝혀볼 것이다.
  • 기대효과
  •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어떻게 이야기하는가, 이야기를 통해 어떤 세상을 그려내는가, 이러한 논의들은 소설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낳고, 이야기론은 인간에 관한 모든 학문들의 지평이 만나는 담론이 된다. 물론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이야기의 존재 양상 자체가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에 소설이 이전과 같은 힘을 누리지는 못하는 것은 사실이고, 소설 내부에서 일어난 전통적인 소설 형식에 대한 반성 역시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삶을 살아가고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한 이야기는 이어질 것이며, 이야기에 관한 논의는 단순히 허구 세계를 만들어내는 기술에 대한 논의를 넘어 현실의 지평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특히 우리의 연구는 언어학적 관점에서의 시간 이론이나 담론 언어학 등과 교류하면서 보다 심도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며, 또한 장르간, 매체간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질 다양한 이야기의 실험을 탐구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연구요약
  • 1) 두 소설은 몇 가지 세부적 장치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연대기적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고, 이야기 밖에 존재하는 화자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서술, 'hétérodiégétique' 서술 유형에 속한다.
    2) 소설의 구성을 보면, <목로주점>은 전체적으로 비슷한 분량의 13개 장이, 여주인공 제르베즈의 삶의 여정을 따라 여러 장소를 옮겨간다. 장들 사이에 혹은 각 장의 내부에 눈에 띄는 특별한 공백이 없이 중요한 사건들이 그려져 있고, 상대적으로 균질적인 시간의 특성은 적절하게 주어진 시간의 지표들로 확인된다. 소설의 제목 자체에 “1880년”이라는 역사적인 시간 지표가 주어진 <파울리나 1880>은 소설 전체에 연대기적 성격이 강조되어 있지만, 주인공의 삶이 시작부터 끝까지 어느 정도 균질적인 시간으로 이어진 <목로주점>과 달리, 6개의 부는 포함된 장의 수가 불규칙적이고, 119개의 짧은 장들 사이에 혹은 한 개의 장 안에 포함된 스토리 상의 시간 역시 불규칙적이다. 이처럼 짧은 장들의 나열, 텍스트 곳곳에 존재하는 생략과 침묵, 그리고 서술의 현재를 가리는 베일 등은 선조적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의 흐름을, 순서는 거의 바꾸지 않지만, 끊고 맺어가며 흩어지게 한다.
    3) <목로주점>의 전반부는 버림받은 제르베즈가 세탁소 주인이 되는 상승 과정을, 후반부는 그녀가 가난과 술에 절어 비참한 죽음을 맞는 하강 과정을 그린다. 이러한 이야기 구조로 인해 비가역적 시간은 단순히 선형적인 차원에 머물지 않고 피라미드 형의 구조물로 그려지며,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대응하면서 피라미드의 좌우대칭 구조는 더욱 강조된다. 그런데 <목로주점>의 서술은 상승의 순간들에 이미 앞날에 대한 불길한 그림자가 펼쳐지게 하고, 독서의 현재를 따라가는 동안 독자는 끊임없이 불안한 미래를 예감하고 앞질러 가게 된다. <파울리나1880>은 독자들이 이야기 진행에 중요한 요소들을 늦게, 그리고 간접적으로 알아가도록 배치되어 있고, 연대기적 시간을 가리키는 지표들이 사건 자체보다는 그 주변을 향하고 있는 것다. 사건들이 서로의 인과관계가 희미하게 지워진 채 별개의 이야기처럼 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사건들이 서로간의 관계가 희미한 안개 속에 가려진 채 단편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때 독자는 끊임없이 조각난 시간 속을 되짚어가고 앞질러갈 수밖에 없다.
    3) <목로주점>의 화자는 주인공의 삶의 결말을,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하지만 그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지는 않는 화자이다. 작중 인물들에 대해 말하는 것만큼 그들이 말하는 것을 그대로 들려주는 것은 그 때문이다. 특히 자유간접화법이 많이 사용되어 있는데, 그로 인한 화자의 부재 또는 중립성은 동시에 말하는 ‘다성적 효과’를 불러오게 된다. 그렇게 자연주의 미학이 추구한 ‘해부’에 가까운 중립적인 시선은 역설적으로 모든 목소리가 뒤엉킨 거대한 세계를 만들어낸다. 반대로 <파울리나1880>당연히 조심스럽게, 모호하게 이야기한다. 그로 인한 서술의 균열은 갑자기 옮겨다니는 시점의 변화로 더욱 두드러진다. 한 장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시점의 변화 외에도 별도의 장으로 중간중간 삽입된 파울리나의 독백, 일기 역시 같은 효과를 불러온다. 화자가 주인공에게 서술의 현재를 자주 내어줄수록 화자의 이야기는 더욱 더 불연속적이고 모호한 것이 되는 것이다.
    4) <목로주점>의 서술은 제르베즈의 추락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고 말하면서, 인간의 노력을 넘어서는 숙명에 관한 이야기, 어두운 종말을 예고하는 ‘예언’ 이야기가 된다. 특유의 피라미드 대칭 구조는 시간의 비가역성을 부정하고 파괴하면서 이야기를 비극적 신화의 세계로 끌고 들어간다. 이야기의 극적인 구조가 시간성을 배제하고 수많은 상징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는 세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파울리나 1880>의 경우, 사건들의 시간 관계를 의도적으로 지워버리며 이야기를 여백과 침묵 속에 흩어지게 하는 화자는 자기가 그리는 세계를 ‘알지 못하는’ 화자가 아니라 감추면서 보여주는 화자이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파편화된 시간의 불협화음이 오히려 시간의 비가역성을 두드러지게 하는 ‘허구적 시간 경험’을 낳는다. 그 시간은 파울리나가 유년기부터 갈망하던 황홀경의 그것이다. 그곳은 절대(absolu)를 향한 고뇌와 순간의 쾌락이 뒤엉킨 곳, 삶과 죽음이 하나가 되는 곳, 순간과 영원이 맞닿는 곳이다.
















  • 한글키워드
  • 목로주점,피에르 장 주브,자연주의,파울리나 1880. 서살-시,이야기 해석학,허구적 시간 경험,내적 독백,시간성,에로티즘,비극,자유간접화법,에밀 졸라,서사학
  • 영문키워드
  • roman-poeme,erotisme,experience temporelle,style indirect libre,temporalite,hermeneutique du recit,monologue,Emile Zola,naturalisme,narratologie,Pierre Jean Jouve,Paulina 1880,L'Assommoir,tragedie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 국문
  • 우리의 연구는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과 피에르 장 주브의 <파울리나 1880>을 대상으로 텍스트의 시간성을 분석하고, 나아가 텍스트의 세계가 독자의 세계 속에 투사하는 시간 경험을 재구성함으로써 두 소설이 갖는 의미를 조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우리의 연구가 대상으로 하는 두 소설은 공통적으로 한 ‘여자의 일생’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소설 속에 그려진 세계의 내용과 그 세계를 그리는 서술방식은 지극히 대조적이다. 자연주의를 대표하는 소설 <목로주점>이 산업사회의 노동자의 삶을 중심으로 부르주아 자본주의가 역사의 무대를 장악한 시대의 현실을 해부에 가까운 적나라한 묘사를 통해 그려낸다면, <파울리나 1880>은 함축적이고 시적인 묘사를 특징으로 하는 파편화된 텍스트 속에서 파울리나의 비극적 삶을 형상화한다. 우리의 연구는 이처럼 소설 속에 형상화된 세계도 전혀 다르고 그 서술 양식 역시 전혀 다른 두 소설을 대상으로 텍스트의 시간성을 분석하고, 나아가 텍스트의 세계가 독자의 세계 속에 투사하는 시간 경험을 재구성함으로써 두 소설이 갖는 의미를 조명해보는 것이다.
    우선 <목로주점>을 보면 작중인물들이 살아가는 시간은 1848년에서 1860년대까지, 고향 플라상에서 파리로 갓 올라온 스물두 살의 제르베즈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기까지의 20년이라는 시간이다.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분량이 비슷한 13개의 장에 걸쳐 전개된다. 한 인간의 전기(biographie)를 기록하듯 삶의 궤적을 차분히 따라가는 <목로주점>의 이러한 서술은 가운데 놓인 7장을 정점으로 하여 전반부는 버림받은 제르베즈가 세탁소 주인이 되는 과정을, 후반부는 그녀가 가난과 술에 절어 비참한 죽음을 맞는 과정을 그린다. 이처럼 <목로주점>의 줄거리 구성은 비가역적 시간을 단순히 선형적 인 차원이 아닌 피라미드 형 구조물로 형상화하는데, 중요한 것은 상승의 순간들 곳곳에 불길한 지표가 새겨져 있어서 이미 시작되고 있는 균열을 독자들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텍스트 전체에 걸쳐 죽음의 그림자는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새겨지고, 독서의 현재를 따라가는 동안 독자의 관심은 현재의 행복이 아니라 미래에 닥칠 불행을 향한다.
    <파울리나 1880>에 그려진 시간은 <목로주점>보다 더 길다. 또한 분량이 비슷한 장들 속에 연대기적 시간이 대체로 균등하게 배분된 <목로주점>과 달리, <파울리나 1880>은 각 장 안에 이야기된 시간이 상당히 불규칙하다. 그리고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그 진행의 속도가 느려지고, 긴장의 강도가 점점 커지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극적인 시간성의 구조이다. 이러한 시간의 흐름은 몇 가지 특징을 보이는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시간의 지표들이 이야기된 사건들의 인과성과 특별한 관계가 없이 어긋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주인공의 삶의 여정에서 중요한 사건들이 서술의 현재에 직접 등장하기보다는 오히려 베일에 가려진 채 희미하게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특성은 짧은 장들의 나열, 텍스트 곳곳에 존재하는 생략과 침묵과 함께 선조적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의 흐름을 흩어지게 한다. 시간의 파편들이 이렇게 서로간의 관계가 지워진 채로 주어지는 구성은 119개의 짧은 장으로 토막난 텍스트의 구성에 상응한다. 대부분 3페이지를 넘지 않는 짧은 장들은 텍스트의 시간을 그만큼의 조각으로 분산시키고, 사건들이 전체적으로 일관된 줄거리 구성에 따라 조직화되기보다는 희미한 연대기적 시간에 따라 산발적으로 축적되는 형상을 띠게 된다. 소설 전체가 흐릿하고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띠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러한 시간의 서사구조가 형상화하는 세계를 보면, <목로주점>의 경우 독서의 현재를 따라가는 동안 독자의 관심은 현재의 행복이 아니라 앞으로 닥칠 불행의 기운으로 향하게 되면서 결국 소설은 파국을 준비하는 한 편의 예언이 된다. 소설은 인간의 노력을 넘어서는 숙명에 관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이야기의 극적인 구조가 시간성을 배제하고 수많은 상징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는 신화적 세계를 그려낼 때, 그러한 세계에서 허덕이며 살아가는 인물들이 인간이 아니라 동물로 그려지고, 그들의 일을 앗아가는 기계, 그들이 살아가는 건물, 그들이 일하러 가는 도시가 괴물, 포식자의 모습으로 그려지면서 세계의 비극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파울리나 1880>의 경우 내적 연결이 끊어진 채 파편화된 시간성은 극적인 반전과 파국으로 이어지는 갈등구조로 환원될 수 없는 세계를 그려낸다. 그리하여 파편화된 시간의 불협화음이 오히려 시간의 가역성을 두드러지게 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들며 순간에서 영원으로 상승하기도 하고 영원이 순간으로 육화되기도 하는 시간성을 그리는 것이다. 그러한 시간성은 본능으로서의 욕망, 그와 동시에 욕망의 온전한 포기라고 할 수 있는 종교적 갈망으로 분열되고 찢긴 파울리나의 내면에 상응한다. 파울리나는 종교의 빛을 원하지만 또한 쾌락의 어둠을 원하고, 그래서 그녀가 다가가는 종교의 빛에는 늘 어둠이 드리워져 있고 그녀를 사로잡은 쾌락에는 죄의식이 어려 있다. 무언가를 말하는 순간 말해지지 않는 것이 의미를 갖는 그 세계에서, 파울리나는 사랑을 통해서 합일을 갈망하는 것이다. <파울리나 1880>은 이렇게 해서 삶과 죽음이 하나가 되고 순간과 영원이 맞닿는 세계를 형상화한다.
  • 영문
  • L'Assommoir of Emile Zola, a typical novel of naturalism, represents the misery of a life crushed by capitalist exploitation, while Paulina 1880 of Pierre Jean Jouve, rather poetic novel, tells a fatal love in a fragmentary structure. This study aims to analyze the temporality of two novels, to highlight the experience of time configured in the text and re-figured by reading.
    We began by analyzing the narrative temporality graved in the text. In L'Assommoir that configures the irreversible time, it should be noted especially that the sinister indices scattered in the narrative make the reader feel at any moment the impending disaster. On the contrary, Paulina 1880 highlights the discrepancy of time by a fragmentary configuration : events are not articulated in a mise-en-coherent plot, but accumulated piece by piece according to a blurred chronology, so that the narrative seems immersd in an atmosphere of mystery and secret.
    Then we tried to circumvent the symbolic dimension of two novels by building on the previous analysis. In L'Assommoir, the fictitious experience rushes to the tragic end, always imminent and immanent ; the story becomes a prophecy of doom, which is inevitable and irreducible. In this tragic world, the characters are described as human beasts bothered by the modern world. In Paulina 1880, the discrepancy of time represents the time paradoxically reversible : the reader moves back and forth between the past, present and future to transcend into eternity, a time which is incarnated in a moment.
    In conclusion, L'Assommoir give us the "fiction of the end," highlighting the discordant concordance of narrative time : with the time of the crisis that devastates the future, the story becomes a myth of crisis', a fatal Apocalypse. In contrast, the mythos of Paulina 1880 is defined by an concordant discordane whose strategy is the rhetoric of the unspeakable : events narrated are like islands floating. The writing is hollow, it puts an end to "the fiction of the end."
연구결과보고서
  • 초록
  • 허구가 현실 속의 이야깃거리를 텍스트로 형상화하고, 독자는 텍스트를 읽고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함으로써 자기가 독자가 몸담고 있는 현실로 돌아간다면, 그 두 축을 연결하는 것은 바로 독서를 기다리는 서술 형식으로서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는 시간 속에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하고 또 우리는 그 이야기를 시간 속에서 체험한다는 점에서, 시간은 이야기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별적 특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이 살아가는 시간은 연대기적 흐름 속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삶의 시간과 동일하지만, 실제의 세계가 아닌, 삶의 시간에 대한 허구적 투영이다. 보이지 않는 시간이 이야기라는 언어적 매개를 통해서 볼 수 있는 것이 된다. ‘텍스트 속의 시간’은 이야기하는 시간, 즉 ‘텍스트의 시간’을 통해서 독자에게 주어지며, 그 두 시간의 관계맺음이 텍스트 내에 고유의 문양을 새겨 넣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하는 우리의 연구는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과 피에르 장 주브의 <파울리나 1880>을 대상으로 텍스트의 시간성을 분석하고, 나아가 텍스트의 세계가 독자의 세계 속에 투사하는 시간 경험을 재구성함으로써 두 소설이 갖는 의미를 조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두 소설은 공통적으로 한 ‘여자의 일생’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소설 속에 그려진 세계의 내용과 그 세계를 그리는 서술방식은 지극히 대조적이어서, 자연주의를 대표하는 소설 󰡔목로주점󰡕이 산업사회의 노동자의 삶을 중심으로 부르주아 자본주의가 역사의 무대를 장악한 시대의 현실을 해부에 가까운 적나라한 묘사를 통해 그려낸다면, 󰡔파울리나 1880󰡕은 함축적이고 시적인 묘사를 특징으로 하는 파편화된 텍스트 속에서 파울리나의 비극적 삶을 형상화한다. 우리의 연구는 이처럼 소설 속에 형상화된 세계도 전혀 다르고 그 서술 양식 역시 전혀 다른 두 소설을 대상으로 텍스트의 시간성을 분석하고, 나아가 텍스트의 세계가 독자의 세계 속에 투사하는 시간 경험을 재구성함으로써 두 소설이 갖는 의미를 조명해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두 소설 속에 그려진 현실과 그 속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삶의 차이, 나아가 그것을 그리는 방식의 차이를 최종적으로 두 소설 사이에 놓인 반세기라는 시간의 폭과 연결지어 조명해볼 것이다. 합리주의, 실증주의가 쇠락하고 새로운 현대적 경향들이 떠오르는 세기말이 포함된 그 반세기 동안에 사회․문화적 여건이 급격히 달라졌고, 소설이란 무엇이며 소설은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들에 대한 답도 달라진 것이다. 결국 두 작가의 문학적 기투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그러한 차이는 19세기 후반 실증주의 시대의 리얼리즘 소설과 20세기 초 이른바 기독교 신비주의로 이어지는 정신적 탐구 사이의 단절로도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목로주점󰡕은 시작과 결말이 전체적으로 맞물려 있고 중간의 정점은 시작과 결말 사이에서 피라미드식 조화를 이루는 구조를 이루며, 이 점에서 소설에서의 시작과 결말을 통해 화음에의 욕망을 재현하려는 전통적인 줄거리 구성양식을 탁월하게 보여준다. 여기서 시작과 결말 사이에 위치하는 사건들은 단순한 연속, 공허한 시간이 아니라 결말을 통해 의미를 부여받게 되는 시간 속에 놓인다. 유전과 환경이라는 거대한 힘을 허구적으로 형상화한 소설 󰡔목로주점󰡕의 경우 그 시간의 의미는, 우리가 살펴본 것처럼, 제르베즈의 비극적 종말이라는 불안한 미래를 앞서가는 위기의 시간, 이야기 자체를 일종의 ‘위기의 신화’로 만드는 묵시록적 종말의 시간, 시작과 끝이 일종의 악순환 구조를 이루며 반복되는 숙명적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파울리나 1880>은 불협화음이 오히려 화음을 압도하는 파편적 줄거리 구성을 보여준다. 이야기되는 사건들은 마치 떠다니는 섬들처럼 불연속적이며, 독자는 독서를 통해 이야기를 재구성함으로써만 그 아래 감추어진 흐릿한 인과관계를 유추할 수 있다. 모호한 시작과 결말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감추는 사건들은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을 음각(陰刻)으로 드러내기 위한 수사학적 전략인 동시에 ‘종말의 허구’가 붕괴되는 현대소설의 특징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균열과 침묵을 통해 불연속적인 구조로 형상화되며 독자는 이러한 균열을 파고들어 텍스트의 의미를 더듬어 나가야 한다. 결국 <목로주점>과 <파울리나 1880>이 형상화하고 있는 시간성의 차이는 종말의 허구에서 허구의 종말로 나아가는 패러다임의 차이를 투영한다고 말할 수 있다.
  •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어떻게 이야기하는가, 이야기를 통해 어떤 세상을 그려내는가, 이러한 논의들은 소설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낳고, 이야기론은 인간에 관한 모든 학문들의 지평이 만나는 담론이 된다. 물론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이야기의 존재 양상 자체가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에 소설이 이전과 같은 힘을 누리지는 못하는 것은 사실이고, 소설 내부에서 일어난 전통적인 소설 형식에 대한 반성 역시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삶을 살아가고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한 이야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며, 이야기에 관한 논의는 단순히 허구 세계를 만들어내는 기술에 대한 논의를 넘어 현실의 지평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특히 본연구는 언어학적 관점에서의 시간 이론이나 담론 언어학 등과 교류하면서 보다 심도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며, 또한 장르간, 매체간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질 다양한 이야기의 실험을 탐구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색인어
  • 이야기의 시학, 서술의 시간, 허구적 시간 경험, 자연주의, 정신분석, 신비주의
  • 연구성과물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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