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인지언어학에서는 문법화를 언어발달과정의 특정 국면에만 국한되지 않는, 일종의 원형적 변화모델로서 간주하여 인간의 인지과정과 커뮤니케이션 자체에 이러한 문법화의 정향이 내재한 것으로 이해하는 흐름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문법화 현상에 대한 이러한 이 ...
최근의 인지언어학에서는 문법화를 언어발달과정의 특정 국면에만 국한되지 않는, 일종의 원형적 변화모델로서 간주하여 인간의 인지과정과 커뮤니케이션 자체에 이러한 문법화의 정향이 내재한 것으로 이해하는 흐름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문법화 현상에 대한 이러한 이해를 어휘적 담화표지 분석의 방법론적 배경으로 삼으면, 다른 품사의 어휘소가 소사로 기능하게 되는 과정, 소사내부의 기능적 전이과정, 그리고 이러한 전이과정에 내재한 커뮤니케이션적 동인 등을 더욱 잘 보여줄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많은 소사들이 일종의 담화표지로서 발화 내에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적, 화용적 기능들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다 분석적으로 보여줄 수 있게 된다. 결국, 많은 어휘적 담화표지가 더욱 진전된 주관화(subjectification)의 과정을 거쳐 메타커뮤니케이션적 자질을 신호하게 되는데(이를테면, вот는 주관화를 겪으면서 공간적 직시의 표현에서 텍스트적, 담화적 관계의 지시표현으로 전화된다), 그러한 기능들은 주로 해당 발화가 전체 담화에서 어떤 위상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담화직시(discourse deixis), 화자가 발화를 생성하는 과정에 휴지부를 두는 조정적 ‘주저현상’, 발화권의 교체 및 화제단위의 변화 등과 관련된 것들로 수렴된다.
이처럼 어휘적 응결성, 화제응집성의 기준과 관련된 담화응집성과 문법화는 본 연구에서 다뤄지고 있는 어휘적 담화표지들의 커뮤니케이션적, 화용적 본성을 밝히는 데 핵심적인 준거개념이 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방법론적 개념틀은 개별 소사의 기능적 전이과정의 연속성 이외에도, 이러한 변화과정의 언어적 보편성을 잘 보여줄 수 있다. 즉, 통상의 견해와는 달리, 문법과 화용의 간극이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휘적 담화표지에 대한 분석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러시아어 상 역시 외적 상의 요인을 매개로 하여, 해당 담화 내의 발화들이 응집적으로 연관되도록 조절한다. 일견 완료상과 불완료상 둘 다의 사용이 가능할 것 같은 맥락에서도 일반적으로 어느 한 가지 상의 선택이 선호되는 것 역시 상의 이러한 담화응집성 조절기능에 기인한다. 응집성 조절과 관련하여 상은 ‘의사(pseudo-)화행’과 ‘본원적 화행’의 대립을 표현하거나, 혹은 다양한 대화적 함축을 활성화시키기도 하지만, 이러한 상의 기능의 변이‧확대 과정에서 일차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바로 정보적 독립성/부속성 신호기능이다. 특히, 이러한 상의 정보적 독립성/부속성 신호기능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상연구에서 널리 퍼져있는 내적 상의 방법론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응집성 조절과 관련된 상의 또 다른 기능들(이를테면, (추론적) 간접화행의 수행이나 다양한 대화적 함축의 활성화와 관련된 기능들)의 유도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유도 과정에 작용하는 주관화의 요인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때만 담화응집성 조절과 관련된 상의 다양한 기능들이 종합적으로 조명될 수 있다. 결국, 본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러시아어 상이 지금까지 지적되어왔던 것 이상으로 광범위한 외적 상의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까닭에 러시아어 상범주에 대한 연구가 보다 온전한 설명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외적 상의 개념과 연관된 담화응집성에 대한 고려를 그 자체에 담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종의 국부적 응집성 구축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중심화이론에 대한 검토는 본 연구과제에서 다루고 있는 담화응집성 조절메커니즘을 보다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중심화이론은 명사구 형태의 선택이 화자의 의식상태(attentional state) 및 문장들 사이의 응집성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하여, 조응적 지시와 관련된 문제들을 담화-화용적 현상으로 설명하기 위하여 구성된 이론으로, 여기에서 의식상태는 담화가 이루어지는 순간에 화자의 의식(혹은 관심)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지칭한다. 이처럼 중심화이론은 중심변이(centering transition), 즉 화자의 의식의 중심의 변화에 관한 모델로서 기본적으로 개체들 간의 관계에 관심을 둔 이론이지만, 주로 명제들 간의 관계에 주된 관심을 두고 있는 본 연구과제가 보다 일반화되고, 심화되기 위해서는 이 이론에 대한 검토가 필수적이다. 결국 다양한 변수가 고려된 담화응집성 연구는 러시아어에서 담화응집성이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조절되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역으로 개별 언어현상(즉, 이 경우 동사 상 범주와 어휘적 담화표지)의 본성을 해명하는 데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