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책본 소설의 특성은 여러 측면에서 규명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세책본 소설에 남아 있는 대여자들의 낙서이다. 세책본 소설의 낙서는 단순히 글자를 몇 자 적어놓은 것에서부터, 세책점 주인에 대한 욕설, 책에 대한 비난과 같은 세책본에 대한 불만도 있고, ...
세책본 소설의 특성은 여러 측면에서 규명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세책본 소설에 남아 있는 대여자들의 낙서이다. 세책본 소설의 낙서는 단순히 글자를 몇 자 적어놓은 것에서부터, 세책점 주인에 대한 욕설, 책에 대한 비난과 같은 세책본에 대한 불만도 있고, 당대의 유행가, 시대적인 상황에 대한 자신의 소회와 같은 당대 대중 문화나 비평 의식도 있으며, 세책점 주인에 대한 욕설이나 성(性)에 대한 것들 있다. 이 낙서들은 세책본 소설 독자의 소통 문제, 독자들의 의식이 담겨있다. 따라서 이 자료들은 세책본이 단순히 텍스트로서만 다룰 것이 아니라 대중의 취향, 당대 문화 지형을 함께 고려해서 살펴보아야 함을 시사해준다.
이 과제의 목적은 바로 이 점에 있다. 연구자는 세책본 소설의 낙서를 수집, 유형 분류를 통해서 그 속에 담겨 있는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더 나아가 독자들의 내면 의식 등을 탐색하며, 세책점의 실상 또는 독서 문화, 그리고 당대 사람들의 내면 풍경 등을 분석할 것이다. 이는 문학사와 고소설사에서 중요한 지점을 새로 규명하는 작업이며, 당대 독자들의 취향과 문예의식, 대중문화의 탐색을 통해 당시 문화 지형을 밝히는 것이다.
이를 규명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연구를 진행한다. 먼저 제1과제는 세책본 소설 낙서의 수집, 유형 분류이다. 현재 실물로 확인할 수 있는 세책본 소설은 68종이다. 이중에서 실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일본 동양문고에 31종, 경도대에 11종, 이화여대에 9종, 서울대에 7종, 고려대에 2종, 연세대에 6종, 한국학중앙연구원에 1종 등이다. 이외에도 목록으로만 전하는 것, 일본 동경대학 오구라문고(小倉進平)에는 학계에 소개되지 않은 세책본 자료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연수자는 이 자료 중에서 실물로 확인되는 자료를 대상으로 면밀한 분석 작업을 통하여 낙서 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유형 분류를 병행할 것이다. 이를 통해 세책본 소설 각 작품에 남아있는 낙서의 유형을 체계화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서 세책본 소설 낙서의 실상은 명료하게 밝혀질 것이다.
다음 제2과제는 세책본 소설 낙서에 대한 의미 분석, 이를 통한 대중의 취향과 문화 지형의 파악하는 일이다. 제2과제는 제1과제의 후속 작업이다. 제1작업에서 선정된 낙서의 대표적인 유형 등을 대상으로 이들 낙서의 구체적인 의미를 탐색한다. 낙서 중에서도 작품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 유행가와 잡가, 당대 유랑 연예인의 언급과도 같은 당대 대중문화 파악에 집중한다. 이를 통해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면서 변화한 독자의 취향과 함께 20세기 초 문화 지형 규명이 가능하다.
이 연구를 통해서 세책본 소설이 우리 문학사와 소설사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리고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시기의 우리나라 문화 지형에서 어떤 의의가 있는지를 탐색하게 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세책이나 세책점에 대한 연구만이 아니라 소설의 향유와 문화적 취향, 독자의 의식, 대중적 기호 등을 밝히는 중요한 연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