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중심에는 건강이 있다. 쎈은 건강이야말로 인간 삶의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이자 가치 있는 일들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잠재력의 중요한 요소라고 하였다. 물론 ‘건강=행복’은 아니지만, 객관적이고 다양한 지표를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개선 가능한 구체적 수단 ...
행복의 중심에는 건강이 있다. 쎈은 건강이야말로 인간 삶의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이자 가치 있는 일들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잠재력의 중요한 요소라고 하였다. 물론 ‘건강=행복’은 아니지만, 객관적이고 다양한 지표를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개선 가능한 구체적 수단을 가지고 있는 건강에 대한 접근은, 추상적이고 객관화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행복’에 비하여 더 구체적인 논의로 진행될 수 있으며 다양한 개선의 시도를 가능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건강과 질병을 결정하는 요인에 대한 접근방식은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건강과 질병의 문제를 지극히 작은 인과관계 (생의학적 모형이나 라이프스타일 모형)로 환원하는 경향이며, 다른 하나는 반대로 거시적 정치, 사회, 경제구조의 결과물로 간단히 설명하는 것이다. 이에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여, 건강과 질병의 미시적 원인(분자역학, 호르몬 변화 등)과 거시적 원인(복지국가 유형, 민주주의 체제 등)간의 단절된 영역을 복원하고 이 두 가지 접근을 이어줌으로써 건강과 질병을 결정하는 요인에 대한 하나의 총체적 설명 모형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간극을 메꾸어줄 수 있는 중위적 개념으로서, 법과 규제, 행정조직의 유형 및 효과성, 행정능력 등을 포괄하는 의미의 소위 ‘좋은 정부’에 대한 논의 중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정부의 질 (Quality of Government)이다. QoG의 기본 개념은, 단순한 경제와 사회의 양적 발전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정부를 가진 국가여야 그러한 경제적 성장과 사회적 발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효과적이고 공정한 정부 역량의 중요성은 각 국가들이 정책적 개입을 실현하는 역량과 의지에서 상당한 차이를 지닌다는 깨달음과 함께 더욱 더 중요해졌으며 이러한 차이는 개발도상국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본 연구의 주제인 ‘건강’의 경우,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으로 의료기술과 의료보험제도 등이 발전하고 의료지출이 증가한다고 해서, 모든 국민이 좋은 건강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볼 때, QoG의 개념은 더욱 중요하다. 즉, 향상된 의료기술과 발전된 보건시스템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배분 및 운영하여 국민의 건강수준을 높일 수 있는 ‘질적으로 수준 높은’ 정부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인 것이다. 게다가 소비자 무지, 외부효과, 소수의 독점 등 시장실패를 유발하는 재화의 특성이 두드러지는 보건의료영역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진다. 건강향상에 대한 정부 역량의 중요성에 대한 이러한 주장은 현장의 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서 점차 그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는 데 이는 보건의료체계에 더 많은 자원과 인력을 투입하는 재정적 노력과 “최선의 진료”를 처방하는 기술적 노력만으로는 건강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한계가 있으며, 국민의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한 의학적, 교육적, 경제적 정책 및 프로그램을 실제로 진단, 수립, 시행, 평가하는 각 국가의 행정적 역량과 그러한 시행의 절차에 대한 공정성 등이 그러한 정책적 개입 노력의 성공을 결정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QoG가 실제로 건강향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증적 증거는 아직 거의 없다. 이는 무엇보다도QoG에 대한 구체적 정의들이 아직까지 너무 광범위하고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거버넌스와 매우 유사한 개념. 민주주의, 법치, 부패통제, 등의 개념을 모두 포괄하는 광범휘하고 모호하게 정의되어 있다 따라서, 정부의 질적 수준이 건강향상을 도모하는 다양한 보건의료정책의 맥락으로서 혹은 독립적 요인으로서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연구하려면 과연 어떠한 정부를 ‘좋은 정부, 질적으로 수준 높은 정부’로 볼 것인가에 대한 체계적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QoG가 건강향상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입증하기 위해서 QoG에 대한 이론적 틀을 정립하고 그러한 이론적 틀을 근거로 하여 측정가능하고 국제적이나 시간적 차원에서 비교가 가능한 개념으로 지표화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도모하는 데 중요한 QoG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고 장기적으로는 건강과 행복을 결정하는 정치경제적 요인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