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부산말의 옛날 이야기 등의 말에 나타난 여러 가지 전달 방식을 분석해 보고 이것을 유형화하여 특정한 지역의 방언 이야기의 문법을 만드는데 목적을 둔 연구이다. 종전에는 이야기란 특정한 문법이 없이 자유롭게 말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지만 말을 하는 ...
본 연구는 부산말의 옛날 이야기 등의 말에 나타난 여러 가지 전달 방식을 분석해 보고 이것을 유형화하여 특정한 지역의 방언 이야기의 문법을 만드는데 목적을 둔 연구이다. 종전에는 이야기란 특정한 문법이 없이 자유롭게 말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지만 말을 하는 데는 상대를 고려한 다양한 기술이 사용되며 이러한 것이 패턴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밝히는 것이 본 논문의 핵심이다.
본 연구에서 사용한 부산 지역어 자료는 본인이 직접 채록한 동래 지역 구술 자료와 부산지역에서 조사된 민담 자료인 두구동 구비문학 자료, 동래 산성마을 구비문학 자료, 가덕도 구비문학 자료, 기장 구비문학 자료 등이다. 이러한 자료를 대상으로 이야기를 발화할 때 이야기의 전략으로 구술의 내용과 구조, 구술편이성, 대담자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용 못 된 이무기’라는 이야기의 자료인데 이를 기준으로 나타날 수 있는 이야기의 전략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용 못 된 깡철이. 이전에는 이래 그거한다 카대. 밤에 날라 가모 똑 채이 겉은 기 날라간다 카대. 넓쩍하이 날라가는데, 벌겋이 이래 날라 가가 그기 어디 못둑에다가 앉아가 심술을 지기, 그기 못둑에 앉으믄 그늠이 심술지기가 못둑을 터주고 그렇다 카대. 용 못 된 그걸 깡철이라꼬 한다.”
(강철이란 것은 용이 못된 이무기를 뜻한다. 예전에 이것이 밤에 날아가는데, 마치 넓고 붉은 키모양 같다더라. 그 강철이가 논둑에 앉아서 못의 둑을 터뜨리며 심술을 부린다하더라. 옛날 사람들은 이런 용 못 된 이무기를 강철이라 한다.)
위의 구술자료를 내용 구조를 살펴보면 먼저 ‘용 못 된 깡철이’라는 화제를 먼저 제시하고 이에 따른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여 상세화하고 마지막으로 ‘용 못 된 그걸 깡철이라꼬 한다.’로 화제를 다시 언급하여 발화를 마무리하고 있다. 이는 특정한 사실을 언급하고 이를 부연 설명한 후에 다시 정리하는 것으로 내용 전달의 효율성을 기하고 있는 셈이다.
다음으로 ‘강철이’라는 이무기를 설명하는 구술자가 자신이 확인하지 못한 사실을 전달하는데 있어서 ‘카데(하더라)’를 사용하여 보고형 인용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강철이가 이러이러해서 강철이라 한다.’고 진술하는 것보다 인용방식 책략은 구술자에게 내용의 구체적인 설명의 부담이 줄어들고, 대담자에게는 객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이전에는 이래 그거한다 카대’라는 발화에서는 ‘이래, 그거’라는 대용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구술자의 기억의 환기 방법의 하나로 ‘거시기, 뭐라카노, 안 있나’ 등의 방식으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구술자가 자신의 기억에 바로 떠오르지 않으니까 기억 재생의 시간을 확보하고, 대담자에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질문의 던지거나 궁금증을 유발하여 구술 발화의 긴장감을 얻으며 담화 결속을 효율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장치이다.
한편, ‘밤에 날라 가모 똑 채이 겉은 기 날라간다 카대.’라는 구술발화는 ‘채이 겉은 기’라는 비유적 표현을 사용하여 대담자에게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추상적인 표현은 전달 효율성이 떨어지고 대담자의 대응발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인식하기 쉬운 관용적인 표현이나 비유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똑 채이 겉은 기 날라간다 카대. 넓쩍하이 날라가는데, 벌겋이 이래 날라가가’에서 보듯 채이같다, 넓적하다, 벌겋다는 강철이의 속성을 매김 구조로 표현하지 않고 첨가 구조로 나열하고 있다. 이는 구술자의 기억에 깡철이의 속성이 하나의 완결된 개념 구조로 정리된 것이 아니라 단편적인 것으로 기억되어 순차적으로 나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매김 구조보다는 첨가 구조가 단편적으로 기억된 사실을 시간순으로 구술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못둑에다가 앉아가 심술을 지기, 그기 못둑에 앉으믄 그늠이 심술지기가’에서 보듯, 반복적으로 ‘그놈이 못 둑에 앉아서 심술을 부린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는데, 반복 표현은 구술자가 기억을 재구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장치이면서 뒤에 언급되는 내용과 묶어 주는 담화 연결 표지로서의 기능을 담당한다. 반복의 방식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그, 그’와 같은 음절의 반복에서부터 단어, 특정 구절, 문장의 반복에 이르기까지 제한이 없이 나타날 수 있다. 또, ‘그늠’이라는 단어를 선택하여 깡철이에 대한 구술자의 태도를 드러내면서 대담자에게도 공감의 효과를 줄 수 있다.
이와는 달리 기억에 의한 이야기 자료를 살펴보자.
“우리 직해는 머 어울도 모르고. 마 부모가 저한대로. 전부 어울도 모르고 만난는기라. 그래도 안 해어지고. 마 지금 도무이 마 이호니라고는 엄꼬. 우리 시대는 마 사어가 사어 가지고 마 매느리를 쪼까내고 이래도 자기 친가에 갈 수 엄는기라. 친가가믄 죽으면 그 집 구시니라 이래. 하먼 게론하믄 안 바다주는기라. 지그믄 머 잘 았다 이라지 머. 다부 복수할라고 그라지 머. <웃음> 얜날 우리 버믄 그: 그때 범은 어매써. 하먼 시집 간데는 그집, 마 주거도 그지베서 주그라 카는데 마 때리든 마꼬. 그래나이 머어 유응 머머 참 이만 저마이 아이지 학대가. 그거 또 잘가믄 또 그른 호가이 엄는데.”
(우리 적에는 머 얼굴도 모르고. 마 부모가 정한 대로 전부 얼굴도 모르고 만난 것이지. 그래도 안 헤어지고. 마 지금 도무지 마 이혼이라고는 없고. 우리 시대는 마 싸워 가지고 마 며느리를 쫓아내고 이래도 자기 친가에 갈 수 없는 것이지. 친가 가면 죽으면 그 집 귀신이라 이렇게 하면서 한번 결혼하면 안 받아 주는 것이지. 지금은 머 잘 왔다 이렇게 하지 뭐. 도로 복수하려고 그러지 뭐. 옛날 우리 법은 그 그때 법은 엄했어. 한 번 시집간 데는 그 집 마 죽어도 그 집에서 죽어라 하는데, 마 때리면 맞고 그렇게 하니 머어 유응 맘 마 참 이만 저만이 아니지. 학대가. 그것 또 잘 가면 또 그런 호강이 없는데.)
위의 자료는 과거의 결혼과 이혼이라는 주제로 구술되고 있는 데, 내용의 구조를 과거의 결혼을 먼저 배치하고 현재의 상황과 대비하고 마지막으로 과거의 사실을 다시 언급하여 내용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기라’는 씨끝을 사용하여 과거 사실을 단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는 구술자의 나이가 다른 사람보다 높고 대담자가 나이가 적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에 사용될 수가 있다.
또한, 전반적으로 ‘마, 머’ 등과 같은 담화표지가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마, 머’ 등의 담화표지의 사용은 앞에 발화된 내용을 마무리하면서 다른 말할 것을 찾거나 기억을 되살리는 시간을 확보하는 적극적인 전략이다. 종전에 이러한 요인을 습관적인 발화 행위로 인식되었던 것은 개인별로 사용하는 빈도와 방법이 달랐기 때문에 특정한 규칙을 부여하기 어려운 점이었다. 그러나 개인별로 다르게 사용되는 것은 기억력과 기억의 패턴의 차이에 의해 개인별로 습관화된 것에 불과하고, 개인별로 규칙화 할 수도 있다. 위의 이야기의 경우, 연로한 상태[91세]로 기억의 재구가 다른 사람들보다 느릴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담화 표지의 사용 빈도가 많아지고, 그 연결 단위도 단어, 구, 문장 등과 같이 범위도 확대되어 있다. 또, ‘그래나이 머어 유응 머머 참 이만 저마이 아이지 학대가.’에서 보듯이 ‘머어, 머머, 참’ 등과 같이 담화표지를 여러 번 한꺼번에 사용하는 경우도 나타나기도 한다.
위에 나타난 연결어미는 ‘-믄’, ‘-고’ 등 연결어미의 사용이 극히 제한적이고, 단어나 구의 첨가식 구조가 일반적이다. 이는 구술발화에서 담화 연결 표지가 연결어미 이외에도 쉼, 담화표지, 반복 등으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이고, 기억 속에 문장을 논리적으로 연결하기 보다는 기억 순으로 순차적으로 구술되는 경향 때문에 논리적 개념으로 연결하는 연결어미의 사용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동일한 표현을 반복하는 유형도 동일한 개념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와 동일한 개념이지만 더 심화 시키거나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사어가 사어 가지고’에서 보듯 동일한 개념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담화표지처럼 기억의 재구와 관련한 구술 책략이고, ‘그래도 안 해어지고 마 지금 도무이 마 이호니라고는 엄꼬’에서처럼 ‘헤어지다’와 ‘이혼’이라는 동일한 개념이지만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하여 다시 구술하여 대담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구술 책략이다. 이러한 책략은 ‘그래나이 머어 유응 머머 참 이만 저마이 아이지. 학대가.’에서처럼 나중에 중요한 정보를 첨가하는 방식으로도 드러나기도 한다.
이상에서 파악된 구술발화의 구술 책략은 내용에 관련된 스토리 전략과 스토리에 따른 정보의 구조화 전략, 구술자의 기억을 잘 이어가고 구술의 편이를 위한 구연 전략, 대담자에게 효율적인 정보 전달을 위한 전달 전략 등 네 가지 전략으로 유형화할 수 있다. 여기서 스토리 전략은 전달되는 정보의 내용 선정과 내용 배열에 따른 내적인 전략이라면, 구조화 전략은 전달될 정보 단위의 배열과 엮음에 관한 외형적인 전략이며, 각 전략간에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첫째, 스토리 전략은 화제에 따라 내용을 구성하는 전략이다. 이는 화제의 내용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사적인 이야기를 구술하는 발화일 경우에는 사건 행위 배경 등의 서사의 내용이 일정한 패턴을 가질 수 있으며, 개인적인 경험을 발화하는 경우에는 중요 기억을 구성하고 그 기억과 관련된 여러 사항을 보태어질 가능성이 있다. 스토리의 구성은 사실을 언급하는데서 그치는 단순구성과 사실과 체험을 언급한 뒤에 평가와 교훈을 덧붙이는 복합구성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좀더 다양한 자료를 통해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스토리에 따른 정보 구조화 전략이다. 정보구조화 전략은 상황에 따른 적절한 전달방식, 문장구성방식, 문장연결방식 등 다양한 형식적 책략을 의미한다. 먼저, 전달방식은 ‘서술과 보고’, ‘1인칭과 3인칭’ 등의 적절한 방식을 선택하는 전략이다. 자신의 경험을 구술할 경우라면 서술식의 방법을 선택하고 객관화 시키고 싶을 경우엔 보고형으로 진술한다. 또, 서사적 이야기라면 3인칭을 선택하여 구술하지만 개인적 경험이라면 1인칭을 선택하여 진술하는 경우도 있다. 다음으로, 문장구성의 방식인데, 이는 ‘기능어(조사, 연결어미)의 사용’, ‘어순의 배열’, ‘구술전개의 단위’를 염두에 두고 다양한 방식을 모색하는 단계이다. 이 전략은 쉬운 기억의 재구를 통해 구술의 편이를 도모하는 전략과 서로 관련되어 있다. 특히, 구술발화에서 기능어 사용 빈도가 낮은 것은 문장의 구성을 내용어 중심으로 시간순에 따라 순차적으로 배열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구술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구술의 기본 단위를 설정한 뒤에는 이를 연결하는 방식을 선택하게 되는데 주로 사용되는 것이 첨가 방식과 수식방식, 담화 연결표지 사용, 반복 표현 등이다. 일반적으로 구술발화에서는 관형구성과 같은 수식 방식보다는 구술의 특성상 첨가적 구조로 조립되는 형식을 선택한다. 관형구성은 관습적으로 쓰이는 표현에만 국한되어 있으며, 관형구성은 단어와 같이 하나의 의미체로 기억 속에 내재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담화 연결표지는 구술발화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책략 중에 하나인데, 기억의 재구에 유용한 시간을 확보하거나 다음 구술 대상을 쉽게 연결할 수 있게 만드는 책략이다. 반복표현의 경우도 동일한 단어나 구절을 반복하는 경우와 동일한 의미이지만 개념을 좀저 구체적으로 첨가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는데, 단순히 정보의 강조로의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술의 확대, 구체화 등의 대담자 고려 전략과 기억 재구의 시간의 확보라는 구술자 편이의 전략으로 사용된다.
셋째, 구술자의 구연전략이다. 구술자의 구연전략은 구연의 편이, 기억의 재구의 시간 확보 등의 전략이다. 구연의 편이를 위한 전략은 언어적 요인과 비언어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구술발화는 구술이 시간 순서에 따라 구성되기 때문에 편리한 기억 재구를 위해 문장을 첨가적으로 배열하거나, 기억 재구를 위한 시간 확보를 위한 구술표지 사용, 되물음, 반복표현 사용하는 것이 언어적 요인이며, 기억 재구를 위한 시간 확보를 위한 물 마심, 둘러보기 등의 구술과 관계없는 동작과 관련된 것이 비언어적 요인이다.
넷째, 대담자 고려 전략이다. 이는 구술자가 장시간의 구술과 관련하여 대담자를 배려하고 이야기 전달의 박진감 부여를 위한 여러 전략을 사용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되물음 방식인데, 되물음 방식은 ‘얼마나 힘들겠노, 어렵지 않겠나?, 힘들다 아이가?’ 등으로 상황에 따라 대담자의 반응을 요구하는 방식인데, 구연의 긴장감을 완화하고 대담자의 반응을 구술 내용에 반영하여 구술을 좀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이다. 또한, 상황을 좀더 구체적이고 실감나게 전달하기 위해 의성어나 의태어를 적극적인 사용하고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을 이입하거나 당시의 언어를 요즘의 언어로 바꾸어 첨가하는 등 다양한 전략이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