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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적자(嫡子)로서의 '유맹(流氓)’과 재중(在中)조선인 작가의 자아상
Wandering People as a Son of Capitalism and the Self-image on Korean Writers in China
  • 연구자가 한국연구재단 연구지원시스템에 직접 입력한 정보입니다.
사업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지원년도 신청 요강 보기 지원년도 신청요강 한글파일 지원년도 신청요강 PDF파일 ]
연구과제번호 2013S1A5A2A01020123
선정년도 2013 년
연구기간 1 년 (2013년 05월 01일 ~ 2014년 04월 30일)
연구책임자 정주아
연구수행기관 서울대학교
과제진행현황 종료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본 연구에서 도입한 유맹(流氓)이라는 개념은 조선인 집단이 안고 있는 월경(越境)이라는 특수성을 포함하면서, 모국과의 연대 여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기존 연구의 경향을 이주 당사자가 놓여 있는 당대 시공간의 지역성(local color, locality)의 맥락으로 옮겨 놓고자 시도하는 것이다. 유맹이라는 용어는 유민(wandering people)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지만, 문맥상으로 그 의미는 유랑민(displaced)과 부랑자(degenerate)로 나뉜다. 이 단어의 발원지인 중국어에서는 ‘유맹’을 부랑자, 건달 등 사회적으로 낙오하고 타락한 부류를 지칭하는 데 사용한다. 일제 말기 재중 조선 작가의 소설에서 이 용어는 혼용되어 나타난다. 유맹은 ‘나라를 잃고 방황하는 백성’ 즉, 유민과 유사한 맥락에서 사용되기도 하고, 변경 지대에 거주하는 기회주의적 조선인 부류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때 후자의 부정적 의미에는 ‘방랑’이라는 ‘소속 없음’의 상태를 배반이나 반역과 같은 기회주의적 행태로 연결시키는 연상 작용이 관여하고 있다. 이에 국경 지대에서 민족을 배반하고 ‘얼되놈’이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조선인이 이러한 유맹의 유형에 포섭되는 것이다.
    본 연구는 재중 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유맹’에 시대적 낙오자 혹은 도덕적인 타락자의 의미가 부가된 경우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특히 재중작가의 입장에서 유맹이라는 집단성을 살피는 것은 이로써 일제 말 조선인의 두 가지 자아상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첫째는 중국으로 통하는 관문인 만주, 간도 일대 조선인 유맹을 다룬 작품을 대상으로 했을 때, 유맹 집단이 보여주는 탈민족성과 그 기계성에 대한 공포에 대한 논의이다. 두 번째는 3ㆍ1운동이나 1929년 광주학생운동 등 정치운동의 열병이 한반도를 휩쓴 후 특정한 이상을 품고 중국으로 건너갔으되 시대의 변모로 인해 자본의 노예로 전락한 변절자로서의 자아상이 유맹 집단에 투영되는 방식에 대한 논의이다.
    식민지 시대 조선인 유맹 군상은 국경 지대의 밀수입자, 경찰 첩자, 브로커, 아편상인, 호인의 심부름꾼 등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민족주의자에게 있어서나 사회주의자에게 있어서나, ‘조선민족이라기엔 부끄러운 부류들’로 인식되면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다. 돈을 위해서라면 일의 직종이나 내용을 가리지 않는 유맹은, 중국의 근대화에 개입한 제국의 시장에서 만들어진 자본주의의 적자(嫡子)로서 공적인 증오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기존의 선악 체계에 적용되던 도덕이나 윤리는 이들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
    유맹의 문학적인 수용이란, 유맹의 집단성 속에 서술 주체로서의 작가들이 이미 함몰되어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정치적 활동이 답보 상태에 놓이고 생존 문제에 부딪혔을 때 조선인 유맹의 집단성은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문학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중 작가들의 문학에 등장하는 유맹이라는 주제는 비단 민족서사의 차원을 넘어, 제국의 간섭을 통해 만들어진 시장 입구에 서서 진입을 망설이는 부류가 남긴 자기모순의 서사가 된다. 이 자기모순의 서사는 전통적인 윤리도덕의 가치로는 통제할 수 없는 자기(自己)와의 마주침이다. ‘한 민족이라 인정하고 싶지 않은 한 민족인’ 내부의 배반이라는 점에서, 과거의 이상을 잃고 방황하며 호구에 급급한 자신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자아와의 싸움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유맹이 떠안고 있는 이러한 자기모순의 지점에 착목한다면, 해외 및 국내에서 정치 운동이 침체에 빠지는 1930년 중반부터 1945년 해방 전까지 발표된 재중 작가의 작품은 좀 더 면밀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 유맹이라는 키워드로 세계를 읽어내는 것이나, 자신을 유맹으로부터 분리하려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본주의적 세속화의 강요 속에서 자기 윤리를 설정하는 문제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이에 재중 작가의 작품에서 유맹이 형상화되는 방식을 정리하고, 이러한 문학 행위가 내포한 자기 윤리의 설정 방식을 살펴보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
  • 기대효과
  • 한국근대문학사에서 중국은 한반도의 역사적 변모와 나란히 조명을 받아온 공간이다. 특히 본 연구에서 주목하고 있는 만주나 간도, 하얼빈이나 상하이는 가난과 수탈에 지친 이들이 생존을 위해 개척한 지역과, 정치적 이상을 찾아 나선 젊은이들이 망명과 고학 생활이 이루어진 지역이다. 본 연구에서 초점을 맞춘 1930년대 중반 이후는, 일본의 제국주의 파시즘이 강화되면서 경제적 수탈의 구조는 더욱 공고해진 대신 전방위적 사상운동의 탄압 여파로 민족주의 세력은 물론 사회주의 운동 세력도 무력해진 시기이다. 중국 역시 1931년 만주사변과 1938년 중일전쟁을 거쳐 내외적 혼란에 빠져든다. 이 시기 중국은 국공 내전 및 일본과의 항전(抗戰)의 상태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정치적 이상주의 땅이면서, 동시에 혼란 상태를 틈타 일본을 비롯한 서구제국주의의 자본이 전방위적으로 침투되는 시장이었다는 이중성을 띤다.
    본 연구에서 다룰 유맹이라는 집단적 개념은 그간 디아스포라의 맥락에서 논의된 ‘뿌리 뽑힌 존재’로서의 유민의 개념과는 구분된다. 유맹은 ‘방랑자’로서의 악한 자질, 즉 사회질서를 교란하고 나쁜 짓을 일삼는 부류라는 부정적 의미가 강조된 용어이다. 재중작가의 문학에서 이러한 악의 자질은 민족을 배반하는 기회주의적 태도로 나타나고, 보다 본질적으로는 개인의 도덕이나 공동체적 윤리를 모두 저버리고 오로지 자본의 권위에 복종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유민이 되어 국경을 넘어 타국으로 건너갔으되 정치운동의 이상이 소진되었을 때, 오로지 시대적 낙오자로 남은 유민이 스스로를 유맹이라 명명하는 것은 민족주의 담론만으로는 포괄할 수 없는 내적 분열의 양상이 된다.
    자본주의의 적자로 거듭나는 유맹의 존재는 비단 디아스포라적 유민의 시각으로는 언급하기 힘든 유민 집단의 이중적 면모를 설명하는 단초가 된다. 집단의 결속을 유지하고 삶의 명분을 유지하기 위해 민족주의적 정체성을 더욱 강화시킨 반면에, 새로운 정착지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적 발언권을 강화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자본의 축적에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는 측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 실상 재중작가들의 작품을 읽을 때 가장 기본적인 단계는 유민과 자민족의 유대라는 국면을 재확인하는 것이며, 그 다음 단계가 유민의 집단적 결속의 명분으로 호명되는 민족의 관념적인 작동 기제를 해부하는 수준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디아스포라 혹은 탈식민주의적 관점으로는 포괄할 수 없는 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 본 연구를 통해 유민에서 유맹으로의 이행, 즉 자본주의적 세속화로의 이행과정에서 민족성이 포기되고, 자본주의의 무국적성을 수용하는 차원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드러내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세계 시장의 적자로서 유맹을 상정할 때, 민족주의의 제약을 벗어난 지점에서 만들어지는 공동체를 향한 갈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일제 말기 만주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은 그간 그 서사가 과연 일제협력적인 것인가, 혹은 검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협력의 태도를 취한 것인가 라는 관점 하에서 해석되어 왔다. 유맹에 서사에 내포되어 있는, 시장 논리에 잠식당한 정치적 이상주의의 운명이라는 주제를 고려할 때, 일제 말 재중 작가의 공동체적 구상은 이미 시장주의 속에서의 공동체론이라는 고민을 선취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본 연구는 그간 일제 말기 재중 작가의 소설을 향한 독법에 대한 문제 제기이기도 하다.
  • 연구요약
  • 본 연구는 1930년대부터 1945년 해방 이전까지 중국의 만주 및 간도, 하얼빈, 상해 지역 등 조선인 밀집 지역을 배경을 집필된 소설을 대상으로 한다. 특히 현경준, 김광주, 안수길, 강경애 등 재중 작가의 작품이 주로 분석될 것이다. 만주나 간도는 국경 지대에 인접한 이주지라는 특성이 있다. 이에 혁명가를 꿈꾸며 흘러든 젊은층의 후일담, 개인의 이익을 위해 민족을 배신하는 기회주의적 인물군상, 조선인 자치부락의 삽화 등이 주류를 이룬다. 반면 하얼빈이나 상해는 도시의 면모를 갖췄던 만큼 정치적 망명을 감행한 지사들, 민족운동이나 유학을 목적으로 찾아든 학생 군상 등의 세속적 변질이 주된 문제가 된다.
    유맹은 민족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선 자본주의적 욕망이 현현된 집단이다. 여기에는 1931년 이후 일본의 중국 대륙 침략이 가시화되면서 중국 군벌, 중국 정부, 일본 정부의 이익관계가 서로 얽히는 가운데, 부각된 ‘이론으로서의 정치’와 ‘제도로서의 정치’라는 두 가지 층위가 뚜렷하게 분리되기 시작했다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한다. 요컨대 ‘조선유민의 땅’이자 ‘지사의 땅’이었던 중국에 드리워진 관념성이 걷히고, 아편장사와 브로커 노릇으로 대변되는 일확천금의 땅이라는 현실성이 표면에 대두한 것이다.
    연구의 논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자본주의의 적자가 되기를 자임한 유맹을 바라보는 시선의 문제이다. 예컨대 유맹에 덧씌워진 ‘악’의 속성들은 자본주의적 악에 대한 경계이며, 이는 김동인의 「붉은산」(1933)의 ‘삵’이라는 인물이나, 안수길의 「원각촌」(1942)의 주인공에게서 보듯 야수성이나 원시성이라는 낯섦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기회주의자로서의 표리부동함 역시 전형적인 악의 속성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악의 속성은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도시 서사 속에서는 병적으로 타락한 지사(志士)군상의 변절 문제로 나타난다. 가령 김광주는 성공적으로 도시생활에 적응한 유맹 군상의 아들 세대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특수한 면모를 보여준다. 「남경로의 창공」(1935)에서 그는 일찌감치 지사의 이름을 반납하고 아편장사로 부를 일군 아버지의 그늘에서 학업에 이어 문학창작을 계속해야 하는 아들의 번민을 그려내면서, 아시아라는 공간에 마련된 서구 제국자본주의의 심장부에서 문학창작을 한다는 행위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두 번째의 논점은 앞서 살펴본 악의 속성이 기본적인 인간윤리나 가족 공동체 등을 파괴하는 폭력성으로 다가올 때 등장하는 공동체론에 대한 검토가 된다.
    현경준의 「유맹」(1940)이나 안수길의 「북향보」(1944)가 보여주는 공동체론에 대한 예찬은 1940년대 만주의 정치적인 난맥상과 엮여 있기에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주지하듯 1931년 만주에는 일본의 괴뢰 국가인 만주국이 들어섰고 공간적 성격이 변화하게 된다. 이에 따라 서사의 표층에 드러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서사에 포함된 공동체는 만주국을 전제하게 되고 공동체에 대한 찬사는 만주국을 향한 찬사로 읽힐 우려가 있다. 이러한 심증은 당대 검열의 시선을 의식하여 만주국이 표방했던 정치적인 문구를 사용한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확증이 된다. 물론 한반도를 넘어 만주와 간도 일대에서 시도되었던 조선인 자치촌락의 건설운동, 이른바 당대 ‘이상촌 운동’이라 불리던 지역사회 기반의 공동체 운동이 만주국의 서사와 뒤섞여 있음을 감안한다면 재해석의 여지가 열릴 것이다. 그러나 이상의 해석을 통해서도 모호한 것은 만주국에서 조선인의 공동체를 만드는 것, 혹은 공동체 만들기를 설득하는 글쓰기 자체가 과연 ‘무엇을 향한’ 행위가 되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일 것이다. 이에 조선인의 타락상을 ‘유맹’이라는 개념 속에 해석한 본 논문이 해명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공동체론이 자본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저항이 된다는 측면이다. 이는 일제 말기 만주국 관련 서사를, 민족주의적 관점을 떠나 시장주의 앞에서의 공동체 재건 및 인간 윤리의 회복이라는 가능성을 구상하는 텍스트로, 이런 구상의 타당성과 한계를 논해본다는 기획이라 할 수 있다.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 국문
  • 이 논문은 1930년대부터 1945년 해방 이전까지 중국의 만주나 간도, 하얼빈, 상해 등 조선인 밀집 지역을 배경을 집필된 소설을 대상으로, 유맹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재중조선인 집단의 자아상을 살핀 것이다. 유맹이란 본래 중국에서 사용되는 집단명사로 흔히 유민(wandering people)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지만, 문맥상으로 그 의미는 유랑민(displaced)과 부랑자(degenerate)로 나뉜다. 유맹은 유민(游民)이라는 의미에서 그저 빈둥거리고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며 나쁜 짓을 일삼는다는 악한으로서의 면모를 강조한 개념이다. 특히 유맹은 민족주의 지사나 사회주의 혁명가 등 정치적 이상주의자와 결합하는 경우 기회주의적 변절자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 글에서는 재중작가들의 작품에 나타난 유맹의 서사를 통해 망명이나 이주 등 다양한 목적에서 중국으로 옮겨간 조선인 집단이 정치적 이상주의나 개척자로서의 열정이 다했을 때 직면했던 위기의식의 표출 양상을 찾아내려 하였다. 세부 논점은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정치적 이상주의가 소진되던 시기 이국행의 의미를 잃어버린 지사 군상이 유맹 집단으로 전이하게 되는 상황을 살핀다. 많은 조선인들이 청년 투사로서, 민족 지사로서, 개척자로서 중국으로 건너갔으되, 모두가 자신의 꿈을 이룬 것은 아니었다. 재중조선인 소설에 등장하는 유맹의 서사는 낯선 땅에서 이민족의 신분으로 살아가야 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이되, 삶의 목적을 잃고 공동체에서 이탈한 부랑자가 되어 떠도는 조선인들의 이야기이다. 이에 유맹은 조선인 내부에 실제 존재했거나 혹은 그렇게 될까 두려워했던 변절자, 낙오자, 패배자 등 온갖 부정적인 자아상을 내포한 키워드가 된다. 김태준 「연안행」(1947), 최명익, 「심문」(1939), 요코미츠 리이치 「상하이」(1932), 안수길 「토성」(1942) 등의 소설을 살폈다.
    두 번째는 유맹의 유형을 도시적 룸펜과 개척지의 부랑자로 나누어 논의하였다. 사상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무력하되 사회의 위선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청년층은 전형적인 도시룸펜의 유형이라 할 수 있다. 도시의 룸펜과 달리 만주나 간도 등 개척지 유맹의 군상은 국경지대의 밀수입자, 경찰첩자, 브로커, 아편상인, 호인의 심부름꾼 등이 되어 살아가는 부랑자들로 나타난다. 이들은 민족주의자에게 있어서나 사회주의자에게 있어서나, ‘조선민족이라기엔 부끄러운 부류들’로 인식되면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다. 유맹의 탄생이 정치적 이상주의나 개척자로서의 열정을 대신한 자리에 들어선 세속적 욕망과 관련되어 있다고 했을 때, 이러한 유맹의 자아상을 문학적으로 수용하는 대목은 작가의 자의식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서술자 자신이 유맹의 일원이기에, 지사의 땅에서 자라난 자기 분열의 맹아 앞에서 불안은 시작되는 것이다. 김광주 「남경로의 상공」(1935), 「포도의 우울」(1933), 안수길, 「북향보」(1941), 현경준 「유맹」(1940) 등의 작품을 분석하였다.
    마지막으로는 국가나 민족 대신에 돈을 섬기는 유맹의 공포가 악의 자질과 연결되는 양상을 설명하였다. 유맹은 기존의 정치적 당위나 도덕윤리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기에 그 자체로 ‘통제 불가능한 야수성’이나 ‘악’과 등가에 놓이게 된다. 내부에 자리 잡은 악을 어떻게 통제할 것이냐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볼 때, 안수길이나 현경준 등의 소설에 등장하는 자치촌락 구성이라는 주제는 비단 만주국 체제에의 협력이라는 차원이라기보다는, 유맹으로 전락해가는 조선인 군상에 일정한 소속집단을 부여해야 한다는 위기감의 차원에서 해석해볼 여지가 생긴다. 김동인 「붉은 산」(1932), 안수길 「원각촌」(1941)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 영문
  • This study discusses fictional novels that depicted the history and life of the Korean immigrants to China(Korean-Chinese) during the Japanese occupation. This study is focused on the meaning of '유맹[yu-meng]' in that novels. This word commonly means something like 'wandering people'. In the field of cultural research in Korea, this word is used to call the Korean immigrants who moved from Korea to China. But this word have a dual meaning in China. The first meaning is 'the displaced', and the second is 'the degenerate'. The second one show that the local residents are tend to despise the displaced peoples who came from other region. Wandering peoples are regarded as potential criminals. This prejudice may apply to ethnic immigrants as well. Many novels have shown that Korean-Chinese accepted this prejudice as their self-identity. In fact, of the Korean immigrants, these were many people in the beginning who move to china with the clear purpose of studying or participating politics. However, as Japanese's power strengthened, some of Korean-Chinese people lost their initial purpose, and they became as the society's degenerates, falling into crime, poverty, espionage and drug dealing. This study seeks to show the self-identity crisis of the Korean immigrants that was reflected by the double meaning of '유맹‘ at that time.
연구결과보고서
  • 초록
  • 이 글은 1930년대부터 1945년 해방 이전까지 중국의 만주나 간도, 하얼빈, 상해 등 조선인 밀집 지역을 배경을 집필된 소설을 대상으로, 유맹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재중조선인 집단의 자아상을 살핀 것이다. 유맹이란 본래 중국에서 사용되는 집단명사로 흔히 유민(wandering people)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지만, 문맥상으로 그 의미는 유랑민(displaced)과 부랑자(degenerate)로 나뉜다. 유맹은 유민(游民)이라는 의미에서 그저 빈둥거리고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며 나쁜 짓을 일삼는다는 악한으로서의 면모를 강조한 개념이다. 특히 유맹은 민족주의 지사나 사회주의 혁명가 등 정치적 이상주의자와 결합하는 경우 기회주의적 변절자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 글에서는 재중작가들의 작품에 나타난 유맹의 서사를 통해 망명이나 이주 등 다양한 목적에서 중국으로 옮겨간 조선인 집단이 정치적 이상주의나 개척자로서의 열정이 다했을 때 직면했던 위기의식의 표출 양상을 찾아내려 하였다. 세부 논점은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정치적 이상주의가 소진되던 시기 이국행의 의미를 잃어버린 지사 군상이 유맹 집단으로 전이하게 되는 상황을 살핀다. 두 번째는 유맹의 유형을 도시적 룸펜과 개척지의 부랑자로 나누어 논의하였다. 마지막으로는 국가나 민족 대신에 돈을 섬기는 유맹의 공포가 악의 자질과 연결되는 양상을 설명하였다.
  •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이 글에서 다루는 유맹이라는 집단의 개념은 그간 디아스포라의 맥락에서 논의된 ‘뿌리 뽑힌 존재’로서의 유민의 개념과는 구분된다. 유맹은 ‘방랑자’로서의 악한 자질, 즉 사회질서를 교란하고 나쁜 짓을 일삼는 부류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재중작가의 문학에서 그 자질은 민족을 배반하는 기회주의적 태도로 나타나고, 보다 본질적으로는 개인의 도덕이나 공동체적 윤리를 모두 저버리고 오로지 자본의 권위에 복종하는 부류로 설정되어 있다. 물론 유맹을 식민지 시대 재중조선인 집단 일반을 지칭하는 용어라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유맹은 자기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한 내적 반성의 대상으로서 존재했다고 말할 수 있다.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유민이 되어 국경을 넘어 타국으로 건너갔으되, 정치운동의 이상이 소진되었을 때 오로지 시대적 낙오자로 남은 유민이 자신을 유맹이라 명명하는 것은 민족주의 담론으로는 포괄할 수 없는 내적 분열의 양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탈이념의 자리에서 이제 순전히 돈과 생존의 문제에 직면한 유맹의 존재는 비단 디아스포라적 유민의 시각으로는 언급하기 힘든 유민 집단의 이중적 면모를 설명하는 단초가 된다. 즉, 유민 집단은 집단의 결속을 유지하고 삶의 명분을 유지하기 위해 민족주의적 정체성을 더욱 강화시킨 반면에, 새로운 정착지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적 발언권을 강화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부의 축적에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는 측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이에 재중작가들의 작품을 읽을 때 가장 기본적인 단계가 유민과 자민족의 유대라는 국면을 재확인하는 수준이라면, 그 다음 단계는 유민의 집단적 결속의 명분으로 호명되는 민족의 관념적인 작동 기제를 해부하는 수준이고, 그 이후는 디아스포라 혹은 탈식민주의적 관점으로는 포괄할 수 없는 단계를 상정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 글은 유민에서 유맹으로의 이행, 즉 자본주의적 세속화로의 이행과정에서 민족성이 포기되고, 자본주의의 무국적성이 수용되는 차원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 색인어
  • 유맹, 유민, 부랑자, 룸펜, 재중조선인, 현경준, 김광주, 상해, 하얼빈, 만주, 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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