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윤리학의 아크라시아 가능성 논쟁은 헤어(R. M. Hare)의 아크라시아 불가능성 논제와 데이빗슨(D. Davidson)의 아크라시아 가능성 논제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본 연구는 헤어와 데이빗슨 간의 아크라시아 가능성 논쟁을 인간학적, 인식론적, 행위 이론적 관점에 ...
현대윤리학의 아크라시아 가능성 논쟁은 헤어(R. M. Hare)의 아크라시아 불가능성 논제와 데이빗슨(D. Davidson)의 아크라시아 가능성 논제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본 연구는 헤어와 데이빗슨 간의 아크라시아 가능성 논쟁을 인간학적, 인식론적, 행위 이론적 관점에서 분석할 것이다. (1) 헤어는 인간을 “도덕 원리에 따른 도덕적 사유를 반드시 실천하는 도덕주의자(moralist, universal prescriptivist)”로 가정함으로써 아크라시아는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데이빗슨은 도덕 판단의 불완전성으로 인한 인식론적 의미의 비도덕주의자의 존재 가능성뿐만 아니라, “자기이익, 감정, 욕구 등과 같은 현상의 힘에 의해 도덕적 행위 실천에 실패하는” 행위론적 의미의 비도덕주의자의 존재 가능성을 인정함으로써 아크라시아의 성립 가능성을 주장한다. (2) 헤어는 보편적이고 규정적이며 우선성을 지닌 도덕 원리에 따르는 비판적 수준의 도덕적 사유 내지 평가적 판단이 그에 상응하는 도덕적 행위를 반드시 일으키는 강력한 동기 유발력(motivating force)을 갖는다고 주장한 반면, 데이빗슨은 규범적 차원의 도덕 판단이 항상 자기이익, 감정, 욕구 등과 같은 도덕 외적인 요소들을 완벽하게 지배함으로써 도덕적 행위를 반드시 유발할 정도로 실천적 구속력이 강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3) 이러한 두 전제들에 상응하여, 헤어는 도덕적 행위 동기화 이론에서 ‘강한 내재주의’(extreme version of internalism) 입장을 지지한 것으로, 데이빗슨은 ‘온건한 내재주의’(a mild form of internalism) 입장을 지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더 나아가, 본 연구는 헤어와 데이빗슨의 아크라시아 가능성 논쟁을 구조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항들에 주목하고자 한다. (1) 헤어와 데이빗슨이 공히 도덕적 사유와 도덕 판단의 수준을 두 수준으로 구분함으로써 아크라시아의 성립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동시에 논의한다. (2) 헤어와 데이빗슨은 공히 아크라시아의 발생 원인을 도덕적 사유 내지 도덕 판단의 불완전성에서 찾으며, ‘비판적 수준의 도덕적 사유’, ‘완전한 판단’과 같이 고차적 수준의 이성적 활동에서는 아크라시아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파악한다. (3) 이처럼 헤어와 데이빗슨이 공히 아크라시아의 성립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논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각각 현대윤리학의 도덕적 행위 동기화 이론에서 아크라시아 불가능성 논제와 아크라시아 가능성 논제를 논증했다고 평가받는다. 본 연구는 이처럼 헤어와 데이빗슨의 논증 구조와 내용이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각각 아크라시아 불가능성 논제와 아크라시아 가능성 논제를 지지하는 이유를 인간학적, 인식론적, 행위 이론적 관점에서 분석적으로 논구할 것이다.
헤어와 데이빗슨의 아크라시아 가능성 논쟁 이후, 현대윤리학에서 아크라시아 가능성 논쟁은 도덕적 행위 동기화 이론의 내재주의와 외재주의 논쟁, 도덕 심리주의와 도덕 반심리주의 논쟁 등과 맞물려 매우 복잡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본 연구는 헤어의 아크라시아 불가능성 논제와 데이빗슨의 아크라시아 가능성 논제를 인간학적, 인식론적, 행위 이론적 관점에서 비교·분석하고, 헤어와 데이빗슨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후속 논쟁들을 ― 도덕적 행위 동기화 이론의 내재주의와 외재주의 논쟁, 도덕 심리주의와 도덕 반심리주의 논쟁 등과 연계하여 ― 구조화함으로써 아크라시아 가능성 논쟁을 중심으로 현대윤리학의 도덕적 행위 동기화 이론의 지형도를 그리고자 한다. 이를 통해, 본 연구는 도덕의 규범적 근거에 따른 진실한 도덕 판단, 평가적 판단, 실천적 추론 등의 동기 유발력 문제, 도덕적 행위 동기화 이론에서 약한 내재주의(온건한 내재주의)의 학문적 타당성과 현실 적합성 등을 논의함으로써 궁극적으로 (1) “아크라시아는 실제로 존재 가능한가?”, (2) “만약 아크라시아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아크라시아의 발생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두 가지 문제를 논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