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차의 연구 내용은 종교인의 자살관념에 미치는 ‘종교적 환경’에 대한 분석이다. 종교는 세계를 바라보는 일정한 틀을 종교인에게 제공한다. 종교인과 무종교인의 차이점은 종교적 신앙의 유무에 근거하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는 자기 자신과 세상을 어떤 창(세계관/종 ...
1년차의 연구 내용은 종교인의 자살관념에 미치는 ‘종교적 환경’에 대한 분석이다. 종교는 세계를 바라보는 일정한 틀을 종교인에게 제공한다. 종교인과 무종교인의 차이점은 종교적 신앙의 유무에 근거하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는 자기 자신과 세상을 어떤 창(세계관/종교적 신념)을 통해 바라보게 하는 “방식”에서 나타난다. 종교의 신념체계 자체보다는 그 신념체계가 종교인에게 전달되고 이식되는 방식에 주목할 때, 종교인과 무종교인의 생각과 행동에서 나타나는 차이와 그 경로가 명료해진다.
본 연구에서 종교적 환경에 주목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종교적 믿음을 지닌 자살 사망자 유가족의 자살관념과 정서를 이해하기에 앞서 고려할 부분은, 특정한 자살관념을 형성하게 경로이다. 본 연구에서는 그 다양한 경로를 ‘종교적 환경’의 범주로 묶고, 종교인의 자살관념 형성과 종교적 환경의 상관성을 분석하고자 한다.
종교적 환경은 크게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①종교 전문인(성직자)의 자살 인식, ②종교 공동체의 조직 ③종교의례(장례식) 등이다.
2년차 연구 주제는 종교인 자살 사망자 유가족의 애도 감정 현상에 대한 분석이다. 연구의 초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종교적 환경이 유가족의 애도 감정에 미치는 영향이고, 둘째는 애도 과정에 나타난 유가족의 감정에서 종교적인 요소들을 발굴하고 그 성격과 의미를 분석하는 것이다.
① 종교적 환경과 유가족 정서와의 상관성
자살로 인한 가족 상실은 아득하고 어두운 심연으로 유가족을 끌어당긴다. 혼란스러운 감정을 다스릴 틈도 없이 유가족은 죽음을 처리하기 위해 분주히 끌려 다닌다. 사망의 원인 규명을 위해 경찰서로 불려가고, 장례 절차를 위해 교회나 사찰에 연락을 하고 도움을 구한다. 또한 장례식장에 예약하고 필요한 물품을 주문하고, 급작스런 죽음에 미처 마련하지 못한 영정 사진도 준비해야 한다. 이처럼 분주함 속에도 유가족은 말없이 자살의 원인을 묻고 또 되묻는다.
자살은 종교인 유가족의 감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한편으로는 종교 공동체의 도움과 지지를 기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자살에 관한 부정적 관념으로 인해 종교 공동체의 시선에 신경을 쓴다. 또한 자살 사망자 유가족이 겪는 복합적인 감정에는 종교적인 감정도 포함된다. 자신의 믿음생활이 부족했다는 죄의식과 신앙대상에 대한 원망과 분노 사이에서 유가족은 극심한 감정의 동요를 겪을 수 있다. 또한 자살로 죽은 가족의 종교적 구원도 유가족에게는 외면할 수에 없는 근심거리이다.
유가족의 정서와 종교적 환경의 상관성은 세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종교적 믿음 혹은 전제가 유가족의 자살 이해와 정서에 미치는 영향이다. 둘째, 성직자의 역할이다. 종교인에게 해당 종교 공동체의 성직자는 유가족이 의지할 수 있는 중요한 존재이다. 유가족이 자살로 인해 받는 충격의 파장은 심리적, 신체적, 영적, 사회적인 차원으로까지 미친다. 심리적 고통, 외상후 스트레스에 의한 신체적 증상, 사회적 관계의 단절과 왜곡, 종교적 믿음에 대한 회의와 구원의 물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유가족은 고통을 겪는다. 그러한 고통에서 유가족에게 지지를 보내고 도움을 주는 성직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자살에 관한 성직자의 지적 이해와 태도는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애도 과정에서 유가족의 정서에 성직자는 어떤 기능을 하고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셋째, 종교공동체 및 구성원과 유가족의 관계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 연구는 자살을 계기로 교회나 사찰에서 유가족의 사회적 관계에 나타난 변화 양상, 그리고 유가족을 위한 지지그룹으로서의 종교 공동체의 기능과 효과에 주목하고자 한다.
② 유가족의 애도 감정에 나타난 종교적 요소와 성격
분석을 위한 이론적 가설은 두 가지이다. 첫째, ‘심리적 통과의례’로서 애도 과정을 설정한다. 본 연구는 유가족의 애도 과정은 자기 변형의 효과를 낳는 심리적 통과의례로 바라본다. 즉 가족을 잃음과 동시에 유가족은 일상의 영역에서 분리되어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감정 상태에 머물다 다시 일상의 사회로 복귀한다고 본다. 따라서 본 연구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애도 과정을 ‘충격-협상-수용’의 세 단계로 설정하고, 각 단계에서 표현되는 애도 감정과 종교적인 요소를 살펴볼 것이다. 둘째, 본 연구는, 한편으로는 일반적인 죽음에 대한 애도 감정과 자살과 같은 비극적인 죽음에 대한 애도 감정에는 차이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살로 가족을 잃은, 무종교인과 종교인의 간에는 애도 감정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일반적인 죽음의 애도 과정과의 유사성과 차이점, 그리고 궁극적으로 유가족의 애도 과정에서 종교의 기능과 의미를 밝히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