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 푸코는 자신의 저서인『광기의 역사Histoire de la folie à l'âge classique』에서 “광기의 역사는 이성의 역사의 대응물contrepartie”이라고 규정하면서 비이성으로서의 광기와 이성 간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이성과 비이성 간의 대칭적 관계 ...
미셀 푸코는 자신의 저서인『광기의 역사Histoire de la folie à l'âge classique』에서 “광기의 역사는 이성의 역사의 대응물contrepartie”이라고 규정하면서 비이성으로서의 광기와 이성 간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이성과 비이성 간의 대칭적 관계는 프랑스 고전주의 시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이들 간의 관계는 문명과 야만이라는 형식을 빌려 19세기는 물론 20세기에 이르기까지 국가와 국가 간의 지배관계를 나타내주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 ① 계몽주의 사상을 내세우던 프랑스가 자신들의 식민지로 남아있던 프랑스어권 마그레브지역을 어떻게 비이성의 영역으로 규정해나갔으며, ② 비이성의 영역에 이성적 사고를 전파한다는 미명하에 내세웠던 문명화의 사명mission civilisatrice을 정당화하기 위해 어떻게 의학적 논리를 조작해왔는지 주목해보고자 한다. 또한 이를 통해 ③ 유럽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 아프리카 고유의 독자적인 정신의학개념의 구축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기대효과
가. 연구결과의 학문적·사회적 기대효과
1) 국가 전략지역인 프랑스어권 마그레브지역에 관한 연구 분야 확장 : 아프리카대륙은 전 세계 육지면적의 22%를 차지하는 넓은 땅에 9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살고 있는 드넓은 지역이다. 오늘날 국내에서는 이 지역과의 경 ...
가. 연구결과의 학문적·사회적 기대효과
1) 국가 전략지역인 프랑스어권 마그레브지역에 관한 연구 분야 확장 : 아프리카대륙은 전 세계 육지면적의 22%를 차지하는 넓은 땅에 9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살고 있는 드넓은 지역이다. 오늘날 국내에서는 이 지역과의 경제교류가 활성화되면서 문학과 정치 등 다방면에서 그 관심사가 확장되는 과정에 있다. 그러나 정신의학적 측면에서는 이슬람 문화권에 속한 이 지역에 대한 연구가 아직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있는 상황이다. 특히 아프리카 대륙 중 가장 그 성장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마그레브지역과의 관계 증진에 힘입어 이 지역 종교와 정신성에 대한 관심도 역시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이 분야에 대한 연구는 영미권 국가에서와 달리 국내는 물론 프랑스 내에서도 오랜 동안 소외되어왔다. 이에 본 연구는 현재 국가전략지역으로 간주되고 있는 이 지역에 대한 지역학 연구의 폭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본 연구는 아프리카 지역연구자들에게 인문학과 정신의학 간의 상관성에 대한 기초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이 지역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 일제 강점기 한국에서의 정신이상자들에 대한 의학적 처우에 관한 연구 : 본 연구를 통해 식민지 지배국가가 피식민지 국민들에게 가한 정신의학적 차별화 과정을 온전히 설명하여 규범화한다면, 이에 따른 기대효과는 클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정치적인 문제에 비해 주변적인 현상으로만 간주되어 그 중요성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정신의학 분야를 재조명하여 일제강점기 동안 일본에 의해 자행된 동일 인종 내에서의 인종차별의 문제를 다룸으로써 우리 민족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부여해 줄 것이다.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항상 인종적 차별성을 부각시킴으로써 피지배자와 지배자 간의 태생적 차이점을 부각시켜왔으며 이를 통해 지배의 영속성을 추구해왔다. 이에 본 연구는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논하는 데 있어 일제 강점기 기간 동안 한국인의 정신성에 대해 일본이 어떠한 왜곡을 가하려 했으며 그들이 주장했던 정신의학적 주장들의 허구성이 오늘날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3) 국내 이주민들의 정신이상자들에 대한 처우의 문제 : 오늘날 우리나라는 국제적인 관계의 다변화로 말미암아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어울려 살아가는 다문화사회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각 문화들 간의 이질적인 성향들은 이주민들에게 정신적 충격으로 작용함으로써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각기 다른 문화들이 동등한 입장이 아닌 상하 위계에 따라 결합이 이루어질 경우, 하부문화는 변두리로 소외되며 그 소외는 집단적 반발 심리로 변질되어 사회적 일탈의 형식으로 표출될 우려가 높다. 이에 우리는 본 연구를 통해 각기 다른 문화적 차이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인종에 따른 생활 방식 간의 자연스런 교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나. 인력 양성 및 교육과 연계된 기대효과
1) 마그레브지역전문가 양성을 위한 기초 마련 : 본 연구의 결과는 국가미래발전을 위해 전략지역으로 간주되고 있는 이 지역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앞으로 마그레브지역과 한국의 관계가 개선되고 발전하면 할수록 외교통상부, 대외경제연구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국가정보원 등과 같은 국가기관 뿐 아니라, 국내외 기업, NGO, 국제기구 등은 점점 더 이 지역의 전문가를 필요로 할 것이다. 본 연구 결과는 현재 개설되어 있는 세계 문화 및 문화콘텐츠 관련 수업들에 활용되어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고 이 지역과의 교역과 문화교류에 꼭 필요한 지역전문가양성의 기초를 마련할 것이다.
2) 다문화 시대의 도래에 따른 출생문화와 성장문화 간의 정신의학 관련 교육지원 : 한 나라의 문화권 내에서 태어나 그곳에 거주했던 사람들은 그에 걸맞은 자신들의 정신세계를 형성해나간다. 이러한 문화와 정신 간의 밀접한 연관성을 고려해볼 때, 본 연구에서 다룬 주제들은 다문화시대에 도래한 우리 사회에서 각기 다른 풍속을 지닌 여러 인종들의 사고구조가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아프리카 정신의학 관련 연구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일방적인 연구가 아닌, 교육 지원 및 상호 협조 또한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프리카 지역에 파견될 여러 국내 기업의 인력들이 아프리카 문화와 정신세계에 대한 교육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연구요약
우리는 본 연구에서 19세기이래로 태동하기 시작했던 마그레브지역 내에서의 프랑스의 식민주의적 정신의학의 기원을 살펴보고, 이 지역의 인종과 문화에 대한 차별적 요인들이 어떠한 과학적 담론화 과정을 거쳐 제도화되었으며 어떻게 그 영향력을 유지해왔는지를 살펴 ...
우리는 본 연구에서 19세기이래로 태동하기 시작했던 마그레브지역 내에서의 프랑스의 식민주의적 정신의학의 기원을 살펴보고, 이 지역의 인종과 문화에 대한 차별적 요인들이 어떠한 과학적 담론화 과정을 거쳐 제도화되었으며 어떻게 그 영향력을 유지해왔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마그레브를 비롯한 아프리카 고유의 정신의학이 어떻게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인가를 논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본 연구를 루이 필립Louis-Philippe이 ‘정신이상자들에 관한 법Loi des aliénés’을 처음으로 공표했던 1838년에서부터 알제리독립이 도래했던 1962년까지로 한정할 것이다. 비록 ‘정신이상자들에 관한 법’ 적용이 마그레브 지역에서 실질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1912년 튀니스학회이후이지만 루이 필립의 법령은 프랑스 본토는 물론 마그레브지역에 있는 정신이상자들을 의학적 관점에서 처우하는 데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으며 이러한 새로운 관점에 따라 정신이상자들에 관한 여러 의학적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알려진 바와는 달리, 이슬람 문화권에 속한 이들 지역이 과학과 거리가 먼 미신의 세계만은 아니었다. 이슬람 문화권 국가들은 서구의 어느 나라보다도 일찍이 정신의학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페르시아인 무하마드 이븐 자카리야 알-라지Muhammad ibn Zakariya al-Razi는 ‘엘 일라이 엘 납사니El Illaj El Nafsani', 다시 말해 정신요법이란 표현을 9세기 경 처음으로 사용함으로써 이 분야에 선구자적인 역할을 담당하였고, 정신의학서적인『영혼의 의학Attib Arrouhani』를 저술함으로써 정신의학분야에 새로운 전환기를 마련하였다. 이후 마그레브를 비롯한 북아프리카지역은 육체와 영혼 간의 관련성에 주목하면서 이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어왔다. 이슬람국가로서는 최초의 병원은 706년에 다마스에 세워졌으며 이를 비마리스탄bîmâristân이라 불렀다. 페르시아어에 기원을 둔 이 말은 “환자들의 집”이란 뜻이었으며, 모로코에서는 줄여서 마리스탄이라 부르기도 했다. 이후 페즈Fez와 바그다드Bagdad에도 비마리스탄이 세워졌고, 13세기에는 카이로에도 정신이상자들을 위한 병원이 만들어졌다. 이렇듯 수십여년에 걸쳐 이슬람문화권의 주요도시들마다 비마리스탄들이 하나둘씩 등장했는데 이들은 모두 무료였으며 병에 따라 각기 다른 음식과 처방이 제공되었다. 이와 달리 중세까지만 해도 정신질환자들에게 종교적 의미를 부여해 화형에 처했던 유럽에서는 15세기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스페인 발렌스Valence에 정신이상자들을 위한 수용소가 카이로의 병원을 모델로 종교인들에 의해 설립되었다. 이후 16세기에 5개의 정신병원이 스페인에 더 세워졌고, 프랑스에서는 카트린 드 메디치에 의해 샤리테 드 상리Charité de Senlis(1601)와 샤랑통Charenton(1644) 정신병원이 세워졌다. 이처럼 이슬람국가들은 서양에서보다 수 세기나 앞서 정신의학에 대해 과학적인 관심을 기울여왔으며 유럽의 정신병원들이 따라야할 규범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유럽에 의한 식민주의시대를 거치며 이전까지 이들이 지켜왔던 역사성은 철저히 무시되었고,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정신의학자들은 이들 지역민들이 지켜온 전통을 미신으로 치부하며 이들이 인종적으로 비이성적인 두뇌구조를 지녔다고 폄하함으로써 의식 무의식적인 인종차별의 빌미를 제공하였다. 알제 학파를 중심으로 한 프랑스 식민주의 정신의학자들은 유럽인들보다 알제리인들이 정신병에 덜 걸리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자발성과 야망이 결여된 알제리인들은 상대적으로 유럽인들에 비해 정신병적 요소가 덜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함으로써 그 이전에 만들어졌던 인종차별적 정신의학 이론을 재생산해냈다.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 프랑스인들과 알제리인들은 뇌의 구조에서부터 이미 우열이 가려진다는 인종차별적 주장을 과감하게 펼친 바 있다. 그러나 프랑스 식민지에 파견된 정신의학자들이 마그레브인들의 두뇌에 대해서 제기한 전두엽의 미발달 문제는 과학적 해부를 통해 증명된 것이 아니라 이전의 몇몇 유럽의학자들이 아프리카대륙을 여행하던 중에 느꼈던 단편적인 인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져 반복적으로 차용된 데 기인하고 있다. 또한 이들의 주장에는 과학적인 근거보다는 타문화에 대한 도덕적 비판을 내포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자신들이 통치하는 지역민들의 타고난 정신적 미성숙의 문제를 제기해오던 프랑스의학자들은 이를 통해 자신들이 이들을 교육하고 보호해야하는 당위성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국문
식민주의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정치 경제적 문제나, 문화적 차원에서 지배논리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왔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외적인 요인 못지 않게 정신적 차원에 있어서의 문제 역시도 중요한 논의의 대상이라는 점을 자각하고 아프리카에서 진행된 식민주의 ...
식민주의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정치 경제적 문제나, 문화적 차원에서 지배논리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왔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외적인 요인 못지 않게 정신적 차원에 있어서의 문제 역시도 중요한 논의의 대상이라는 점을 자각하고 아프리카에서 진행된 식민주의 정신의학이 어떠한 과정으로 아프리카 인종들의 열등성을 일반화했는지에 주목하고자 했다. 이러한 논의를 처음으로 문제시했던 파농은 당시로서는 드물게 의학적 차원에서 식민주의 의학자들의 주장이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는 점을 역설했으며 앙투안 포로를 중심으로 형성된 알제 학파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우리는 이러한 논의의 배경과 전개 과정을 살펴봄으로 말미암아 식민주의 시대에 정신의학이 어떻게 시대적 지배이론을 옹호해왔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영문
Until now, the research on the colonialism has been dominated by political logic and economic issues, and sometimes with discussion of the cultural dimension. However, we wanted to focus on the important point as like the spiritual dimension which is ...
Until now, the research on the colonialism has been dominated by political logic and economic issues, and sometimes with discussion of the cultural dimension. However, we wanted to focus on the important point as like the spiritual dimension which is not less important than these external factors. The European psychiatry generalize without any scientific evidence the inferiority of the African race in Africa during dominating. That was Frantz Fanon who brought for the first time into question this colonial psychiatry that has not any scientific base. In those days of colonialisme, Antoine Porot, french psychiatrist insist that the African intelligence is inferior to the European, and spread out, generalize the medical colonialism. In this background, we would try to clarify the process of the self-justification in the francophone colonial psychiatry.
연구결과보고서
초록
미셀 푸코는 이미 우리에게 그 기준이 지극히 상대적인 개념일 뿐이라고 주장하면서『광기의 역사Histoire de la folie à l'âge classique』에서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이 동일한 유럽 내에서조차도 시대적 흐름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변형되어 정신의학에 반영되어왔는지를 ...
미셀 푸코는 이미 우리에게 그 기준이 지극히 상대적인 개념일 뿐이라고 주장하면서『광기의 역사Histoire de la folie à l'âge classique』에서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이 동일한 유럽 내에서조차도 시대적 흐름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변형되어 정신의학에 반영되어왔는지를 설득력있게 제시해준 바 있다. 그러나 이성과 비이성 간의 대칭적 관계는 프랑스 고전주의 시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광기의 역사는 이성의 역사의 대응물contrepartie”이라고 인용했던 푸코의 지적대로, 비이성으로서의 광기와 이성 간의 밀접한 상관관계는 19세기는 물론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문명과 야만이라는 형식을 빌려 국가와 국가 간의 지배관계를 나타내주고 있다. 이에 우리는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계몽주의 사상을 내세우던 프랑스가 자신들의 식민지로 남아있던 프랑스어권 마그레브지역을 어떻게 비이성의 영역으로 규정해나갔으며, 비이성의 영역에 이성적 사고를 전파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문명화의 사명mission civilisatrice을 정당화하기 위해 어떻게 의학적 논리를 구축해왔는지 주목해보았다. 이를 위해 먼저 프랑스 식민주의 정신의학이 어떠한 역사적 배경을 뒤로하고 자리잡아왔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튀니스 학술대회를 기점으로 앙투안 포로와 같은 의학계 인사들이 식민주의 이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어떠한 이론을 생산하고 재활용해왔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앙투안 포로를 중심으로 형성된 알제 학파는 인종차별적인 주장을 불확실한 의학적 괘변으로 뒷받침하면서 당대의 식민주의 지배체제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인종적인 열등성은 미개한 인종을 개화시켜야한다는 문명화에 대한 사명감과 결합되어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데 적절히 활용되어왔다.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우리는 본 연구에서 19세기이래로 태동했던 마그레브지역 내에서의 프랑스의 식민주의적 정신의학의 기원을 살펴보고 이 지역의 인종과 문화에 대한 차별적 요인들이 어떠한 과학적 담론화 과정을 거쳐 제도화되었으며 그 영향력을 유지해왔는지 살펴보았다. 19세기와 ...
우리는 본 연구에서 19세기이래로 태동했던 마그레브지역 내에서의 프랑스의 식민주의적 정신의학의 기원을 살펴보고 이 지역의 인종과 문화에 대한 차별적 요인들이 어떠한 과학적 담론화 과정을 거쳐 제도화되었으며 그 영향력을 유지해왔는지 살펴보았다. 19세기와 20세기 초의 정신의학은 그 기술적 한계로 말미암아 실험중심의 과학이라기보다는 이론중심의 학문이라 할만하다. 당시 의학은 임상실험을 통해 환자들의 병인이 될 수 있는 여러 요인들을 밝혀내기보다는 환자들의 증상이나 태도에서 얻은 인상을 토대로 병인을 유추하는, 지나치게 주관적인 방식에 의존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그 가장 대표적인 예였던, 마그레브인들의 두뇌에 대해서 제기한 전두엽의 미발달 문제는 정신의학자들이 과학적으로 검증한 것이 아니라 이전의 몇몇 유럽의학자들이 아프리카대륙을 여행하던 중에 느꼈던 단편적인 인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져 반복적으로 차용되어왔다. 또한 이들의 주장에는 과학적인 근거보다는 타문화에 대한 도덕적 비판을 내포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자신들이 통치하는 지역민들의 타고난 정신적 미성숙의 문제를 제기해오던 프랑스의학자들은 이를 통해 자신들이 이들을 교육하고 보호해야하는 당위성을 도출해내고자 했다. 그러나 이들의 이러한 태도는 식민지배 이전시대에 이미 자국의 광인들을 정신적 미숙아(어린아이, 미숙아. 금치산자 등)로 간주했던 태도가 아프리카인들을 대상으로 그대로 재생산된 것에 다름 아니었다. 유감스럽게도 이 이론은 유럽의 대부분의 정신의학자들에게 일반적인 견해로 인정받고 있었으며 프로이트조차도 이점에 있어서 예외는 아니었다.『토템과 터부Totem et tabou』에서 원시인들과 신경증 환자들, 어린아이들과의 심리적 상관성을 바탕으로 정신분석이론을 발전시켜나갔던 프로이트는 당시의 다른 정신의학자들의 의견과 동일선상에 위치해있었다. 『토템과 터부』에서 프로이트는 오스트레일리아와 아시아는 물론 아프리카의 원시종족들에 대해 논하면서 “원시종족과 신경증환자와의 유사성이 상당히 깊어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Cf Freud S., Totem et Tabou, (1927) Editions Payot 2001, p. 225. 뤼시엥 레비-브륄Lucien Lévy-Bruhl(1922) 또한 아프리카의 ‘원시적 정신성mentalité primitive’을 주장하면서 원시적 상태에 머물러있는 아프리카인들의 뇌는 자연현상을 과학적으로 예견하도록 하는 추상적 사고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주장함으로써 서구의 지성이 아프리카인들보다 우월하기에 이들의 후견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식민주의적 관점을 강화해나가는 데 일조하게 된다. 이렇듯 당대의 뛰어난 정신의학자들 역시도 식민주의가 당연시되던 시대적 정신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으며 이러한 까닭에 이 시대 정신의학이론들은 과학적 체계에 따른 연구라기보다는 식민주의이념에 따라 자기합리화과정에 따라 왜곡된 이론체계로 규정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당시 정신의학계를 주도하던 앙투안 포로나 캐로더스와 같은 의학자들의 논문에서는 아프리카환자들의 개별상담을 토대로 한 심리분석보다는 이들의 외적 반응의 관찰에 따른 추측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은 이들의 연구가 의학적 분석보다는 시대적 선입견 따라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증빙해주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흥미로운 것은 당시 정신의학자들이 다각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외적 현상을 오로지 정부의 식민주의적 관점에 맞춰 해석하려 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질서를 표방하던 것이 성채였지만 오늘날에는 우리의 의식이 성곽이” Foucault M., Histoire de la folie à l'âge classique, Gallimard, coll. TEL, 1972, p. 26. 되었다는 푸코의 말대로, 이 시기 프랑스 본토는 이성의 성채가 되었으며 바다건너 아프리카는 비이성의 대지로 탈바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성과 비이성을 나누던 이전의 가시적인 울타리는 명목상 사라졌을지 모르지만 문화적 경계를 나누는 이성과 비이성, 자아와 타자, 지배국과 식민지 간의 보이지 않는 구분은 그만큼 더 깊숙이 내재하게 된 셈이다. 따라서 파농이 반세기 전에 고발했던 프랑스의 식민주의적 정신의학 이론이 아프리카 해방이 오래전 완성된 오늘날에도 프랑스어권 사회에서 모두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식민주의 정신의학이론을 옹호했던 알제리 학파의 대다수의 학자들이 알제리 독립이후 프랑스로 돌아와 정신의학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왔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들의 관점이 지금까지도 암묵적으로나마 여전히 계승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따를 연구와 연계하여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