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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팔기(wife-Sale)"의 배경과 그 역사적 의의
A Research on the Custom of 'Wife-Sale' in England and its Historical Context
  • 연구자가 한국연구재단 연구지원시스템에 직접 입력한 정보입니다.
사업명 시간강사지원사업
연구과제번호 2013S1A5B5A07045431
선정년도 2013 년
연구기간 1 년 (2013년 09월 01일 ~ 2014년 08월 31일)
연구책임자 이진옥
연구수행기관 부산대학교
과제진행현황 종료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18세기 영국 민중의 관행이라고 알려진 ‘아내 팔기(Wife-sale)'를 여성사의 입장에서 재구성하고자 한다. ‘아내 팔기’는 법에 접근하기 힘들었던 하층민들이 부부 상호 동의의 방식으로 이용한 이혼의 한 형식으로서, 영국의 지식인들은 이것을 외부에서 유입된 ‘천박한’ 민중의 관행으로 보고, 부끄러운 야만의 풍습으로 여기면서 경멸해왔다고 한다. 다른 한편으로 대륙의 역사가들은 이러한 관행을 영국만의 전통으로 파악하면서 자신들의 습속을 ‘문명적인’ 것으로 치부하였다. ‘아내 팔기’는 주제의 선정성만큼이나 선입견과 편견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아내 팔기’는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17세기 말부터 18세기를 거쳐 19세기 내내 존속한 영국의 관습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본 연구자는 18세기 여성 문제를 공적 여론의 장으로 불러낸 블루스타킹 같은 여성지식인과 울스톤크래프가 이러한 관행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을 하지 않은 이유에 주목하고자 한다. 또한 학자를 비롯한 당대 지성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내 팔기'의 관행이 2세기 이상 지속된 배경에 대해서도 알아보고자 한다. 여성이 노예처럼 시장에서 남편에 의해 팔리고, 새 남자에게 경매를 통해 넘어가는 이 ‘기상천외한 방식’ 이 오랫동안 지속되었음에도 왜 역사학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는지도 중요해 보인다. 왜냐하면 이러한 문제점을 규명하는 것이 사실 여성사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남편이 아내를 팔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결혼에서의 여성의 지위 때문이었을 것이다. 근대로의 이행기에, 페미니즘이 대두된다고 알려진 18세기에도 여성은 노예와 같은 존재였을까? 당시 결혼과 이혼에 관한 법률은 구체적으로 어떠했는가? ‘아내 팔기’가 민중들이 공적인 결혼 해체를 인정받는 방식이었다면, 그 관행을 금지하는 조항들은 왜 사문화 되었는가? 정작 ‘아내 팔기’의 대상인 여자들은 그 관행을 즐겼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그렇다면 이 관행은 상층 계급의 인식과 달리 민중 고유의 문화이지는 않았을까? 이상의 문제의식을 토대로 사료를 재해석하고 그 사례들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시도하고자 한다.
  • 기대효과
  • ‘아내 팔기’에 대한 연구는 우선 여성사적 지식을 확대할 것이다. 여성에 대한 역사적 성황에 대한 지식의 확장은 지금까지 일반화된 역사적 상식을 종종 수정하고 완전히 뒤집기도 한다. 이러한 예의 대표적인 경우가 ‘초야권 논쟁’이다. 중세는 ‘초야권’과 같은 야만적인 관행이 횡행하였고, 이러한 무지와 암흑의 중세적인 억압적 상황을 견디지 못한 민중이 불가피하게 혁명을 일으켰다는 테제는 한때 상식이었지만 지금은 그 개념 자체가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어떤 역사가들은 그 사실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중세는 암흑이라는 등식을 성립 시키지 못하는 하나의 사례를 제시할 수는 있다. 이처럼 ‘아내 팔기’는 우선 역사가들의 관심을 끌 만한 충분한 소지가 있어 보인다.
    연구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아내를 판다’라는 발상 자체는 여성을 하나의 동산으로 파악한 남성 중심이고 가부장적인 사고임에는 틀림없다. 이러한 가부장적 패러다임의 연속선상에서 ‘아내 팔기’는 여성의 지위가 어떻게 변해오는가를, 그것도 상류층 극소수의 여성보다 다수를 이룬 일반 여성의 생활을 통해 추적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그래서 여성 지식인들의 주장이 그들 바람과는 달리, 역시 오늘날에도 그러하듯이 전체 여성들의 삶을 반영하지 못하였고, 그래서 계속 실패했던 것은 아닌가를 생각할 여지를 줄 것이다.
    동시에 이 연구는 18세기-19세기 영국 사회를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민중 문화와 엘리트 문화의 괴리 정도나 아니면 융합의 정도를 ‘아내 팔기’를 통해 실상에 접근할 수 있겠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역사가들은 여성 대 남성의 구도뿐만 아니라 민중 대 엘리트의 편의상의 분류를 지양할 수 있을 지도 모르며, "젠더 인지적(gender-sensitive)" 역사관을 가지게 될 것이다. 역사가가 객관성을 이루지는 못할지라도, 이 연구는 균형추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하나의 시도가 될 것이다.
  • 연구요약
  • ‘아내 팔기’는 17세기 후반에 시작되어 19세기까지 이어진 영국의 민중관행이다. 이것은 말 그대로 남편이 아내를 시장에 내다가 경매에 붙여 흥정을 통해 다른 남자에게 팔아넘기는 행위이다. 아내는 흥정이 끝날 때까지 목에 밧줄을 건 채 서 있어야 했고 가축처럼 무게를 측정해 팔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러한 관행이 여성들에게 수치심만을 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아내 팔기’라는 풍습을 통해 오히려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는 공식적인 거래일 뿐이며, 실상은 놀랍게도 아내가 평소에 마음에 두거나 이미 정분이 났던 남자, 즉 연인에게로 옮겨가는 ‘공식적인’ 하나의 절차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아내 팔기’를 영국만의 고유한 풍습인가 아닌가, 야만인가 전통인가에 초점을 맞추었고 그래서 이것은 민중만의 고유한 문화로서, 상류충과는 괴리된 ‘비인간적인’ 관행으로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를 여성사적 맥락에서 보면 상당히 다른 점을 시사한다. 우선 야만적인 풍습이더라도 2세기 넘게 지속된 관행이라면 그 배경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게다가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참가한 하나의 행사였다면, 당시 민중의 결혼과 이혼 관례를 상류층과 비교해보아야 할 것이다. 아마도 법률은 형식적일 뿐 공권력을 행사할 만큼의 영향력을 지니지 못했을 수 있다. 또한 지식인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 관행이 지속되었던 이유 역시, 그 비판을 불러일으킬 만큼 역으로 이 관행이 공고하게 민중의 의례로 자리 잡았을 수도 있다.
    여성사의 여느 주제와 달리, 이 연구 과제는 사료가 풍부하게 있어 담론 분석에만 그치지 않고 여성 전체의 실제 상을 재현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전체 사료를 다 살펴볼 수는 없겠지만, 연구자의 노력으로 사료를 최대한 반영해서 ‘아내 팔기’의 역사적 의미를 그 시대적 맥락에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 국문
  • 이 논문은 근대시기 영국에서의 '아내 팔기'의 기원과 발전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것으로 우선 풍부한 사례 예시를 통해 연구하였다. 아내 팔기는 특별히 영국만의 관습으로 이해된 것으로 17세기에 주로 시작하여 19세기말까지 존속한 것이었다. 필자는 이 관습이 흔히 알고 있듯이 여성을 멸시한 야만적인 하층민의 관행이라기 보다는 민중의 이혼 방식의 하나였음을 밝히고자 하였다. 더군다나 이것은 부부 동의하에 이루어진 공증형태였다. 아내의 재산권이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폭력적이거나 무능한 남편, 전쟁 중에 실종된 남편, 가족 부양의 의무를 저버린 채 무작정 가출을 감행한 남편 등, 이혼의 불가피한 조건을 갖추었으나 현행법상 별거를 할 수 없었던 민중계층의 여성들이 공공의 인가를 필요로 한 가장 편의적인 방식이 바로 아내 팔기이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시간과 돈이 절양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아내 팔기는 공식적으로 정부나 교회에 의해 인정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중의 관례로 이 아내 팔기가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상호 동의에 의한 별거의 공식적 인정이라는 점에 더 방범을 찍었다. 나눌 재산이나 법정 상속 문제로 다툴 거리가 없는 부부에게 이것만큼 효율적인 방식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내 팔기의 역사적 의의는 3가지오 요약된다. 1. 아내 팔기는 전적으로 아내의 선택이었다는 점이다. 비록 목에 올가미를 두르고 시장에서 상품처럼 전시되어야 하는 형식적 모욕의 방식이었다해도 어디까지나 아내의 결정이라는 주체적 의사 표시의 형태였음은 매우 중요하다. 2. 아내 팔기는 이혼의 한 방식으로서 정부나 교회의 공식적 인가를 얻지는 못하지만 공공성-즉, 많은 대중 앞에서의 계약 행위를 통한 매매, 계약서 작성, 대금 지불, 축하연 개최-을 확보하는 가장 편의적인 방법이었다. 3. 아내 팔기는 '민중 문화'나 '하위 문화'의 하나로 상층, 엘리트 문화와는 구별되는 그들만의 법적 이혼의 전유 방식이었다. 즉 아내 팔기는 국가나 교회의 규제를 벗어난 그들만의 결혼, 별거, 이혼 방식이 존재 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목해야할 사실은 여성 굴욕적인, 즉 여성종속적인 측면이다. 당연히 여성의 지위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여성이말아니 돼지, 개와 같은 가축의 일종으로 여겨졌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아내 팔기였다. 따라서 아내팔기는 근대 시기 영국의 사회문화적, 정치경제적 요소를 알수 있는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다.
  • 영문

  •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an understanding of the context of 'Wife Sale' in the Modern England. Wife Sale has been the custom of England, especially, of the belows from 17th century to 19th century. But in this paper, I am identified as the custom of Wife Sale was a kind of divorce, which was a consent of the couple. Furthermore, the couple who want separation dealt through the Wife Sale with the right of property, the compensatin of a debt, the upbring of the child without the waste of time and money. Divorce Act in England was very complicate and difficult for common people, so they would choose the Wife Sale. Even though government, church authority and the elite blamed it barbarian custom, they did. The historical significance of Wife sale in Women's History was as follows. 1. It was the choice of wife. Apparently it was very insulting for women, because a wife was dragged by the husband with surrounding a halter. But in reality, she can exchange the husband with a lover. 2. Wife Sale was a kind of divorce and got a public sanction even though not authorization. 3. Wife Sale was a appropriation of the belows, different from the culture of elite. The people of bottom ignored the law of government and authority of the Church of England and newly established their own system of marriage, divorce and contract for themselves. But all of them, it was very important that the system of Wife Selling is a case of showing the inferiority of women. As you knew, the married women was a private property of husband as same as a horse, a cow and the furniture. So. the Wife Sale have many points of cultural, economic, social and political spheres.

    Key words: appropriation, contract, divorce, public sanction, The Mayor of Casterbridge
    Wife Sale,
연구결과보고서
  • 초록
  • 이 논문은 근대시기 영국에서의 '아내 팔기'의 기원과 발전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것으로 우선 풍부한 사례 예시를 통해 연구하였다. 아내 팔기는 특별히 영국만의 관습으로 이해된 것으로 17세기에 주로 시작하여 19세기말까지 존속한 것이었다. 필자는 이 관습이 흔히 알고 있듯이 여성을 멸시한 야만적인 하층민의 관행이라기 보다는 민중의 이혼 방식의 하나였음을 밝히고자 하였다. 더군다나 이것은 부부 동의하에 이루어진 공증형태였다. 아내의 재산권이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폭력적이거나 무능한 남편, 전쟁 중에 실종된 남편, 가족 부양의 의무를 저버린 채 무작정 가출을 감행한 남편 등, 이혼의 불가피한 조건을 갖추었으나 현행법상 별거를 할 수 없었던 민중계층의 여성들이 공공의 인가를 필요로 한 가장 편의적인 방식이 바로 아내 팔기이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시간과 돈이 절약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아내 팔기의 관행은 공식적으로 정부나 교회에 의해 인정되지는 않았다. 게다가 지식인이나 정부 관리들은 '아내팔기'를 민중의 해악, '야만적 관습'이라며 맹공했고 결국 폐지시키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중의 관례로 이 아내 팔기가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부부가 배우자 스스로의 상호 동의에 의한 별거라는 것과 공중에 의한 공식적 인정이라는 점에 더 의미를 두었기 때문이다. 나눌 재산이나 법정 상속 문제로 다툴 거리가 없는 부부에게 이것만큼 효율적인 방식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내 팔기의 역사적 의의는 3가지오 요약된다. 1. 아내 팔기는 전적으로 아내의 선택이었다는 점이다. 비록 목에 올가미를 두르고 시장에서 상품처럼 전시되어야 하는 형식적으로는 모욕적인 방식이었다해도 어디까지나 아내의 결정이라는 주체적 의사 표시의 형태였음은 매우 중요하다. 2. 아내 팔기는 이혼의 한 방식으로서 정부나 교회의 공식적 인가를 얻지는 못하지만 공공성-즉, 많은 대중 앞에서의 계약 행위를 통한 매매, 계약서 작성, 대금 지불, 축하연 개최-을 확보하는 가장 편의적인 방법이었다. 3. 아내 팔기는 '민중 문화'나 '하위 문화'의 하나로 상층, 엘리트 문화와는 구별되는 그들만의 법적 이혼의 전유 방식이었다. 즉 아내 팔기는 국가나 교회의 규제를 벗어난 그들만의 결혼, 별거, 이혼 방식이 존재 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목해야할 사실은 여성 굴욕적인, 즉 여성종속적인 측면이다. 당연히 여성의 지위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여성이말아니 돼지, 개와 같은 가축의 일종으로 여겨졌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아내 팔기였다. 따라서 아내팔기는 근대 시기 영국의 사회문화적, 정치경제적 요소를 알수 있는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다.
  •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연구의 결과는 학술지에 게재하여 그 내용을 널리 알리고 논문 주제에 대한 광범위한 토론을 유도하고자 부산대학교 사학과와 역사 교육학과 공동 개최의 학술대회에서 중간발표를 하였다(2014년, 8월). 그 결과 주제의 참신성에 대해서는 반응이 높았으나 내용의 치밀함에 대한 지적이 있어 이를 보완하였다. ‘아내 팔기’는 여성의 수난이란 점에서 본다면 영국사에 국한된 주제를 넘어 중국과 아프리카등 제 3세계에서 ‘아내 팔기’와 유사한 관행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후 비교사적 측면에서의 연구도 기재된다. 즉 ‘아내 팔기’는 그동안 가부장제의 악습으로 아내를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로 여겨져 왔다. 사실이기도 하고 놀랍지도 않은 평가이다.
    ‘아내 팔기’가 하층민들이 빈곤했기 때문에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어서 행한 것이라기보다는, 여성이 남성의 성공을 가로막는다는 남성 중심 사회의 뿌리 깊은 신화를 옹호하고 가부장제 남성의 전형적인 삶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아내를 술김에 팔아버리는 캐스터브릿지의 헨차드처럼 ‘아내 팔기’를 여성의 열등한 위치를 설명하는 기제로 설명하는 것도 당연히 맞다. 그러나 소설의 경우에서도 그렇지만 어찌되었든 아내가 동의를 했다는 점은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준다.
    우선 ‘아내 팔기’는 비도덕적이고 불법적이었지만 실제로 피해자가 없다는 점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즉 아내를 사고파는 행위에서 참가자 누구나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은 아내를 벗어나고 싶어 하고, 아내는 구매자에게 이미 매력을 느끼고 있었으며 구매자 역시 그녀를 원했다. 그래서 시장에서의 그 행위는 이미 3자가 합의한 내용을 공중들 앞에서 재확인하는 하나의 의식일 뿐이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어차피 법적 이혼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상호간의 새로운 동거를 인정받으면서, 경제적 권리도 보장받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 ‘아내 팔기’이었던 것이다.
    물론 ‘아내 팔기’의 부정적 요소는 더 많다. 제일 심각한 문제는 여성이 소나 말처럼 가축으로 팔린다는 점이다. 목에 올가미를 두르고 남편에 의해 시장에 끌려나오는 모습이나, 실제로 가축처럼 심지어 몸무게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기도 하는 현상은 여전히 여성에게는 모욕적인 상황이다. 아내의 동의가 제대로 표현되었을 지는 논외로 하겠다. 다만 한 가지, 동의와 관련해서 ‘아내 팔기’의 상품으로 나온 아내들이 거의 젊은 여성이라는 점이다. 사례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결혼 생활을 3년쯤 한 사람들이 가장 많고,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의 여성들로 용모가 뛰어나고 가슴이 풍만하다는 구절이 많이 나온다. 이는 현대에서와 마찬가지로 결국 상품으로써 가치가 있는 여성들이 거래의 대상이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형식상의 결혼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아내 팔기’는 하층계급의 여성들에게 더 큰 매력을 제시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내 팔기’는 남편에게도 그만큼 치욕스럽고 위험하기까지 한 거래였던 것이다. 여성사가 여성의 목소리를 다시 들리게 하고자하는 시도라고 볼 때, ‘아내 팔기’는 근대 직전과 근대화 과정에서의 여성들, 특히 하층민 여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좋은 사례를 제시할 것이다. 게다가 이것은 결혼과 이혼 그리고 여성의 계약 참여라는 3가지 요소들이 복잡하게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아내 팔기’는 여성사에서 엘리트 여성과 하층계급 여성들이 어떻게 교차점을 찾을 수 있을지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아내 팔기’가 그렇게 하층의 여성들의 실상을 조금이라도 보여주기 때문에, 이전의 여성 선각자들의 요구가 실패한 이유가 부분적으로는 ‘아내 팔기’에서의 주체인 하층 여성들과는 무관한 주장이었을 수도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역사적으로 여성이 그들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불륜’인 간통을 법률체제와 상관없이 어떻게 전유하였는지를 약간이나마 사료를 “두툼하게 읽어서(thick description)” 살펴보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본 연구자에게는 학문의 즐거움을, 그 결과는 다른 연구자에게 풍부한 사실의 바다를 제공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색인어
  • 계약, 공적 인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블루스타킹, 유토피아, ‘아내 팔기’, 이혼, 전유, 『캐스터브릿지의 시장』,크리스틴 드 피장, 하위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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