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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과제 상세정보

해방기의 해방 전 시사 인식과 담론화 양상 연구
A Study on the Recognition about History of Korean Modern Poetry in Liberation Period (1945-50)
  • 연구자가 한국연구재단 연구지원시스템에 직접 입력한 정보입니다.
사업명 시간강사지원사업
연구과제번호 2013S1A5B5A07046356
선정년도 2013 년
연구기간 1 년 (2013년 09월 01일 ~ 2014년 08월 31일)
연구책임자 박민규
연구수행기관 가천대학교
과제진행현황 종료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이 연구는 해방 이전의 한국 근대시에 대해 해방기의 문인들이 시도한 문학사적 평가를 조감하려는 일차적 목적에서 출발한다. 1945년의 해방은 국권 회복의 민족적 감격뿐 아니라 새로운 민족 국가의 질서를 수립해야 한다는 근대적 기획의 열망으로 이어진 역사적 계기로서의 사건이었다. ‘근대’와 ‘민족’ 이 두 가지의 명제는 정치와 경제뿐 아니라 해방기의 문학 장(field) 내부에서도 필연적으로 요구된 시대적 과제였다. 이 같은 과제의 방향성과 실현 방법을 두고 좌와 우의 양 문학 단체가 첨예하게 이데올로기적 대결을 벌였던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자 한다. 그것은 해방기 좌우의 문학 단체들이 과연 적대적 타자와의 대결로만 시종일관했으며 그 대결을 통해서만 자신들의 문학적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질문과 관련된다. 바꾸어 말해 좌의 문학가동맹과 우의 청년문학가협회가 각각 표방한 ‘정치’와 ‘순수’의 표상을 과연 타자를 의식한 대자적 논리의 산물로만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기존의 해방기 문학 연구는 흔히 이 시기의 문학 장을 좌우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라는 구도 속에서만 보아 왔다. 물론 그 같은 시각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에 바탕하고 있으며, 본 연구 또한 이를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본 연구 또한 큰 틀에서는 일정한 문학적 현상에 대해 반응한 좌와 우의 상반된 시각을 다루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본 연구가 보다 주목하려는 지점은 진보든 보수든 해방기의 문학 단체들 각각이 주체적으로 구성하려 했던 자신들의 문학적 정체성에 대한 것이다. 이 문제가 첨예하게 드러난 지점을 본 연구자는 ‘시사 인식’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좌든 우든 해방기의 문학 단체들은 해방 전 즉 일제강점기의 시들에 대해 제각각 나름의 시사적 평가를 활발하게 시도한다. 따지고 보면 해방기는 한국 근대시에 대한 시사적 조명과 평가가 이뤄진 최초의 시기이다. 일제잔재 청산이 전 문단적 과제가 된 현실 앞에서 오랜 기간 억압받아 왔던 ‘민족(시)’과 ‘근대(시)’의 형상을 발굴하고 그것에 위상을 부여하는 일이야말로 해방기의 문인들에게 부여된 시대적 소명이었을 것이다.
    물론 이전의 한국 근대시에 대한 해방기 당대의 논의들이 좌와 우의 상반된 문학 이념들을 일정하게 반영하고 있었으리라는 것 또한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해방기의 그 시사적 논의들이 철저하게 적대적 타자와의 대결과 논쟁을 통해서만 상대적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다. 정치와 순수를 각각 표어로 내세웠지만, 문맹과 청문협의 문인들은 자신들이 내건 그 표어들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내재적 논리를 독자적으로 마련해야 했다. 그 정당화의 논리가 외적으로는 당대의 정치/순수 논쟁을 통해 시도됐다면, 내적으로는 해방 전의 시들을 각각의 입장에서 계보화하고 그 계보 속에 현재의 자신들을 위치 지으며 사적 정통성을 부여하려는 노력으로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 본 연구의 대전제이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계보화의 노력이 좌든 우든 각각의 내부에서 시도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한 예로, 김소월 시의 경우 그에 대한 평가를 두고 문맹과 청문협 측에서 상호간 논쟁을 벌인 적은 없다. 소월 시의 조명은 양쪽 진영의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조용하게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같은 독자적인 작업들을 통해 좌와 우의 양쪽 진영이 주체적으로 구성하려 했던 시사적 담론들은 어떠한 모습을 띠고 있었을까. 좌와 우 각각에서 소월 시를 통해 발견하려 했던 가치는 무엇이었으며, 그렇게 말해진 가치들은 또한 어떤 차이를 지니고 있었을까. 궁극적으로는 소월 시의 시사적 논의를 통해 해방기 좌우의 문인들이 자신들의 문학 이념을 어떻게 정당화하고 그 정당성을 확대 재생산할 수 있었을까. 본 연구는 소월 시뿐 아니라, 20년대의 <백조>를 중심으로 한 낭만주의 시와 이에 뒤이은 신경향파 시, 30년대의 정지용 시 등에 대한 논의들까지를 대상으로 하여 이상의 질문들에 답하려는 목표에서 수행된다.
  • 기대효과
  • 본 연구는 크게 보면 해방기 문학 연구에 속하며, 구체적으로는 해방기의 시론 연구의 일환에 해당한다. 본 연구는 해방기 좌우의 문학 단체들 각각이 어떠한 시사적 인식을 가지면서 해방 전의 시적 흐름들을 자신들의 문학 이념에 맞게 전유하고자 했으며, 나아가 그 시사 인식을 바탕으로 해방기 당대의 문학 장에 어떻게 실천적으로 개입하고자 했는지에 대해 조명해 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정치’와 ‘순수’를 표방했던 해방기 좌우 문인들의 문학적 정체성을 주로 ‘순수(시) 논쟁’을 통해서만 확인해 왔던 기존의 연구 관점을 넘어서는 효과가 있다. 좌우의 문학 단체들이 대립적 타자와의 외부적 논쟁뿐 아니라 각자의 내부적 작업을 통해서도 자신들의 시적 이념의 정당성을 맥락화, 계보화해 간 양상을 일련의 시사론(詩史論)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해방기의 시사 인식 문제를 전면화, 다각화, 종합화하여 다룬 본 연구의 성과는 기존의 해방기 문학 연구에서는 미진했던 것으로 독창성의 차원에서 학계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사료된다. 아직은 그다지 활성화되지 않은 시사 인식의 연구를 활성화시키는 데도 일정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아직 확정할 수 없고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만약 자료의 추가 조사 및 연구 과정에서 그간의 개인 작품집, 전집, 선집, 자료집, 대계, 학위논문, 소논문, 단행본 등에서 다뤄지지 못한 발굴작이 발견된다면 <근대서지>에 발굴 텍스트를 게재하여 제공할 것이다.
    이상이 학문적으로 기대되는 본 연구의 성과라면, 교육적으로 예상되는 효과로는 다음을 제시할 수 있다. 본 연구는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영향력 있는 문인들인 정지용, 오장환, 서정주, 조연현 등의 한국 근대시 서술을 일정하게 반영하고 있다. 이들이 해방기 당대에 제출한 일제강점기의 근대시 서술들은 이후에도 한국 근대시사 서술의 유의미한 전범을 형성해 왔다. 일례로, 오장환과 서정주의 소월론들은 후대의 근대시 연구자들에게 소월의 시를 바라보는 현실주의적 해석과 전통주의적 해석의 양 갈래를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즉 이들의 소월론은 문학사 교육의 현장에서 소월 시의 전범적인 해석 틀을 설명해주는 데 효과적인 텍스트들이 될 수가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이를 다룬 본 연구자의 논문 또한 학생들의 소월 시 접근법을 돕는 데 일정하게 활용될 수가 있다. 정지용의 30년대 시가 지닌 순수의 문제를 두고 어떠한 평가가 가능하냐에 대해서도 본 연구 논문은 30년대의 순수에 대한 현실주의와 문학주의의 양쪽 관점을 전달해주는 참고 자료로서 활용될 수 있다. 20년대의 신경향파 시에 대해서도 본 논문은 그에 대한 비판(서정주)과 적극적인 의미부여(한효)가 있었음을 소개하고 있으므로, 신경향파 시를 평가하는 두 가지의 해석 틀을 학생들에게 전달해주는 데 쓰일 수 있다.
  • 연구요약
  • 예상되는 본론의 내용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제2절에서는 1920년대 초반의 <백조>를 중심으로 한 낭만주의 시들에 대한 해방기의 한효와 서정주의 서술을 다룬다. <조선적 낭만주의론>에서 한효는 낭만주의 시인들의 정열과 몸부림이 곧 이어 ‘역(力)의 예술’을 들고 나온 신경향파 시에 연속성을 부여했다는 점을 들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에 반해 서정주는 낭만주의 시의 감상성을 문제 삼아 ‘시 이전의 시’로 평가 절하한다. 이 같은 한효와 서정주의 상반된 평가에는 그 근저에 자신들이 속한 해방기의 현실주의와 문학주의 문단 각각을 발전적인 것으로서 위치 지으려는 욕구가 개입되어 있다. 한효는 이후 월북하여 <조선 현대문학의 역사적 고찰>과 <민족문학에 대하여>를 통해 낭만주의 시, 신경향파 시, 카프 시로 이어지는 계급주의 시사의 계보를 완성하면서 해방기의 혁명적 낭만주의 시에 대해 문학사적 연속성의 위상을 부여하게 된다. 서정주는 <조선의 현대시>를 통해 20년대의 낭만주의와 계급주의 시를 극복한 30년대의 여러 시적 유파들 중에서도 특히 인생파(생명파)와 자연파(청록파)의 시들에서 비로소 진정한 한국 현대시가 개화했다고 말한다. 이 또한 자신과 청록파 시인들로 구성된 해방기 우파의 청문협 시단에 정통성을 부여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제3절은 해방기 좌우의 문단이 20년대 시인들 중에서도 특히 김소월의 시에 별도의 관심을 기울였음을 확인하는 지점에서 출발한다. 문맹과 청문협 진영을 각각 대변하여 소월 시에 대해 일련의 시론을 발표한 논자들은 오장환과 서정주이다. 이들의 소월론은 그간의 선행 연구들에서 꽤 논의됐지만, 본 연구는 소월 시 논의들의 담론화 의도에 대해 보다 집중적인 분석을 시도할 것이다. 우선 해방기의 서정주가 소월 시에 대해 적극 상찬했다는 것이 기존 연구의 통설이지만 이는 일면의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 서정주는 소월을 ‘조선적 민족 정서’를 형상화한 시인으로 상찬하면서도, 소월 시가 ‘예지’의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으며 고체적 운율의 모방에 머물렀음을 지적하고 있었다. 이는 어쩌면 소월 시에서 미완의 과제로 남겨진 시적 예지와 현대적 운율의 재창조를 자신이 해내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다시 말해 서정주는 소월 시의 발전적 계보에 자신을 위치 짓고자 한 것이다. 이에 비해 오장환의 소월론들은 당대의 정치적 현실 속에서 급격히 몰락해 간 문맹계 시인들의 심리를 일정하게 대변해 보이고 있다. 특히 <자아의 형벌>에는 월북을 코앞에 둔 오장환의 복잡한 심경이 투영되어 있다. 소월의 쓸쓸한 말년은 곧 1947년 하반기를 거치면서 급격히 쇠퇴해 갔던 문맹계 문인들의 내면과 겹쳐진다. 그러면서도 진보적 역사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스스로를 추스르는 글의 말미에는 오장환의 현실 참여 의식이 나타난다. 이상의 논의들을 구체화하면서 서정주와 오장환 각각이 소월 시를 통해 확인하고 싶어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검토하고자 한다. 특히 48년을 전후로 좌파의 소멸과 우파의 승리로 이어지는 해방기 문학 장의 급격한 변화가 이들의 소월시론에 어떻게 굴절되어 나타났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제4절은 해방기 좌와 우의 문인들이 30년대 정지용의 시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분석하는 자리이다. 문맹의 김동석은 정지용의 30년대 시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해방기에 진보적 역사의 물결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장환 또한 30년대 말 정지용의 시적 순수에 대해 전반적으로 비판적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 해방기의 정지용이 문맹에 소극적이나마 가담하고 있음에도 그의 30년대 시들에 대해 비판하게 된 이유에 대해선 보다 심도 깊은 분석이 필요하다. 한편 청문협의 문인들 또한 정지용의 시세계에 호의적이지 않았는데, 그 비판의 강도는 문맹 쪽보다도 더 컸다. 특히 해방기의 조연현이 제출한 세 편의 지용론은 정지용이 문맹에 속해 있다는 사실부터를 문제 삼아 그의 해방기 시와 산문뿐 아니라 30년대 시에 대한 것으로까지 그 비판을 적극 확대한다. 조연현의 비판이 좌우 대결의 문단적 구도에 기댄 것이라면, 서정주의 비판은 보다 다른 각도에서 이루어진다. 서정주에게 정지용의 30년대 시는 감각적 기교와 수사로 가득한 모더니즘 시의 한계와 결부된다. 그 같은 형용사적 장식 언어의 세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시야말로 동사적 직정 언어를 추구했다고 말하는 서정주의 논법은 곧 모더니즘 시를 지양한 자신을 근대시사의 발전적 단계에 위치 지으려는 욕구의 산물로 보인다. 본 절에서는 이상의 내용을 구체화하면서 정지용의 30년대 시가 해방기의 좌우 양쪽 문인들에게 어떠한 목적 하에 전유됐는지를 검토하고자 할 것이다.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 국문
  • 해방기는 일제강점기의 한국 근대시에 대한 현실주의와 문예주의 양쪽의 시각이 최초이자 체계적으로 정립된 시기이다. 해방기의 여러 시사적(詩史的) 논의들은 당대의 순수시 논쟁 못지않게 좌와 우의 시적 정체성을 형성, 보존, 확대재생산하기 위한 일종의 수행발화적 성격을 띠었다. 이 연구는 좌와 우의 다양했던 시사적 논의들을 구도화하고 나아가 그 시사론들의 담론화 양상과 의도를 분석하였다. 즉 좌우의 문학 단체들 각각이 ‘정치’와 ‘순수’의 시적 이념들을 어떻게 한국 근대시사라는 통시적 맥락에 안착시켰으며 이를 통해 자신들의 시적 신념을 어떻게 보다 강화해갈 수 있었는지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2장에서는 20년대 󰡔백조󰡕의 낭만주의와 신경향파 및 카프의 시들을 논한 한효와 서정주의 시각 차이를 살핌으로써 좌와 우에 의해 각각 시도된 시사적 계보화의 작업들을 검토하였다. 3장에서는 해방기에 처음 발견된 소월 시의 가치를 오장환과 서정주가 어떠한 이유에서 전유하고자 했는지 분석하였다. 4장은 30년대 정지용의 시에 대한 좌와 우의 평가를 다루었다. ‘실천’과 ‘정신’을 앞세우며 대립하던 문학가동맹과 청년문학가협회의 문인들이 30년대 지용의 시를 비판하게 된 이유와 아울러 그 비판을 해방기의 지용에까지 연장하게 된 경위를 조명하였다.
  • 영문
  • It is in the period of liberation that Korean modern poetry written during the period of Japanese rule was first discussed and structured systematically. This study purposed to organize various discussions on the history of poetry by the left and right wings in those days and to analyze the discourse patterns of the discussions.
    Many discussions on the history of poetry during the period of liberation aimed at the formation, preservation, and expanded reproduction of the poetic identity of the left and right wings. Both the left and right wings reinforced their poetic beliefs through proving their respective poetic values ‘politics’ and ‘purity’ in the diachronic context of the history of Korean modern poetry.
    In order to examine this process, Chapter II examined the difference in view between Han Hyo and Seo Jeong‐joo who discussed the Romanticism of “Baekjo (白潮)” and the poems of the New Tendency Group and KAPF in the 1920s. Chapter III compared how Oh Jang‐hwan in the left wing and Seo Jeong‐joo in the right wing looked at Kim So‐wol’s poems. Chapter IV analyzed why the literati of the left and right wings, who confronted each other with advocating ‘practice’ and ‘spirit,’ respectively, criticized Jeong Ji‐yong’s poems in the 1930s, and how the criticism was extended to Jeong Ji‐yong during the period of liberation.
연구결과보고서
  • 초록
  • 해방기는 일제강점기의 한국 근대시에 대한 현실주의와 문예주의 양쪽의 시각이 최초이자 체계적으로 정립된 시기이다. 해방기의 여러 시사적(詩史的) 논의들은 당대의 순수시 논쟁 못지않게 좌와 우의 시적 정체성을 형성, 보존, 확대재생산하기 위한 일종의 수행발화적 성격을 띠었다. 이 연구는 좌와 우의 다양했던 시사적 논의들을 구도화하고 나아가 그 시사론들의 담론화 양상과 의도를 분석하였다. 즉 좌우의 문학 단체들 각각이 ‘정치’와 ‘순수’의 시적 이념들을 어떻게 한국 근대시사라는 통시적 맥락에 안착시켰으며 이를 통해 자신들의 시적 신념을 어떻게 보다 강화해갈 수 있었는지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2장에서는 20년대 <백조>의 낭만주의와 신경향파 및 카프의 시들을 논한 한효와 서정주의 시각 차이를 살핌으로써 좌와 우에 의해 각각 시도된 시사적 계보화의 작업들을 검토하였다. 3장에서는 해방기에 처음 발견된 소월 시의 가치를 오장환과 서정주가 어떠한 이유에서 전유하고자 했는지 분석하였다. 4장은 30년대 정지용의 시에 대한 좌와 우의 평가를 다루었다. ‘실천’과 ‘정신’을 앞세우며 대립하던 문학가동맹과 청년문학가협회의 문인들이 30년대 지용의 시를 비판하게 된 이유와 아울러 그 비판을 해방기의 지용에까지 연장하게 된 경위를 조명하였다.
  •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해방기 좌와 우의 시단은 과거의 일제강점기 시사에서 자기 정체성의 형성, 보존, 확대를 도모할 수 있는 시적 참조점들을 적극 발굴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그것은 거개가 학술의 외연을 지녔음에도 실증적 객관화보다는 주관적 구성화의 양상을 띠게 마련이었다. 20년대의 낭만주의 시에 대해 월북 이전과 이후의 한효가 평가를 달리한 사실이 일례가 될 것이다. 해방 직후 문맹의 인민주의 원칙에 의거해 백조 동인을 끌어안았던 한효가 월북 후 <백조>의 소시민성을 비판하면서 신경향파를 현실주의 시사의 기원으로 재설정하게 된 까닭은 다분히 북한 문단의 계급주의 문예원칙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당대 북한의 서사시와 고상한 리얼리즘을 정당화하고자 한효는 신경향파와 카프에서 그 원형을 찾고 해방기의 현재와 연결 짓는 일종의 계보화 작업을 수행해야 했다.
    이는 우파 문단의 경우도 다를 바 없었다. 서정주가 내세운 예지의 ‘정신’은 곧 좌파 문단의 유물변증법을 ‘물질’의 추수에 불과한 것으로 몰아붙이기 위해 채택된 비판적 담론의 한 형식이었다. 이를 토대로 서정주는 카프뿐 아니라 백조 동인까지를 포함하여 20년대 시사 전체를 사회주의 및 낭만주의라는 외래 사조의 시류적 추수에 불과한 ‘감각’의 산물로 규정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30년대 초의 시문학파는 언어, 표현, 제작의 가치를 일깨운 ‘순수’한 문예의 기원에 해당하지만, 서구의 모더니즘을 추수했다는 이유에서 마찬가지로 저급한 감각의 소산으로 평가된다. 서정주에게 한국 근대시사의 개화는 따라서 30년대 중반의 생명파부터로 인식된다. 이는 자신을 포함하여 청록파 시인들로 구성된 해방기 당대의 청문협 시단을 근대시사의 주류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정통화 기획의 일환이었다.
    소월의 발견은 해방기의 시사론이 이룩한 하나의 성과로 볼 수 있다. 좌와 우를 막론하고 소월 시는 과거의 시문학이 도달한 값진 성취이자 계승, 극복해야 할 시적 유산으로서 적극 발견되고 조명되었다. 갈수록 정치적 수세에 몰리게 된 문맹의 오장환은 진보적 실천의 시적 활로를 도모하고자 과거의 소월 시를 들여다보게 된다. 오장환은 소월 시를 통해 피억압 상태에서 가능한 상징 기법을 검토해보기도 하고, 소월의 말년을 거울삼아 자기 내면의 향방을 타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소월과 달리 역사의 전면에 나서는 행동적 자아의 길을 택하기로 마음먹는다. 이에 비해 서정주는 소월의 시를 통해 향후 한국시의 과제를 제출하려 하였다. 이 과정에서 서정주는 자신의 창작 단계론을 적극 활용한다. 그는 소월을 감각을 넘어선 주체적, 민족적 ‘정서’의 시인으로 의미 부여하면서도 ‘예지’의 정신에는 미달한 시인으로 보았다. 예지의 시적 과제를 미완의 공백으로 남겨둔 셈인데, 훗날 서정주는 이 공백을 자신이 직접 채워넣고자 신라 정신을 기획하고 시화하게 된다.
    소월이 근대시의 발전사적 서술 속에서 나름의 시사적 조명을 받았다면, 30년대 정지용의 시는 좌와 우를 통틀어서 상당히 홀대 받았다. 오장환에게 지용의 <백록담> 시편은 초연한 정신의 기록이지만 현재까지 남아 있어선 곤란한 미적 형식주의의 산물에 불과한 것이었다. 김동석이 해방기의 지용 시 <그대들 돌아오시니>를 문제 삼아 차라리 일제 말처럼 계속 순수라도 유지하라고 요구했지만, 이 또한 순수의 정신보다 진보적 ‘실천’을 보다 높은 가치로 설정한 것이긴 마찬가지였다. 우파의 청문협 시단에서 지용은 더욱 강도 높게 비판되었다. 조연현은 30년대 지용의 시를 일종의 수공 예술로 폄훼하고 그때부터 시작된 시정신(심장)의 상실이 해방기에 좌파 문단과 함께 하면서 더욱 심화됐다고 혹평하였다. 한편으로 그는 청문협의 시인들이 시정신을 적극 옹호, 육성해왔다고 고평함으로써 시정신의 유무를 기준으로 정치시와 순수시를 위계화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이처럼 좌와 우의 문단은 지용 시를 비판적 디딤돌로 삼아 각각 ‘실천’과 ‘정신’의 자기 정체성을 강화해간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연구는 해방기 좌우의 문학 단체들이 각각 어떠한 시사적 인식을 가지면서 해방 전의 시적 흐름들을 자신들의 문학 이념에 맞게 전유했으며, 나아가 그 시사 인식을 매개로 해방기 당대의 문학 장에 어떻게 개입하고자 했는지를 조명하고 있다. 이는 해방기 좌우의 문학적 정체성을 주로 ‘순수시 논쟁’을 통해서만 확인해 왔던 기존의 연구 관행을 넘어서는 효과가 있다. 좌우의 문학 단체들이 외부적 논쟁뿐 아니라 각자의 내부적 작업을 통해서도 자신들의 시적 이념을 정당화, 맥락화, 계보화해 간 양상을 알려주고 있는 이 연구는 기존의 해방기 문학 연구에서 미진했던 것으로, 독창성의 차원에서도 학계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색인어
  • 한국 근대시사론, 백조, 카프, 김소월, 정지용, 한효, 오장환, 김동석, 서정주, 조연현, 조선문학가동맹(문맹), 청년문학가협회(청문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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