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구내용
본 연구는 전시기(1937~1945)의 애국적인 소비를 통해서 소비대중의 국민화와 그 균열 양상을 살핀다.
(1) 애국적인 소비의 행태
① 생활 합리화의 차원에서 소비 억제, 절약과 저축
전시기는 중일전쟁기와 태평양전쟁기를 포함하는 시기로 전쟁 상황의 ...
1. 연구내용
본 연구는 전시기(1937~1945)의 애국적인 소비를 통해서 소비대중의 국민화와 그 균열 양상을 살핀다.
(1) 애국적인 소비의 행태
① 생활 합리화의 차원에서 소비 억제, 절약과 저축
전시기는 중일전쟁기와 태평양전쟁기를 포함하는 시기로 전쟁 상황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식민지였던 한반도에서는 물자가 광범위하게 동원되었다. 생산 방면에서는 ‘생산력 확충 계획’을 통해 증산을 꾀했던 한편, 소비 방면에서는 일종의 '내핍(耐乏)'을 통해 물자를 동원하고 통제했다고 알려져 있다. 모든 물자에 대해 국가적인 통제와 명령을 관철하기 위한 시도는 이른바 ‘배급 통제’로 집약될 수 있다. 총독부는 1940년대에 들어 산업 원자재와 중요 산업 물자를 비롯해 사치품, 생필품, 나아가 일반 문제를 배급 통제해 나갔다.
일상적인 차원에서 보면 전시기에는 황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정신교화책과 함께 생활 규범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낭비를 억제하고, 근검저축과 생활 간소화를 강조했다. 생활 개선에 대한 본격적인 요구는 1938년 10월 의식주 생활, 의례, 사회풍조 개선을 골자로 하는 ‘비상시 국민 생활 개선 기준’에서 비롯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나아가 1940년부터 신체제(新體制)에 맞는 ‘전시 생활’의 구체적인 안이 마련되었다.
전시기 의식주 소비와 관련한 일상 통제의 양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연구계획서에 기재했다. 전시기의 일상 통제는 모두 ‘생활합리화’라는 명목으로 소비를 줄이고 근검절약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전개되었던 캠페인으로 ‘건강’하고 ‘건전’한 풍조를 강조했다.
② 국산 및 대용품 개발과 이용
국산품과 대용품 개발은 총독부의 수입 제한 금지 조치와 관련되어 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전쟁에 필요한 철, 석유와 같은 원료품 수입이 격증하면서 무역 적자가 급증했기 때문이었다. 생산 방면에서는 “생산장려와 대용품의 생산, 또는 폐물 이용”을 권장했으며, ‘박래품’ 대신 ‘국산품’을 쓰고 정품 대신 대용품을 쓰라는 절약 차원의 운동도 전개되었다.
기업은 국민마케팅의 차원에서 국산품 및 대용품을 선전했다. 일본 기업이든 조선 기업이든 민족 기표를 활용하여 대용품으로서 ‘선품(鮮品)’을 활발하게 선전했다. 사람들은 국산 소비를 통해 애국심을 실천하는 국민, 합리화된 생활 태도를 지닌 국민, 물자를 절약하는 ‘총력하는’ 국민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물자가 부족하니 실상은 대용품을 생산해내고 쓸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2) 소비대중의 국민화와 그 균열 양상
소비를 통제하고 나아가 국산 및 대용품을 이용하는 것은 전시 생활의 규범으로 권장되고 있었다. 이는 일종의 <소비대중의 국민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소비자가 국민은 아니었다. 소비대중이 국민화되는 과정에는 균열이 존재한다. 소비를 통제하는 생활 캠페인을 비롯해 국가 주도의 자본주의 정책은 대중의 욕망을 동원하고 조작할 수 있다는 낙관을 반영한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소비 대중은 단일하지 않으며 "복수성을 지닌 존재"다. 국가 권력의 욕망과 대중의 욕망은 충돌하며 "전선(戰線)"을 형성할 수밖에 없으며 식민지시기에 전선은 지배 민족과 피지배 민족 사이에 존재하기보다는 “소비자와 국민 사이에 그어졌다.”고 할 수 있다. 국민 되기의 요구가 무엇보다 컸던 때, 사람들이 동일한 국가 운명공동체로 동원되었던 전쟁기에도 국민을 이탈하고 탈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자세한 예는 연구계획서 참고). 강건한 몸, 건전한 정신, 근검절약하는 생활태도가 강조되었지만 그에 값하는 사치와 낭비, 실직과 부랑, 난동과 불량 행위가 이어졌다.
2. 연구 방법
전시기의 신문과 잡지에 실렸던 기사와 문화 및 문학 텍스트를 통해 애국적인 소비가 강제되는 양상과 소비 대중의 국민화/비국민화의 양상을 살핀다(구체적인 신문과 잡지, 문학 텍스트는 연구계획서에 기재함). 신문과 잡지의 기사를 찾아볼 때는 <생활합리화(생활개선운동, 신생활운동, 가정생활 개량)>, <국산/박래품>, <대용(품)>을 핵심어로 주목해서 찾아보고자 한다. 특히 문학작품 중에서는 식민지 자본주의화의 양상을 폭넓게 묘사하는 문학 작품을 골라 전시기에 강조되었던 ‘건강성’과 ‘생산성’의 기치 하에서 통제되는 일상과 그 속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균열을 발굴, 분석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일상성 연구이자 문화 연구이며 문학 이외에도 역사학, 사회학, 경제학, 여성학 분과에 축적된 연구 성과를 연계, 참조하여 통합인문학적인 연구의 장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