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표는 독일 출신의 작곡가이자 연출가인 하이너 괴벨스(Heiner Goebbels)의 음악극『슈티프터의 사물들 Stifters Ding 2007』의 분석을 통해, 공감각적 경험체계로서 무대의 매체성을 규명하는 것이다. 괴벨스(b. 1952)는 작곡, 극작, 연출의 통합을 통해, 심상 ...
본 연구의 목표는 독일 출신의 작곡가이자 연출가인 하이너 괴벨스(Heiner Goebbels)의 음악극『슈티프터의 사물들 Stifters Ding 2007』의 분석을 통해, 공감각적 경험체계로서 무대의 매체성을 규명하는 것이다. 괴벨스(b. 1952)는 작곡, 극작, 연출의 통합을 통해, 심상(心像)으로 떠오르는 소리의 세계를 무대 위에 구축해왔다. 음악계와 공연계를 가로지르고 있는 괴벨스의 궤적은 예술적 경험에 있어 누가 무엇을 말하는가의 문제보다, 어떻게 전달되고 경험되는가의 수용적 관점을 부각시킨다. 음악과 이미지의 결합은 이미 영상매체의 일상잠식과 함께 ‘뮤직비디오’로 표상되며 감각위계를 재구조화 하였다. 무엇보다 이는 ‘퍼포먼스’와 ‘프로덕션’의 도래를 알리며, 콘텐츠 생산과 유통체계로서 예술형식과 매체담론을 형성하였다. 괴벨스는 이를 라이브 이벤트(live event)의 맥락으로 끌어들인다.『슈티프터의 사물들 Stifters Dinge』은 무대 디자이너 클라우스 그룬베르그(Klaus Grunberg)의 설치물과 관객석을 포함한 공간구성으로 이루어진 90분짜리 공연이다. 무엇보다 이는 무대 위에서 행위자의 존재를 지운 첫 작품이며, 현재까지 유일사례이다. 여기서 performing의 행위주체는 관객 앞의 사물-기계이며, playing은 기계적 재생을 의미한다. 이는 행위자를 프로그램 된 무대장치와 기계적 효과로서 대체한다는 점에서 몸의 현존성에 근간하는 공연예술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의문하게 한다.
뉴미디어의 도입으로 실시간 이미지와 재생 이미지가 상호작용하며 무대의 시공간성은 복합화 되었고,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에 있어 몸과 기술매체와의 결합 또한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탈 경계의 시대에 공연형식의 틀을 깨는 다양한 시도 속에서, 무대라는 공간구성체가 단독으로 전면에 배치된 적은 없다. 이는 무대라는 구획을 이탈하거나 경계를 풀어놓은 것이 아니라 내부의 핵심요소를 제거해버린 것으로서, 내부적 기운 변화로 감지되며 역치(閾値)적 상태로 포착된다. 따라서 이는 독립된 유형으로 분화되지 않으며, ‘무대에 행위자가 없다’는 상황적 기술로서 구분된다. 더욱이 이는『안내(案內)되지 않는 투어 The Unguided Tour』란 부제아래, 지정석이 없는 ‘수행적 설치’(performative installation)라는 항목아래 ‘전시’되기도 한다. 이는 매체의 확장성의 문제라기보다, 공연이라는 범주 내에서 벌어지는 특이 현상에 관한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는 ‘무대’라는 체제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질서체계와 이의 관계성 변이에 관한 것으로, 무엇보다 여기서 관객성의 논의가 요구된다.
무대 위 행위자의 부재(不在)라는 정언적 명제는 감각정보로서 무대 현상과 시각성의 문제로서 공연의 매체성을 논하도록 논제의 프레임을 제공한다. 이의 규명은 환경 수용적 측면에서의 논의로서, 공간체계로서 안무된 무대 위 여러 구성물들의 관계논리 파악을 요한다. 이를 위해, 관극태도와 경험양식을 결정짓는 요소들이 어떠한 논리로서 조직되어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여기서 바그너(R.Wagner)의 총체론(Gesamtkunstwerk)과 브레이트(B.Brecht)의 매체론을 바탕으로『슈티프터의 사물들』이 위치하는 지점을 파악하여, 이의 무대 메커니즘을 규명하고자 한다. 특히 ‘설치’ 및 ‘환경’ 디자인 언어로서 구사되고 있는 무대 위 구성물의 관계 논리와 작동방식을 파악하고, 이것이 관객과는 어떠한 관계를 형성하는지 알아볼 것이다.
이의 논지는 미술사에서 마이클 프리드(M. Fried)의 비평을 통해 제기되었던 예술품의 ‘사물성’ (objecthood)과 ‘연극성’(theatricality) 개념을 통해 구체화할 것이다.『슈티프터의 사물들』에 내재된 주제의식과 경험양식(mode)의 상관성을 파악하고, 이것이 ‘숭고’(sublime)의 개념과 어떻게 맞닿게 되는지 논할 것이다. 빅터 터너(V.Turner)의 ‘리미널리티’(liminality) 개념과의 관계성 논의를 통해, 무대 ‘슈티프터의 사물들’의 의미-형식-경험 간의 상관성을 구축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괴벨스가 행위자를 ‘사물-기계’로 대체하며 궁극적으로 다가가고자 하는 곳은 어디인지 규명하고, 이러한 시도가 동시대 예술지형도에서 어떠한 의미로서 작용하는지를 논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