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지난 15여 년간 줄곧 제기돼왔던 포토저널리즘을 둘러싼 논쟁은, 그 분야가 갖는 특수성, 즉 ‘데옹톨로지’에 대한 논쟁이었지만, 그것은 어떤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포토저널리즘의 책임이나 윤리에 대해 다시 확인하자는 진부하고 원론적인 내 ...
프랑스에서 지난 15여 년간 줄곧 제기돼왔던 포토저널리즘을 둘러싼 논쟁은, 그 분야가 갖는 특수성, 즉 ‘데옹톨로지’에 대한 논쟁이었지만, 그것은 어떤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포토저널리즘의 책임이나 윤리에 대해 다시 확인하자는 진부하고 원론적인 내용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보도사진가의 “사진행위”가 ‘예술작품’을 만들고자 했을 때, 대중의 사회적 문제나 역사적 상황에 대한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상호도상성이든 개별적 양식화이든, 이런 유형의 보도사진들은 독자에게 강한 각인력을 남기게 되지만, 결국 독자가 기억하는 것은 ‘작품’으로서의 사진이지, 정작 사진이 전달하는 사건의 내용이 아닌 경우가 많다. 본 연구는 첫째, 어떤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이 사진가들로 하여금 단순히 에이전시에 소속된 직업사진가에서 하나의 ‘저자’로서 거듭나도록 만들었으며, 둘째 그들의 사진 작업에서 어떤 측면들이 ‘저자성’을 부여하도록 작용하고 있는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서 그것이 갖는 조건들에 대하여 기술적이고, 도상학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조형적이고 양식적인 측면으로도 접근해 보았다. 셋째, 그 예술화를 허용하는 제도적 틀은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대한 제도론적 접근도 병행했다. 어느 시기부터, 또 어떤 맥락에서 보도사진이 예술작품으로서 미술관과 화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특히 미술시장이나 경매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는지를 조사했다. 이때 미술계라는 전문가 그룹이 어떤 기준으로 미적이고 예술적인 가치를 판단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아울러, 언표화되지 않은 암묵적 기준들, 예를 들어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심리적 요인들이 작동하지는 않았는지도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는 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예술계에 의해 공식적 경로로든 비공식적 경로로든 특정한 사진작업들로부터 취합해 통용되는 일련의 미적, 예술적 기준들은, 역으로 보도사진가들에게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피드백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나 정치 문제를 다룬 작업은 더 이상 현대미술의 “주류”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가볍고 '펀(fun)'한 스펙타클이 예술로 각광을 받는 시대, 무겁고 복잡한 이슈들은 외면당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도 예외는 아니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적 상황들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해야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우리 사회의 관심 밖에 놓여 있다. 한국에서도 얼마 전부터 다큐멘터리 사진이 미술관에서 전시되고 미술시장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극소수의 경우에 해당하고, 그것마저 해외 유명 사진가들에만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런 사실을 고려하면, 얼마 전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위기를 언급한 누군가의 지적이 과히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 위기는 어쩌면, 전시 기획자 클레망 셰루(Clément Chéroux)의 표현을 빌자면, 정보(information)가 오락(entertainment)으로 변한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에서 자신의 위기 상황을 모면할 “돌파구”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맥락에서, 그것이 예술이 됐건 오락이 됐건, “저자성”을 부여하기 위해 자신의 데옹톨로지를 희생시켰던 사진들에 대한 본 연구의 비판적 접근이, 보도사진과 같은 매스 미디어적 이미지의 폭력에 갈수록 둔감해지는 한국의 대중들과, 상대적으로 그에 대한 진지한 학문적 논의가 부족했던 한국의 이론가들을 자극하고, 활발한 논쟁의 이슈를 더 많이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현재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많은 보도사진가들을 비롯해 앞으로 이 길을 선택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사진에 대하여 비판적 시각과 문제의식을 갖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를 찾고 싶다. “현실적 경향”과 “창조적 경향” 사이 균형을 잡지 못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는 본 연구가, 실재와 시뮬라크르의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직업윤리와 예술의지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고, 건강한 포토저널리즘과 진정한 다큐멘터리 사진, 그래서 예술적 가치가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는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