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의 목적은 현대영미분석철학에서 나타난 '헤겔주의적 전회' 혹은 '신헤겔주의'가 헤겔철학에 대한 자의적 왜곡이 아니라 지난 한 세대에 걸친 미국에서의 헤겔철학, 특히 정신현상학에 대한 문헌학적, 주석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임을 밝히고 미국에서 지난 30년 ...
이 연구의 목적은 현대영미분석철학에서 나타난 '헤겔주의적 전회' 혹은 '신헤겔주의'가 헤겔철학에 대한 자의적 왜곡이 아니라 지난 한 세대에 걸친 미국에서의 헤겔철학, 특히 정신현상학에 대한 문헌학적, 주석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임을 밝히고 미국에서 지난 30년간 이룩한 정신현상학에 대한 연구의 특징과 성과를 드러냄으로써 그 성과가 헤겔연구, 특히 정신현상학 독해와 번역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형이상학과 신학의 시대에 쓴 정신현상학을 실용주의시대인 오늘날 현대 한국철학의 논의 맥락에서 새롭게 읽어낼 가능성은 없는지를 검토하고자 하는 것이다. 오늘날 영어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헤겔르네상스'의 특징은 헤겔 철학체계가 아니라 특히 정신현상학에 초점을 맞추어 헤겔을 반-형이상학적으로 독해하여 '이성의 사회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헤겔연구의 특징은 미국의 경우 두 가지 흐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분석적 신헤겔주의'에서 헤겔을 신실용주의자로 해석하는 경향으로, 다른 하나는 전문 헤겔연구자들에서 정신현상학을 주석하면서 이성의 사회성을 강조하는 반형이상학자로 해석하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연구자는 이 두 흐름이 결국은 맞닿아 있으며, 전자가 후자에 바탕을 두고 그것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대표적인 분석적 신-헤겔주의자 R. 브랜덤의 두 저서와 최근의 강의 자료를 분석하고 미국을 대표하는 헤겔연구자, 핀카드, 피핀 그리고 해리스의 정신현상학 관련 저술들을 검토함으로써 논증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는 이들 학자의 헤겔 해석이 헤겔의 철학체계 내에서 원래의 헤겔을 올바로 독해한 것인지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신실용주의적인 헤겔 해석이 ‘이성의 사회성’에 대한 언어철학적 재해석이라는 것을 밝히고 ‘이성의 사회성’에 대한 대안적 해석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에 주로 초점을 맞출 것이다.
기대효과
정신현상학은 1807년 헤겔이 펴낸 최초의 주저이다. 인식론의 존재방식에서부터 진리관 혹은 존재의 존재방식까지를 통일적인 세계상으로 승화시킨 헤겔철학에 대해 헤겔 자신이 직접 소개하는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헤겔이 근대의 사상적 기반을 구축했다고 한다면 ...
정신현상학은 1807년 헤겔이 펴낸 최초의 주저이다. 인식론의 존재방식에서부터 진리관 혹은 존재의 존재방식까지를 통일적인 세계상으로 승화시킨 헤겔철학에 대해 헤겔 자신이 직접 소개하는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헤겔이 근대의 사상적 기반을 구축했다고 한다면 이 한 권의 책에는 헤겔철학의 모든 것이 숨어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헤겔의 글 중에서도 정신현상학은 특히 난해하기로 악명이 높다. 사유가 깊고 사변이 중층적인 데다 일상 언어를 과감히 채택하여 독특한 철학용어로 사용하기 때문에, 헤겔의 저술은 그것을 읽는 훈련이 되어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마치 미로를 헤매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정신현상학을 한국어로 읽고자 할 때 그 어려움은 배가된다. 첫째로는 헤겔이 일상 언어에서 채택한 독일어의 철학용어를 한국어로 옮겼을 때, 그 일상성을 살리지 못하고 일본식의 한자어를 쓸 수밖에 없는 고충이 있다. 둘째로, 정신현상학이 사유가 깊고 사변이 중층적이며 내용 전개가 극히 복잡하다는 데서 나오는 어려움이다. 이는 헤겔이 그 책을 저술할 당시 유럽의 문화적 상황과 관련된다. 다시 말하면 헤겔은 형이상학적, 종교적, 신학적 분위기에서 자신의 독창적이고 극히 새로운 사상을 전개했어야 했다. 첫 번째 애로 사항과 관련하여 연구자는 이미 다른 과제를 통해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두 번째 문제와 관련해서 연구자는 현대철학적 논의 맥락, 특히 우리 시대가 어찌되었든 실용주의적 문화가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실용주의적인 논의 맥락, 이성의 사회성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정신현상학을 독해할 가능성을 탐구함으로써 오늘날 한국의 대중들에게 상대적으로 편히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 연구가 완성되면 한국에서 정신현상학을 현대적으로, 현대인의 문화적 맥락에서 읽어낼 수 있는 독해 방식 하나가 제안되는 것이며, 그를 바탕으로 새로운 정신현상학 한국어본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연구요약
‘논리에서 말로’를 주제로 2005년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헤겔학회 제5 콜로키움의 논제는 ‘프래그머티즘에서 헤겔주의의 귀환’이었다. 프래그머티즘에서 일컫는 신헤겔주의에는 두 가지 층위가 있다는 것이 논의되었다. (1) 분석철학에서 이루어진 ‘언어론적 전회’에서의 ...
‘논리에서 말로’를 주제로 2005년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헤겔학회 제5 콜로키움의 논제는 ‘프래그머티즘에서 헤겔주의의 귀환’이었다. 프래그머티즘에서 일컫는 신헤겔주의에는 두 가지 층위가 있다는 것이 논의되었다. (1) 분석철학에서 이루어진 ‘언어론적 전회’에서의 헤겔 수용과 (2) 로티가 말하는 ‘프래그머티즘적 전회’에서의 헤겔 수용이 그것이다. 이 두 가지는 얼핏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1)로부터 (2)로의 이동이 일어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언어론적 전회’는 ‘언어의 세기’라 불리는 20세기철학의 큰 특징을 드러내는 말이다. 이 때 언어에 대한 주목은 종종 말을 애매하고 호언장담하게 사용한다는 이유로 헤겔의 사변철학이나 형이상학을 비판한 근거로 이용되었다. 그런데 사태가 역전되어 이제 이러한 ‘언어론적 전회’로부터 헤겔에 대한 재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우선 헤겔의 어떤 측면이 미국의 신헤겔주의로부터 평가받고 있으며, ‘헤겔주의적 전회’라고 할 때, 프래그머티즘이 헤겔의 어떤 지점으로 돌아간다는 것인가를 밝히고자 한다. 첫째로, 무엇인가 직접적이고 확실한 인식을 찾아내고 그것을 기초로 인식을 쌓아간다는 일종의 경험론적이고 실증주의적인 태도가 분석철학 운동에서 좌절되었는데, 헤겔은 바로 이러한 “이것”에 대한 소박한 이해를 정신현상학에서 비판하고 있는 것이 관심을 끌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미국의 언어철학자들이 헤겔에 관심을 갖는 것은 헤겔이 ‘소여성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자는 이러한 측면이 미국의 신실용주의 문헌, 특히 브랜덤의 저서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분석한다. 회슬레의 평가에 따르면 브랜덤에게는 없고 헤겔에게는 있는 사상의 핵심은 본질주의라고 한다. 연구자는 그러한 평가가 타당한지를 출판된 브랜덤의 저술들뿐만 아니라 2011년 독일 뮌헨대학에서의 강의 자료를 분석하여 검토할 것이다. 본질적인 속성과 우연적인 속성의 구별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본질주의의 출발점이다. 회슬레가 보았을 때 의심할 여지없이 헤겔은 이런 전통 속에 있다. 본질주의의 근본적인 의도들 중 어느 것도 분명히 할 수 없는 추론주의적 개념론은 헤겔의 유산을 가지 것으로 삼고 이를 토대로 삼고 이를 새로이 소유한다는 주장을 결코 할 수 없다는 것이 회슬레의 평가이다. 헤겔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념직관을 엄어서는 개념 형성의 이론을 지닌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의 변증법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변증법의 기능에 상응하는 것은 브랜덤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 회슬레의 비판이지만, 이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한 논구가 필요하다. 연구자는 브랜덤의 ‘규정적 부정’에 대한 해석이 헤겔의 변증법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인지를 검토하여 회슬레의 비판이 지나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자는 헤겔과 브랜덤의 차이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발전사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것을 집중적으로 조명할 것이다. 명시적으로 만들기에 대한 생각은 두 저자에게 공동적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정신현상학과 논리의 학문의 특성을 이루는 자체로부터 자체적으로나 자신에 대해서나 상태로 운동은 처음에 함축된 것을 명시적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헤겔과 브랜덤 두 사람 모두 언어의 발전이 논리학에 본질적이고 어떤 외적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헤겔과 브랜덤은 이원론적인 데카르트적 모델을 거절한다. 이론철학에서 주관적 관념론과 실천철학에서 순수한 의도주의에 대한 헤겔의 비판은 브랜덤 역시 반복한다. 두 사상가에게 실재 내부에서 가장 중요한 경계선은 비지각작인 존재와 지각적인 존재 사이의 경계선이 아니라 비합리적인 존재와 합리적인 존재 사이의 경계선이다. 두 사상가에게 합리성은 그 자신에 대한 상호 이해와 승인이라는 사회적 과정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연구자는 이와 같이 두 철학자가 공유하고 있는 지점이 오늘 정신현상학을 독해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논증한다.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국문
이 연구의 목적은 현대영미분석철학에서 나타난 '헤겔주의적 전회' 혹은 '신헤겔주의'가 헤겔철학에 대한 자의적 왜곡이 아니라 지난 한 세대에 걸친 미국에서의 헤겔철학, 특히 정신현상학에 대한 문헌학적, 주석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임을 밝히고 미국에서 지난 30년 ...
이 연구의 목적은 현대영미분석철학에서 나타난 '헤겔주의적 전회' 혹은 '신헤겔주의'가 헤겔철학에 대한 자의적 왜곡이 아니라 지난 한 세대에 걸친 미국에서의 헤겔철학, 특히 정신현상학에 대한 문헌학적, 주석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임을 밝히고 미국에서 지난 30년간 이룩한 정신현상학에 대한 연구의 특징과 성과를 드러냄으로써 그 성과가 헤겔연구, 특히 정신현상학 독해와 번역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형이상학과 신학의 시대에 쓴 정신현상학을 실용주의시대인 오늘날 현대 한국철학의 논의 맥락에서 새롭게 읽어낼 가능성은 없는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오늘날 영어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헤겔르네상스'의 특징은 헤겔 철학체계가 아니라 특히 정신현상학에 초점을 맞추어 헤겔을 반-형이상학적으로 독해하여 '이성의 사회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영어권 헤겔연구의 특징은 미국의 경우 두 가지 흐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분석적 신헤겔주의'에서 헤겔을 신실용주의자로 해석하는 경향으로, 다른 하나는 전문 헤겔연구자들에서 정신현상학을 주석하면서 이성의 사회성을 강조하는 반형이상학자로 해석하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 두 흐름은 결국 맞닿아 있으며, 전자가 후자에 바탕을 두고 그것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에서 최근 헤겔연구의 경향은 결국 ‘이성의 사회성’에 대한 언어철학적 재해석이며, 이러한 재해석은 이제까지 진행되었던 정신현상학 독해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새로운 경향으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정신현상학을 현대철학의 맥락에서 새롭게 독해하고자 할 때, 미국에서의 연구경향은 많은 시사를 줄 수 있다.
영문
The purpose of this article is to reveal that the "Hegelian turn" or "Neo-Hegelianism" shown in modern Anglo-American analytic philosophy is not arbitrary distortion of Hegelianism but is based on Hegelianism in America that lasted over the past gener ...
The purpose of this article is to reveal that the "Hegelian turn" or "Neo-Hegelianism" shown in modern Anglo-American analytic philosophy is not arbitrary distortion of Hegelianism but is based on Hegelianism in America that lasted over the past generation, especially on the philological and exegetical studies on Phenomenology of Mind, and, by revealing the characteristics and achievements of the studies done on Phenomenology of Mind over the past 30 years in America, to review what implications these achievements provide in studying Hegel, especially in comprehending and translating Phenomenology of Mind and whether it is possible to newly interpret Phenomenology of Mind, written in the era of metaphysics and theology, in the context of today's discussion on modern Korean philosophy. What is characteristic of "Hegel Renaissance" going on in the English-speaking world nowadays is that it emphasizes "the sociality of reason" through anti-metaphysical comprehension of Hegel by focusing not on the Hegelian philosophical system but especially on Phenomenology of Spirit. This characteristic of the studies done on Hegel in the English-speaking world is shown as two tendencies in America. One is the tendency in "analytic Neo-Hegelianism" to interpret Hegel as a neopragmatist. The other is the tendency of expert researchers on Hegel, in comprehending Phenomenology of Mind, to interpret him as an anti-metaphysician who emphasizes the sociality of reason. These two tendencies are in line with each other with the former being based on and depending heavily on the latter. As a result, the recent trend of the studies done on Hegel in America is eventually a linguistic philosophical reinterpretation of "the sociality of reason" and this reinterpretation can be said to be a new trend which has not yet been found in any comprehension of Phenomenology of Mind so far. In conclusion, the research trend in America can provide a lot of implications in newly comprehending Phenomenology of Mind in the context of modern philosophy.
연구결과보고서
초록
이 연구의 목적은 현대영미분석철학에서 나타난 '헤겔주의적 전회' 혹은 '신헤겔주의'가 헤겔철학에 대한 자의적 왜곡이 아니라 지난 한 세대에 걸친 미국에서의 헤겔철학, 특히 정신현상학에 대한 문헌학적, 주석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임을 밝히고 미국에서 지난 30년 ...
이 연구의 목적은 현대영미분석철학에서 나타난 '헤겔주의적 전회' 혹은 '신헤겔주의'가 헤겔철학에 대한 자의적 왜곡이 아니라 지난 한 세대에 걸친 미국에서의 헤겔철학, 특히 정신현상학에 대한 문헌학적, 주석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임을 밝히고 미국에서 지난 30년간 이룩한 정신현상학에 대한 연구의 특징과 성과를 드러냄으로써 그 성과가 헤겔연구, 특히 정신현상학 독해와 번역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형이상학과 신학의 시대에 쓴 정신현상학을 실용주의시대인 오늘날 현대 한국철학의 논의 맥락에서 새롭게 읽어낼 가능성은 없는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오늘날 영어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헤겔르네상스'의 특징은 헤겔 철학체계가 아니라 특히 정신현상학에 초점을 맞추어 헤겔을 반-형이상학적으로 독해하여 '이성의 사회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영어권 헤겔연구의 특징은 미국의 경우 두 가지 흐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분석적 신헤겔주의'에서 헤겔을 신실용주의자로 해석하는 경향으로, 다른 하나는 전문 헤겔연구자들에서 정신현상학을 주석하면서 이성의 사회성을 강조하는 반형이상학자로 해석하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 두 흐름은 결국 맞닿아 있으며, 전자가 후자에 바탕을 두고 그것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에서 최근 헤겔연구의 경향은 결국 ‘이성의 사회성’에 대한 언어철학적 재해석이며, 이러한 재해석은 이제까지 진행되었던 정신현상학 독해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새로운 경향으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정신현상학을 현대철학의 맥락에서 새롭게 독해하고자 할 때, 미국에서의 연구경향은 많은 시사를 줄 수 있다.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정신현상학은 1807년 헤겔이 펴낸 최초의 주저이다. 인식론의 존재방식에서부터 진리관 혹은 존재의 존재방식까지를 통일적인 세계상으로 승화시킨 헤겔철학에 대해 헤겔 자신이 직접 소개하는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헤겔이 근대의 사상적 기반을 구축했다고 한다면 ...
정신현상학은 1807년 헤겔이 펴낸 최초의 주저이다. 인식론의 존재방식에서부터 진리관 혹은 존재의 존재방식까지를 통일적인 세계상으로 승화시킨 헤겔철학에 대해 헤겔 자신이 직접 소개하는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헤겔이 근대의 사상적 기반을 구축했다고 한다면 이 한 권의 책에는 헤겔철학의 모든 것이 숨어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헤겔의 글 중에서도 정신현상학은 특히 난해하기로 악명이 높다. 사유가 깊고 사변이 중층적인 데다 일상 언어를 과감히 채택하여 독특한 철학용어로 사용하기 때문에, 헤겔의 저술은 그것을 읽는 훈련이 되어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마치 미로를 헤매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정신현상학을 한국어로 읽고자 할 때 그 어려움은 배가된다. 첫째로는 헤겔이 일상 언어에서 채택한 독일어의 철학용어를 한국어로 옮겼을 때, 그 일상성을 살리지 못하고 일본식의 한자어를 쓸 수밖에 없는 고충이 있다. 둘째로, 정신현상학이 사유가 깊고 사변이 중층적이며 내용 전개가 극히 복잡하다는 데서 나오는 어려움이다. 이는 헤겔이 그 책을 저술할 당시 유럽의 문화적 상황과 관련된다. 다시 말하면 헤겔은 형이상학적, 종교적, 신학적 분위기에서 자신의 독창적이고 극히 새로운 사상을 전개했어야 했다. 첫 번째 애로 사항과 관련하여 연구자는 이미 다른 과제를 통해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두 번째 문제와 관련해서 연구자는 현대철학적 논의 맥락, 특히 우리 시대가 어찌되었든 실용주의적 문화가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실용주의적인 논의 맥락, 이성의 사회성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정신현상학을 독해할 가능성을 탐구함으로써 오늘날 한국의 대중들에게 상대적으로 편히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 연구가 완성되면 한국에서 정신현상학을 현대적으로, 현대인의 문화적 배경 속에서 읽어낼 수 있는 독해 방식 하나가 제안되는 것이며, 그를 바탕으로 새로운 정신현상학 한국어본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