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펜서 연구에서 여왕의 지배를 지지하는 그의 정치적 보수성은 항상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그의 마지막 작품인 서사시『요정 여왕』에서, 요정의 여왕 글로리아나와 그녀의 지배에 대해 찬양을 한다는 점에 근거해서, 스펜서가 엘리자베스 ...
스펜서 연구에서 여왕의 지배를 지지하는 그의 정치적 보수성은 항상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그의 마지막 작품인 서사시『요정 여왕』에서, 요정의 여왕 글로리아나와 그녀의 지배에 대해 찬양을 한다는 점에 근거해서, 스펜서가 엘리자베스 여왕의 지배를 옹호하고 그녀의 왕권을 지지한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처럼 보인다. 하지만 스펜서가, “아일랜드 현상황에 대한 견해”("A View of the Present State of Ireland")라는 글을 통해 엘리자베스 여왕의 식민지 정책을 비판하고, 나아가 『불평』 (Complaints)이라는 시를 통해 엘리자베스 여왕의 강력한 재무장관인 버글리경(Lord Burghley), 세실(William Cecil)을 공격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스펜서를 단순히 왕권 옹호자로 보기 어려운 근거가 된다. 또한 『요정 여왕』제2권을 권력 관계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기존의 스펜서의 정치성, 특히 그와 엘리자베스 여왕과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관계설정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의 첫 번째 목표는 권력 개념을 중심으로『요정 여왕』제2권 다시 읽기를 통해, 시인 스펜서와 당대 권력의 핵심인 엘리자베스 1세와의 관계, 그리고 스펜서의 정치성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본 연구의 또 다른 목표는 르네상스 시대 시, 특히 『요정 여왕』제2권의 사회적 역할을 재검토 하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중시가 인간의 도덕적 개조 가능성이라는 낙관론으로 발전하는 르네상스 시대에, 스펜서가 밝히는 바와 같이 『요정 여왕』은 각 권에서 제시하는 덕목들을 통해 독자들을 이상적인 “젠틀맨”("gentleman")으로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본 연구는 이 같은 기존의 시의 역할 논의를 넘어, 『요정 여왕』제2권의 독특한 기능, 즉 엘리자베스에 대한 교육적 역할에 주목할 것이다. 스펜서의 시는 도덕적으로 이상적인 젠틀맨 뿐만 아니라, 시인 자신과 요정의 여왕을 통해, 권력의 본질과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여왕을 육성하기 위한 것임을 본 연구는 확인해 보고자 한다.
기대효과
스펜서의 정치성에 대한 본 연구의 성과는 특정 시인을 일정한 정치적 틀 안에서만 이해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줌으로써, 스펜서 뿐만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 다른 시인들의 정치성도 재검토할 필요성이 제기 될 것으로 본다. 스펜서와 마찬가지로 ...
스펜서의 정치성에 대한 본 연구의 성과는 특정 시인을 일정한 정치적 틀 안에서만 이해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줌으로써, 스펜서 뿐만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 다른 시인들의 정치성도 재검토할 필요성이 제기 될 것으로 본다. 스펜서와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프로테스탄트 시인인 밀튼(John Milton)의 경우도 그의 서사시『잃어버린 낙원』(Paradise Lost)의 특정 부분은 그의 급진적인 청교도 사상과는 거리가 있고, 오히려 권력이나 혁면의 본질에 대한 탐구로 이해된다는 사실이 중요하게 부각 될 수 있다. 또한 본 연구는, 엘리자베스 1세 시대에 시가 권력자의 교육에 이용되는 시의 정치적 혹은 교육적 기능에 대한 연구자들의 관심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시의 기능은 물론 중세 이래로 계속 되어 온 시의 주요한 역할이지만, 최고 권력자인 여왕의 교육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 시기에는 여왕이 지배 한다는 사실을 “타락의 징표”(“the sign of the Fall")로 보는 분위기가 팽배했고, 이에 대해 여왕은 자신이 ”왕과 같은 마음과 배포를 가졌다“(the Heart and Stomach of a king")고 선언해야 할 정도로 여왕이 남성 못지않은 자질을 갖출 것이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연구요약
스펜서는 엘리자베스 1세의 왕권을 옹호한 대표적인 영국 르네상스 시대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요정 여왕』제2권은 그를 단순히 강력한 왕권의 찬양자라고만 볼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왜냐하면 『요정 여왕』제2권에서 스펜서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
스펜서는 엘리자베스 1세의 왕권을 옹호한 대표적인 영국 르네상스 시대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요정 여왕』제2권은 그를 단순히 강력한 왕권의 찬양자라고만 볼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왜냐하면 『요정 여왕』제2권에서 스펜서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대변하는 바로 그 권력의 속성은 무엇인지, 그리고 권력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과정을 면밀히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즉 스펜서는 단순히 여왕 권력의 옹호자라기보다는, 권력의 부정적 속성을 간파한 권력 자체의 탐구자라고 할 수 있다. 스펜서는 요정의 여왕 글로리아나를 통해, 권력의 두 속성--즉 간접성과 자신을 숨김--을 보여준다. “환락의 방”을 파괴하는 권력을 행사할 때, 글로리아나는 자신의 권력을 가이언(Guyon)에게 나누어 줌으로써, 권력을 작은 권력으로 나누어 간접적으로 자신의 실체는 감춘 채 권력을 행사한다. 이처럼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간접적으로 힘을 행사하는 권력의 부정적인 실체를 스펜서는, “왕관에 대한 탐욕스런 갈망”(10.35)과 “끔직한 지배욕"(10.47)에서 비롯된 정복과 왕위찬탈의 기록인 『브리튼 모니멘츠』(Briton Moniments)를 통해 또한 밝혀 준다. 한편, “환락의 집”(the Bower of Bliss)의 파괴 과정을 통해, 스펜서는 권력의 효과적인 작동 과정을 제시해 주고 있다. 아크레지아(Acrasia)가 지배하는 이 집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권력 행사의 정당성을 담보해야 하는데, 그 정당성은 이 집의 비정상성과 사람들을 동물 수준으로 타락시키는 위험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런데 스펜서는 권력의 작동 과정을 묘사하면서, 권력이 속성상 자신의 모습을 감출 뿐 아니라 행위의 의도도 숨긴다는 것을 지적한다. 요정의 여왕 글로리아나에게 “환락의 집”은 직접적으로 위협적인데, 그 이유는 자신의 왕위와 권력을 보호해 줄 기사들(knights)이 이 집에서 기사로서의 의무를 완전히 망각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환락의 집”의 파괴는 권력 안정에 필수적이지만, 글로리아나는 더 이상 이집이 사람들을 동물 수준으로 타락 시키는 것을 막겠다는 도덕적 명분을 내세워 이 집을 파괴하는 것이다.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국문
본 연구는 영국 르네상스 시대 시인 스펜서(Edmund Spenser)의 『요정 여왕』 (The Faerie Queene) 제2권을 권력(power)의 관점에서 논의함으로써, 스펜서의 정치성을 새롭게 파악하려는 한 시도이다. 작품에서 요정의 여왕 글로리아나(Gloriana)가 지배하는 요정의 세 ...
본 연구는 영국 르네상스 시대 시인 스펜서(Edmund Spenser)의 『요정 여왕』 (The Faerie Queene) 제2권을 권력(power)의 관점에서 논의함으로써, 스펜서의 정치성을 새롭게 파악하려는 한 시도이다. 작품에서 요정의 여왕 글로리아나(Gloriana)가 지배하는 요정의 세계가 찬양된다는 것을 근거로 스펜서가 당대의 여왕 엘리자베스(Elizabeth) 1세의 통치를 옹호한 것으로 단순히 파악한 기존의 논의와 달리, 본 연구는 스펜서가 『요정 여왕』 제2권에서 권력 자체에 집중해서, 권력의 본질과 그것의 작동 과정을 면밀히 보여 준다는 점을 규명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스펜서가 표면적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의 권력과 통치를 옹호하지만, 궁극적으로 밝혀 주는 것은 바로 인간을 억압하는 권력의 잔인한 본질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본 연구는, 권력에 대해 냉철하게 분석하는 스펜서가 단순히 여왕 권력의 옹호자가 아니라, 권력 자체의 탐구자(inquirer)이며 나아가 여왕에게 권력의 본질과 작동 원리를 가르쳐 주는 교육자라고 주장한다.
영문
By analyzing and discussing "The Faerie Queene" Book 2 from power’s point of view, this study is an attempt to take a fresh look at the politics of Spenser. On the basis of Spenser’s ostensible glorification of the fairy world over which Gloriana ...
By analyzing and discussing "The Faerie Queene" Book 2 from power’s point of view, this study is an attempt to take a fresh look at the politics of Spenser. On the basis of Spenser’s ostensible glorification of the fairy world over which Gloriana, the fairy queen, rules, most of the Spenser scholarship tend to take it for grated that Spenser upholds the sovereignty of Queen Elizabeth I. Unlike the current views on The Faerie Queene Book 2 as an expression of the poet’s political leanings, however, this study shows that, by focusing on power itself, Spenser discloses the nature and mechanism of power thoroughly in the book. As a result, this study argues that though it is true that Spenser defends the queen’s power and government, what he ultimately reveals is the cruel essence of power as a suppressor of man. This study concludes that Spenser who analyzes power is both an inquirer of power and an educator of the queen about power.
연구결과보고서
초록
본 연구는 영국 르네상스 시대 시인 스펜서(Edmund Spenser)의 『요정 여왕』 (The Faerie Queene) 제2권을 권력(power)의 관점에서 논의함으로써, 스펜서의 정치성을 새롭게 파악하려는 한 시도이다. 작품에서 요정의 여왕 글로리아나(Gloriana)가 지배하는 요정의 세 ...
본 연구는 영국 르네상스 시대 시인 스펜서(Edmund Spenser)의 『요정 여왕』 (The Faerie Queene) 제2권을 권력(power)의 관점에서 논의함으로써, 스펜서의 정치성을 새롭게 파악하려는 한 시도이다. 작품에서 요정의 여왕 글로리아나(Gloriana)가 지배하는 요정의 세계가 찬양된다는 것을 근거로 스펜서가 당대의 여왕 엘리자베스(Elizabeth) 1세의 통치를 옹호한 것으로 단순히 파악한 기존의 논의와 달리, 본 연구는 스펜서가 『요정 여왕』 제2권에서 권력 자체에 집중해서, 권력의 본질과 그것의 작동 과정을 면밀히 보여 준다는 점을 규명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스펜서가 표면적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의 권력과 통치를 옹호하지만, 궁극적으로 밝혀 주는 것은 바로 인간을 억압하는 권력의 잔인한 본질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본 연구는, 권력에 대해 냉철하게 분석하는 스펜서가 단순히 여왕 권력의 옹호자가 아니라, 권력 자체의 탐구자(inquirer)이며 나아가 여왕에게 권력의 본질과 작동 원리를 가르쳐 주는 교육자라고 주장한다.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스펜서의 정치성에 대한 본 연구의 성과는 특정 시인을 일정한 정치적 틀 안에서만 이해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줌으로써, 스펜서 뿐만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 다른 시인들의 정치성도 재검토할 필요성이 제기 될 것으로 본다. 셰익스피어의 경우, ...
스펜서의 정치성에 대한 본 연구의 성과는 특정 시인을 일정한 정치적 틀 안에서만 이해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줌으로써, 스펜서 뿐만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 다른 시인들의 정치성도 재검토할 필요성이 제기 될 것으로 본다. 셰익스피어의 경우, 『멕베스』(Macbeth) 등의 희곡에서 반란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도입하지만, 늘 질서의 회복으로 끝을 맺음으로써, 그는 보수적인 정치성을 보인다고 평가 받는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 스펜서의 정치성을 새롭게 평가한 것처럼, 셰익스피어의 정치성도 권력에 대한 관점에서 새롭게 재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스펜서와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프로테스탄트 시인인 밀튼(John Milton)의 경우도, 그의 서사시 『잃어버린 낙원』(Paradise Lost)의 특정 부분은 그의 급진적인 청교도 사상과는 거리가 있고, 오히려 권력이나 혁명의 본질에 대한 탐구로 이해된다는 사실이 중요하게 부각 될 수 있다. 르네상스시대 작가의 정치성의 재검토와 더불어 본 연구는, 엘리자베스 1세 시대에 시가 권력자의 교육에 이용되는 시의 정치적 혹은 교육적 기능에 대한 연구자들의 관심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시의 기능은 물론 중세 이래로 계속 되어 온 시의 주요한 역할이지만, 최고 권력자인 여왕의 교육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 시기에는 여왕이 지배 한다는 사실을 “타락의 징표”(“the sign of the Fall”)로 보는 분위기가 팽배했고, 이에 대해 여왕은 자신이 “왕과 같은 마음과 배포를 가졌다”(“the Heart and Stomach of a king”)고 선언해야 할 정도로 여왕이 남성 못지않은 자질을 갖출 것이 기대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