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제기
현재 한국의 디자인 역사서는 매우 희귀하며, 시각디자인의 역사서는 전무한 상황이다. 더구나 근대 한국의 디자인은 서구 양식의 혼성과 모방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막연하게 인식되어 연구 대상으로 제대로 취급되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예술, 문학, 역 ...
문제제기
현재 한국의 디자인 역사서는 매우 희귀하며, 시각디자인의 역사서는 전무한 상황이다. 더구나 근대 한국의 디자인은 서구 양식의 혼성과 모방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막연하게 인식되어 연구 대상으로 제대로 취급되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예술, 문학, 역사학, 사회학 연구 분야에서 근대기 전통과 근대성의 충돌과 그 변용은 많은 양의 축적을 이루고 있으며, 문학작품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중요한 주제였다. 하지만 텍스트보다는 오히려 이미지가 중요하고 그것이 현실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중요한 현재에 오히려 이러한 현재를 규정한 근대기 일상적 시각성과 이미지 연구는 전무한 것이다. 근대기 전통과 근대가 어떠한 충돌과 교섭을 통해 그 면면을 이루어 왔는가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는 글로벌 문화라는 이름의 문화 통합과정에 처해 있는 현재의 디자인에게 100여 년 전 동종의 직업인들은 어떤 방식과 태도로 외세의 디자인 양식을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할 것이다.
연구 범주와 방법 :
1. 본 연구의 분석대상물은 개항기의 경우 교과서와 종교서적, 방각본 소설 및 딱지본 소설, 잡지이다. 이후 일제 강점기에는 단행본 책자, 종합잡지 2종, 여성잡지 1종, 아동잡지 1종이 주 대상이며 포스터, 포장지 등이 참조된다. 해방기에는 단행본 책자, 전쟁기에는 삐라와 포스터를 대상으로 한다. 이러한 시각자료의 디자인에 드러난 전통적 양식과 서구양식의 교섭의 정도, 새로운 양식의 창조 등 등급을 설정하여 단계별 개념화를 시도한다.
2.분석의 지표: 주제, 소재, 컨셉, 행위주체, 소구대상, 이미지 사용방식, 타이포그라피, 레이아웃, 색채, 판형과 인쇄술 등 시각디자인의 제반 요소이며, 이와 같은 항목별 분석을 통해 교섭 정도가 어떤 면에서 어떤 양상을 띠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3. 추출된 사례의 특성을 파악하여 사례를 범주화를 한 다음 이 범주에 적합한 키워드를 부여하여, 근대기, 일제강점기, 해방기까지의 다양한 양식상의 중층상을 보여준다. 키워드의 예시(가설) 로는 한국적 아르누보의 발현과 변주, 전통양식의 소멸, 전통적 양식의 장식적 부활 등을 들 수 있다.
연구의 내용 :
개항기 방각본 소설 등에서 들어난 전통적인 시각 양식과 서구의 새로운 매체에 등장한 양식과의 변주인 아르누보적인 경향의 탐색을 기점으로 한다. 이후 일제 합병초기의 전통적 기법과 서구기법의 혼용에서 표현 주체의 심성이 표현된 몇 가지 특별한 양식을 고찰한다.
1920년대 들어서서는 러시아 구성주의, 인상파, 입체파, 비엔나 분리파 등의 영향을 받은 디자인 서구 디자인양식과 전통의 교섭양상을 고찰하며, 강화되는 일본 풍의 도식적 일러스트레이션의 상용법과 전통의 혼동방식의 고찰 후, 30년대에는 시조 부흥운동과 같은 민족성 부흥의식에 고취되어 진행되던 전통의 회복 양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만주사변을 계기로 전운이 강화되고 전쟁에의 참가가 강요되는 기간에는 극심한 일본식 근대양식의 수입과 모방이 진행되면서 동시에 친일잡지에서는 회고적, 박물관적 양식의 전통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실증적 연구를 시행한다.
해방이후의 시각 디자인 양식은 그동안 억눌렸던 표현에의 억압이 해방되면서, 매우 발랄하고 다양한 실험성을 보여주고 있다. 민족을 상징하는 전통적인 소재가 변증적 표현 기법으로 드러나거나, 성숙한 아르누보적 경향의 장식성을 띠고 등장하면서 해방공간이 어느 분야에나 선사했던 희망과 새로운 사회와 문화발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후 전쟁기 삐라와 포스터에서는 선전과 홍보만을 위한 원색적 표현방식이 등장하며, 단행본에서는 생명 잃은 전통 소재의 부분적 사용, 영화 포스터, 레코드 표지 등에서는 미국적 소재와 감성이 주를 이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