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20세기에 들어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 중세의 신화전승 연구의 일환으로, 일본중세문학을 대표하는 군기문학(軍記物語)을 중심으로 신화의 생성과 변용에 대하여 고찰하고, 신화와 역사관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것이 목적이다. 이에 중세 정치권력의 중심이 있던 무 ...
본 연구는 20세기에 들어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 중세의 신화전승 연구의 일환으로, 일본중세문학을 대표하는 군기문학(軍記物語)을 중심으로 신화의 생성과 변용에 대하여 고찰하고, 신화와 역사관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것이 목적이다. 이에 중세 정치권력의 중심이 있던 무가정권과의 관련성에 초점을 맞춰 ‘쓰치구모전승’, 『무가번창』, ‘신공황후신화’의 생성과 변천을 고찰하였다.
첫째, 쓰치구모전승의 연구이다. ‘조적(朝敵)’은 일반적으로 ‘조정(朝廷)의 적(敵), 즉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조정에 대한 반란세력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조적은 중세시대 일본에서 만들어진 한자어(和製漢語)로 그 성립 및 확산은 요리토모로 시작되는 무사정권(幕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요리토모는 헤이케(平家)로 대표되는 반란세력을 조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전투의 명분을 확보하고 자신을 다른 무사집단과 차별화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적이 등장하는 대표적인 작품과 선행연구에서 언급되지 않은 군기문학 이외의 자료를 중심으로 중세시대 조적의 위상(位相)을 검토하고 쓰치구모와 슈텐도지를 통해서 조적의 요괴화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고대의 쓰치구모전승이 중세이후 조적전승과 결합되며 전개되었으며, 쓰치구모의 모습이 점차 요괴의 모습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확인하고, 이상의 결과를 종합하여 조적전승이 쓰치구모전승과 같은 요괴퇴치담으로 발전하게 된 이유를 정권의 변동에 따라 변화하는 조적의 개념은 절대적인 존재가치를 뒷받침하기에는 모순점에서 찾았다. 조적토벌이 요리토모로 시작되는 무사정권 성립에 결정적 명분을 제공하는 주요 근거였기에 정세의 변화에 관계없이 무가의 정통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인 전승을 만들기 위해서 요괴화된 조적을 퇴치하는 전승이 출현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둘째, 『무가번창』에 대한 연구이다. 중세말기에 성립된 『무가번창』은 무가정권의 신화로서의 성격이 강한 작품으로 신화와 역사관형성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절호의 소재이나 아직 본격적 연구가 미비하며 작품 전체를 시야에 넣은 작품론은 전무하다고 할 수 있는 실정이다. 이에 『무가번창』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하여 작품에 나타난 통치이념을 단서로 작품을 고찰하였다. 『무가번창』의 본문을 검토한 결과, 작품이 강조하고 있는 통치이념을 크게 ‘이상적 통치형태’와 ‘군신관(君臣観)’으로 파악하고,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당 통치이념이 반영된 본문내용을 확인하면서 제작자의 문제의식에 접근을 시도했다. 고찰의 결과, 『무가번창』은 요리토모로 시작되는 무가정권과 그 권력의 정통성 및 당위성의 주장이라는 목적의식에 입각하여 제작되었으며, 이러한 목적의식이 다른 문헌과 차별되는 독창적인 표현을 낳았음을 논증할 수 있었다.
셋째, 신공황후신화의 연구이다. 지금까지 중세 신공황후신화의 연구는 그 탄생에 초점이 맞춰져 신국사상 및 하치만과의 습합(習合), 또는 근세이후 일본제국의 침략전쟁 이데올로기로 이용된 역사와 관련지은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에 하치만신의 다양한 성격 가운데 ‘무가의 수호신’이라는 신격에 초점을 맞춰, 무가정권과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신공황후신화를 고찰하였다. 삼한정벌에서의 신공황후 및 각 등장인물의 역할변화, 겐지(源氏) 종묘로서의 하치만구 유래담 등을 신공황후신화의 주된 전파매체였던 군기이야기를 비롯하여 하치만신의 유래담을 소재로 제작된 에마키군, 무가의 가치관이 짙게 반영된 『무가번창』에 수록된 신공황후신화를 대상으로 고찰하였다. 중세의 변형된 전승에 무가정권 및 무사의 가치관과 사상이 반영되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연구결과에는 아래와 같은 효과 및 활용방안이 기대된다.
첫째, 일본신화연구의 지평확대에 대한 기여이다. 일본신화연구에 있어 중세는 아직 연구역사가 짧은 미개척 영역이다. 본 연구결과는 중세신화를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조명함으로써 중세를 재발견하여 고대와 근대 사이의 공백을 메우고 일본신화를 보다 총체적이고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둘째, 중세에 대한 입체적인 연구효과에 기여할 것이다. 본 연구는 문학을 중심으로 미술, 종교,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축적된 연구 성과와 자료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타 학문분야와의 복합적 연구를 통해서 도출된 결론을 바탕으로 중세에 대한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이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일본에 대한 이해를 위한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중세신화를 무가정권이라는 권력을 중심으로 고찰한 결과 도출된 역사관과 신화의 영향관계, 즉 신화의 정치적 이용의 역사는 군국주의와 식민지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어떻게 신화를 이용했는지 이해하는데 참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