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의 폐간과 더불어 발간된 별건곤은 개벽사에서 여러 번 밝혔듯이 개벽의 후신은 아니었고, 새로운 기획에 따라 태어난 ‘별종’의 잡지였다. 별건곤은 ‘정치 군사 국제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방면에 걸’친 변화를 보이고 있었으며, ‘빠르게 발전 분 ...
개벽의 폐간과 더불어 발간된 별건곤은 개벽사에서 여러 번 밝혔듯이 개벽의 후신은 아니었고, 새로운 기획에 따라 태어난 ‘별종’의 잡지였다. 별건곤은 ‘정치 군사 국제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방면에 걸’친 변화를 보이고 있었으며, ‘빠르게 발전 분화하던 사회 제 분야의 지식의 새로운 배치가 일어났다’고 보았다. 별건곤은 ‘잡학’ ‘잡조’이면서도 ‘잡학’에 머물지 않는 ‘별학’의 탄생을 보여 주는데, 중국에서 개념화 되었던 잡학이 근대초기 이전에는 세속적 학문(전통 학문)에 대한 대타항으로, 근대초기 이후에는 분과학문에 대한 대타항(통섭적 학문)으로 설정되었다면, 별건곤의 ‘별학’사상은 전자(전통, 통섭적)의 요소는 갖고 있으나, 후자(분과학문적)의 요소는 강조하고 있지 않다. 개성주의・비정통・다양화・세속적 가치에의 반역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나, 대중, 시민적 관점을 우선성으로 하여 그들의 개성과 자유, 문화적 권리에 주목한다는 점에서는 잡학과 차이가 있다. 또 ‘별의 별’것을 강조한다는 점에 잡학적 요소가 내포되어 있으나, 잡성(雜性)에 그치지 않고 ‘차이’(別)를 부각시킨다. 잡성으로부터 인간성의 본질적 요소를 추출하면서, 개인성에 비롯되는 ‘취미’ ‘사생활’을 또 하나의 공적 영역(공적 지식)으로 설정하고 천착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따라서 기존의 ‘잡학’개념으로 포괄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르다. 별학은 대중성, 시민성, 개인, 개성, 문화, 사생활 등을 키워드로 하는 새로운 관점의 지식・담론체계이다.
‘또 다른 세상’(별건곤)이라는 낯선 잡지 제호 뿐 아니라 곳곳에 기획과 칼럼으로 제시된 ‘별의 별’ ‘별세계’ ‘진귀’ ‘漫談’ ‘漫話’ 등을 포함하여, 野史에 대한 재인식, 사건사・집단사로서의 역사가 아닌 개인의 기억에 대한 새로운 포착을 통한 역사 개념의 수정, 구구불일적 존재인 인간 개개인의 일상과 체험에 대한 사회성 존중, ‘지역’(서울/지방의 이분법이 아니라)으로서의 민간의 생활 풍속과 정서의 발견, 풍자와 해학으로 대표되는 심미관의 발명과 취향, 지식 재구성 방식으로서의 ‘좌담’의 사상과 형식 실천 등은 ‘별학’의 키워드를 통해 기존 지식의 탈권력화를 추구함은 물론 새로운 지식의 재구성을 지향하고 있음을 확인시킨다.
별건곤에 대해 기존연구에서는 취미담론, 역사담론, 사생활의 공론장, 직업관련기사, 산책자 등의 키워드와 관련하여 검토되었으나 깊이 있게 논의되지 못하였다. 뿐만 아니라 별건곤의 성격을 종합적으로 파악한 논문은 여태까지 없었다. 본고에서는 별건곤의 자각적 비주류의, 이단적 지향, 非常線의 돌파를 구체적으로 검토함으로써 1920년대 중반 식민지 조선의 새로운 ‘사회’ 구성 및 탈식민적 지향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러한 지향은 무장투쟁으로서의 독립운동 및 식민자 암살 등의 거대담론 차원에서의 운동과는 ‘아주 다른’ 탈식민적 지향이며, ‘국민국가’ 패러다임으로부터 벗어나 ‘사회’ 범주를 우선성으로 상정할 때 가능한 것이었다. 본고는 이러한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