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 사회에 진입한 한국사회의 가장 큰 화두 중의 하나는 치매이다. 최근 치매 연구는 의학, 생물학, 간호학, 사회학, 법학, 보건학, 공학 등을 중심으로 한, 통합적 뇌과학 연구로 활발하게 진행이 되고 있다. 본 연구는 여기에 이제까지 소외되어 있던 인문학적 연구를 ...
노령 사회에 진입한 한국사회의 가장 큰 화두 중의 하나는 치매이다. 최근 치매 연구는 의학, 생물학, 간호학, 사회학, 법학, 보건학, 공학 등을 중심으로 한, 통합적 뇌과학 연구로 활발하게 진행이 되고 있다. 본 연구는 여기에 이제까지 소외되어 있던 인문학적 연구를 문학과 영화 분석을 통하여 추구하였다.
일차년도에 이 연구는 동일한 연구대상인 인간을 두고 이 두 거대한 학문담론들이 어떠한 관계에서 서 있는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어떤 지점에서 서로 접맥가능성이 있으며, 인간 이해에 서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주로 고찰하였다. 최근의 의료 중심의 자연과학담론들은 과거의 ‘노망’대신 ‘치매’ 개념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뇌연구가 중심이 되어 알츠하이머병이나 뇌혈관성 질환을 주로 다루는데 이 연구들의 특징은 생물학중심주의적이고 기능주의적이며 예방-질병-치료 도식에 중심을 둔다는데 있다.
이어 기존의 인문학, 주로 철학과 문학에서 있었던 치매 관련 담론들을 검토하였다. 이 담론들은 인간과 인간됨을 주대상으로 하면서 기억과 망각 개념을 중심으로 형이상학적이고, 과거를 중시하며, 거시/미시적이며 상징적으로 다룬다. 이는 철학과 문학에서 치매나 기억, 망각을 그간 어떻게 다루어 왔는지를 살펴보는 작업이 되었다(플라톤, 니체 등). 이어 최근 활발하게 연구되는 통합적 뇌과학 담론들을 검토하고 이 두 담론간의 공통점과 차이, 혹은 접맥가능성을 여러 이론들(칼메이, 이스쿠이에르두, 스쿠반 등)살펴보고자 했다.
또한 치매 서사와 기존의 서사이론들을 비교 분석하였다. 기존의 소설 이론은 근대적 개인의 완성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교양소설), 치매 서사는 이와 달리 망각, 쇠퇴, 소멸까지의 그 이후의 과정을 다루기 때문에 개인과 서사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고찰해보게 만든다. 이때 리쾨르의 시간과 서사 이론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더불어 기억과 망각, 자아정체성과 시공간 개념, 연속성과 과정성의 문제도 다루어졌고 치매인의 주체성과 (개)인성, 또한 개인들 간의 관계, 가족, 연인, 사회와의 관계 등 복합적이고 다양한 주제가 삶의 문제로 심층적으로 논의되었다.
2,3차년도에는 이러한 이론적 결과에 바탕을 두고 치매를 다룬 문학과 영화 텍스트들이 본격적으로 분석되었다. 최근 치매와 기억, 망각을 주제로 다룬 문학과 영화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이는 현대사회의 장수 사회, 노령 사회, 의료중심 사회적 성격을 반영한다. 주요 질문은 문학과 영화는 과연 노년과 치매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의 문제와 학문적으로, 매체적으로, 어떤 독특한 이해와 의미를 전달하는지, 담론이나 서사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의 서사의 문제를 중심으로 다루었다.
이때 대상으로 삼는 영화는 한국과 독일, 미국 등의 대표적인 치매 문학, 치매 영화였다. 문학에서는 『치매』, 『망명 중의 임금님』, 『인류는 백악기에 나타났다』, 『스틸 앨리스』 등이 중점적으로 분석되었고 영화에서는 2014년에 각각 독일, 미국, 한국에서 나온, <내 머릿속의 꿀>, <스틸 앨리스>, <장수 사회>, <나를 잊지 마세요> 등을 중심으로 분석되었다. 그 외에도 여러 극영화 텍스트들과 다큐멘터리 영화 텍스트들이 같이 연구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분석 대상 텍스트들은 자체로서도 의미가 있는데 이제까지 독문학계에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던 텍스트들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문학과 영화의 치매 서사를 수사학 틀에서 분석하였는데 치매 서사는 기존의 자아 서사, 노년 서사, 질병 서사, 사랑 서사, 상실 서사, 소외 서사, 가족 서사, 젠더 담론들과 맺는 구도 속에서 독특한 인간적 서사를 구성해 감을 밝혀내었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이때 문학과 영화 텍스트는 텍스트를 둘러싼 컨텍스트에 따라 사회적, 문화적, 젠더 적, 세대적 차이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2차년도의 문학 연구와 3차년도의 영화 연구는 매체적, 문화적, 사회적, 감정적 특징을 다루는 비교연구가 되었다. 더 나아가 문학과 영화 텍스트 속의 치매 담론을 메타차원에서 문화적 현상으로 분석해 보았다. 대부분의 자연과학 혹은 사회과학의 질병 서사가 질병과 치유 사이, 정상과 비정상, 포함과 배제 사이에서 전개된다면 문학과 영화는 현상학적으로 접근하며 개인의 인지, 감성, 이성의 상실과 변화를 개인의 입장에서 서술한다. 또 다른 의미의 비교연구로는 각 나라마다 치매를 대하는 입장과 치매 서사를 구성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외국의 치매 서사가 개인주의적, 부부 중심적 특징을 띠는 것과 달리 한국의 치매 서사는 부모 서사, 가족 서사와 더불어 부부나 자식들의 후회나 반성이 강한 것이 차이점이었다. 이 역시 공동체 문화가 아직 강한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