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한국문학에 등장하는 주요 상품의 종류와 가치를 조사하고 그것의 소비에 작용하는 주체의 태도와 욕망을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 연구의 내용을 세분화하여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연구는 문학 텍스트를 포함 ...
이 연구는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한국문학에 등장하는 주요 상품의 종류와 가치를 조사하고 그것의 소비에 작용하는 주체의 태도와 욕망을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 연구의 내용을 세분화하여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연구는 문학 텍스트를 포함해 신문이나 잡지 등 다양한 매체에 나타난 상품의 종류와 가격을 조사하고 각 상품의 위계를 분석해보고자 하였다. 소비를 통해 주체의 의식과 욕망이 재구성되고 취향과 가치관이 발현되는 양상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상품의 종류와 가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특히 상품의 가치와 위계는 비교 가능한 다른 상품들과의 관계망 속에서 가늠될 수 있기 때문에 당시 유통되었던 상품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를 진행하였다. 가령, 「레디메이드 인생」의 ‘P’가 구입한 ‘해태’(15전)는 ‘마꼬’(5전)나 ‘피죵’(10전)과 비교되거나, 「소설가 구보씨의 1일」에서 ‘구보’가 카페에서 마시는 ‘십 전짜리 커피’(10전)는 ‘기린 맥주’(35전)나 ‘사이다’(17전)와 대비됨으로써 그 가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상품의 가격과 위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시점에서 화폐 가치를 추계해보고자 하였다. 지금까지의 문학 연구는 화폐와 상품을 단순한 소재나 상징으로 다루거나 그 가치를 대강의 추측으로 짐작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이런 문제의식에 이 연구는 생산자물가지수나 소비자물가지수, 금이나 쌀 같은 특정 재화의 가격지수를 이용해 1930년대 이후의 화폐가치를 추계해보고, 이를 텍스트 분석에 활용해보고자 하였다.
둘째, 이 연구는 상품의 종류와 가격, 그 가치에 대한 조사를 토대로 한국문학의 주요 작품에 등장하는 소비주체의 욕망과 태도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현대의 사회 변동이 체제나 제도의 변화로 ‘인식’되기보다 상품세계의 변화로 ‘경험’된다는 점에서, 소비는 한국문학의 인식론적 변화를 드러내는 핵심기제라 할 수 있다. 이 연구는 일차적으로 일제 강점기와 해방, 전쟁과 분단 등의 사회변동이 상품세계의 변화로 현상하는 양상을 분석하고, 각 시기의 소비행위에 투영된 집단이나 계층의 취향, 유행과 보편심성 등을 분석해보고자 하였다.
이런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사회변동과 가치체계의 변화가 어떻게 소비주체에 굴절되어 나타나는지를 추출해보고자 하였다. 이념과 가치관, 이데올로기는 상품의 형식으로 소비됨으로써 신체에 전이되며, 이 과정에서 주체의 의식과 욕망이 재구성된다는 것이 이 연구의 관점이었다. 문학사의 각 시기에 새롭게 등장하는 소비주체는 사회변동의 문화적 징후이자 한국문학의 인식론적 변화와 그 함의를 표상하는 기호라 할 수 있다. 가령, 1930~40년대 한국문학의 새로운 변화는, 이념의 생산자이자 능동적인 발화자였던 문학주체가 상품세계로 진입하며 소극적인 소비주체로 재구성되는 과정에서 파생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해방과 전쟁이라는 정치․사회적적 격변을 상품세계의 변동으로 경험해야 했던 1940~50년대의 문학주체들 역시, 서구 소비문화의 발견과 향유를 통해 새로운 소비주체로 재구성되는 과정을 경험한다. 이 연구는 1930~50년대 한국문학의 주요 작품에 나타난 소비주체의 문제를 분석해보고, 한국문학을 새롭게 조망할 수 있는 연구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셋째, 이 연구는 새로운 연구 대상과 주제 설정을 통해 문학연구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였다. 기존 문학연구에서 화폐와 상품, 소비는 근대성을 드러내는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여겨졌을 뿐, 주체를 구성하는 심층적인 기제로 다뤄지지는 않았다. 이 연구는 상품세계와 소비주체라는 새로운 문제의식을 통해 작품의 이면에 은폐되었던 심리적 갈등이나 욕망의 구조, 가치관이나 보편심성 등을 규명함으로써 한국문학의 새로운 연구의 영역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이 연구는 기존의 문학주의 연구방법과 사회학적 연구방법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문학연구의 방법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작품의 의미내용과 구조에 주목하는 문학주의 방법론이 해석의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는 반면, 문화나 제도, 매체에 주목하는 사회학적 접근법은 구체적인 작품의 분석과 이해에는 취약한 문제점을 지닌다. 이 연구는 텍스트를 재구성하여 과거의 소비문화를 재현하는 방식의 피상적인 접근법을 지양하고, 작품의 서사와 미적 구조, 문학주체의 욕망과 태도 등을 사회․경제적 기호들과 연계해 분석하고자 하였다. 이는 미시적 차원에서 작품의 구조를 분석하는 작업인 동시에 거시적 차원에서 한국문학의 인식론적 토대를 새롭게 조망하는 유의미한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