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구목적: 정약용의 경학과 경세학, 사회철학적 인식과 인성론적 관점에 정초하여 정약용의 복수론을 살펴보는 것은 법치와 예치, 법과 도덕이 미분화된 상태에서 갈등관계를 형성했던 사회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그의 복수론을 새로운 방법론적 시각 ...
1. 연구목적: 정약용의 경학과 경세학, 사회철학적 인식과 인성론적 관점에 정초하여 정약용의 복수론을 살펴보는 것은 법치와 예치, 법과 도덕이 미분화된 상태에서 갈등관계를 형성했던 사회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그의 복수론을 새로운 방법론적 시각에서 조명해야 할 필요성도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정약용의 복수론적 관점에는 덕치/법치, 확장된 가족으로서 국가‧유사가족적 국가/수렴된 국가로서 가족‧유사국가적 가족, 공적 행위/사적 행위의 이원적 범주 체계가 대대적(待對的) 사유의 뿌리를 형성하고 있다. 욕망하는 본성으로서 인심과 도덕적 본성으로서 도심을 내면의 길항(拮抗) 관계로 이해한 인심도심내자송설(人心道心內自訟說), 사단과 사덕을 실천을 매개로 한 안과 밖의 관계로 파악한 사단설, 인간의 본성을 도덕적 기호로 인식한 성기호설, 본래적 도덕성으로 규정된 닫힌도덕[性善]과 행위와 실천을 통해 성취되는 열린도덕[人善]의 구분 등, 그의 인간학적 관점은 복수론과 깊은 상관관계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정약용 윤리학의 핵심 테제인 도덕적 자율성, 행사의 윤리, 효제자(孝悌慈) 삼덕에 기초하여 가족으로부터 공동체로 확장되어 가는 관계의 윤리·상호성의 윤리와 복수론에 내재된 법철학적 사유의 상관관계를 인간학적, 사회구조적 관점에서 분석함으로써 복수의 윤리를 비판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목적을 둔다.
2. 연구방법: 본 연구의 목적을 고려할 때, 자구의 해석과 설명에 치중한 주석학적·해석학적 방법은 한계가 분명하다. 따라서 자연법주의와 법실증주의의 관점을 중요한 분석방법으로 원용하되 현상분석에 국한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학적·사회구조적 접근방법을 적용한다.
정약용의 복수론적 관점을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는 인간 존재의 본질과 가치를 규명하는 인간 본성론이나 인간에 대한 근원적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법을 도덕의 하위 범주화하여 이해하는 인간학적‧윤리학적 관점을 복수의 사례별로 다양하게 적용할 때, 복수론에 관한 정약용의 관점과 그 밑바탕을 이루는 세계관·인간관, 윤리적 인식 관점을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법주의자들에 따르면 자연법은 실정법을 초월하는 인륜의 대도(大道)이기 때문에, 실정법은 당연히 자연법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 즉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격언처럼 법과 도덕 사이에는 뗄 수 없는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정약용의 복수의 윤리에는 처음부터 인간 본성과 세계에 대한 다양한 사유의 방식이 전제되어 있었다.
사회과학과 사회생물학, 진화론 등 최근의 학문적 성과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복수심이 인간본성에 내재하는 것처럼 용서 능력도 확실하다. 따라서 실천적인 명제로써 용서가 번성하고 복수가 사라지는 세상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인간을 변화시키기보다 세상을 바꿔야 한다.
3. 연구내용: 본 연구는 ①인간학적 방법 ②자연법주의적 시각 ③사회생물학, 진화론의 복수에 대한 관점을 방법론으로 수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논의한다.
첫째, 정약용의 형정사상에서 복수론이 차지하는 위상, 유종원과 한유의 복수론에 대한 정약용의 평가에서 드러나는 정약용의 복수론적 관점의 성격과 특성을 규명한다. 아울러 이익·홍양호·성해응·조인영 등 조선 후기의 지식인들의 관점을 한유와 유종원의 복수론에 대한 평가를 통해 알아보고, 정약용의 복수론과 비교하여 그 특성을 밝힌다.
둘째, 흠흠신서에 열거된 복수의 사례를 자연법주의와 법실증주의의 시각에서 분석함으로써 정약용의 복수론을 해체하여 재구성한다. 셋째, 정약용의 복수론과 인간학, 도덕철학의 상관관계를 인심도심론, 사단론, 성기호설, 자유의지, 행사의 윤리, 효제자의 윤리라는 핵심적인 사유체계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그의 복수론이 인간학적‧도덕철학적 기반 위에 구성되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약용은 복수무죄론을 취하는 대신에 사회질서와 안정을 위해 복수할 수 있는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였고, 윤리적 자율성에 정초한 상호성의 윤리로서 추서(推恕), 관계의 윤리로서 인(仁)을 강조하였다. 정약용은 복수의 악순환을 끊고 인간과 인간이 조화롭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자유로운 상호소통의 공동체, 사회통합의 공동체를 지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