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초등학교에 영어가 정식 과목으로 도입된 지 정확히 20년이 되는 이 시점에서 되돌아 볼 때, 영어는 ‘의사소통 능력(communicative competence)’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초, 중, 고 학제의 주요 과목으로 꾸준히 편성되어 왔다. 한편 의사소통이라는 키워드에도 ...
한국 초등학교에 영어가 정식 과목으로 도입된 지 정확히 20년이 되는 이 시점에서 되돌아 볼 때, 영어는 ‘의사소통 능력(communicative competence)’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초, 중, 고 학제의 주요 과목으로 꾸준히 편성되어 왔다. 한편 의사소통이라는 키워드에도 불구하고 초기 초등영어 교육과정은 정해진 단어나 관용적 표현을 외우는 것에 한정되어 있었다(이의갑, 2008). 그러나 최근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은, 새로운 목표로 인문학적 상상력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를 제시했다(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2017). 여기서 창의융합형 인재란, 단순히 주어진 정보를 습득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정보에 대한 분석과 융합을 통해 창의적인 지식을 창출하여 미래사회의 삶을 성공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인재를 뜻하며, 특히 다양한 경험을 통한 지식의 습득과 사용에 있어 주체적인 학습자를 바람직한 모델로 설정하고 있다(김경자, 2017). 영어교육에 있어서 이러한 교육방향은, 제시된 표현에 대한 숙달과 같은 수동적 지식습득보다는, 미래 사회의 요구와 개인의 필요에 따라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의사소통 할 수 있는 언어적 능력에 대한 요구로 해석된다. 이러한 교육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본 연구는, 2017년 현재 한국 초등학교 영어수업을 관찰해 봄으로써 학생들이 영어 의사소통에 얼마나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그 유형과 범위가 어떠한 지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각도에서 기존 연구와의 차별성을 두고자 한다.
1. 학생 중심 의사소통 연구
의사소통의 수행은 단순히 학습된 언어의 정확하고 유창한 발화를 뜻하는 것이 아닌 보다 다면적인 능력의 응용을 의미한다(Bygate, 1987). 예컨대 Canale(1983)과 Savignon(1983)은 의사소통 능력이 문법지식, 사회언어적 능력, 담화능력, 전략능력이라는 네 가지 구성요소의 유기적 작용을 통해서 실현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학생들의 의사소통적 영어 활용의 범위와 유형을 탐구하고자 할 때에는, 정해진 패턴 반복 연습(pattern drill)이나 교사 질문에 대한 전시적(display) 유형의 답하기가 아닌, 자연스러운 교실 상황에서의 다양한 의사소통적 발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김은주(2007)가 지적했듯이 극소수의 학술논문만이 순수 질적연구 방식으로 초등수업 중 영어발화를 연구했으며, 자연스러운 상황에서의 의사소통적 발화 유형보다는 구문 연습 관련 혹은 극화 활동, 발음지도, 챈트 등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였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 연구는 가감 없는 교실 상황에서 초등학생들이 보여주는 영어 의사소통 말하기에 초점을 두어 그 발화의 유형과 범위를 면밀히 검토해 보고자 한다.
2. 영어를 이용한 영어교육(TETE: teaching English through English)
본 연구에서 관찰하고자 하는 영어수업인 TETE는 몰입식(immersion) 교수 방식과는 다른 개념으로써, 몰입식 수업이 여러 언어 숙달을 목적으로 그 언어들을 통해 다양한 과목(예: 수학, 과학)을 가르치는 반면(Baker, 2001), TETE는 영어의 숙달을 최종 목표로 삼고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을 뜻한다(배두본, 2002). 따라서 수업내외적인 모든 의사소통이 영어로 발화되는 TETE수업은 본 연구에 필요한 충분한 자료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필수조건이라 하겠다. 그러나 기존의 TETE관련 선행연구는 주로 교사의 입장에서 시작된 발화에 대한 학생응답 유형, TETE 수업의 실현 가능성, TETE를 위한 교사 양성 등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곤 했다(예: 김성연, 2002; 김영민, 2002; 배두본, 2002). 이에 본 연구에서는 선행연구와는 차별성을 두고 보다 학생 중심적인 입장에서의 관찰을 통해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얼마나 다양한 영어 의사소통을 구현하는지 살펴봄으로써 관련 학술분야에 또 다른 관점의 사례를 추가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