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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문학에 나타난 혐오 감정에 대한 연구- 마리 드 프랑스의 『비스클레브레』를 중심으로
Disgust and the Werewolf’s Wife in Marie de France’s Bisclavret
  • 연구자가 한국연구재단 연구지원시스템에 직접 입력한 정보입니다.
사업명 시간강사지원사업 [지원년도 신청 요강 보기 지원년도 신청요강 한글파일 지원년도 신청요강 PDF파일 ]
연구과제번호 2018S1A5B5A07072287
선정년도 2018 년
연구기간 1 년 (2018년 09월 01일 ~ 2019년 08월 31일)
연구책임자 윤주옥
연구수행기관 서강대학교
과제진행현황 종료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본 연구의 목적은 인간이 느끼는 기본 감정 중 하나인 혐오(disgust)가 작동하는 심리적, 철학적 원리와 혐오의 사회적, 윤리적 함의를 고찰해 보고, 그 고찰에 기반하여 12세기 후반에 영국 궁정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한 마리 드 프랑스의『비스클레브레』(Bisclavret)를 분석해 보는데 있다. 본 연구자가 이 작품을 텍스트로 선택한 이유는, 작품 내에서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넘나드는 늑대인간(werewolf) 남편에 대해서 아내가 느끼는 거부 반응이 혐오 감정의 대표적인 특징을 잘 부각시키고, 작가가 기존의 늑대인간과는 다른 새로운 늑대인간을 상상하면서 인간(성)과 동물(성), 인간과 비인간, 자아와 타자 사이의 화해와 공존의 가능성을 탐색하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는 혐오 감정의 동기, 습득 등을 연구한 대표적인 사회 심리학자들인 폴 로진(P. Rozin)과 에이프릴 폴론(A. E. Fallon), 그리고 혐오를 포함하여 인간이 느끼는 감정의 철학적, 윤리적 함의를 사색한 철학자로 잘 알려져 있는 마사 누스바움(M. C. Nussbaum)의 담론에 기반하여 논지를 발전시킨다. 이 연구자들에 따르면, 혐오는 불쾌감을 주고 오염을 일으키는 대상을 내부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하여 주체가 느끼는 강한 반감이며, 주체가 특정 대상에게 혐오를 느끼는 본질적인 이유는 그 대상이 자신의 본질적 “혐오스러움,” 곧 동물성(animality)과 필멸성(mortality)을 대면시키기 때문이다. 어떤 대상이 상이한 범주들을 넘나들며 정해진 경계를 교란할 때, 특히 그 대상이 인간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주면 주체는 그 대상을 오염원으로 여기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서 제거하려 한다. 구체적으로, 주체는 주로 표준에 부합하지 않아 보이거나 약하고 인간 이하로 보이는 존재들에게 자신의 혐오스러움을 투사하는 것으로 관찰된다. 누스바움은 바로 이 이유 때문에 혐오가 일차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동등한 가치와 존엄성을 가진 존재라는 신념에 위협이 되고, 이차적으로는 보편적인 도덕률 자체를 위협한다고 본다. 사회적 약자를 향해 표출되는 혐오가 연민이나 자아 성찰 능력 등 사회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기본적인 덕목들을 함양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 분석해 보고자하는 텍스트는 마리 드 프랑스의 『비스클레브레』이다. 본 연구는 주인공과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해온 아내가 남편이 인간과 늑대 사이를 오가는 늑대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를 늑대의 정체성에 가두고 사회로부터 격리시켜 야생으로 추방하는 내용에 주목한다. 일부 비평가들이 그녀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서 두려움, 공포, 반감, 증오, 위험과 같은 어휘를 사용하지만 대체로 이들은 이 각각의 용어들이 갖는 섬세한 의미의 차이를 구분하지 않은 채 편의에 따라 유의어처럼 사용한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두려움과 혐오, 위험과 혐오가 내포하는 의미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인공이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왜 그의 아내가 남편과의 잠자리를 거부하고 그를 제거하려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곧, 이들은 아내 내부에서 작동하는 심리적 기재가 혐오 메커니즘이고, 이 메커니즘에 따르면 인간과 동물이라는 상이한 종(species)을 넘나드는 늑대인간 남편은 혐오 대상이며, 혐오 대상으로서 그는 위험 요소가 제거되어도 여전히 혐오스런 존재로 남게 되고, 또 그런 혐오 대상과의 성행위는 순수성을 더럽히는 행위로 간주된다는 대단히 복잡하게 맞물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본 연구는 앞서 언급한 혐오 담론을 이용하여 텍스트 속 아내의 이야기를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해 보고자 한다. 작가 마리는 늑대인간 모티브를 통하여 인간과 동물, 자아와 타자, 안과 밖에 대한 오래된 이데올로기에 의문을 제기하는데, 이는 인간과 기계,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경계를 고민하고 둘 사이의 공존을 모색해야 하는 오늘날 독자들에게도 유효한 질문이다.
  • 기대효과
  • 인간이 느끼는 기본 감정인 혐오 감정의 특징과 작동원리, 그리고 사회적, 윤리적 함의를 고찰해 보고, 그 고찰에 기반하여 중세 시대 작품인 『비스클레브레』를 분석하는 본 연구는 넓게는 감정 연구, 좁게는 혐오 연구에 해당한다. 스피노자의 『에티카』, 더 멀게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감정 연구는 최근에 인문학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본 연구가 속하는 중세 시대의 감정 연구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이며, 그 마저도 자비나 연민과 같이 당대 기독교가 권장했던 종교적이고 “긍정적인” 감정들에 집중되고, 분석 대상도 종교적 색체를 띤 텍스트들이 대부분이다. 그 결과, 문학과 같은 비종교 텍스트에 나타난 혐오 등의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세속 문학 작품들은 종교 텍스트와는 달리 중세인들의 사적이고 내밀한 삶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런 의미에서 본 연구는 초기영문학 연구자들에게 넓게는 감정 연구, 좁게는 혐오와 같이, 인간이 느끼는 기본 감정이지만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소외되는 감정에 대한 연구가 학문적으로 충분히 깊이 있는 연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또 그런 감정을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 방법도 예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비스클레브레』는 늑대인간이라는 환타지적 인물을 주인공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마리 드 프랑스가 쓴 다른 레이 작품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연구자들의 더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비스클레브레라는 늑대인간이, 12세기 초반에 웨일즈의 제랄드가 『웨일즈 여행기』에서 그리는 이름 없는 늑대인간 부부나, 14세기 로맨스 작품인 『팔레르모의 윌리엄』에 나오는 늑대인간 알폰즈(Alphouns)처럼 얼마나 인간적인 늑대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설령, 비스클레브레가 늑대인간으로서 인간-동물의 경계를 위협한다는 점을 인식한다하더라도 이 새로운 늑대인간이 드러내는 차별성과 전복성을 충분히 읽어내지 못한다. 또한 이들은 늑대인간 남편을 박해하는 아내가 얼마나 도덕적으로 타락했는가와 같은 표층적인 현상을 비판하느라, 정작 그녀가 왜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에게 사랑을 구걸하다시피 하면서까지 남편을 없애려는 모험을 감행하는가에 대하여 깊이 있게 고민하지 않는다. 본 연구는 『비스클레브레』에 대한 기존 연구자들이 간과해온 이러한 쟁점들을 본격적으로 논의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에 대한 해석의 지평을 넓히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혐오 감정이 왜, 어떻게 작동하는지, 혐오 감정이 사회적, 윤리적으로 어떤 문제점을 갖는지 등에 대해서 자세하게 고찰하는 본 연구는 사회적, 교육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방인 혐오, 여성 혐오, 성소수자 혐오, 장애자 혐오, 노인 혐오, 어린이 혐오 등 이미 우리 사회는 온갖 종류의 혐오로 넘쳐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렇게 다양한 혐오 반응 밑에는 공통적으로 순수성, 동질성, 혹은 본원성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 작동하며, 그 집착은 많은 경우 사회적 약자를 향하여 언어적, 물리적 폭력으로 표출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인간이라는 점에서는 모두 닮았지만 결국 고유한 외모, 믿음, 욕망을 가진 개인으로서는 다를 수밖에 없는 타인들과의 공존은 우리 모두가 포용해야 할 삶의 전제 조건이다. 그와 같은 사회적 공존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원성과 순수하지 않은 것을 옹호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희망과 욕구를 “계몽된 의심”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비스클레브레』에서 늑대인간의 아내가 표출하는 폭력의 기저에 깔린 순수성에 대한 집착과 순수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혐오 반응을 읽어내는 본 연구는, 학생들과 일반 대중에게 자신들의 희망과 욕구를 “계몽된 의심”으로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또 포용하는 사회적 공존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좋은 교육의 장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연구요약


  • 혐오 감정의 작동 원리와 특징, 그리고 혐오의 사회적, 윤리적 함의를 논의한 주요 심리학적, 철학적 담론을 서론에서 고찰해 본다. 혐오를 연구한 대표적 사회심리학자인 로진과 폴론, 그리고 감정의 철학적 함의를 연구한 누스바움의 논의에 기초해서, 왜 주체는 자신의 동물성을 환기시키는 대상에게 혐오 감정을 느끼는지, 혐오를 느끼는 주체는 어떻게 행동하며 어떤 방식으로 그런 불안감을 해소하는지, 혐오와 두려움, 혐오와 위험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약자에게 투사되는 혐오가 왜 사회적,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고찰해 본다. 본론에서는 서론에서 살펴본 혐오 이론에 기반하여『비스클레브레』텍스트를 분석한다. 이상적인 기사 남편과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해오던 아내가 남편이 주기적으로 늑대로 변하는 늑대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가 늑대로 변한 사이에 그의 옷을 훔쳐서 야생으로 추방한다. 일부 비평가들은 늑대인간 남편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아내가 이렇게 폭력적으로 행동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비스클레브레는 늑대인 상태로 인간 근처에 오지 않으며, 설사 인간들 사이에 있다 하더라도 이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전혀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한다. 그러므로, 텍스트에서 아내를 진정으로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남편이 이성을 유지하는 안전한 존재인가의 여부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기 위해서 그녀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경계를 남편이 허물고, 또 그런 남편과의 성행위가 인간으로서 그녀의 순수성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그녀가 대면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동물성을 환기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 본 연구의 논지이다.
    인간과 동물의 범주적인 경계를 어지럽히는 “경계현상”이자 “괴물” 같은 남편에게 그녀가 느끼는 이런 혐오 감정을 고려할 때, 아내가 남편과의 잠자리를 거부하거나, 남편의 옷을 훔쳐서 그를 사회에서 추방하고자 하는 행동은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성행위 시에 남자와 여자, 자아와 타자, 안과 밖 등 여러 범주적인 차원의 경계가 와해된다는 점에서, 특히 성행위가 생식기, 입, 항문 등 신체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부위로 간주되는 기관과의 밀접한 접촉을 통하여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성행위는 순수성을 지키고자 하는 주체에게 혐오스러운 경계현상이다. 또한, 의복은 인간을 동물과 구별 짓는 중요한 사회적 기호이며, 옷을 입지 않은 상태는 야만성, 동물성을 상징한다. 따라서 벌거벗은 상태의 비스클레브레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짐승이기 때문에 아내는 그를 짐승으로 취급할 수 있고 그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도 죄의식을 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본 연구의 논지이다.
    늑대인간으로서 비스클레브의 특이점과 그 의미도 조망해 본다. 중세 시대의 늑대인간은 일반적으로 “모습 변환자”와 “마법에 걸린 자”로 나뉘는데, 비스클레브레는 얼핏 보아서 이 두 유형의 하이브리드 인듯하다. 하지만 늑대인간으로서 그가 드러내는 진정한 파격성은 그가 내적으로 “행복”하다는 데 있다. 전통적으로 늑대인간은 자의식과 수치심, 그리고 죄의식에 시달리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놀랍게도 작가는 비스클레브를 행복하고 기쁜 늑대인간으로 상상한다. 곧, 비스클레브레는 인간과 동물이라는 상이한 종 사이를 자유롭게 왕래하면서 각각의 상태에서 행복하다. 혹은, 적어도 그는 인간의 상태에서 자신의 또 다른 면인 동물성에 대해서 수치심이나 죄의식을 갖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하나의 자아 안에서 인간성과 동물성이 서로를 거부하거나 억압하는 대신에 포용하고 공존할 수 있음을 예시한다. 또한 이 점에서 『비스클레브레』는 인간과 동물의 절대적인 구분을 강조한 보수적인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한 중세의 다른 늑대인간 문학 작품들과 차별된다. 뿐만 아니라, 늑대인간의 인간성과 동물성을 화해시키지 못한 채 여전히 이 존재를 자괴감과 죄의식에 갇힌 비참한 존재로 반복적으로 설정하는 오늘날의 여타 창작물과도 구별된다.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 국문
  • 마리 드 프랑스라는 여성 작가는 12세기에 후반에 앵글로-노르만 불어를 구사하던 영국 왕실과 귀족층을 위하여 12편의 단편 로맨스로 구성된 『레이 모음집』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본 연구의 목적은 그 로맨스 중 하나인 『비스클레브레』라는 작품에서 늑대인간의 아내가 자신의 남편인 늑대인간에게 표출하는 폭력의 기저를 이루고 있는 순수성에 대한 강박증과 순수하지 못한 것에 대한 혐오 반응을 살펴보는데 있다. 본 연구는 혐오에 대한 사회심리학자와 윤리철학자의 이론을 개념적 틀로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혐오는 불쾌감을 주고 오염을 일으키는 대상을 내부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하여 주체가 느끼는 강한 반감으로 정의된다. 혐오 반응을 일으키는 본질적인 이유는 그 대상이 주체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혐오스러움, 곧 동물성을 배제한 채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정의할 수 없다는 진실을 대면시키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점이 텍스트에서 늑대인간의 아내가 남편이 안전하다는 점을 인지하면서도 그를 제거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이유라는 것이 본 연구의 주된 논지이다.
  • 영문
  • The objective of this essay is to investigate the obsession with the pure and disgust reactions to the impure, as manifested in violence by a noblewoman towards her werewolf husband in Bisclavret, an Anglo-Norman lai of Marie de France in the twelfth-century England. I argue that major scholarship of the romance fails to perceive the mechanism of disgust operant inside of the lady, and subsequently rereading the romance in the theme of disgust will be worth to pursue. In order to elaborate the argument, I employ the observations of social psychologists Paul Rozin and April E. Fallon and the theories of a moral philosopher Martha C. Nussbaum. Disgust is generally defined as a revulsion against incorporation of an offensive and contaminating object into the bodily self. Besides, disgust is most likely a signal of a desire to cordon ourselves off from our own disgustingness, i.e. animality. This is why the wife of the werewolf is desperate to get rid of the werewolf husband that remains the object of disgust regardless of whether he is safe or not. I contend that by utilizing the category-destabilizing werewolf motif in Bisclavret, Marie calls into question the contingency and fragility of the boundary that is believed to differentiate and safeguard humanity from animality. By imagining a happy wolf-man who still maintains his rationality in bestial form, Marie invites us to contemplate our own animality within ourselves and to reimagine a new human experience wherein humanity lives in peace with animality.
연구결과보고서
  • 초록
  • 마리 드 프랑스라는 여성 작가는 12세기에 후반에 앵글로-노르만 불어를 구사하던 영국 왕실과 귀족층을 위하여 12편의 단편 로맨스로 구성된 『레이 모음집』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본 연구의 목적은 그 로맨스 중 하나인 『비스클레브레』라는 작품에서 늑대인간의 아내가 자신의 남편인 늑대인간에게 표출하는 폭력의 기저를 이루고 있는 순수성에 대한 강박증과 순수하지 못한 것에 대한 혐오 반응을 살펴보는데 있다. 본 연구는 혐오에 대한 사회심리학자와 윤리철학자의 이론을 개념적 틀로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혐오는 불쾌감을 주고 오염을 일으키는 대상을 내부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하여 주체가 느끼는 강한 반감으로 정의된다. 혐오 반응을 일으키는 본질적인 이유는 그 대상이 주체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혐오스러움, 곧 동물성을 배제한 채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정의할 수 없다는 진실을 대면시키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점이 텍스트에서 늑대인간의 아내가 남편이 안전하다는 점을 인지하면서도 그를 제거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이유라는 것이 본 연구의 주된 논지이다.
  •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인간이 느끼는 기본 감정인 혐오 감정의 특징과 작동원리, 그리고 사회적, 윤리적 함의를 고찰해 보고, 그 고찰에 기반하여 중세 시대 작품인 『비스클레브레』를 분석하는 본 연구는 넓게는 감정 연구, 좁게는 혐오 연구에 해당한다. 스피노자의 『에티카』, 더 멀게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감정 연구는 최근에 인문학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본 연구가 속하는 중세 시대의 감정 연구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이며, 그 마저도 자비나 연민과 같이 당대 기독교가 권장했던 종교적이고 “긍정적인” 감정들에 집중되고, 분석 대상도 종교적 색체를 띤 텍스트들이 대부분이다. 그 결과, 문학과 같은 비종교 텍스트에 나타난 혐오 등의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세속 문학 작품들은 종교 텍스트와는 달리 중세인들의 사적이고 내밀한 삶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런 의미에서 본 연구는 초기영문학 연구자들에게 넓게는 감정 연구, 좁게는 혐오와 같이, 인간이 느끼는 기본 감정이지만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소외되는 감정에 대한 연구가 학문적으로 충분히 깊이 있는 연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또 그런 감정을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 방법도 예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비스클레브레』는 늑대인간이라는 환타지적 인물을 주인공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마리 드 프랑스가 쓴 다른 레이 작품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연구자들의 더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비스클레브레라는 늑대인간이, 12세기 초반에 웨일즈의 제랄드가 『웨일즈 여행기』에서 그리는 이름 없는 늑대인간 부부나, 14세기 로맨스 작품인 『팔레르모의 윌리엄』에 나오는 늑대인간 알폰즈(Alphouns)처럼 얼마나 인간적인 늑대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설령, 비스클레브레가 늑대인간으로서 인간-동물의 경계를 위협한다는 점을 인식한다하더라도 이 새로운 늑대인간이 드러내는 차별성과 전복성을 충분히 읽어내지 못한다. 또한 이들은 늑대인간 남편을 박해하는 아내가 얼마나 도덕적으로 타락했는가와 같은 표층적인 현상을 비판하느라, 정작 그녀가 왜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에게 사랑을 구걸하다시피 하면서까지 남편을 없애려는 모험을 감행하는가에 대하여 깊이 있게 고민하지 않는다. 본 연구는 『비스클레브레』에 대한 기존 연구자들이 간과해온 이러한 쟁점들을 본격적으로 논의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에 대한 해석의 지평을 넓히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혐오 감정이 왜, 어떻게 작동하는지, 혐오 감정이 사회적, 윤리적으로 어떤 문제점을 갖는지 등에 대해서 자세하게 고찰하는 본 연구는 사회적, 교육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방인 혐오, 여성 혐오, 성소수자 혐오, 장애자 혐오, 노인 혐오, 어린이 혐오 등 이미 우리 사회는 온갖 종류의 혐오로 넘쳐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렇게 다양한 혐오 반응 밑에는 공통적으로 순수성, 동질성, 혹은 본원성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 작동하며, 그 집착은 많은 경우 사회적 약자를 향하여 언어적, 물리적 폭력으로 표출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인간이라는 점에서는 모두 닮았지만 결국 고유한 외모, 믿음, 욕망을 가진 개인으로서는 다를 수밖에 없는 타인들과의 공존은 우리 모두가 포용해야 할 삶의 전제 조건이다. 그와 같은 사회적 공존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원성과 순수하지 않은 것을 옹호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희망과 욕구를 “계몽된 의심”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비스클레브레』에서 늑대인간의 아내가 표출하는 폭력의 기저에 깔린 순수성에 대한 집착과 순수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혐오 반응을 읽어내는 본 연구는, 학생들과 일반 대중에게 자신들의 희망과 욕구를 “계몽된 의심”으로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또 포용하는 사회적 공존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좋은 교육의 장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색인어
  • 혐오, 동물(성), 인간(성), 마리 드 프랑스, 『비스클레브레』, 늑대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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