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느끼는 기본 감정인 혐오 감정의 특징과 작동원리, 그리고 사회적, 윤리적 함의를 고찰해 보고, 그 고찰에 기반하여 중세 시대 작품인 『비스클레브레』를 분석하는 본 연구는 넓게는 감정 연구, 좁게는 혐오 연구에 해당한다. 스피노자의 『에티카』, 더 멀게는 아리 ... 
          
          
            인간이 느끼는 기본 감정인 혐오 감정의 특징과 작동원리, 그리고 사회적, 윤리적 함의를 고찰해 보고, 그 고찰에 기반하여 중세 시대 작품인 『비스클레브레』를 분석하는 본 연구는 넓게는 감정 연구, 좁게는 혐오 연구에 해당한다. 스피노자의 『에티카』, 더 멀게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감정 연구는 최근에 인문학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본 연구가 속하는 중세 시대의 감정 연구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이며, 그 마저도 자비나 연민과 같이 당대 기독교가 권장했던 종교적이고 “긍정적인” 감정들에 집중되고, 분석 대상도 종교적 색체를 띤 텍스트들이 대부분이다. 그 결과, 문학과 같은 비종교 텍스트에 나타난 혐오 등의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세속 문학 작품들은 종교 텍스트와는 달리 중세인들의 사적이고 내밀한 삶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런 의미에서 본 연구는 초기영문학 연구자들에게 넓게는 감정 연구, 좁게는 혐오와 같이, 인간이 느끼는 기본 감정이지만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소외되는 감정에 대한 연구가 학문적으로 충분히 깊이 있는 연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또 그런 감정을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 방법도 예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비스클레브레』는 늑대인간이라는 환타지적 인물을 주인공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마리 드 프랑스가 쓴 다른 레이 작품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연구자들의 더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비스클레브레라는 늑대인간이, 12세기 초반에 웨일즈의 제랄드가 『웨일즈 여행기』에서 그리는 이름 없는 늑대인간 부부나, 14세기 로맨스 작품인 『팔레르모의 윌리엄』에 나오는 늑대인간 알폰즈(Alphouns)처럼 얼마나 인간적인 늑대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설령, 비스클레브레가 늑대인간으로서 인간-동물의 경계를 위협한다는 점을 인식한다하더라도 이 새로운 늑대인간이 드러내는 차별성과 전복성을 충분히 읽어내지 못한다. 또한 이들은 늑대인간 남편을 박해하는 아내가 얼마나 도덕적으로 타락했는가와 같은 표층적인 현상을 비판하느라, 정작 그녀가 왜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에게 사랑을 구걸하다시피 하면서까지 남편을 없애려는 모험을 감행하는가에 대하여 깊이 있게 고민하지 않는다. 본 연구는 『비스클레브레』에 대한 기존 연구자들이 간과해온 이러한 쟁점들을 본격적으로 논의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에 대한 해석의 지평을 넓히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혐오 감정이 왜, 어떻게 작동하는지, 혐오 감정이 사회적, 윤리적으로 어떤 문제점을 갖는지 등에 대해서 자세하게 고찰하는 본 연구는 사회적, 교육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방인 혐오, 여성 혐오, 성소수자 혐오, 장애자 혐오, 노인 혐오, 어린이 혐오 등 이미 우리 사회는 온갖 종류의 혐오로 넘쳐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렇게 다양한 혐오 반응 밑에는 공통적으로 순수성, 동질성, 혹은 본원성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 작동하며, 그 집착은 많은 경우 사회적 약자를 향하여 언어적, 물리적 폭력으로 표출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인간이라는 점에서는 모두 닮았지만 결국 고유한 외모, 믿음, 욕망을 가진 개인으로서는 다를 수밖에 없는 타인들과의 공존은 우리 모두가 포용해야 할 삶의 전제 조건이다. 그와 같은 사회적 공존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원성과 순수하지 않은 것을 옹호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희망과 욕구를 “계몽된 의심”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비스클레브레』에서 늑대인간의 아내가 표출하는 폭력의 기저에 깔린 순수성에 대한 집착과 순수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혐오 반응을 읽어내는 본 연구는, 학생들과 일반 대중에게 자신들의 희망과 욕구를 “계몽된 의심”으로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또 포용하는 사회적 공존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좋은 교육의 장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